K와의 대화를 나누었다.

K는 최근에는, 상당히 깊이 있게 현실의 흐름을 읽어내고, 시민의 권리를 복구하고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도 종종 활발하게 참여한다.

"그러나 저는 오년전 정도만 해도 정치에 전혀 관심에 없었어요." 지인은 말하였다.

아는 물었다. "관심이 없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정치인들은 다 똑같이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죠. 그 중 누군가를 지지하면서 열을 내는 일은 자기 잇속 챙기기에 힘을 보태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제 시간을 거기에 쓰는 것이 아까웠어요. 제 삶과는 상관 없는 그런 데 신경을 쓸 바에는 제 꿈을 향해 정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정치가 자기 잇속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어른들도 그렇게 말하고, 신문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포털 사이트 댓글에서도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줄 알았죠."

"그래도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살면서 만났을 텐데요?"

"정치에 열내는 사람들하고 여러번 친교가 있었죠."

"어떤 친교였나요?" 아가 물었다.

"사실 제가 십여년 전에 사귀던 사람이 정치에 엄청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정치인들은 다 똑같이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엄청 흥분하더라고요."

"흥분이라 함은 무슨 뜻입니까?"

"제가 어떤 정치인이 너무 못생겨서 싫다고 했더니, 완전히 인간말종이라고 하면서 정신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면서 어떻게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느냐, 너는 책 좀 읽어야 한다하고 열변을 토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몇몇 대중 저술가들의 책을 막 추천해주었어요."

(언급된 책은 1990년대말에 출간된 몇몇 저술가들의 대학 신입생 정도의 눈높이에 맞춘 책)

"그렇게 접촉하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정치에 열을 내는 사람이 엄청 싫어졌어요." 

"네? 왜죠?"

"보통 자신을 인간말종으로 낙인찍는 사람과 말을 섞고 싶은 사람은 잘 없죠."

"그래도 책은 읽었습니까?"

"당연히 안읽었죠."

"그 뒤 계속해서 정치에는 관심을 안 가지게 되었습니까?"

"안 가졌죠. 그냥 저의 직업적 성공을 위해 매진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까?"

첫째는 지인이 직업적 성공을 위해 읽는 책들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졌다는 데 있다. 그 책들의 범위를 넓히는 데에는 주위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주위 사람들은 책을 강권하지 않고, 이런저런 재미있는 점들이 있다고 알려주었고, 무엇이 옳고 참인가를 파악하기 위한 호기심에 끌려 그 책들을 읽어나갔다.

둘째 이유는,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해서, 이미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특정한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하여 접할 때, 가장 흔히 접하는 말과 글을 기준으로 인상을 결정한다. 그런데 그 인상은, 진영논리의 인상이다. 이 편 아니면 저 편을 선택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의 행동 중 하나를 택한다.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서 빠져들거나, 아니면 아예 정치에 관심을 끊고 냉소적으로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기존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패키지로, 뭉탱이로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둘째 이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우리가 정치를 적과 우리 사이의 전투로 보지 않고 평화로운 공존과 공정한 협동을 위해 필요한 수단들을 발견해나가는 숙고의 활동으로 볼 때에, 우리는 우연히 우리가 취했던 관점에 거리를 두기 쉽다는 것이다.

K는 여러 면에서 운이 좋았다. 즉, K는 이 첫째, 둘째, 셋째를 깨닫게 해주는 여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K와 같이 운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일괴암적으로 진영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에 관심을 돌릴 것인지 하는 이상한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한 진영을 택했다가도, 그 진영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정반대의 진영으로 달려간다. 왜냐하면 한 진영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쪽은 정반대의 진영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반대 진영의 어리석음은 이로써 반성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오늘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사회적 쟁점에 입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고 있다.

이러한 반응을 특히 촉발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잠정적인 의견 불일치조차 참지 못하는 사람들의 성급함에 있다. 이 성급함은 견해에 대한 공격을 인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면서, 또한 견해에 대한 비판을 하는 대신 인신에 대한 비판을 주된 활동으로 삼는다.

이렇게 되면 정치는 인위적으로 그야말로 적과 우리의 싸움이 된다.

정치에 관한 언어는 서로의 프레임 전쟁이 되며, 인상비평의 포화 속에서 우리 쪽의 영토를 더 많이 차지하는 총탄이 된다.

그 결과 사운드바이트들이 만연하고, 사람들은 매우 이상한 이유로 정치에서 등을 돌리게 된다.

이것은 결국 자아가 전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초래한 결과다. 그들은 자신이 견지하는 신념이 잠정적인 비판에 개방되어 있는 잠정적인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대신 그들은 무리의 팔랑크스 속에서 단단히 정신적 무장을 하고, 다른 무리를 깨부수는 데 골몰한다. 왜냐하면 우연히 어떤 식으로 견지하게 된 신념의 한 조각 한 조각이 자신의 자아의 일부가 되고, 그 자아는 전 세계를 응당 모두 둘러쳐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일이 기대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의 자아에 대한 위협이다. 이런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면 소스라치게 놀라 그 사람에 대하여 갖은 모욕적인 말을 퍼붓는다.

물론 그 일상생활에서 마주하게 된 사람들이 엉터리 같은 견해를 취하는 경우는 매우 많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아가 전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태도는 정치를 숙고의 장에서 전투의 장으로 퇴행시키는 촉발제가 되기 때문이다. <끝>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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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기오소리
    2017.01.18 20:4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와..이거 제 얘기같네요. 공감 많이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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