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글에서 (http://www.civiledu.org/1116)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의 헌법상 의미는 다음과 같이 논증됨을 밝힌 바 있다.

 

재직중 형사상 소추의 의미: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대표로서 행정과 외교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내란과 외환과 같은 국가반역죄가 아니라면, 재직중 형사상 소추, 재판을 받아 재판에 출석하고 자기 방어를 해야 하며 법정구속되고 실형을 살게 하는 것은, 직무 수행행위 자체에 직접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재직 후로 기간을 잠시 미룬 것이다. 즉, 형사상 소추 금지의 목적은 대통령의 합법적 직무수행 권한의 불연속적인 중지나 간섭, 침해를 막음으로써 보호되는 국정운영의 연속성이다.

 

즉, 헌법상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은,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직무수행을 하고 있을 때 그 직무수행의 연속성을 해쳐서는 아니된다는 의미만을 갖고 있으며, 아예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거나, 대통령의 재직기간이 이미 끝나거나 대통령이 직무수행 권한을 중지당했을 때에도 인신 구속을 수반하는 수사를 받지 아니한다는 신분상 특권의 의미로 확장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형사상 소추 금지가 신분상 특권으로 확장되지 아니한다는 이러한 취지는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명시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헌재 1995. 1. 20. 94헌마246, 판례집 7-1, 45-46면에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나라가 헌법에서 국가의 원수에 대한 형사상 특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의 면제나 재직중의 형사상 소추의 유예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질서로 삼고 있는 국가에서 국가의 원수에 대한 형사상 특권을 어느 범위 내에서 부여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과거 절대주의적 전제왕정제하의 국가에서 국가나 법과 국왕의 존재를 혼동하거나 동일시하여 국왕이 곧 법이라는 사상적 배경으로부터 국왕에게 부여되었던 면책특권과는 그 존재이유나 이념적 기초를 달리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국민주권주의(제1조 제2항)와 법 앞의 평등(제11조 제1항), 특수계급제도의 부인(제11조 제2항), 영전에 따른 특권의 부인(제11조 제3항) 등의 기본적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이,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 제84조의 근본취지를 이와 같이 해석하는 한, 그 규정에 의하여 부여되는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은 문언 그대로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 것에 그칠 뿐, 대통령에게 일반국민과는 다른 그 이상의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만일 헌법 제84조 때문에 대통령의 재직중 국가의 소추권행사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의 진행이 대통령의 재직중에도 정지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대통령은 재직 전이나 재직중에 범한 대부분의 죄에 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특별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결과 일반국민이 누릴 수 없는 특권을 부여받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앞에서 본 헌법 제84조의 근본취지의 그 어느 것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성이 뒷받침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또 만일 대통령의 재직중에도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해석한다면 임기 중에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범죄가 상당히 있게 되어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고 설시한 바 있다.

 

이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된다고 하여보자.

 

그럴 경우 헌법 제64조 제3항에 의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권한행사가 정지된 자는 직무수행을 할 것이 없다.

 

직무수행을 할 것이 없는 자는 직무수행의 연속성을 보장받을 것이 없다.

 

따라서 애초에 대통령에게 형사소추를 금지한 헌법 조항의 취지가 인신을 구속하는 수사에 확대된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형사소추 자체는 헌법의 명문 규정에 의해 재직 기간 동안 권한행사가 정지되더라도 금지된다.

 

그러나, 인신을 구속하는 강제수사는 헌법의 명문 규정이 없고 오로지, 불문의 헌법규범인 '직무의 원활한 수행과 연속성의 보장'에 의해서 금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헌법규범이 적용대상을 잃게 될 경우에, 강제수사 금지는 헌법상 도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편적인 권리(right)가 아닌 '특권(privilege)'은 그 특권을 정당화하는 헌법상 사유가 없으면 존재하지 아니한다."(P)는 것이 헌법 조항을 해석하는 헌법 규범 원리로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형사소추 금지의 이유로 든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가의 체면과 권위는 범죄자에 대한 적정한 수사를 하지 못함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지금 터키에서는 대통령이 한국에서와의 마찬가지 짓, 즉 기업들에 특권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그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은 재단을 통하여 사익을 도모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나라가 바로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잃는 것이다.

 

국가의 체면과 권위가 대통령 개인의 체면과 권위와 동일시되는 것은, 통치자의 인격적 의지가 곧 주권의 원천이라고 본 낡은 절대주의 왕정의 사고일 뿐이다. 그러한 사고 위에 헌법적 논증을 정초하는 것은, 정치신학을 하는 것이지 헌법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고위공직자일 수록 체면과 권위가 높아서 그에 비례해서 형사상 불문의 특권을 가진다는 헌법규범을 편입시키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헌법규범은 편입될 수 없는데, 이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국민의 법적 평등을 보장한 헌법 제11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탄핵소추가 의결됨으로써 권한행사가 정지된 대통령을 검찰이 구속하여 20일 동안 피의자신문을 하는 것을 막을 헌법적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 논증 과정에서 아무런 부당한 헌법규범도 편입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논증을 부인하는 사람이, 헌법 제11조에 위배되는 헌법규범을 편입할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사유가 충족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행정부 수반이 청와대의 행정인력을 이용하여 개인의 불법행위 변호를 도모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증거인멸의 의심이 강하게 든다면, 변호인 이외의 다른 진술의 원천들과의 접촉과 말맞추기, 피의자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그에 맞춰 이뤄지는 증거의 멸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구속의 사유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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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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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례자
    2017.04.02 22: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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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순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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