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대기업인 이랜드파크의 광범위한 임금체불이 드러났군요.

 

키케로: 그렇습니다. 카토 선생, 지난 3년간 수만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총 84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소정근로시간의 대가로서의 임금 4억2200만원, 연장수당 23억500만원, 야간수당 4억800만원, 휴업수당 31억6900만원, 연차수당 20억6800만원 등 총 83억7200만원이 4만4460명에게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군요.

 

카토: 이랜드 외식부서인 이랜드파크의 지난 3년간 영억이익 총액은 100억원이라고 하니, 그 중 84억원이 임금체불액이라고 하니 그냥 이 항목의 원금액으로 따져도 84%가 노동자에게 지급할 것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얻은 이득이라고 할 것입니다.

 

키케로: 그렇지만 이 계산에도 빠진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퇴직금입니다. 퇴직금은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정한 대가인 통상임금에 따라서 계산하지 않고, 직전 3개월간 받은 총 임금을 3개월의 날수로 나눈 평균임금에 따라 계산합니다. 그러니까 위 항목들을 안줘서 적게 준 퇴직금 금액이 어마어마하겠지요.

둘째는 이자입니다. 모든 임금체불은 원래 지급해야 할 다음날부터 연5%의 이자가 발생합니다. 거기다가 그 근로자가 퇴직하고 나면 15일째부터는 연20%의 이자가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이 이자만 해도 어마어마할 겁니다.

 

카토: 퇴직금 빠진 거랑 이자 지급하지 않은 것을 합하면 아마도 영업이익의 100%, 또는 그 이상이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체불로 발생된 것이겠네요. 

더군다나, 최근 한 국회의원이 다수의 제보자를 통해서 조사한 결과 이랜드파크는 정규직 신입사원들에게 매달 300~400시간의 근무를 시키면서도 월 20시간의 연장 근로 수당만 지급했다고 합니다. 월 20시간 이외의 연장 근무에 대해서는 아예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리고 계약직 직원에 대해서는 아예 어떠한 연장근무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체불된 임금은 이 정식직원(아르바이트생이 아닌 계약직/정규직 직원)에 대해서 최근 2년간만 해도 900억원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가 조금 과장되었건 과장되지 않았건 간에, 3년간 영업이익 100억원보다 훨씬 큰 금액이 3년간 체불되었음은 분명해보입니다. 즉, 이 회사가 남긴 모든 이익은 오로지 임금을 체불해서 생긴 것일뿐만 아니라, 회사가 적자를 보지 않고 생존한 것 자체가 임금 체불을 한 덕택이라는 것입니다.

 

키케로: 이 경우에는 단순한 임금체불이 아니라 법학적 개념으로서 노동착취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카토: 위대하신 법률가인 키케로 선생이여, 법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착취란 무엇입니까.

 

키케로: 정치철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착취란, 현재의 법질서A가 인정하는 노동의 대가가 정의로운 법질서J와 인정할 노동의 대가보다 하회해서 지급할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자마자 또는 성년에 이르자 마자 그 사회의 자본에 대한 1인당 몫을 가진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그 때 받을 소득은 자본소득 더하기 임금이 되겠지요. 반면에 현재의 법질서에서는 (1) 사회의 구성원으로 응당 갖는 사회의 자본에 대한 몫을 인정하지 않으니, 우선 자본소득이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2) 무산자는 노동을 팔아야 한다는 필사적 처지 때문에, 자신의 노동의 값을 정의로운 정치경제질서에 비해 더 낮게 부를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액이 정치철학적 개념으로서 노동착취가 될 것입니다.

 

이 정치철학적 노동착취 역시 우리가 시선을 놓치 않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법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착취는 표면적인 정당성마저 해치는 극도로 심각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법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착취는 현재의 생산자산 소유자들에게 생산수단에 관한 의사결정권과 잉여수익권을 인정하고 있는 전체 법질서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그 법질서에 의해 노동자들에게 법에서 정한 이익을 박탈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생산자산가들에 대한 이러한 특유한 권한을 인정한 법에 대한 도덕적 복종 의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즉, 법질서의 정당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카토: 그러니까, 노동을 제공했는데도 예를 들어 법에서 정한 임금을 받지 못해서 궁핍한 처지에 처한다면, 치료를 받거나 밥을 사먹기 위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다 하더라도 법이 정당하게 그 사람을 처벌할 정당성이 없게 된다는 거군요.

 

키케로: 바로 그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동을 파는 것을 전제한 사회에서 법학적 개념으로서 노동 착취는, 그 사회의 근간을 완전히 부정하게 되는 범죄 행위가 됩니다.

 

더 나아가서, 이랜드파크와 같은 기업이 이와 같이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통해서 이익을 보거나 존립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합법적으로 노동기준을 준수하는 다른 기업에 대한 범죄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동종유사의 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은 단지 합법적인 노동조건을 준수했다는 이유 때문에, 경쟁업체와의 경쟁에서 퇴출되고 적자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노동조건을 위반하는 경쟁업체는 바로 그 위반에 기초해서 불합리한 가격을 설정하게 되고, 업체 전반의 수익적 경쟁조건을 불법적인 기반 위에 놓기 때문입니다.

 

카토: 법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착취는, (1) 노동계약의 배경이 되는 모든 법질서의 복종의무를 침식할 뿐만 아니라 (2) 법질서를 준수하는 다른 기업체들의 정당한 경쟁조건을 침식하는 것이군요.

 

이러한 노동착취를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어떻게 됩니까?

 

키케로: 법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 착취'는 정확하게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다.

 

"타인이 제공한 노무의 대가를 지급할 주체가, 고의나 필요한 법지식 조회의무 미이행으로 인해 법적으로 지급할 대가를 하회하는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법적으로 지급할 대가와의 차액을 자신의 재산상 이익으로 취하는 행위."

 

카토: 말씀하신 내용을 분설해보면 그 범죄가 성립되기 위한 구성요건은 다음과 같군요.

 

(1) 주체 측면: 노무의 대가를 지급할 주체

(2)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측면: 법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대가를 하회하여 지급

(3) 주관적 구성요건요소 측면: 법에서 정해진 대가를 하회한다는 점을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하거나 사회통념상 기대되는 조회의무를 이행했다면 당연히 알 수 있었을 바를 알지 못하여 그러한 행위를 한다.

 

키케로: 그렇습니다. 이 법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착취(이하 '노동착취'라고 한다)는 말했듯이 법질서의 정당성(legitimacy)를 허문다는 점 외에도 세 가지 부당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첫째, 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합니다. 원래 법적으로 받아야 할 것을 고의적인 수법으로 받지 못했으니 침해가 발생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침해는, 단순한 채무 불이행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카토: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1) 법적으로 정한 대가를 줄 의사가 있었으나

(2) 법의 해석에 대한 합당한 이견이 있거나, 아니면 단순히 예기하지 못한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자금이 경색해줘서 지급하지 못한 경우

라고 이야기하죠.

 

키케로: 맞습니다. 우리가 1000만원을 빌리고 나서 갚지 않는 채무불이행도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사기로 나누어지지요.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원래 갚으려고 했고 갚을 능력도 있었지만 빌리고 나서 발생한 사정으로 인해서 돈이 없어서 지금 현실적으로 갚지 못하는 것이죠. 아니면 법률적으로 합당한 이견이 있어서 나중에 판결이 나서 갚지 않는 것도 있겠죠. 전자의 경우로는 한 달 전까지는 꾸준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제사정이 변경된 경우가 있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상계금액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사실적이거나 법률적인 분쟁이 발생한 경우가 있겠죠.

 

반면에 사기는, 갚을 의사가 없거나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도, 갚겠다고 하면서 돈을 빌리고 나서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갚지 않는 것이죠.

 

법적인 차원의 노동착취는 사기, 그리고 횡령과 같은 수준의 범죄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노동대가를 준다고 노동계약을 맺고서 사실은 그 대가를 줄 의사가 없었거나, 아니면 노동대가를 계산하는 기준을 임의로 불법적인 기준으로 잡아서 상대를 속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도9221 판결은 출판사 경영자가 출고현황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실제출판부수를 속여 작가에게 인세의 일부만을 지급한 사안에서, 작가가 나머지 인세에 대한 청구권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착오에 빠져 이를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사기죄에 있어 부작위에 의한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임금지급의 계산자료를 작성하고(출퇴근 시각을 기록하고 관리) 갖고 있는 사용자가 이러한 자료의 작성기회와 점유, 그리고 노동에 대한 사실상 지휘명령권을 기화로, 법적으로 줘야 할 대가를 주지 않는다면 이는 기망행위를 통하여 상대의 착오를 가져와 임금지급청구권을 행사치 못하게 한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것입니다.

 

카토:  대표적으로 계속 일해야 하는데, 퇴근카드는 찍게 한다면, 사용자는 노동자가 다른 퇴근기록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법적 착취를 하는 것이군요. 또는 15분 마다 잘라서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14분은 0분으로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쓰는 것 역시 자신이 대가를 계산하는 주체라는 점을 활용한 착취이군요.

 

키케로: 맞습니다.

 

많은 이들이 시장경제질서의 번영과 사용자측 자의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법에 의거하지 않고 마음대로 해고하고 징계할 수 있을수록 경제가 번영하고

사용자가 법에 의거하지 않고 마음대로 임금을 주지 않을 수 있을수록 경제가 번영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보다 더 진실과 거리가 먼 말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가 법에 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재산을 몰수하고 과세할 수 있을 때 국가경제가 번영하고

국가가 법에 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국가와 기업이 맺은 계약을 위반할 수 있을 때 국가경제가 번영한다는

 

그런 생각과 동일합니다.

 

경제 주체 일부의 자의적 전횡을 마음대로 두게 되면, 그러한 전횡을 행사하는 경제주체의 지대추구(rent-seeking)행위가 늘어납니다.

 

법에 의거하지 않고 마음대로 임금을 주지 않을 수 있고, 이것이 실효적으로 억제되지 않는다면 시장경제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겠습니까?

 

카토: 첫째로, 계약서에 적힌 것이 별 의미가 없게 되겠죠. 계약서에는 적혔지만 각종 수법을 통해서 그 계약서는 무용지물이 되니까요. 이것은 부동산계약서에 적힌 매매대금이 별 의미가 없어질 때 부동산시장이 비효율적으로 붕괴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노동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노동시장에서 공개된 정보가 투명하고 진실되어야 하죠. 지금 일하는 기업A가 주40시간 일하고 180만원 주는데, 다른 기업B는 주40시간 일하고 200만원 준다고 해서 이직을 한 경우를 생각해보죠. 그런데 막상 일해보니 이 다른 기업은 주60시간을 일하고 200만원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시간당 임금은 더 떨어진 것이죠. 이렇게 되면 실제로 노동시간당 합법적 수익을 더 많이 내는 기업A로부터, 노동시간당 합법적 수익을 더 적게 내는 기업B로 인력이 이동하게 됩니다. 더 효율적인 곳에서 덜 효율적인 곳으로 노동이 이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기업들도 임금을 많이 주거나, 생산성을 올려서 더 나은 노동력을 확보하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기망을 하고 탈법을 해서 사람을 꼬실까 이 생각만 하게 됩니다.

 

둘째로, 노동의 비용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게 되면 그 사회의 생산성 증가가 극히 낮아집니다. 농노제 시대에 비해 전면 노예제 시대에는 농업생산성의 증가가 현저히 느렸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일을 많이 시켜도 그것은 노예주의 입장에서 0의 비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기업은 생산성을 증가시키기보다는, 노동을 착취하는 데 골몰하게 되고, 이것은 국가 전체의 생산성 증가를 크게 저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 기업의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내버려두는 것은, 모든 기업이 노동착취를 통한 지대추구행위에 골몰하게 함으로써, 전체 경제를 불필요한 '수인의 딜레마 상황'에 몰아넣는 것입니다.

 

셋째로, 경쟁의 기준이 어그러집니다. 시장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그 기업체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용역과 재화가 보다 높은 질의 싼 값일 때 그 기업체가 경쟁기업에 비해 더 이득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반면에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용역과 재화는 동급인데, 단지 노동착취를 아주 잘 했다는 이유로 더 수익을 누리게 된다면, 경쟁의 초점은 당연히 불법적인 노동착취에 가게 됩니다.

 

키케로: 맞는 말씀입니다. 법학적 개념으로서의 노동착취는, 시장경제질서에서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며 경제의 투명성과 생산성을 저해합니다.

 

이는 노동착취를 일삼는 기업E와 그렇지 않은 기업U의 행위와 성과를 비교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지요.

 

노동착취를 일삼는 기업E는 당사자가 법적으로 받을 권리가 있는 바를 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재산상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그 실체에 있어서는 절도나 횡령, 사기와 유사합니다.

 

즉 다음과 같은 비교가 성립합니다.

 

(1) 노동자W의 것을 기업E가 불법적으로 취한다는 점에서는 절도와 유사하다.

(2) 노동자W가 받을 것을 기업E가 일단 먼저 점유하는데 그 점유된 것 중 일부를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횡령과 유사하다.

(3) 노동자W가 받을 액수가 무엇인지를 속여서 정확한 액수를 자료를 조작해서 알려주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노동자W로부터 노동을 추출하는 것은 사기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그것은 심각한 재산범죄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러한 재산범죄를 일삼는 기업E가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U가 있다고 합시다.

 

(1) 재산범죄를 일삼는 기업E는 같은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데 비용이 C1만큼 든다. C1은 원래 합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비용 CL보다 착취금액 EP를 뺀 금액이다.

(2) 재산범죄를 일삼지 않은 기업E는 같은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데 비용이 CL만큼 든다.

(3) 따라서 재산범죄를 일삼는 기업은 착취금액 EP만큼 늘 경쟁우위에 선다.

(4) 기업E가 EP를 사용해서 재화와 용역의 가격을 낮추게 되면, 기업U는 계속되는 적자로 도산하게 된다.

(5) 기업E는 경쟁기업이 도산함으로써 생기는 독점적 효과로 인해 추가 이득을 얻는다.

 

결국 기업E는 이중의 이득을 얻게 됩니다. 첫째로는 착취의 이득이고, 둘째는 경쟁자를 부당하게 제거함으로써 얻는 이득입니다.

 

 

카토: 이러한 불법적 노동착취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키케로: 불법적 노동착취를 한 이랜드파크는 2,800여만원의 과태료만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불법적 노동착취로 인해 얻은 이득은 987억원에 달하니, 이런 식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기업체들은 불법적 노동착취가 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계속 그 관행을 지속할 것입니다.

 

카토: 그렇다면 과태료를 늘리면 될까요?

 

키케로: 과태료가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이 낫겠으나, 그것이 주된 해결책이 되어서는 사적 주체의 전횡에 대해서 공적 주체의 개입만을 바라보게끔 됩니다.

 

지배권력에 대한 대응은, 지배권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 본인에게 정당한 범위의 대항권한(countervailing power)을 주는 것이 정석입니다.

 

대항권한은, 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피지배적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 당사자들 본인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임금체불과 관련된 전형적인 관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업은 고의로, 또는 최소한의 조회의무를 다하지 않은 결과로, 임금을 체불한다.

(2-1) 노동자는 임금을 체불했는지 조차도 모른다. (사태종료)

(2-2) 노동자 중 극히 일부가 임금체불에 대하여 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한다.

(3)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 중 일부를 확인한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자료들이 사용자의 조작으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로 확인될 수 있는 임금체불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4) 사건 처리에 바쁜 근로감독관은 체불된 임금 원금을 사용자가 지급하면 노동자에게 합의하라고 종용한다. 노동자는 돈이 급하기 때문에 원금 지급으로 퉁치는 데 합의한다. 원금지급을 받지 않더라도 겨우 5%의 지연이자만이 가산될 뿐이다.

(5) 반의사불벌죄인 체불임금처벌은 합의를 했으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는 불합리한 지점 세 가지가 발생합니다.

 

첫째는 노동자의 적시의 대응 결여나 대응 필요성에 대한 무지로 인해 착취가 아주 매끄럽게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하는 지점입니다.

둘째는, 근로감독관이 개입하여도 자료가 이미 왜곡되었기 때문에 불법적 노동착취 중 일부만이 확인되는 지점입니다.

셋째는, 불법적 노동착취의 중대한 범죄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원래 줄 돈인 원금의 합의만으로 처벌이 면제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이 세 지점 모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카토: 첫째 부분 때문에 노동자에게 대항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이를 잘 숙지하도록 하는 기제가 필요하겠군요.  

 

키케로: 네, 첫째 부분의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산별 노동조합과 지역별 노동조합이 활성화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러한 법적 이의제기에 관한 지식들은 이러한 형태의 노동조합이 활성화될 수록 더 잘 축적됩니다. 노동조합은 공통의 이의제기의 매체가 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언제 이의제기를 해야 할지 아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감독을 일률적으로 하지 않고 선별적, 집중적으로 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산업별, 지역별 노동조합 가입률이 일정비율 이상, 이를테면 15% 를 넘어가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기준 사업장에 비해 근로감독 빈도를 2분의 1로 하고, 20%를 넘는 사업장에는 근로감독 빈도를 3분의 1로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노동조합 가입률이 0인 사업장에 대하여는 가장 집중적인 3배의 검토를, 0 초과 5%미만인 사업장에는 2배의 조사를, 그리고 5%이상 15%미만의 기준 사업장에 대해서는 통상의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제안된 분류일 뿐이고, 행정상황에 따라 더 효과적인 선택과 집중의 비율을 설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행정의 운용은 법률이 정한 권한의 범위 내에서 노동청이 행사하는 것이어서 법치주의에 어긋나지 않고, 합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지금은 한 명의 근로감독관이 너무 많은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어서, 사업장에 대한 실현장 감독이 전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 것보다는, 노동조합 가입율을 기준으로 하여 행정감독의 선택과 집중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카토: 조합원은 조합교육을 통하여 각종 노동관련법에 대한 지식을 숙지하게 되고, 또한 가입 조합의 간부들이 나와서 자율적인 점검을 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 행정인력의 집중적인 효율을 꾀하자는 것이군요.

 

키케로: 두 번째 지점에 관해서는, 노동자에게 충분한 유인을 주는 것입니다.

 

지금 근로기준법은 미지금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금품청산일로부터 14일이 지난 경우에만 연20%의 이율에 의한 금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면서, 수당을 아예 주지 않거나 노동시간을 기록하지 않거나, 강제로 조퇴를 시키거나 하는 등으로 체불된 임금들은, 지연이자가 겨우 5%밖에 붙지 않는 거죠. 이렇게 되면 개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이자가 그리 크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법학적 개념의 노동착취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다른 임금체불과 달리 보아서, 지연이자를 그 지급일 다음날부터 연20%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타인이 제공한 노무의 대가를 지급할 주체가, 고의나 필요한 법지식 조회의무 미이행으로 인해 법적으로 지급할 대가를 하회하는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법적으로 지급할 대가와의 차액을 자신의 재산상 이익으로 취하는 행위."를 했을 때에는 연20%의 지연이자를 물리는 것입니다.

 

애초에 금품지급 청산일로부터 연20%의 이율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는 까닭은, 노동자는 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임금이 주된 수단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임금이 갖는 중요성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근로관계가 존속하건 하지 않건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사용자와 근로관계가 끝나서 실업수당을 받거나 이직을 했을 경우에는 연20%의 이율을 물리는 반면, 사용자와 근로관계가 존속되는 도중에는 연5%의 이율을 물릴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임금은 근로관계가 존속 중이건 끝났건 상관 없이 시급하게 지급되어야 할 성질의 금품인 것입니다.

 

연20%의 지연이자는, 그런 면에서 규범적으로 정당화됩니다.

 

게다가 이렇게 할 때, 사용자에게는 함부로 불법적 노동착취를 하지 않을 것이고, 성실하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는 조회를 실시할 동기가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지연이자가 충분한 경우에, 노동자는 그 지연이자 중 일부를 변호사와 같은 법률 전문가에게 지급하는 계약을 맺음으로써 자신의 원래 노동대가의 원금을 잠식하지 않으면서도 법률적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수단이 생깁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증거자료를 사용자가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기제가 필요합니다.

 

즉, 사용자나 사용자를 위하여 노무를 지휘하는 자(이하 '사용자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특별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사용자 등이 (1) 임금을 지급해야 할 사항을 성실히 기록했지만 임금을 체불하는 것과 (2) 임금을 지급해야 할 사항 자체를 왜곡해서 제대로 기록하지 않고 임금을 체불하는 것 둘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1)의 경우에 노동자는 언제든지 법적 구제수단을 통해서 지연이자와 함께 미지불된 임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즉, 노동자는 이로 인해 특별한 난점에 빠지지 않습니다다.

 

반면에 (2)의 경우에는 노동자는 특별한 난점에 빠진다. 즉,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일련의 행위 자체가, 사후에라도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기 위한 법적 구제 수단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카토: 그렇다면서 (2)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필요하겠군요.

 

키케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제재의 형식은 또한 과태료와 같이 공공기관의 행정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는 안 되고, 노동자에게 직접 권리를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용자 등이 (i) 노동시간의 기록을 거부하거나 (ii) 공식적으로 노동시간의 기록을 끝내놓고더 많은 노동을 지시하거나  (iii) 노동시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내부 규칙이나 프로그램을 통하여 삭제하는 것 (iv) 노동시간과 관련된 자료를 멸실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법정되어 간주되는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근로일 1일당 10만원, 그리고 위반행위 1건당 100만원 중 큰 금액으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법에 규정하는 것입니다.

 

카토: 그럴 경우 자료가 없다고 하면서 입증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체불된 임금을 회피하는 방법은 그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겠군요.

 

키케로: 그렇죠. 왜냐하면 자료가 없다고 하거나 왜곡된 자료를 내어놓으면, 근로일 1일당 10만원이나 위반행위 1건당 100만원의 손해배상금 중 다액이 되는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서,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인데, 손님이 없다고 강제조퇴를 시킨다고 해봅시다. 강제조퇴를 시킨 자의 지시를 녹음하게 되면 그 지시 행위 자체가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발생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퇴근 카드 인식기나 퇴근 지문 인식기에 퇴근을 찍고 나서 추가로 노동을 하게 했을 경우, 그러한 지시 행위 자체가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다음으로, 공식적으로 노동시간을 기록을 해달라고 했는데 이를 거부하면 거부할 때마다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됩니다.

 

또한, 소송에 나서서 시간외근로 기록을 문서제출명령을 통해서 내어놓으라고 했는데, 자료가 없다고 하는데, 그 중에 추가로 노동한 날이 실제로 관행적으로 여럿 있음이 밝혀진다면,  노동일1일당 10만원의 손해배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을 피해가려면 사용자는 자료에 기록되는 노동시간을 실제 노동시간에 맞게 성실하게 기록하기만 하면 됩니다.

 

카토: 마지막 세 번째 불합리한 지점은 어떻게 고칠 수 있습니까?

 

키케로: 노동자는 사용자가 원금을 즉시 지불하리라고 약속하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근로감독관도 노동자와 사용자가 합의로 분쟁을 종료하면 1건을 처리한 것으로 기록되므로 이러한 합의를 종용할 유인이 있습니다.

 

이런 취약점을 고치고 유인을 없앨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체불임금 중 일부라도 즉시 지급하려는 사용자의 유인을 약화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근로감독관은 받아야 할 금액의 일부를 삭감하여 합의할 것을 종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로기준법에 명기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한 번에 합의해서 끝내야만 사건을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추진해야 합니다.

 

노동자가 100만원의 체불임금이 있고 1년간 미지급되어서 지연손해금이 20만원 발생되었다고 하여봅시다.

 

이때, 근로감독관은 12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에 합의를 할 것을 종용하여서는 안 됩니다. 근로감독관의 가장 큰 권한은 검찰에 기소를 의뢰하여 송치할 권한입니다. 만일 합의로 사건이 끝나게 되면 반의사불벌죄인 임금체불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꾸 합의사건이 종결되게 되면, 임금을 체불하는 사용자가 임금을 미룬 만큼 유동성 이익을 보게 됩니다.

 

이런 식의 이득을 보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체불된 임금과 그에 대한 5%의 이율에 의한 금원 이상을 즉시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고의적인 임금체불에 대하여는 처벌을 면제해서는 안 되고, 처벌을 면제할 권한을 근로감독관이 가져서도 안 됩니다.

 

카토: 이때까지 이야기한 대로 법률을 고치면, 세 가지 지점의 불합리 발생이 많이 줄어들 수 있겠군요. 법안은 어떻게 수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키케로: 다음과 같이 몇몇 조항을 도입하고 고칩니다.

 

근로기준법 제13조의 2 (신설)

제13조의 2(근로감독관의 보고, 출석 요구 및 현장검사의 차등 적용)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현장검사, 그리고 사용자에 대한 보고, 출석 요구는, 그 사업장의 근로자가 지역별, 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한 비율에 따라 그 정도를 달리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7조(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 (개정) ① 사용자는 이 법상 또는 이 법의 기준을 상회하는 계약상 급여를 그 명칭을 불문하고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그 다음 날부터 지급하는 날까지의 지연 일수에 대하여 연 100분의 40 이내의 범위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03조의 2 (신설)

제103조의 2(근로감독관의 주지 의무와 직무처리의 계산) 근로감독관은 노동자가 이 법상 권리를 하회한 수준에서 대가를 받고 이 법 위반에 대하여 합의할 것을 종용하거나 권고할 수 없다. 근로감독관은 이 법 위반에 관하여,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는 근로자가 이 법상 권리를 만족받았을 때에 주로 표시되는 것임을 근로자에게 알려야 한다. 관할 행정청은 직무에 관한 내부의 규율에 있어서, 근로자가 이 법상 권리를 모두 실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근로감독관이 당해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산정하여서는 안 된다.

 

제17조의 2 (근로조건 잠탈 위반에 대한 제재)(신설)

아래 각호의 경우 사용자는 위반행위 1건당 100만원, 위반행위가 해당하는 근로일수 1일당 10만원 중 다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에게 배상하여야 한다.

1. 사용자 또는 사용자를 위하여 노무를 지휘감독하는 자(이하 '사용자 등'이라 한다)가 제17조 제2항의 서면을 근로자의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아니한 경우

2. 사용자 등이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대가 지불을 면탈하기 위하여 계약상 명시한 근로조건보다 하회하는 방식으로 노무를 지휘감독하는 경우

3. 사용자 등이 근로시간의 기록을 거부하는 경우

4. 사용자 등이 기록한 근로시간과 다르게 더 많은 시간의 근로를 지시하는 경우

5. 사용자 등이 근로시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내부 규칙이나 프로그램을 통하여 삭제하는 경우

6. 사용자 등이 근로시간과 관련된 자료를 멸실시키는 경우

 

카토: 역시 키케로 선생이오. 이렇게 법안을 구성하는 경우, 세 가지 지점 모두에 대한 방비책이 설립되는 방법이군요. 이것은 직접 노동자에게 이의제기의 권한과 수단을 정밀하게 안겨주는 것이므로, 실효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키케로: 여기서 제안된 것은 잠정적인 안입니다.

다만, 그 주된 취지는 카토 선생께서 늘 이야기하듯이, 공화국의 시민이 계약관계에 있어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일이 일방 계약 당사자의 자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자의를 제한하려면 위와 같은 지점에 대한 대응들은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끝>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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