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토의 대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정춘숙의원 대표발의)

 

발의연월일 : 2016.  12.  20.

발  의  자 : 정춘숙ㆍ박홍근ㆍ권미혁박경미ㆍ양승조ㆍ강훈식김삼화ㆍ노회찬ㆍ남인순강병원ㆍ전혜숙 의원(11인)

 

의안번호: 4481

 

제안이유: 성가족부의 2013년 ‘전국성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조사 대상자 중 극소수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성폭력사건 수사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무고죄로 의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음.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무고의 피의자가 되어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하게 되는 것임.
  한편, 피고인이 재판을 유리하게 하기 위하여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성적 경험, 행동,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범죄 관련 기록 등 성(性)이력을 증거로 제출하거나 이를 기초로 신문함으로써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이 실추되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2차 피해를 입게 됨.
  따라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무고사건은 성폭력범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종료되거나,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사할 수 없도록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무고 사건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성폭력피해자의 성(性)이력을 성폭력범죄의 입증을 위하여 증거로 채택하거나 이를 기초로 신문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것임.

 

주요내용

가. 검사와 사법경찰관 또는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무고의 혐의로 고소 또는 고발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종료되거나,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무고사건을 조사 또는 수사, 심리 및 재판을 할 수 없도록 함(안 제21조의2 신설).

나.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성이력을 성폭력범죄의 증거로 할 수 없고, 이를 기초로 한 사항으로 조사 및 수사, 신문을 할 수 없도록 하며, 이를 위반하여 조사 및 수사, 신문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재판장은 즉시 이를 중시시키도록 함(안 제28조의2 신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21조의2 및 제28조의2를 각각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제21조의2(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무고 사건에 관한 특례) 검사와 사법경찰관 또는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가 「형법」 제156조(무고)의 혐의로 고소 또는 고발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종료되거나,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무고사건을 조사 또는 수사(인지수사를 포함한다), 심리 및 재판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8조의2(피해자의 성(性)이력 증거 및 신문 배제의 특례) ①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성(性)이력(성적인 경험, 성적 행동, 품행,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범죄 전력 등을 포함한다)을 성폭력범죄의 증거로 할 수 없으며, 이를 기초로 한 사항으로 조사 및 수사, 신문할 수 없다.
  ② 제1항을 위반하여 조사 및 수사, 신문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재판장은 즉시 이를 중지시켜야 한다.

부      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적용례) ① 제21조의2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의 죄의 고소 또는 고발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② 제28조의2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재판 중인 성폭력범죄 사건의 경우에도 적용한다.

 

2. 제안이유에 대한 검토

 

위 개정안은 두 가지 주된 내용에 상응하여 두 가지 주된 제안 이유를 제시한다.

 

가. 의심의 제거와 피의자가 될 가능성의 제거라는 제안 이유에 대하여

 

첫 번째의 무고죄의 수사와 기소, 재판의 시기적 배제는, 그 이유를 "성폭력사건 수사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무고죄로 의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음.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무고의 피의자가 되어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하게 되는 것임."이라고 하고 있다.

 

즉,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의심을 받거나 무고죄로 수사되는 것 자체가 '보호장치의 박탈'이자 '심각한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이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의심의 제거라는 제안 이유에 대하여

 

우선,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보호장치 박탈이나 인권 침해라는 주장을 살펴보자.

 

수사기관은 고소인의 대리인이 아니며 모든 의심을 억누르고 가능한 모든 기회에 처벌을 이끌어내는 처벌극대화 기관이 아니다. 

 

수사기관이 만일 고소인의 대리인이라면, 모든 국민은 다른 국민의 자의 하에 유죄로 처벌될 지위에 있게 될 것이므로, 이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노예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노예 상태를 피하려면 수사기관은 고소인의 고소나 인지 등을 단지 계기로 하여 객관적 진실을 발견하는 수사를 하는 주체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A가 어떤 X라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B가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때 B는 범죄사실이라 생각하는 바를 진술함과 함께 증거를 제출할 것이며, 사인으로서는 취득할 수 없는 증거를 국가기관이 임의수사와 강제수사의 권한을 동원하여 조사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수사기관은 A를 피의자로 수사하게 된다. 때로는 A를 구속하며, 또한 A의 집을 압수수색하거나 그의 통화내역을 보거나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A가 무죄를 주장한다면, A는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근거라고 생각하는 바를 진술함과 함께 증거를 제출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증거와 함께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A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예단하지도 B가 신고한 사실이 허위라고 예단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권한에 기초하여 객관적 사실들을 수집하여 일차적으로 판정을 내리게 된다. 이 판정의 결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면, 수사기관은 기소를 하게 된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수사기관은 계속된 잠정적 판정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하여 이미 수사기관에게 지득된 증거에 기초하여 추가 증거를 수집하고, 또 그 추가 증거에 의해 추가추가 증거를 수집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제한하는 규칙이 있다면, 그 규칙은 일정한 예단에 그 판정을 편향되게 하는 규칙이다. 

 

즉 '의심'이라는 것은 어떤 명제가 참이 아닐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한다는 뜻이다. 의심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명제가 참이 아닐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은 A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예단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수사기관이 일부 증거를 기초로 해서 강제수사의 권한까지 포함한 자신의 권한을 활용해 추가 증거를 다면적으로 수집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제한하는 규칙을 도입한다는 뜻이다.

 

수사기관이 고소장에 기재된 진술들이 표현하는 명제가 참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하도록 강제하려는 목적은 따라서 적정절차(due process)에 어긋나는 목적이다.

 

검찰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편향된 규칙 없이 사실을 조사하도록 명하는 헌법의 정신은 검찰청법 제4조에 규정되어 있다.

 

(검찰청법 제4조
제4조(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2.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

3.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4. 재판 집행 지휘·감독

5.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 수행 또는 그 수행에 관한 지휘·감독

6. 다른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이지, 고소인의 대리인이 아니다. 그리고 제4조 제1항 제1호의 범죄수사, 공소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은, 피고인이 혐의가 없기 때문에 범죄수사를 중단하고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며 공소를 취하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검찰은 용산참사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러한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자신의 직무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한 바 있다.

 

만일 검찰이 공권력의 수행자가 잠정적 피해자의 지위에 있는 사건에서는, 그 피해자의 진술사실에 대한 '의심'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목적을 가진 법에 의해 수사를 제한받는다고 해보라. 이러한 결과는 적정절차의 위배로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찰은 수사에서도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검사는 수사를 통하여 객관적 진실을 발견하여 그에 기초하여 기소권을 행사하는 독립적 관청이다. 그러므로 검사뿐만 아니라 경찰 역시 수사를 통하여 객관적 진실을 발견할 의무를 진다.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을 모으고 유리한 증거는 그 제출이나 현출, 더 나아가 조사를 억압하거나 중지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모든 수사기관에 공통된 의무에 위배되는 것이다.

 

2) 피의자가 될 가능성의 제거라는 제안 이유에 대하여

 

제안이유는 '피의자가 되는 것 자체'가 인권의 침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보증되지 못하는 진술(unwarranted statement)이다.

 

피의자가 되는 것은 모든 무고한 국민에게 열려 있는 불쾌한 가능성이다. 피의자가 되면 수사기관에 출석해야 하고,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다른 형태의 강제수사를 당할 수도 있다. 기소가 되면 길고 어렵고 고된 재판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에서 자유로운 무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은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형사사법체계가 작동할 수 있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자유의 제한이기 때문이다. 형사사법체계가 적정절차를 통해 작동하는 것은, 형사사법체계가 어떠한 형태의 자유에도 간섭하지 않아서 작동불가능하게 되는 것보다, 자유의 전체계에 있어서의 개선이다.

 

국민이 피의자가 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한다면, 한국은 항상적으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 인권 침해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 침해라는 의미로서, 그러한 권리 침해가 사회 전반적으로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자행될 때는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의 이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가 될 가능성을 안고 사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 또는 피의자가 되어 제기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단언이다.

 

만일 피의자가 되는 것이 인권침해라면, 어제까지만 해도 자유로운 인간이었던 피고소인은, 고소인의 고소에 의해 갑자기 인권침해를 당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고소를 당한 피고소인이 피의자가 되어 각종 수사를 받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데 반하여, 그 고소 사실 자체가 무고하다는 점에 관하여 조사를 수행하는 형사사법체계의 작동에 의해 피의자가 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볼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헌법 제12조와 제27조는 형사사법체계의 통상적인 작동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설사 피의자나 피고인으로서 조사받고 재판을 받더라도 그것이 인권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들을 두고 있다.

 

(헌법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⑥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⑦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제27조 ①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중 법률이 정한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
  ③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④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⑤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

제28조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30조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

 

만일 피의자 인권의 현실이 헌법의 규정에 미치지 못한다면,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를 보편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그에 대한 적정한 대응이다.

 

피의자가 되면 곧 인권 침해가 된다고 규정하고서는, 특정한 상황에 있는 사람만 그러한 인권 침해 상황에서 일정 기간 면제시켜 주는 것은 부적절한 대응이다. 그것은 형사사법체계가 현재 인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로부터 특별히 면제되는 특권 집단을 창출하는 대응법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피의자가 될 가능성의 제거는 그러므로 헌법상 원리를 어기거나, 헌법상 지위를 제약하고 박탈할 적정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3) 소결론

그렇다면, (1) 고소인의 대리인이 아니라 공익의 봉사자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들도 조사할 계기들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검사를 비롯한 수사기관에게 체계적인 예단을 가질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2) 그리고 피의자가 되는 것이 곧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특정 범죄에 관하여만 그 가능성을 제거하는 특권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 개정법안은 그 제안 이유부터가 위헌적인 것이다.

 

나. 사회적 평판의 실추와 사생활의 침해 가능성 제거라는 제안 이유에 관하여

 

동 개정안은 성 이력에 관한 증거를 아예 재판에서 모두 배제하는 것의 근거를 '사회적 평판의 실추'와 '사생활의 침해'로 들고 있다. 그러나 범죄사실의 성부와 관련된 사실이라면, 그 사실이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증거로 제출되지 아니하게 할 권리는 누구도 갖지 아니한다.

 

예를 들어 A가 B를 강간으로 고소하였는데, B는 A와 혼외정사관계였다고 주장하며 화간이라고 주장한다. 그 경우 A가 B와 이전에도 화간을 하였느냐는 관련된 증거에 해당한다. 물론 그것은 사생활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것이 범죄의 성부와 관련된 것이라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내세워 제약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재판에서 범죄의 성부와 관련된 사실이 된 이상, 통상의 경우라면 보장되었을 그 특정 사실의 은닉은 타인의 자유와 온전히 양립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는 통상 A에게 B와 그동안 얼마나 자주 만났으며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B의 범죄사실의 성부와 관련된 것이라면 A를 증인으로 불러 A에게 그 사실을 물을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사생활에 대한 합당한 제한, 즉 합헌적인 제한이지 침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사생활에 대한 침해라고 한다면, 통상적인 경우에 사생활로 보호되는 모든 사실에 대한 증언의무는 면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원리는 입헌적 규칙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으로, '사회적 평판의 실추' 역시 마찬가지다. A가 B와 그동안 혼외관계에 있었다는 것, 또는 A가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C, D, E, F와 혼외정사를 했고, F에게 소개받아 B를 만났다는 사실은, B와 A와의 사이에 간음이 있었는가 강간이 있었는가를 결정하는데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설사 이로 인해 제한된 범위에서 사회적 평판이 실추된다고 하여, 그를 막기 위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평판의 실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증거법상 작위적인 제한을 두는 것은 분명히 현명치 못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24조와 제31조는 이미 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①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제1항에 따른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1조(심리의 비공개) ① 성폭력범죄에 대한 심리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결정으로써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증인으로 소환받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은 사생활보호 등의 사유로 증인신문의 비공개를 신청할 수 있다.

③ 재판장은 제2항에 따른 신청을 받으면 그 허가 및 공개 여부, 법정 외의 장소에서의 신문 등 증인의 신문 방식 및 장소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다.

④ 제1항 및 제3항의 경우에는 「법원조직법」 제57조(재판의 공개)제2항·제3항 및 「군사법원법」 제67조제2항·제3항을 준용한다.  <개정 2013.4.5.>)

 

즉 동 개정안이 들고 있는 '사회적 평판의 실추'나 '사생활의 침해'의 취지는, 이미 피해자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수사관도 재판관도 변호사도 피고인도 피의자도 그리고 언론기자도 누설하지 못하게 하며, 그 심리와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할 수 있게 하는 위 법률 조항에 구현되고 있다.

 

어떤 사실이 증거로 제출된다는 것은 그 증거를 보는 피고인, 변호인, 검사, 재판관 등에게만 현출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은 법에 의해 그 사실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재판 외부에 그 사실을 가져갈 수도 없는, 공정한 재판절차가 성립하기 위해 필수적인 인원에게 현출되는 것조차 '사회적 평판의 실추'라고 부르는 것은 어의를 지나치게 확장한 것이다.

 

거의 모든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에서는 사회적 평판의 실추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절대적으로 막기 위해서 모든 민사 재판과 형사 재판에서는, 관련된 당사자의 사회적 평판을 실추할 수 있는 증거제출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사법체계의 왜곡이나 형해화를 가져오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기존 법률에 규정된 사회적 평판과 사생활 보호 규정들에 비추어 볼 때, 미리 법률로, 적법한 조사도, 현출도 불가능한 사실 집합의 영역을 창출한다는 입법목적은 정당화될 수 없다.

 

 

3. 무죄추정 원칙 위반

 

위 개정안은 무죄추정 원칙을 위반한다.

 

헌법 제27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에 대한 문외한들에 의해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동어반복적인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당연히 사물자연의 원리상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유죄 판결은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내일이 오기 전에는 내일이 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뻔한 소리다.

 

무죄추정원칙은 세 가지 실질적인 함의를 갖는다.

 

첫뻔째, 재판에서 증거법상 원칙으로 작용한다.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원칙에 의해 증거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의심스럽다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이라 함은 영어로는 reasonable, 즉 사람들이 그러한 근거로 인해 유죄로 단죄되는 것에 대하여 불평을 제기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유죄인 A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해도 피고인이 무죄인 B시나리오가 가능함을 합당하게 배척할 수 없다면, 피고인은 유죄로 판결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형사절차에서 불이익처우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라는 형사절차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다는 별개의 독립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근거가 없는 한,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으로, 즉 인신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중대한 혐의가 제기되기만 하면 구속수사를 하라는 여론은, 이런 의미에서 무죄추정원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신의 구속뿐만 아니라 무기대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모든 불이익 처우가 금지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검찰 기록을 열람, 등사하지 못하는 것, 그러한 열람 등사가 오로지 검찰의 자의에만 광범위하게 달려 있는 상황은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와 함께, 무죄추정의 원칙도 위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이 혐의를 걸고 기소하였다는 이유로, 그 사람은 자신을 대등하게 방어할 지위를 잃고, 검찰이 법정에 제출하는 불리한 증거만에 의해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검찰이나 경찰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면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된다. 이것의 예외는 권력의 지위에 있는 사람의 비위 행위인데, 이들은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의 네트워크에 대한 방비책으로서 국민의 투명한 감시에 노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 남용의 우려가 없는 사인의 경우에는, 연예인 등을 포함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은 모든 이의 혐의 사실이 공공연하게 까발려지는 것을 금지한다.

 

셋째, 형사절차 이외에서의 불이익 처우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많은 이들이 무죄추정 원칙을 당해 형사절차에서의 불이익 처우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하여 “아직 공소제기가 없는 피의자는 물론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되며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하면서(헌재 1990. 11. 19. 90헌가48, 판례집 2, 393, 402; 헌재 1997. 5. 9. 96헌가17, 판례집9-1, 509, 517; 헌재 2009. 6. 25. 2007헌바25, 판례집 21-1하, 784, 798. 등등) 여기서 무죄추정의 원칙상 금지되는 ‘불이익’에는 “범죄사실의 인정 또는 유죄를 전제로 그에 대하여 법률적 ․ 사실적 측면에서유형 ․ 무형의 차별취급을 가하는 유죄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 2010. 9. 2. 2010헌마418, 판례집 22-2상, 526, 542 등등)

 

예를 들어

 

(1) 구변호사법 규정은 변호사에 대하여 범죄혐의로 공소가 제기되면, 판결확정시까지 자동적으로 업무정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것은 무죄추정원칙 위반으로 위헌으로 결정되었다.

(헌재 1990. 11. 19. 90헌가48)

 

(2) 교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무조건 꼭 직위해제처분을 하도록 규정한 구 사립학교법 규정도 무죄추정 원칙 위반으로 위헌으로 결정되었다. (헌재 1994. 7.29. 93헌가3등),

 

(3) 공무원이 형사 기소되면 무조건 꼭 직위해제처분을 하도록 규정한 구 국가공무원법 규정도 위헌으로 (헌재 1998. 5. 28. 96헌가12)

 

(4)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그 형이 확정되기 전에도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한 구 지방자치법 규정도 위헌으로 결정되었다. (2010. 9. 2. 선고한 2010헌마4181 결정)

 

다시 말해 "여기서 ‘불이익’이란" "유죄를 근거로 피고인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 내지 기타 응보적 의미의 차별 취급을 가하는 유죄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을 뜻한다", 

 

많은 이들이 검찰의 피의자 특정이나 기소가 있으면 피의자와 피고인이 속한 통상의 생활세계에서 피고인을 자동적으로 배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해법은 유죄를 근거로 비난하면서 차별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 2010헌마4181 결정의, “공소의 제기가 있는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된다고 할 것으로,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비례의 원칙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며, 여기의 불이익에는 형사절차상의 처분뿐만 아니라 그 밖의 기본권제한과 같은 처분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에 어긋난다.

 

이러한 무죄추정원칙의 수범자는 피의사실공표죄에 의거하여 국가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 사인도 명예훼손죄나 민사상 인격권의 법리에 의해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표하지 아니할 의무를 지게 함으로써, 이 원칙의 수범자가 된다. 국가가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표할 수 없는 것처럼, 사인들도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표할 수 없다. 고발사실을 단정하면서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표하고 그에 터잡아 사람들이 혐의가 제기된 당사자를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이 경우, 국가가 아니라 위헌 결정은 받지 않겠지만, 불법행위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 행위에 대한 공적 토론은, 피의자나 피고인이 적정절차를 부패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적, 공적 권력을 보유한 지위에 있지 않은 한, 무죄 추정 원칙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추상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 목전에 둔 목적이 그것을 무시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무죄추정 원칙은 머리에 잠깐 떠올리지조차 않는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을 우리가 합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죄추정의 원칙은, 혐의를 제기하는 국가 권력이나 사인에 의하여, 우리의 법률적 지위나 사회적 생활관계가 위협받고 좌우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우리 자신의 책임이 아닌 다른 변덕스러운 요인에 의해서 우리의 법률적 지위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그리고 통상적 생활 관계가 통제될 가능성을 기꺼이 수용하는 원칙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도입된 삶은 평등하게 자유로운 시민의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일정한 불편과 답답함, 그리고 억울함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유죄추정의 원칙에 의거하여 행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위 개정법안은 위에서 살펴본 무죄추정원칙을 위반한다.

 

범죄 피해자는 자신의 입은 범죄피해사실을 국가기관에 보고하여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범죄사실을 늦지 않게 조사하도록 할 권리를 갖는다.

 

이것은 헌법 제10조의 국민의 기본권 인권을 보장하는 데서 따라나오는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당연한 함의이다. 범죄피해사실을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이에 뒤이은 적시의 수사조치를 취하여 그 당부를 가려내지 않는다면, 결국 범죄 피해자는 범죄의 증거가 멸실되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종전의 범죄에 터잡아 계속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면 그 피해를 억제할 수단도 갖지 않게 된다. 이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자력구제를 인정하고, 국가가 강제수사권과 처벌권을 갖는 현대형법체계의 필연적 귀결이기도 하다.

 

그런데 특정 범죄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는, 신고를 해보았자 적시의 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도록 법이 정해놓았다면, 그 범죄의 피해자에 대하여 국가는 의도적으로 기본권보호의무를 불이행하게 되는 셈이다.

 

"B의 X범죄의 수사는, A의 Y범죄에 관하여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종료되거나,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조사 또는 수사(인지수사를 포함한다), 심리 및 재판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는 형식의 입법은 합당하게 거부될 수밖에 없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결국 B의 X범죄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자를 부분적으로 불평등하고 부자유한 위치에 제도적으로 처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등하고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의사소통주체들은 이러한 형식의 규칙에 합의할 수가 없다.

 

개정법률안의 내용을 뒤집어서 규정한다고 생각해보자.

 

21조의2(무고범죄 피해자의 성폭력 사건에 관한 특례) 검사와 사법경찰관 또는 법원은 동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수사가 개시된 피의자가 형법156(무고)의 혐의로 고소 또는 고발을 하는 경우에는, 피고소인이나 피고발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에 따른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종료되거나,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고범죄 피해자자의 성폭력사건을 조사 또는 수사(인지수사를 포함한다), 심리 및 재판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와 같은 가상적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에 이것은 무죄추정원칙에 반함은 분명한다.

위 가상적인 법률은 누군가를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고 고소하거나 고발한 이에 대하여, 그 고소나 고발은 사실일 확률이 낮은 반면에, 상대방이 제기한 무고혐의는 사실일 확률이 높다는 전제 하에서, 조사, 수사, 심리, 재판을 일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가상적인 법률이 위헌이라면, 검토 대상인 동 법률안도 위헌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동 개정법률안은, 성폭력범죄로 고소나 고발 등으로 수사가 개시된 피의자는 유죄라는 추정 하에서, 이 피의자의 법률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법률적 권리의 박탈은, 바로 피의자가 유죄라는 추정 하에서 정당화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어느 한쪽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유죄라는 추정이 없다면, 성폭력범죄 피의자의 사건이나 무고사건 피의자의 사건이나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어느 한 사건에 대해서 유죄 추정을 한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고소장이 접수된다 하더라도, 그 뒤에 이은 적시의 수사가 의도적으로 미뤄지고 있다면 수사권의 발동을 촉구하는 범죄피해자의 권리는 형해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인지에 의한 수사까지 금하는 경우에는 결국 그 특정 범죄에 대한 적시의 증거수집을 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는 형사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이 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형사범죄의 진상을 밝히고 이에 대한 공적 처벌을 구할 국민의 보호청구권의 침해가 된다.

 

이는 단지 특정 범죄를 범하였다고 하여 수사가 개시된 자의 기본권 보호청구권을 일정기간 동안 박탈하는 것이므로, 그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기본권을 일정기간 동안 박탈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무죄추정원칙 위반이다.

 

즉 수사가 개시되지 않았다면 원래 가졌을 권리인 형사범죄에 대한 보호청구권을, 단지 수사가 개시되거나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적으로 박탈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특정 범죄를 저질렀다 하여 사인에 의해 고소가 제기되는 순간, 자신이 입은 범죄에 대하여 수사를 촉구하고 재판을 진행하게 할 기본권이, 그 형사절차가 끝날 때까지 전면 박탈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죄추정원칙이 금하고 있는 바로 그러한 법률임은 분명하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범죄피해로부터의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만이 아니다.

 

 

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는 재판절차진술권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입은 피해의 내용과 사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는 피해자 등에 의한 사인소추를 전면 배제하고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형사소송체계 아래에서 형사피해자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형사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증언하는 이외에 형사사건에 관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다"(헌재 2003. 9. 25. 2002헌마533, 판례집 15-2상, 479, 485). 헌재 2011. 10. 25. 2010헌마243, 판례집 23-2하, 93, 98)라고 하여 이것이 기본권임을 분명하게 했다.

 

고소를 했거나 수사기관이 인지할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일정 기간 전면 금지된다면, 그것은 수사에 뒤이은 재판을 그 기간 동안 원천봉쇄하는 것이므로 재판절차진술권의 침해가 된다.

 

재판절차진술권은 기본권으로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는 형사절차에 관한 기본권을, 특정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거나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박탈하는 것이 바로 무죄추정금지원칙이 직접 금하고 있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이 개정안은 증거법상의 무죄추정원칙을 위반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소가 된 피의자나 피고인은, 방어를 위하여 증거가 필요하다. 이 증거는 피고인이 자력으로 구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수사기관의 공적 권위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무고 피해자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데, 자신을 무고하는 데 공모한 공동정범들의 문자 메시지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그 무고자의 위치 정보, 무고자의 집에 보관된 개인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공적 기관에 의한 수사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결국 피의자나 피고인은 자신을 방어할 증거의 수집을 공적 권위에 촉구할 중대한 기반을 잃게 된다.

 

어떤 범죄에 대한 수사는 보통 몇달이 걸리고 일년 정도가 걸릴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재판이 확정되기까지는 사실심에서도 불구속 재판이라면 일년을 훌쩍 넘는 경우가 있고, 상고기간까지 포함한다면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기간 동안 적시에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고 멸실되는 것을 법률로써 강제한다면, 이는 증거법상 체계적인 불이익을 피고인에게 입히는 셈이 된다.

 

피의자는 자신이 스스로 구한 증거를 제출하거나 진술로써 항변할 수 있지만, 이러한 증거와 진술이 불충분할 가능성도 많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그 이외의 추가 증거를 수집하는 것 자체를 법률이 금지한다면, 결국 피의자가 공소제기에 이르기까지의 계속적인 잠정적 판단을 체계적으로 협애화시키는 것이며, 공소제기 이후 법원에 현출되는 증거에 있어서도 체계적인 제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동 개정안은 보호청구권, 재판절차진술권,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단지 특정 범죄로 수사가 개시되거나 공소가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박탈하는 것이어서, 무죄추정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이것이 범죄피해에 관한 국가에 대한 보호청구권, 그리고 재판절차진술권의 침해가 아니라 '제한'이라고 한다면, 그 제한은 모든 국민의 자유의 전체계를 강화한다는 정당화 사유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정당화는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X범죄에 관한 수사, 재판절차는 Y범죄에 관한 수사, 재판절차와 양립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X와 Y 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절차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원래부터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Y 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절차만을 일정기간 박탈하는 것은 오로지 자유를 제한하기만 하는 것이지 새로운 자유를 여는 바가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고소인이 자신의 고소사실을 수사기관에게 의심받지 아니할 자유는 보편적 자유로 성립하지 못한다. 그것은 공적 봉사자로서 수사기관을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에게 편향되게 움직일 지배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결국 평등하고 자유로운 국민들 사이의 기본권과 양립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동개정안의 제21조의 2는 국민의 범죄피해에 대한 보호청구권, 그리고 재판절차진술권,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를, 무죄추정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게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4. 적정절차 원칙 위배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개정법안의 주된 내용 두번째는 증거법상의 제한이다.

 

(개정법안 제28조의2(피해자의 성(性)이력 증거 및 신문 배제의 특례) ①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성(性)이력(성적인 경험, 성적 행동, 품행,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범죄 전력 등을 포함한다)을 성폭력범죄의 증거로 할 수 없으며, 이를 기초로 한 사항으로 조사 및 수사, 신문할 수 없다.
  ② 제1항을 위반하여 조사 및 수사, 신문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재판장은 즉시 이를 중지시켜야 한다.)

 

이것은 적정절차 원칙에 반하여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위 제28조의 2는 수사단계에서부터 특정 범죄의 피해자의 모든 성 이력을 아예 증거로 수집할 수도 없게 하고, 재판 단계에서도 증거로 제출될 수도 없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선 헌법 제103조에 위반된다.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여기서 법관의 '양심'은 개인적인 종교관이나 정치관과 같은 포괄적인 신조가 아니라, 법관으로서 직무상 고려해야 할 바를 따라 부당한 제약 없이 심판업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단의 '법률에 의하여'에서의 '법률'은 실질적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하는 법률을 의미한다.

 

만일 전단의 '법률에 의하여'가 단지 형식적 법률만을 의미하고 그 내용은 불문한다면, '특정 범죄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제출하지 못한다'는 법률에 근거하여 무조건 유죄로 판단하여도 위 헌법 제103조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적법절차원칙은 절차가 법률로 정하여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법률의 내용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하여 보면 형벌권의 실행절차인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서,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이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절차를 형성ㆍ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헌재 1998. 7. 16. 97헌바22 결정)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생명ㆍ자유ㆍ재산의 침해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에 의거해서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원리로서, 1987. 10. 29. 공포된 9차 개정헌법에서 처음으로 인신보호를 위한 헌법상의 기속원리로 채택되었는데, 그 의미는 누구든지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의 근거가 있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을 당하지 아니함은 물론, 형사처벌 및 행정벌과 보안처분, 강제노역 등을 받지 아니한다고 이해되는바, 이는 형사절차상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작용으로서 기본권 제한과 관련되든 아니든 모든 입법작용 및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헌재 2001. 11. 29. 2001헌바41, 판례집 13-2, 699, 703-704 헌재 2011. 9. 29. 2010헌마68, 판례집 23-2상, 692, 702 헌재 2012. 12. 27. 2011헌바225, 판례집 24-2하, 467, 475 헌재 2013. 8. 29. 2011헌바253등, 판례집 25-2상, 424, 436)고 일관되게 판시해오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 적법절차(적정절차)가 가장 엄밀하게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 형사피고인의 기본권과의 관계에서다.

즉 “적법절차원칙은 절차가 법률로 정하여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법률의 내용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하여 보면 형벌권의 실행절차인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서,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이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절차를 형성ㆍ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헌재 1998. 7. 16. 97헌바22, 판례집 10-2, 218, 225-226)

 

그런데 개정안은 당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로 선 자의 성(性)이력(성적인 경험, 성적 행동, 품행,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범죄 전력 등을 포함한다) 전반을 아예 증거로 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사회적 평판의 실추'나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정당화하는 것은 비밀누설 금지와 심리 비공개 규정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생활에 대한 권리나 사회적 평판에 대한 권리는 공정한 재판에 대한 권리를 제약하는 근거가 될 수 없는 보편적인 헌법규범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은 앞에서 본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규정은 체계적으로 범죄의 성부를 바꾸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즉, 범죄의 성부와 관련될 수도 있는 일정한 범위의 사실들을 전면적으로 현출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유무죄의 성부라는 재판의 결과를 바꾸려는 목적이 사실상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취지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고 그 선의를 헤하려 볼 수는 있다.

 

즉, 재판관이 피해자로 선 자의 성이력을 보고, 편견에 차서, 피해자의 증언의 신빙성을 그릇되게 배척할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것이라는 취지인 것이다.

 

그러나, 재판관의 편견에 대한 방어막은, 증거법상의 법리와 재판과정 절차에 대한 치열한 비판이지, 재판관이 볼 수 있는 증거 자료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성폭력범죄 사건에서 성 이력은 사건에 따라서는 피고인의 범죄 성부와 최소한의 관련성을 갖는 경우가 있다.

 

혼외정사를 하던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에 따른 (종래는 형사적 책임도 포함한)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채임을 피하기 위해, 강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고소인이 동종의 수법으로 관련성이 없는 많은 이들을 순차적으로 고소하여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무죄의 판결에 이르게 된 경우가 있고, 이번의 고소에서 진술된 사실과 정황도 이전과 유사하다면, 또는 고소인의 친족이 동종의 수법으로 고소를 하여 무고죄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면, 이 또한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데 최소한의 관련성은 갖는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성매매 사실은 인정하나 강간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에, 성범죄 피해자의 지위에 선 자가 직업적으로 성매매를 하였는가 여부 역시 관련된 사실이다. 실제 여러 사건에서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강간에 대하여는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의 판결이 내려진 바가 많다.

 

현행법 하에서도 재판관은 언제나 재판지휘권을 활용하여 범죄의 성부와 관련 없는 성이력에 대한 증거의 제출이나, 증인신문을 중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재판관의 자유심증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이다.

 

성범죄에 있어서 다른 직접적인 물증이 없다면, 피고인이 범죄의 성부를 다툴 수 있는 방법은 고소인과 만나게 된 경위, 고소인을 만난 장소, 고소인과 공소사실 일시 이전과 이후의 관계 등에 관한 증거들을 현출시키는 방법뿐이다. 동 개정안에 의하면 이러한 사실들의 대부분은 현출되지 못하게 된다.

 

피해자의 명예감정을 이유로 한다면, 피해자를 증인으로 하는 반대신문에서 성이력에 관한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위치에 비추어 그러한 질문에 대하여 답하는 것이 심히 심리적 불안정을 가져오는 일임은 이해되는 일이며, 반대신문에서 원하는 대답을 할 가능성은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어차피 매우 낮으며, 피고인이 이에 관하여 사실을 뒷받침하려면 다른 증거를 제출하는 방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도입 정도의 범위를 넘어서서 일체 전과사실이나, 동종의 수법으로 다른 이를 고소한 사실, 피고인과 고소인의 이전의 성적 관계 등등이 현재의 범죄성부와 관련되는 것까지 모두 현출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일정한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달리 조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 개정안은 헌법에서 말하는 '법률에 의한 양심에 따른 심판'을 위배하는, 즉 실질적 적법절차를 위배하는 법률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법률에 따르면 재판관이 다 보았으면 달리 생각하게 될 근거가 되는 적법한 증거를 법률에 의해 보지 못하게 하여 심판하게 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는 "(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헌법 제103조의 취지를 구현한 조항이다. 피해자의 진술을 비롯한 모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양심에 따른 직무상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 조항은 위 형사소송법 제308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위법수집증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정 영역에 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예 증거로 제출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법관의 판단의 기초가 되는 증거의 범위를 제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논의는 재판에 있어서의 불공정성을 기점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는 수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헌법 제12조는 수사의 각 절차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법률과 적법한 절차란 '실질적 적법절차'에 부합하는 절차를 말한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수사기관의 수사는 계속되는 잠정적 판단의 연속이다. 피의자를 구속할지 말지, 기소할지 말지는 기존에 제출된 증거에 기초하여 연속되어 추가로 이루어지는 판단이다. 그런데 그러한 판단의 연속에서 피의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이 법에서 정한 사항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전혀 제출하지 못하게 되고 수사기관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러한 체계적으로 좁혀진 증거에만 기초한 강제처분은, '실질적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이 되기 때문이다.

 

편견의 작동은 분명히 제도가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편견의 작동 방지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아닌 증거들 중 상당부분을 광범위하게 금지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한계를 넘는 수단이다.

 

그러나 A와 B가 서로를 사기죄로 고소하였다고 하여보자. 이 경우 A와 B의 사기죄의 성부는 서로 결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누가 사기죄를 범하였는가는 이전의 A와 B의 전력과 '독립적으로' '편견없이' 이뤄줘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A가 C, D, E, F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기망을 하였다는 혐의로 지금 공소가 제기되고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면, 이러한 사실들은 A와 B의 현재 사건에서 최소한의 관련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단지 전과가 있다거나 현재 혐의가 있다고 해서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정에서 A의 신빙성을 의심할 관련성이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하나 하나의 사건은 독립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성과 관련성의 판단은 판사가 자유심증주의에 의해서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위 사기사안에서 A가 다른 사람들에게 행한 수법에 대한 정보를 증거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침해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개정안 제28조의 2는, (1)  사생활의 침해와 사회적 평판의 실추라는 면에서는 이미 법률규정이 있는 목적을 제안이유로 삼고 있으며 (2) 증거의 조사나 현출을 고소인이나 검사에게 유리하게 체계적으로 좁히는, 실질적 적법절차에 어긋나는 광범위한 증거법상 규칙을 도입함으로써, (3) 양심에 따른 법관의 심판을 제약하여, (4)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좁혀서 해석하는 논의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럴 경우에는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게 된다. 문언상으로는 분명히 위 결론에서 도출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2헌바83))

 

5. 무고죄에 대한 오해

 

법실무가가 아닌 들이 이 법안에 대하여 평가하게 되는 암묵적인 기초는 현행의 무고죄에 대하여 추정하는 그림일 것이다.

 

그 그림은 일반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알기 위해서는 무고죄에 대한 약간의 법리적, 법실무적 설명이 필요하다.

 

무고죄(제156조)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무고죄의 법익은 국가의 심판권의 적정한 행사 또는 처벌권의 적정한 발동이라고 하는 국가적 법익을 해하는 동시에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을 피무고자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고죄는 성립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무고죄에 있어서의 허위는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00. 7. 4. 선고 2000도1908  판결은 "무고죄에 있어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도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하였을 때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5. 31. 선고 96도771 판결. 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도2995 판결 등에서 반복적으로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무고죄에 있어서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그 신고된 사실로 인하여 상대방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 등을 받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비록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독립하여 형사처분 등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거나 허위의 일부 사실의 존부가 전체적으로 보아 범죄사실의 성립 여부에 직접 영향을 줄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내용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를테면 대법원 1996. 5. 31. 96도771 판결은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다투는 과정에서 시비가 되어 서로 허리띠나 옷을 잡고 밀고 당기면서 평소에 좋은 상태가 아니던 요추부에 경도의 염좌증세가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 피고인의 구타를 당하여 상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고소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언정 이를 일컬어 무고죄의 처벌대상인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한 바 있다.

 

또한 대법원 1983. 1. 18. 선고 82도2170 판결 - 강간을 당하여 상해를 입었다는 고소내용은 하나의 강간행위에 대한 고소사실이고, 이를 분리하여 강간에 관한 고소사실과 상해에 관한 고소사실의 두 가지 고소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갑)으로부터 강간을 당한 것이 사실인 이상 이를 고소함에 있어서 강간으로 입은 것이 아닌 상해사실을 포함시켰다 하더라도 이는 고소내용의 정황을 과장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따로이 무고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한 바 있다.

 

또한 신고된 허위사실 자체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도3738 판결)

 

더 나아가 무고죄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는, "고소한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만으로는 결코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은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 바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406 판결 역시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민사재판이었더라면 입증책임을 지게 되었을 피고인이 그 쟁점이 된 사항에 대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여 위와 같은 원칙이 달리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5255 판결 등 참조), 한편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도5114 판결 등 수많은 다른 판례도 일관되게 이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무고죄 피의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 개시를 의미할 뿐이다.

 피의자에 대한 실질적 수사의 진행은 수사의 단서가 되는 기초 증거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설명했듯이 수사기관의 수사는 잠정적인 판단의 연속이다. (부패에 의해 적정절차가 왜곡된 경우를 제외한다면)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할 단서가 없다면 수사는 비합리적으로 무리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되지 않으며, 도주의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면 구속영장은 발부되지 않는다.

 

수사의 개시가 만일 현실에서 그러한 효과를 가져온다면, 즉 별다른 기초 증거나 합리적 사유도 없는데 사람을 구속하고 모욕주고, 압수수색을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수사관행 일반의 개혁을 요청하는 사유가 될 것이다. 즉, 만일 그 그림이 옳다면 성범죄 피의자로 수사가 개시되는 즉시 성범죄자로 단정될 것이고, 절도죄 피의자로 수사가 개시되는 즉시 절도죄 범죄자로 단정될 것이고, 이는 헌법에서 규정한 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될터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특정한 고소인이나 고발인 집단을 무고죄에서 면제시켜주는 특권을 도입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것이다.

 

둘째로 고소된 혐의사실이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아니면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고소인의 고소사실 중 주된 부분, 핵심적인 부분이 허위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를 확신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만 무고죄로 처벌된다.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검사가 그리고 최종적으로 판사가 판단하기에, 무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것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기소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자동적으로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허위로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무고죄를 범했다는 결론으로 결코 연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무고죄를 범했다고 하려면, 이 역시 무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을 받은 대다수의 경우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이 점을 호도하여 마치 최초 고소 사실에 대하여

 

실제로 무고죄로 공소가 제기되는 경우는, 무고를 했다는 점에 대한 결정적이고 중대한 증거가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녹취록이 있거나, 무고를 공모한 공동정범 등이 자백 진술을 하였거나, 완전히 물증과 어긋난 사실을 진술하였거나, 고소인 스스로 자백하였거나 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면 무고죄 적용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실무이다.

 

결국 무고죄 적용을 불기소처분시나 재판확정시까지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년을 미룬다는 것은, 이러한 중요한 증거들이 멸실되게 하는 실질적인 효과들을 갖는다.

 

셋째로, 무고죄로 상대를 고소하는 이는, 자신이 저질렀다고 애초에 고소된 범죄에 더하여 무고죄까지 경합범으로 한꺼번에 처벌받을 위험부담을 진다. 그리고 이 둘은 실무상 거의 같이 간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최초 고소인의 무고죄의 성부는, 최초 고소한 범죄의 유무죄 여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무고죄를 입증하려면 독립적인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자신을 고소한 피해자를 부당하게도 무고죄로 맞고소를 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범죄자의 무고죄 성부는 자신의 성범죄 성부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왜냐하면 성범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무죄의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가 입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성범죄를 객관적으로 저질렀다고 판정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성범죄자 본인이 모를 수가 없다. 그리하여 논리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 자가 고소인을 무고했다고 맞고소한다면, 그 맞고소 행위는 아주 높은 확률로 처벌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고죄로 고소하는 것은,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이 일반적으로 권하는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소송절차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거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고죄 고소가 필요한 때는, 바로 그러한 고소를 통하여 공공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권한을 활용하여서만 접근할 수 있는 증거에 자신의 무죄의 중요한 근거가 달려 있는 경우이다.

즉, 피의자가 실제로 무고하고, 그리고 검찰의 공적 수사력의 활용을 통해서만 관련된 중요한 증거에 접근할 수 있을 때 그 때에만 무고죄 맞고소가 실무적 관점에서 고려해볼 사항이 된다.

 

그러므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무고하지 않고 실제 범죄를 저질렀다면, 무고죄로 맞고소하게 되면, 그들은 성범죄와 아울러 무고죄에 대하여도 유죄판결을 받게 됨으로써 대가를 치르게 된다. 따라서 무고죄 맞고소에 대한 억지는 주어져 있다. 또한 피의자나 피고인이 무고하지 않다면, 그들이 초기에 제출하는 무고죄 수사의 단서가 되는 증거는 그다지 증거력이 강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강제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다른 한편으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무고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들이 맞고소를 통해 수사를 촉구함으로써 접근할 수 있었던 방어의 중요한 증거들을 수집할 수 있게 되므로, 무고죄 고소는 긴요한 것이다. 그리고 긴요한 것을 금지하는 것은 적정절차에 위배하여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

 

6. 관련법상의 피해자 보호 규정의 적실한 활용의 필요성

 

현행법에서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에서는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연령, 직업, 용모 기타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2항에는 동법 동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원들이 성폭력범죄의 소추에 필요한 범죄구성사실을 제외한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범죄피해자는 신변보호 청구권자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서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경찰서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신변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동법 제13조 제1항, 제7조). 신변안전조치는 신분노출금지, 피의자의 대면차단, 사생활 노출차단, 신분변경,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자의 접근차단 등을 포함한다.

 

형사소송법 제198조에서는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수사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을 엄수하며, 수사에 방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수사상 준수사항을 명기하고 있다.

 

인권보호수사준칙 제6조에도 "검사는 수사의 전 과정에서 피의자를 포함한 사건관계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그들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규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형소법 제259조의 2는 "검사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당해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공판의 일시 장소, 재판결과, 피의자 피고인의 구속 석방 등 구금에 관한 사실 등을 신속하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참고인 내지 증인신문과정과 조사과정에서의 피해자의 인격 보호, 조사 시 변호인 및 신뢰할 수 있는 자의 동석, 비디오 중계방식에 의한 신문 및 별도 대기시설을 운영함으로써 피해자 신변안전조치 등의 임무를 행하도록 형사사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는 수사절차에서 그리고 재판절차에서 진술권을 갖는다. 범죄피해자는 형사사법의 각 절차의 단계에서 각종 정보를 제공받으며 피해자진술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는 신뢰자의 동석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성폭력범죄를 포함하여 일반적 범죄피해자 모두에 대하여,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신문하는 경우 증인의 연령, 심신의 상태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증인이 현저하게 불안 또는 긴장을 느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이나 피해자 등의 신청에 의해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63조의 2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의 4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를 통하여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차폐조치와 중계신문은 물적 설비를 사용하여 피해자 증인의 프라이버시와 신변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형사소송법 제165조의 2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0조는, 범죄의 성질, 증인의 연령, 심신의 상태, 피고인과의 관계,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하여 피고인 등과 대면하여 진술하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적 평온을 현저하게 잃을 우려가 있따고 인정되는 자를 증인으로 신문할 때에는 비디오 등 중계시설을 사용하여 신문하거나 차폐시설을 설치한 상태에서 신문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중계신문의 경우 별도로 마련된 증언실에는 피고인의 변호인도 들어가지 못한다. 즉 형사소송규칙 제84조의 5에서 증인을 법정 외의 장소로서 비디오 등 중계장치가 설치된 증언실에 출석하게 하고, 영상과 음향의 송수신에 의하여 법정의 재파장,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증언실의 증인이 상대방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증인신문을 행하도록 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 2 제2항에서는 증언 이외의 의견진술 기회를 갖는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 진술할 수 있는 의견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피해의 정도와 결과에 대한 진술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내용 및 그밖에 당해 사건에 관한 의견진술이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 제1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성폭력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연령, 심리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며, 조사횟수는 필요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성폭력 피해자 신문시 인격권과 사생활을 존중하고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충분히 감안하도록 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및 피해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22조의 3 제3항은 "법원 또는 수사기관은 제21조의 2 제2항의 요건에 해당하는 피해자를 신문 또는 조사하는 때에는 재판이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신뢰관계자의 동석을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2조의 4 제1항에서 "법원은 제2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5호의 규정에 의한 범죄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중계를 통하여 신문할 수 있다"라고 신문방법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규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형사사법절차의 각 단계에서 이러한 제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것이 요청되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규정을 활용해서 개정안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훨씬 넘어서서 무죄추정원칙이나 적정절차의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호청구권 등을 위배하는 광범위한 입법을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다고 할 것이다.

 

7. 성범죄 유죄 성립에 관한 법실무에 비추어본 개정법안의 실질적 함의

 

1990년대까지만 하여도 수사기관과 법원이 성범죄 수사나 유죄 인정에 소극적인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법률가들의 인식도 크게 변하여 지금은 그러한 경우는 일반적으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법실무에서는, 다른 물증이나 목격자가 없다 하여도,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면, 그것 자체가 증거이기 때문에 성범죄의 유죄가 인정된다. 또한 피해자의 직업이 그러한 유죄 인정에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은 노래방 도우미의 진술이 일관되고 전후 정황과 일치하므로 신빙성이 있다 하였고, 노래방에서 피고인과 단 둘이 있었으므로 항거불능 상태로서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이는 이미 10여년이 지난 판례로서, 이러한 판단 방식은 오늘날 법리로 성립되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에서는 "법원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등의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되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등 참조),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362 판결 등 참조)."고 하고 있다.

 

위 대법원 사건에서는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로부터 강제추행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원심판결을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하였다. 즉, 증인이 없는 가운데서 피해자의 진술이 있으면, 그 진술이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배척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의하면, 결국 피해자의 진술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할 독립적인 별도의 결정적 증거가 없으면, 오늘날 법실무에서 성범죄는 유죄로 판결된다는 것이다.

 

결국 무고죄로 맞고소하는 성범죄 피고인은 자신이 성범죄 피해자의 주장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들 별도의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다면, 성범죄와 함께 무고죄로 처벌되는 것이다.

 

결국 이 개정 법안으로 인한 차이는, 그러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증거가 있거나, 그러한 증거를 무고죄 수사를 통해서 수집할 수 있는 그러한 사건의 경우에만 발생한다.

 

즉 그러한 사건의 경우에 그 증거에 기초하여 적시에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그러한 증거가 수사에서 수집도, 재판에서 증거로도 제출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는 것이다.

 

8. 나가며 : 목적의 증대인가 관계의 준수인가

 

대테러방지법안을 입법하였던 국회의원들은, 헌법상 적정절차 위반을 이유로 이 입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국가안보를 무시하는 무도한 자들'이라고 몰아붙였다.

 

마찬가지로 이 법안을 입법하거나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은 어떠한 논증에도 불구하고, 이 입법의 문제점을 지지하는 논증을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는 무도한 자들의 것'이라고 쉽게 이름을 붙임으로써 간단하게 피해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유혹에 빠지는 것이 바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특수한 사정을 이유로 부당하게 제한하는 지름길이었고, 앞으로도 최단의 지름길로 남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헌법적 문제가 가치들을 형량하는 것이라고 본다. 더 많은 범죄자를 잡을 것이냐 아니면 잠재적으로 무고한 이의 이익을 제한할 것인가의 저울질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저울질에서는 자의적인 결단만이 나올 뿐이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자유롭고 평등한 주체들이 공정한 협동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합당하게 거부하지 아니할 행동의 조정을 위한 일반적 원칙에 해당하는가 하지 않는가이다.

 

만일 그러한 원칙에 위반하는 것을 특정한 가치나 이익의 추구를 위해서 관철하게 된다면, 이 때 우리는 모종의 목적론적 사고에 빠지게 된다.

 

전형적인 목적론적 사고는, 중하게 여기는 몇가지 목적을 정해두고, 그 목적을 증진시키는 것을 제1의 과제로 삼는다. 그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민들의 관계가 왜곡되는 것은 그 이론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특정 범죄를 억제하는 최단 경로를 가고 싶다면, 그 특정 범죄에 한해서는 재판없이 처형하는 필리핀의 사례나, 아니면 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한하고 형식적으로만 진행했던 구소련의 사례를 따르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적인 길을 가지 않게 하는 정당성(legitimacy)에 관한 논거들이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법에 복종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과 동일한 원천에 관한 논거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여전히 양면으로 불완전한 면이 발생한다.

 

어떤 사람은 범죄 피해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의 유죄 인정을 공적으로 받지 못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죄를 저질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선고받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24시간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녹화하는 세계에서 살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비극적 사태이다.

그러나 신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사는, 입헌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질서가 할 수 있는 일은, 비극적 사태에 어느 측면으로든 잠정적으로 연루될 수 있는 당사자 모두에게 합당한 절차적 기회를 부여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어느 비극적 사태가 더 중대한가, 그리하여 어느 비극적 사태를 최소화하도록 선택할 것인가라는 직감적 질문이 아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여 각자에게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민의 관계를 왜곡시키지 않고, 합당하게 기대할 수 있는 기회와 절차를 부여하였는가를 물어야 한다.

 

중요한 가치에 대한 지향이, 바로 그 의무를 침식하는 근본적 관계의 훼손을 가져오지 않는가는,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쉽게 감춰지는 문제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의는 기울일 가치가 있다. 관계가 훼손된 사회의 구성원들은 타인의 자의에 의해 자신의 법률적 지위가 결정되는 부분적 노예상태에 이르게 된다. 조선시대의 노비들은 양반의 자의적인 처분과 진술에 의해 공적 처분을 받았으며, 반면에 노비들은 양반을 고소하지 못했다.

 

가치의 실현은 자유롭고 평등한 구성원들의 헌장인 헌법규범을 포함한 근본적인 규범의 준수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바탕을 어기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위헌적 도구는, 그 가치가 아무리 중대한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정된다 하더라도, '아니요'라는 답변을 받게 될 것이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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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쫀쫀
    2017.01.06 21: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처음에 특례법을 읽었을때는 여성을 배려하는 좋은 법이라고 생각했는데 특히 가.는 정말 무고하게 고소당한경우 상대의 증거인멸 가능성에 속수무책으로 당할수있단 점과 나.는 이미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을 보호하는 법이 있단 점에서 의미가 없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택시범죄사건은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b
  2. 랑가로
    2017.01.07 11:0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말도 안 되는 법안을 갈기갈기 찢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지합니다!
  3. ???
    2017.01.07 14:2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이 법안은 명백한 인권을 침해하고 위헌적인 발상을 한 법이기에 반드시 이 법안을 폐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4. 팔방
    2017.01.08 00:5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선생님 법사위원회에 명문을 제출해주세요 ㅠ
    • 2017.02.01 17:1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이 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현재 제출되었습니다.
  5. 말같지도않은법
    2017.01.27 12:4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정말 말도안되는법안 폐기해야 하고 오히려 무고죄를 강화해야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 할수있습니다
  6. 제이요
    2017.01.27 12: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개정법안 뿐만 아니라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는 현재의 법과 검경의 수사방식 또한 인권침해 이면 개정되어야 할 사안이라 생각 합니다
  7. 2017.02.05 01:3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8. 2017.02.05 11:0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비밀댓글입니다
    • 2017.02.09 21:5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외부기고는 몇가지 원칙이 충족되는 경우 이루어집니다.
  9. ㅇㅇ
    2017.02.17 22: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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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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