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

 

진정도급이란 무엇인가?

도급인이 스스로 하기에는 비효율적인 일을 수급인에게 맡겨 그 일의 완성을 주문하는 계약이다. 예를 들어 의료기구 판매 사업을 하는 업체A가 전문 코딩과 프로그램 업체 B에게 홈페이지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위장도급이란 무엇인가?

도급인이 스스로 하는 일에 결합시킬 사람이 필요한데, 그 사람을 수급인을 통해 공급받는다. 다만, 이렇게 사람을 공급받는다는 외양을 지우고, 마치 수급인이 독자적인 사업을 하는 것처럼 꾸민다. 예를 들어 여객운송사업을 하는 업체A가, 승무일을 할 사람들은 B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것이다.

 

법적으로 위장도급으로 판명되면 최소한 이는 불법파견으로 간주된다.

불법파견으로 간주되면, 2년을 지나 사용한 노동자에 대하여는 원청(도급인)이 직접 고용의무를 지게 된다.

 

2. 분쟁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현 법제에서 분쟁은 다음과 같이 발생한다.

A업체(원청)의 사업장에서 X근로자가 일을 해왔다.

얼마나 오래 일했나? 2년 넘게 일했다.

그런데 X근로자의 계약상 사용자는 누구였나? B, C, D 였다.

B, C, D는 X근로자를 기간별로 배구공 토스하듯이 토스하면서 계속 A업체의 사업장에서 일을 시켰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먹었다.

물론 계약 형식은 B, C, D가 매번 A와 도급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했다.

 

그런데 D에서 E로 다시 계약상 사용자가 바뀔 즈음, X는 E에게 토스되지 못한다.

원청인 A에게 밉보였거나 아니면 D의 중간관리자에게 밉보였거나, A가 그냥 인력을 감축시키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어쨌든 X는 졸지에 실직자가 되었다.

 

그러나, 만일 2년이 지난 시점에 A가 고용의무를 지게 된다면, X는 실직자가 아니라 A와 직접 고용관계를 맺고 계속 일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것이 걸려 있기 때문에 큰 다툼의 대상이 된다.

 

노동자는 A와 D의 계약이 진정 도급이 아니고 위장 도급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원청A는 A와 D의 계약이 진정 도급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이렇게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애초부터 A는 알고 있다.

그래서 A가 위장도급을 활용할 때조차, 미리부터 진정도급으로 판명되도록 수를 많이 쓴다.

 

결국 문제는 무엇인가?

제1요구: 위장도급을 진정도급으로 꾸미고자 하는JQ(잔머리 지수)를 활용한 짓거리에도 불구하고 위장도급을 제대로 간파해낸다. 그리하여 쓰잘데기없는 중간착취를 막아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또한 노동권을 보호한다. 

제2요구: 진정도급을 위장도급으로 잘못 간파하지 않도록 하여, 각 기업조직이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전문화할 수 있도록 하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위장도급이냐, 진정도급이냐'를 구별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중차대한 문제다. 

 

3. 판례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지금 판례는, 제1요구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즉, 위장도급 업체가 진정한 도급인 것처럼 꾸미는 짓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상태에 빠졌는가?

 

모자이크 판단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자이크 판단 방식이란 무엇인가?

 

여러 잡다한 요소들을 다 살펴보고 종합적으로 인상(impression)이 진정도급 쪽에 전반적으로 가깝나, 위장도급 쪽에 전반적으로 가깝나 판단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제멋대로 방식이다.

 

이 방식은 물론 그럴법한 문장으로 기술되기는 한다.

 

현재의 대법원 판례는 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에서 대표적으로 설시되었듯이 다음과 같은 구별 기준을 따르고 있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한 마디로 여러가지 요소들을 종합하여 '실질'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요소들을 나열해보자.

 

1) 원청의 직간접적인 구속력 있는 업무수행 지시

2)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하는 공동 작업

3)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조건, 근태 점검에 관한 원청의 독자적 권한 행사

4) 계약의 목적이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

5) 전문성, 기술성

6)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

 

이런 것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소리다.

 

이런 종합적 평가 방식이 바로 모자이크 방식이다.

 

이 중에서 넷은 있고 둘은 없으면? 셋은 있고 셋은 없으면?

게다가 위 요소들은 말을 조금 바꾸어 하나의 항목을 두 항목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결론에 따라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요소의 항목 수를 늘릴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의적 결론이라는 혐의를 피하기가 어렵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5), 그리고 6)의 항목 중 설비를 제외하고는 거짓으로 꾸미기가 쉽다는 것이다.

 

1) 원청은 업무수행 지시에 관한 사항을 도급계약서 자체에 포함시킴으로써 계약의 내용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 또한 지시사항을 몰래 전달함으로써 이것이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다. 노동자로서는 이 증거를 얻기가 쉽지 않다.

2) 공동 작업은 보기 나름이다. 생산 라인을 분리시키거나, 서비스 직무를 이름을 따로 붙여서 구별시키기만 하면 된다.

3) '독자적'이라는 조건은 쉽게 감출 수 있다. 선발에 관여는 했지만 원청으로서 그냥 의견 표시라고 하고, 근로조건은 도급계약상 대가금액과 견련되어 있어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고, 근태 점검이야, 당연히 사용사업주가 근태를 점검하고 하청을 통해 피드백을 하므로 걸릴 것이 없다.

6) 독립적 기업조직이야 법인 세우고, 사업자등록하고, 따로 세금 내고 하면 될 일이다.

 

왜 이렇게 난망한 기준을 갖게 되었을까?

 

애초부터 잘못된 전제에서 기준을 탐구하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잘못된 전제란 민법상 도급(A)과,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 또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B)이 개념상 서로 배타적으로 구분된다는 전제다. 그렇게 구분되기 때문에 A와 B의 중심 핵을 설정하고, 그 핵(core)과 얼마나 닮은꼴인가 그 인상을 판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법상 도급은 노무도급을 포함한다. 그리고 노무도급의 많은 부분은 근로자공급과 근로자파견과 같은 실질을 갖는다. 그래서 이 둘은 처음부터 중첩되는 개념이다. 처음부터 중첩되는 개념을 억지로 배타적인 개념으로 보고, 그것들을 나누는 패러다임적 핵을 설정한 후, 핵에 가깝냐 가깝지 안냐를 따지니 자의적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4. 대안적 판단 기준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유리된 개념상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현실의 문제란 무엇인가?

 

진짜로 하청 업체가 일을 더 잘 처리하기 때문에 외주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노동3권 행사 회피하고 인력조정 쉽게 하기 위해서 외주 형식을 취하는 것이 공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청 업체가 진짜 일을 효율적으로 더 잘 처리하는 곳이어서 외주를 줬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니, '종합적 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축차적 판단(lerxical judgment)를 택해야 한다.

 

다음 단계를 거치면서 하나라도 걸리게 되면 위장도급으로 보는 것이다. 즉 그 실질을 근로자공급이나 파견으로 보는 것이다.

 

첫째, 형식상 계약이 근로자공급이나 근로자도급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잘 없다. )

 

둘째, 계약서상 계약의 목적과 대상이 '완성된 일'을 특정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이어야 한다. 그저, 68명을 일정기간에 어디서 일하게 한다, 따위로는 특정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의 수에 비례해서 도급금을 지급하는 임률도급은 이러한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경우다. 왜냐하면 완성된 일이 목적과 대상이라면 사람 수야 아무래도 좋기 때문이다.

 

셋째, 둘 사이에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업무가 특정되어야 한다. "독일연방노동청의 1995년 1월31일의 근로자파견법에 관한 행정지침(Dienstblatt-Runderlass 13/95)에 따르면, 계약상 합의된 작업에 대해서는 분쟁시(정산, 하자 있는 이행으로 인한 책임)에 누가 작업을 행했는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추상적 포괄적으로 기술되어 있거나 작업이 혼합되어 실행됨으로써 작업결과가 분명하지 않게 되는 경우에는 실제로는 근로자 파견이 행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조임영, "근로자파견관계의 판단방식과 기준", 『노동법연구』, 22권, 서울대학교노동법연구회, 2007, 164-165면.)

 

넷째, 계약의 목적과 대상으로 특정된 '일의 완성'을 준수하는 한에서, 근로조건과 근무시간에 관해서 하청의 자율적 조정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도 위장도급이다.  


다섯째, 생산과정에 노동자들이 혼재되어 투입되고 통일적인 교육 및 지시 등 규율을 받아, 하청의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노동자들로 모두 대체하더라도 차이가 없는 경우에도 위장도급이다.

 

여섯째, 맨 마지막으로는 결정적인 질문을 한다. 수급업체는 고유의 전문성, 기술성, 설비, 노동조직, 경영계획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가?  조임영, “근로자파견관계의 판단방식과 기준”, 『노동법연구』 22권, 서울대학교노동법연구회, 2007, 165-166면.은 “그리고 도급관계 등의 경우에는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노동력 이외의 고유의 기술이나 특별한 지식과 같은 다른 무엇을 기여하게 되는데, 수급인이 이러한 전문성이나 기술성을 갖출 경우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부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도급관계에서 수급인의 전문성, 기술성은 수급인의 노무급부가 절대적으로 특별한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급인의 업무의 관점에서 특별한 것인지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즉 도급인의 기술이나 지식과는 구별되는 것인 한에서만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수급인의 고유한 기술은 이 형태의 능력을 도급인이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에서만 결정적인 징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판단에 있어 수급인이 독자적인 특별한 기술연구를 부담하는지, 수급인의 현장감독자가 투입된 수급인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직접적으로 구체화할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하여 도급인의 것과 구별되는 고유한 기술과 전문성이 있어야 도급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전문성과 기술성, 설비, 노동조직이 원청의 것이라면 아무리 다른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하기 때문에 일의 완성을 맡긴 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아무런 전문기술도, 물적 시설도, 내부의 고유한 훈련체계도, 노항도, 경영계획도 갖추고 있지 못하면 그렇게 우회해서 노동자를 사용케 하는 것은 중간착취만 더할 뿐, 사회의 생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이렇게 축차적으로 판단했을 때, 앞서 던진 핵심 요구들을 다 수용할 수가 있다.

정말로 효율적으로 일을 잘해서 외주를 줬다면, 그 외주는 인정된다. 그러니 기업들은 자신들이 직접 수행하면 덜 효율적으로 되는 일들을 여전히 외주를 줄 수가 있다. 그래서 경제의 효율성은 훼손되는 바 없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인력조정을 쉽게 하기 위해, 그리고 노동3권 행사를 막기 위해, 또는 같은 일을 하는들 사람들 사이에 차별을 두어 임금을 아끼기 위해 외주를 줬다면, 이 기준에 의해서는 모두 걸러지게 된다.

 

5. 위장도급으로 판명되었을 때의 처리

 

지금은 위장도급으로 판명되면 불법파견으로 간주되는데, 이 경우 구제방안에 구멍이 있다. 2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위장도급으로 판명되어도, 사용사업주(원청)에게 직접 고용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2년만 넘기지 않으면 계속 불법파견을 하면 되겠다는 인센티브를 준다.

그래서 중간착취와 노동3권 회피를 부추기는 셈이 된다. 사람만 바꿔가면서 계속 착취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래서 금지된 파견이나 사내하도급을 한 경우, 원청과 직접 고용계약을 형식적으로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도, 최초 사용시부터 원청과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된 것으로 곧바로 간주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체결된 고용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이며, 그 노동조건은 원청업체의 동종․유사한 업무를 하는 근속기간이 같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으로 체결된 것으로 본다.

이렇게 해야, 인력조정을 하고 싶은 원청은 동종유사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맞춰서 직접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할 인센티브가 생기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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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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