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상황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후보자간 여백이 없는 사전투표 용지가 발급되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11명에 대하여 대검찰청에 고발하였다고 알렸다.

 

법적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 1항 2호 및 형법 제137조를 들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엉터리다.

 

2. 공직선거법 조항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1항 2호는 선거자유방해죄다.

 

해당 법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 ①선거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0.1.25.>

2. 집회·연설 또는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계·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

 

선거용지에 여백이 없다고 기억을 하고 그 기억을 보고하는 행위는 위계,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에도 해당하지 않을 뿐더러, 선거 자유 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지도 않는다.

 

위계,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이란 어떤 것이 자유 행사의 기초가 될 때 성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식 선거당일 지정투표소가 A인데,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해킹하거나 하여 지정투표소를 잘못 찾아가도록 표시를 바꿔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에게 맞는 시간에 지정투표소에 찾아가서 투표를 해야 하는데, 헤매다가 투표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위계,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자신이 투표한 것에 여백이 없다는 기억에 의한 보고는 '위계'나 '사술' '부정한 방법'의 행위태양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투표 자유 행사의 기초가 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런 말을 들어도 기껏해야 투표할 때 기표를 정확하게 해야지, 하는 정도의 주의만 발생시킬 뿐이지, 어디 헤매게 한다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선거자유방해죄는 자유를 직접 침해하는 방해의 결과가 발생해야 성립한다.

 

대법원 2008.7.10, 선고, 2008도2737 판결은 같은 조문 형식을 가진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5항 제2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5항 제2호는 당내경선과 관련하여 ‘경선운동 또는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계ㆍ사술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당내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자’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당내경선의 자유’는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에서의 ‘투표의 자유’와 경선 입후보의 자유를 포함한 ‘경선운동의 자유’를 말한다. 한편, 같은 항이 당내경선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로서 제1호에서 폭행ㆍ협박, 유인, 불법 체포ㆍ감금행위를, 제2호에서 경선운동 또는 교통의 방해행위를, 제3호에서 업무ㆍ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ㆍ지휘ㆍ감독을 받는 자에게 특정 경선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바, 이들은 어느 것이나 경선운동 및 투표에 관한 행위 그 자체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들인 점에 비추어 보면, 같은 항 제2호에서 정한 “위계ㆍ사술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당내경선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는 같은 호 전단의 경선운동 또는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에 준하는 것, 즉 경선운동이나 투표에 관한 행위 그 자체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단순히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되지 않을 자유’를 방해할 뿐인 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당내 경선에서 투표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의 동의나 승낙 없이 그들을 경선 선거인으로 등록함으로써 그들의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되지 않을 자유’를 방해하였다는 것인바, 위와 같은 행위가 경선운동이나 투표에 관한 행위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5항 제2호에서 정한 경선의 자유 방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되므로,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대법원 2013.3.28, 선고, 2012도16086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1항이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로서 열거한 제1호, 제2호, 제3호는 어느 것이나 선거운동 및 투표에 관한 행위 그 자체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들인 점에 비추어 보면, 같은 항 제2호에서 정한 ‘위계·사술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는 같은 호 전단의 집회·연설 또는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에 준하는 것, 즉 선거운동이나 투표에 관한 행위 그 자체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2737 판결 참조). 한편 공직선거법 제237조 제1항 제2호 후단에서 정한 선거의 자유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선거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투표소를 혼동케 한다거나, 투표안내문을 중간에서 가로챈다거나 하여 투표의 자유가 직접 방해하는 행위가 아닌 한, 제237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유라는 것은 자신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에 관하여 타인의 자의에 의해 간섭을 받는 것을 말한다. 열린 행위 경로가 닫히거나, 좁아지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내가 투표한 투표 용지는 여백이 없더라'라는 보고는, 설사 그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투표소에 가서 기표하고 나오는 행위 경로를 닫거나 좁히는 바가 전혀 없다.

 

3. 형법 조항

 

선관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까지 끌어들였다.

 

해당조항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서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도7034 판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위계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공무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 1997. 2. 28. 선고 96도2825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도1554 판결 등 참조). 한편 신고는 사인(사인)이 행정청에 대하여 일정한 사실 또는 관념을 통지함으로써 공법상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행위로서 원칙적으로 행정청에 대한 일방적 통고로 그 효과가 완성될 뿐 이에 대응하여 신고내용에 따라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행정청의 행위나 처분을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신고인이 허위사실을 신고서에 기재하거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관계 법령에 별도의 처벌규정이 있어 이를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허위 신고가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관계 법령이 비록 신고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사실상 인허가 등 처분의 신청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으나, 이때에도 행정청이 나름대로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더라도 그 신고내용이 허위이거나 법령의 취지에 맞지 아니함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심사를 담당하는 행정청이 신고내용이나 자료의 진실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채 경솔하게 이를 믿고 어떠한 행위나 처분에 나아갔다고 하여 이를 신고인의 위계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없으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2도2064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도9590 판결 등 참조)."

 

첫째로,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에 관한 기억의 보고는, 공무원의 처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선관위는 그대로 일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억의 보고는 선관위의 행위나 처분의 기초가 되는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사자의 행정청에 대한 신고 행위조차도 공법상 행정청 행위가 예정되어 있지 않아, 허위일 경우 위계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데, 행정청에 대한 행위도 아닌 그냥 공중을 향한 기억의 보고가 공무원의 처분과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애초에 공무원의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하는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위계공무집행이 되는 전형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다.

 

"행정청이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그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담당자가 관계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으나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그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신청인의 위계행위에 의한 것으로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862 판결 등 참조)."(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484 판결)

 

이러한 판결에서 확인된 위계공무집행방해의 행위태양 어디에도, 선거용지의 모양에 대한 기억의 보고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것은 법률가에게는 명백한 것이어서 다툼의 여지조차 있기 힘들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검찰에 고발을 했다.

 

그들이 왜 고발을 했을까?

 

허위사실유포 조항이 사라진 이 법현실에서,

권력을 쥔 공직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어떠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에도 재갈을 물리기 위하여, 그리고 자신이 일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 기분이 나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거자유방해죄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와 같은 조항을 엉터리같이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무수행에 대한 비판을 언제나 정확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도박으로 둔갑시킨다.

 

이런 짓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 무리한 법적용을 통해 손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그러한 의사결정을 한 국가공무원 개인에게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워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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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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