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롤즈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읽다가 두 가지 의문이 생겨서 질문드립니다. 첫째로, 롤즈는 공적 이성의 주제가 헌법적 본질과 기본적 정의의 문제들이라고 하는데, 이게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우리나라에 미세먼지가 아주 지독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러이러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진지한 주장에는 공적 이성이 관여하지 않는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런가요? 둘째로, 저는 롤즈의 공적 이성에 대한 설명에서 공적 이성의 '개념'은 입법가와 공직자, 정치가들에게 해당된다고 보았고 공적 이성의 '이상'은 시민들에게까지 적용된다고 보았는데 이건 올바른 이해인가요?

 

 

답변

1. 공적 이성의 일차적 주제가 헌법적 본질과 기본적 정의의 문제들이라고 하였던 것이지, 공공정책의 나머지 문제들이 공적 이성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롤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정의의 원칙이 수립되고, 헌법적 본질(기본사항)이 규정되고, 그에 따른 입법의 틀이 마련되면, 나머지 공공사안의 문제는 그 틀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세먼지의 경우에도 당연히 논의의 전제로 공적 이성이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의 원인, 이동경로에 관한 주장들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고, 그에 대한 대책들도 과학적 증거에 기초하여 수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믿고 싶어하는 바를 우기는 식의 주장은 논의에 의해 기각되게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미세먼지의 문제가 일차적 주제로서 명확하게 해결될 될 수 없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합당한 사람들조차도 의견이 불일치할 수 있는, 판단의 부담이 개입하는 사실과 가치의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것에는 동의하겠지만, 미세먼지의 감축이 다른 선(good)과 맞교환(trade-off) 관계에 있을 때, 어느 정도나 다른 선의 추구를 억제하느냐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을, 정의의 원칙이나 헌법적 본질의 수립을 기초짓는 논증으로 얻어내기는 힘듭니다.

예를 들어 과연 사람들은 자동차 5부제나, 2부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기업 부문의 전기요금의 상승과 맞바꾸어 화력발전소의 추가건설의 포기를 받아들일 것인가. 미세먼지에 더 많이 기여하는 종류의 연료에 대한 가중된 세금 부과를 받아들일 것인가. 더 나아가, 미세먼지 발생 주요원인국과의 공동정책 추진에 소요되는 재정을 부담할 것인가. 또는 주요원인국이 정책협의에 나서지 않게 하는 한 원인이 되는 군사안보에 관한 결정들을 철회하거나 조정할 것인가, 실제로 그렇게 철회하거나 조정하는 것이 정말로 그와 동떨어진 별개 분야인 미세먼지 과제에 적극적으로 상대국을 나서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들은 결국 정의의 원칙과 헌법적 본질사항이 수립된 이후에, 그 사회의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에 관한 계속적인 토론을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요컨대, 미세먼지와 같은 문제에는 공적 이성이 작동하여 명확하게 부당한 주장을 배척할 수 있는 부분과, 공적 이성을 모두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불확정적으로 미결정된 부분이 남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미결정성은 실제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행착오와 계속된 의사소통과정을 통해서 절차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잠정적이고 일응의 논거는 그 사회에서 잠정적으로 고정된 일반적 실천의 준거들에 의해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세먼지 분야가 아닌 다른 건강에 대하여 해를 미치는 오염원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여 왔느냐에 관한 자료들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실천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비판될 수 있기 때문에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희생하고자 하는 경제성장율은 일반 사람들의 의식에서는 매우 낮았습니다. , 이 맞교환(trade-off) 문제에 그 시기에 결착을 보게끔 하는 가치 판단 자체가 시대에 따라 비판적으로 변모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롤즈가 다루는 정치적 정의의 이론은 이러한 불안정한 공공정책 문제에 대한 내용적인 해답을 주는 추론의 방법론은 담고 있지 아니합니다. 다만 그러한 종류의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지켜야 하는 추론의 방법적 제약, 그리고 논의의 절차적 과정의 틀을 규정합니다.

 

2. '개념'은 개념이 지칭하는 외연이나 내포를 일컫기 때문에, 개념이 일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고 말하는 것은 부정확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적 이성에 기반한 행위의 기준이 공직자들에게 적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즉 공적 이성은 공직자 권한을 활용하는 행위의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사인의 사적 행위에는 그러한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웹진을 만들어서 논설을 포스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직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만 문화적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공직자도 사인으로서 행위할 때는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아니합니다. 예를 들어 공직자는 자신의 재산을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지 않고 자신의 부모에게 자유롭게 선물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사인들도 공적 이성의 제약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인들의 행위가 공공 관련성을 가질 때입니다. 예를 들어 경향기업이 아닌 곳에서 종교에 기초하여 채용을 하는 것 등의 행위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민으로서 공적 논의에 참여할 때에는 일정한 담화윤리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 자신의 주장이 단지 자신과 우연히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을 염두에 둔 독백이 아니라, 현재 가치지향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는 형태의 논증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낙태 논쟁에서 '우리가 믿는 종교의 경전에서 낙태는 금지한다고 하였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민이 공적 논의에 참여할 때 공적 이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1) 공적 이성의 개념은 이론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며 (2) 공적 이성의 이상은 공직자와 시민 모두에게 적용되데, (3) 그 이상이 적용되는 형태를 보자면, 공직자는 공적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공적 이성에 기초하지 아니한 행위는 무효가 되거나 절차적 이의를 받을 수 있는 반면에, 시민은 사적 행위에서는 그러한 행위 기준으로서의 제한은 받지 않고, 공공 관련성-즉 타인의 권리에 침해를 가져올 수도 있는- 행위에서는 공적 이성의 기준에 따라 제약을 받으며, 공적 논의에 참여할 때 그 주장에서 공적 이성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동료시민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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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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