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년 전부터는 저서 출간시에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도 출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출판권 설정 계약을 하는 어떠한 출판사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출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여야 합니다.

 

이와 같이 전자책 출간을 함께 하자는 것은 개인적인 신념 때문인데, 한국에서는 출간시장이 계속해서 큰 폭으로 쪼그라들고 있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전체 출간시장 규모가 같은 정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종이책 시장 규모는 줄어들지만, 그 줄어들만큼 전자책 시장 규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전자책의 종수가 얼마 없어, 사람들이 전자책 리더기를 사지 않게 되고, 리더기를 사지 않으니 전자책을 출판사들이 출간하지 않게 되고, 그래서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종이책을 계속 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책을 보지 않게 되고 있습니다.

지금 사회과학책이나 인문학 책을 보는 독자들은 30대 중반 이상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어릴 때부터 사회과학책이나 인문학책을 봐서 보는 습관이 들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 책을 그제서야 보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책을 보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키워야 하고,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리더기로 보는 것을 통해서 책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종이책은 확실히 좋은 면이 많지만, 여러가지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통신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그 불편한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종이책은 가독성이 높고, 관련 내용을 찾기가 편하고, 또 손에 잡히는 감을 주고, 꽂아놓고 책장을 쳐다보면 내가 적극적으로 찾지 않을 때에도 그러한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생긴 것이 예쁘기 때문에 소장할 때도 뿌듯합니다.

 

반면에 전자책은 장서가에게 골칫거리인 공간 문제를 없애주며, 리더기만 갖고 다니면 언제든지 참조할 수 있으며, 노트북 화면에 기대어 세워놓고 책 내용을 정리하기가 훨신 편하며, 구매를 하면 지연 없이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고, 독자 입장에서 책 값이 30% 정도 싼 것이 보통이며, 리더기를 갖고 다니는 게 생활화된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짬이 날 때 책을 읽기가 훨씬 편합니다.   

 

특히 정보가 한도 없이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종이책으로 꼼꼼이 본 책이라 하더라도, 휴대할 수 있는 형태로 늘 갖고 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서는 주거 공간은 점점 더 편의를 위해 작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많은 장서를 쌓아둘 공간을 요구하는 종이책만을 고집하는 것은 이 점에서도 시대 변화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종이책과 전자책은 기능상의 협업이 가능합니다.

예를 법학을 전자책 교과서로 처음부터 공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책을 사서 줄도 긋고, 메모도 하면서 여러번 봐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그 종이책들을 깊이 있게 여러 번 본 변호사라면, 전자책으로 최신 법학 교과서들을 구매하여, 필요한 인덱스나 목차로 찾아들어가서, 당면한 사건에 필요한 부분만 보는 것이 더 편리합니다.

 

즉, 종이책으로는 진지한 학습을, 전자책으로는 참조를 위한 보관과 에세이나 소설 등 휘리릭 보는 독서를 하는 보완적 관계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을 보지 못하고 종이책의 장점만을 거론하면서, 종이책에만 매달리는 것은 책을 보는 습관을 젊은 세대에게 길러주지 못할 가능성만 커집니다.

 

젊은 세대는 전자 기기를 통하여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림책을 열심히 보는 아동에게 책 읽기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하여 징검다리로 만화책을 권할 수 있듯이,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책 읽기에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징검다리로 리더기로 읽는 전자책을 권할 수 있습니다.

 

종이책이 워낙 익숙해진 옛 세대를 기준으로 전자책 출판을 하지 않는 것은 따라서 큰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라면 전자책을 원칙만 내세워서 출간할 수도 없는 일일 것입니다. [즉 출간하는 출판사가 손해를 본다면 설사 전자책 시장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공공재라 한다 해도 개별 출판사가 출간하지 않는 것을 무엇이라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전자책을 함께 출간한 경험으로 보면, 전자책을 출간한다고 해서 특별히 큰 이득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자책을 만드는 비용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즘은 30만원-40만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 비용은 판매수익으로 충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자책 제작은 전문제작사에 외주를 주면 되며, 리더기의 종류별로 파일을 다 만들어주고, 스마트폰에서도 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전자책을 여러 종 출판한 출판사 관계자가 시간이 흐르면 의외로 전자책 수익이 상당 부분 수입을 차지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듣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가 전자책으로도 출간한 세 종의 저서와 관련해서 보자면, 저서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한 적은 없습니다. 

전자책을 우선적으로 찾는 독자들은, 전자책이 없으면 종이책을 살 독자들과는 다른 그룹입니다. 이들은 전자책을 보는 것 자체가 취미이고 습관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구비되어 있는 책 가운데서 골라 독서를 합니다. 그래서 전자책을 내는 것은 종이책의 판매량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추가로 판매수익을 발생시킵니다.

그렇다면, 국내저자를 통해 출간한 종수가 많은 출판사일수록, 전자책을 출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으며, 특히 변화하는 출간시장의 추세를 보았을 때, 추세에 맞는 방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적어도 별개의 전송계약을 체결하느라 로열티를 따로 협상할 필요가 없는 국내 저서의 출간에 있어서는, 전자책을 출간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 5년만 꾸준히 전자책을 모든 출판사들이 출간한다고 하여봅시다.

또한 출판사들이 여유가 있을 때마다, 적어도 이미 출간한 책들 중 인기 있는 책들은 전자책으로 추가로 낸다고 하여봅시다.

 

그럴 경우,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는 종수는 매우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이 때, 정부에게 전자책 리더기를 살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젊은이들에게 무상으로 보조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더기와 같은 매개 기기가 있으면 그 기기를 활용해서 내용을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입니다.

 

리더기의 종류는 관계 없습니다. 요즘 외주를 맡기면 전자책을 만드는 제작회사에서 모든 리더기별로 파일을 다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가볍고 휴대성이 좋은 리더기를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전자책을 들여다 보는 풍경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중대한 문제입니다.

 

출판 관계자들은 사익과 양립가능한 이러한 공공의 목표에 기여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출간하는 계약을 맺을 때, 전자책 출간을 꼭 함께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습니다.

 

출판 관계자는, 종 수가 많아지면 전자책도 쏠쏠한 수익을 안겨준다는 것을 인식하고 전자책을 꾸준히 냄으로써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식장의 모든 적극적 참여자들은, 정부로 하여금 리더기에 대하여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요구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글을 휴대성 있게 소장하기를 원하는 독자들도, 리더기를 직접 써보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서로 보완해서 활용해가면서 읽어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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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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