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하는 사람은 노트북이 필요하다.

 

이는 두 가지 이유다.

첫째, 공부를 하다 보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정리하고 더 발전시키고 할 때가 자주 생긴다.

둘째, 데스크톱이 있는 사무실이나 연구실, 집에서만 검색하고 쓰는 일을 하게 되면 바로 그 시기에 거기서 공부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때에는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어쩔 때에는 커피숍이 더 잘 될 때가 있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 도서관이 더 잘 될 때가 있다. (오늘날 많은 도서관들은 노트북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가장 잘 되는 곳으로 적극적으로 이동해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2. 공부용 노트북을 산다고 했을 때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

 

노트북은 물론 기본적인 속도와 화면 크기는 갖추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노트북은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노트북을 부팅했을 때의 속도, 그리고 인터넷 창을 띄우고 검색했을 때의 속도가 느리면 부지불식간에 정신적 데미지를 누적시킨다. 그리고 화면 크기가 너무 작으면 무의식적으로 피로도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새 노트북을 가격 100만원 내외에서 산다고 한다면, 기본적인 속도와 화면 크기가 크게 문제되는 경우는 없다.

 

그 이외의 속성들(그래픽의 정밀도, 복잡한 게임을 할 수 있을 때 보증되는 속도 등)은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속성들의 만끽은 데스크톱으로 충분하다.

 

3. 사람들이 잘 신경쓰지 않으나 가장 중요한 노트북의 미덕

 

기본적인 속성을 갖춘 노트북의 추가적인 미덕으로 단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판의 부드러움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타이핑을 많이 한다.

 

타이핑할 때 어떠한 심리적 저항감도 없다는 소극적 요건과 아울러, 타이핑할 때 오히려 감각적 즐거움이 유발된다는 적극적 요건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렇게 하면 자료를 정리하거나 글을 쓰는 활동이 리듬을 타고 감각적 쾌락을 유발하는 활동이 된다.

 

약간은 뻑뻑해야 실수로 타이핑이 되거나 하지 않으니, 중간 정도가 좋지 않냐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오해다. 실수로 타이핑을 하는 경우가 잦다면 타이핑 습관을 더 정확하게 연마해서 바꿔야 하는 것이지, 그걸 억지로 눌러지지 않는 자판을 마련함으로써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부드러울수록 좋다.

 

많은 이들이 손가락 건초염에 걸린다. 이는 자판이 부드럽지 않기 생기는 일이다. 조금의 저항이라도 관절에 쌓이면 이게 누적적으로 데미지를 주게 되고 결국 작업을 좀 많이 하는 날이면 손가락이 아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하기가 싫어진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사실은 자판이 좋지 않아서 쓰기 싫은 것인데, 다른 이유 때문에 쓰기 싫다고 착각한다. 자신이 게으르거나, 글의 내용을 생각하는 것이 어렵거나 해서 쓰기 싫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공부의 가장 기본은 몸의 감각이다.

 

허리를 편안하게 세우고, 등을 펴고, 긴장을 하지 않은 채로 리듬을 탈 수 있어야 공부에 쉽게 착수하고, 또 착수한 공부를 쉽게 이어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타이핑할 때 느껴지는 자판의 저항력을 중요시하지 않는 이유는 또한 비효과적인 방식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이핑했다가, 검색했다가, 또 자료를 찾았다가, 글의 구성을 이리저리 바꿔봤다가 하는 식으로 작업하니 자판의 부드러움이 그렇게 중요치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즉 비효율적인 작업 방식으로 비효율적인 자판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는 것이니, 어리석다고 할 수 있다.

 

공부는 아주 복합적인 과업으로서, 과업을 각 단계별로 쪼개어 여러개로 할 수록 효과가 높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과업을 쪼개어 나누다 보면, 자판을 두들기는 과업은 상당히 일정 시간에 몰려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글을 쓰는 과업을 할 때, 필요한 자료들을 상당 부분 읽고 머릿속에 정리가 되고 목차까지 다 잡힌 상태에서 자기 생각을 끌고 나가서 집중적으로 글을 후욱 일단 써봐야 한다. 비문이 되건 말건 일단 주욱 타다다닥 써봐야 한다.

처음부터 문장 하나하나, 문단 구성하나하나 최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면 당연히 자판을 치는 작업이 몰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책을 정리할 때에도,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요약 발췌할 부분을 이미 표시한 걸 갖고 책을 정리해야 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처음부터 읽었다가 정리했다가 읽었다가 정리했다가 하면 당연히 자판 치기 작업이 몰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책을 처음 읽어나가면서부터 정리하면 비효과적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면 지나치게 많은 양을 정리하게 된다. 다 읽고 그 구조를 통으로 파악하고 나서, 읽으면서 표시한 부분 중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요약, 발췌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효과적인 공부 작업은 타이핑 작업을 일정시간에 몰리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판의 중요성이 매우 커진다.

 

그래서 노트북을 살 때에는 자판을 실제로 두드려보고 사야 한다. 매장에 가서 두드려보거나 아니면 노트북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 것을 빌려서 두드려봐야 한다.

 

자판이 부드러우면 세게 칠 필요가 없다. 세게 치면 키보드가 망가지기 쉽다. 애초에 세게 치는 습관이 자판이 좋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부드러운 자판으로 바꾸고 리드미컬하게 미끄러지듯이 손을 옮기면서 타다다다닥 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검사 방식은 이렇다:

"하나 하나의 자판을 눌러봤을 때 저항감이 아주 작은가? 문장을 쓰면서 타다다닥 아주 낮게 활공하듯이 손을 움직여가면서 자연스럽게 쓰이는가? 여러 문장을 연달아 써도 손가락 관절에 무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가?"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노트북이라도, 노트북 종류에 따라서 자판의 부드러움이 다르다. 그래서 회사만 믿을 수는 없다.

 

데스크톱이야 키보드만 바꿀 수 있지만, 요새 노트북은 본체와 일체형으로 키보드 자판이 나오므로, 사고 나서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같은 노트북의 자판은 같은 종류의 자판으로 교체해주므로, 한 번 잘못 사면 영원히 끝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노트북 자판 부드러움에는 추가로 몇십만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것이 공부와 작업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그 몇십배에 달한다.

 

제조업자들이 공부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이 점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지만, 소비자로서는 스스로 골라야 한다.

 

3. 결론

 

공부가 되지 않는 이유가 의외로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시력이 자꾸 변하는 젊은이들은 지금 쓰고 있는 안경 도수가 시력에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오른쪽과 왼쪽의 시력 격차가 큰데도 이 시력 격차를 최대한 좁힐 수 있게 안경알의 도수를 맞추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작업하는 곳의 조명이 지나치게 밝거나 지나치게 어두워서일 수도 있다.

 

작업하는 곳의 의자가 불편해서일 수도 있다.

 

다리를 꼬는 습관 때문에 조금 하고 나면 몸의 불균형이 느껴져서 피로해져서일 수도 있다.

 

지나치게 시끄러운 곳에서 작업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나치게 조용한 상태에서만 계속 작업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작업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것이 공부댜>에서 이야기했듯이, 공부는 요령이다.

공부 자체가 즐거운 리듬감을 주는 방향으로 계속 요령들을 고안하고 개선해봐야지, 의지력으로 돌파하라는 소리는 무식한 소리다. 사람의 의지력은 하루에 주어진 양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공부에 쓸데없이 의지력을 쓰면 의지력이 필요한 다른 일도 못한다. 그러면 사람이 걍팍해져서 연애도 제대로 못한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계속 이 여건에서 작업할 이유가 있을까?'를 고민해보라. 그리고 재정적 부담이 다소 커보이더라도, 그 부담을 지금 안고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재정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좋다.

 

공부에 쓰는 도구들, 공부를 할 때의 몸의 습관, 공부를 할 때의 시간 감각 등 사소한 것들의 항목을 적어보고, 그 중 하나를 골라 일주일 동안 개선 요령을 실천해보라. 그 요령이 몸에 착 달라붙으면서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면, 그 요령으로 옮겨가라.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하나씩 개선하다 보면, 일년이 지나면 자기만의 공부에 대한 몸의 감각이 생긴다. 그 감각을 기억하고, 그 감각적 쾌락의 느낌으로 공부를 끌고 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부는 스톡활동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운 플로우 활동이 될 수 있다.

<끝>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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