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탐구할 때 읽고 활용하는 자료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탐구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사람들이, 자료 정리법을 몰라서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서 아주 간단한 조언을 하고자 한다. 물론 여력이 되는 사람은 여기서 출발해서 논문 정리 및 인용 프로그램 등 좀 더 복잡한 조언을 따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복잡한 조언을 따르게 되면 실천을 하지 않게 되어서 오히려 난망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많은 탐구자의 경우에 복잡한 방식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2. 영구보관의 유일한 두 가지 형태

 

영구보관하는 글 자료는 오로지 두 가지 형태로 제한해야 한다.

책과 파일.

이 두 형태 이외에는 모조리 버려야 한다.

세미나한 스테이플러로 찍힌 발제문, 조악하게 풀제본된 자료집, 출력한 논문, 복사한 책, 모두 버려야 한다. 이런 것을 그대로 탐구공간에 두면 정신 상그럽다. 게다가 어차피 찾아 보지도 못한다. 저런 형태의 자료는 애초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 일단 꽂아놓았을 때 제목이 바깥으로 보이질 않는다. 목차도 없다. 설사 제본이 되어서 예를 들어 <제120회 **학회 특별 학술대회 자료집 - 00의 00>하는 식으로 제목이 세로로 박혀 있다고 해도 별로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 시간 지나면 다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먼지만 수북하게 쌓이고 기관지 건강에 악영향만 미친다.

 

파일을 인쇄한 논문은 파일이 있으니까 한 번 읽고 그걸 기초로 글을 쓰고 치워버리면 되지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 또 봐야 하면 컴퓨터상에서 보든지, 찬찬히 봐야 하면 또 출력하면 된다. 한 번 보고 활용했던 논문 출력물 고이 모셔놓았다가 또 볼 일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세미나 발제문이나 자료집은, 세미나에서 필요한 부분(본문 내용이나 인용문헌 등) 잘 표시해뒀다가, 그 부분만 자기 공부파일에 옮겨적어 놓고 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좀 더 광범위하게 저장해둘 필요가 있으면 필요 부분만 스캔해서 파일로 보관하면 된다. 스캔한 파일은 주제 키워드가 모두 들어가게끔 이름을 잘 정하면 된다.

 

특수한 도서관에 가서 보게 된 것이라 외부로 빌려갈 수가 없어 현장에서 부득이 그 책 일부를 복사한 것들은 재빨리 스캔을 해야 한다. 물론 복사할 때 서지사항 부분도 꼭 복사해야 한다. 복사물을 스캔기에 넣고 누르면 끝이니 별로 수고스러울 것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스캔한 것에는 키워드를 여럿 적어넣어서 검색하기 쉽도록 한다.

 

3. 빌린 책 정리하는 방식

 

세상 모든 책들을 다 살 수가 없다. 어떤 책들은 또 품절되어서 서점에 팔지도 않는다. 원서는 비싸기도 하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게 된다. 빌린 책은 내 것이 아니므로 영구보관할 수가 없다. 그러면 읽고 나서 필요한 부분을 어떤 형태로든 정리를 해야 한다.

 

그때그때 꼭 필요한 부분 타이핑을 하거나 그 읽은 책을 기초로 한 글을 다 써서 정리하면 제일 좋겠지만, 반납기한이 곧 다가오는데 그런 걸 다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책을 필요한 부분만이라고 해도 타이핑해서 다 기록해둔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기획이다. 그러다 보면 지나치게 그냥 책 본문을 타이핑하게 된다. 그러면 나중에 간접인용할 때 또 한 번 어차피 머리를 사매야 한다. 게다가 그렇게 타이핑을 열심히 하면 건초염이나 걸리고 좋지 않다. 

 

그래서 외부로 반출하여 빌린 책은, 책을 읽으면서 중요부분을 키워드와 핵심 쟁점 관련성만을 공부파일에 정리해나간다. 이 때 손글씨로 쓰는 노트에 먼저 적고, 그 다음 일률적으로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공부파일이란, 자신의 공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다 기록하는 문서파일이다.

 

예를 들어 <칸트와 윤리학>이라는 책을 빌려 읽었는데 그 중 중요한 부분이 169-170페이지에 있다면 다음과 같이 공부파일에 정리한다. (책이 여러 편의 논문 모음집일 때에는 책의 페이지만 표시하면 안 되고, 논문 제목과 저자도 같이 정리해야 한다.)

 

[<칸트와 윤리학>, 한국칸트학회 편, 민음사, 1996 중에서 Anselm Winfried Muller, Was ist so gut am guten Willen? Immanuel Katns Moralphilosophie zwischen Utilitarismus und Tugendethik, 김수배 옮김, "선의지에서 선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 공리주의와 덕 윤리에 비추어 본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 철학"

167-168 준칙의 보편화 가능성은 도덕적 허용의 필요 조건이 아니다.

169-170 칸트 준칙의 보편화 가능성이 도덕적 허용을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니다.]

 

이렇게 한 번 주욱 읽고 나서, 자신에게 정말로 지금 곧 필요한 부분은 모듈화를 한다. 즉 문제해결장치 형태로 정리해둔다. 곧 자세히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몇 페이지 정도라면, 그 페이지를 핸드폰으로 찍고, 책 이름으로 폴더를 만들어 그 폴더 안에 파일을 저장하는 방법도 사용할 때 있다. 다만, 이렇게 만든 폴더는 시간이 가기전 빨리 활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자료가 된다.  

 

그 나머지는 색인을 통해서 정말로 필요할 때에는 도서관에 가서 몰아서 찾아본다. 이렇게 함으로써 도서관에 있는 책들도 좀 불편하긴 하지만, 한 번 읽고 치우는 책이 아니라,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책으로 만들 수 있다. 

 

 

5. 영구보관하는 파일 정리하는 방식

 

영구보관하는 파일은 (1) 다운받은 pdf, (2) 스캔한 책과 자료의 pdf와 (3) 사진을 찍은 사진파일 폴더가 있다. 이 모두를 그냥 '탐구자료보관'이름의 폴더 안에 다 집어넣으면 된다.

추가적인 분류는 필요없다. 폴더를 더 이상 만들어서도 안 된다.

 

탐구 초보자들은, 자신이 지금 쓰고 있는 글과 관련한 자료를 따로 분류하는 함정에 빠진다. 예를 들어 A라는 글을 쓰면서 그 글을 쓰기 위해 구한 자료들을 A 폴더에 넣고, 이후에 B라는 글을 쓰면서 그 글을 쓰기 위해 구한 자료들은 B 폴더에 넣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는 결국 나중에 아주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첫째, 그렇게 세부 분류해서 각각의 폴더에 집어넣어버리면 백업시켜두기가 용이하지 않다.

둘째, 찾기(search) 기능을 활용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자료 중 한 번에 관련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셋째, 이미 완성해버린 글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다시 볼 마음이 거의 들지 않으므로, 그렇게 분류해버린 폴더는 죽은 폴더가 된다.

 

논문을 다운받을 때에는 보통 자신이 집중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운받게 된다. 그래서 어차피 '날짜'로 정렬하면 자신이 다운받은 시기로 정렬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요즘 논문 pdf는 그 내용까지 검색을 해주기 때문에, 학자 이름이나 키워드를 넣으면 하나의 폴더 안에서 관련도가 높은 것부터 컴퓨터가 보여주게 되어 있다.

 

그러니, 괜히 세부적 폴더를 이리저리 만들어 자료를 흩어놓지 말고 오직 하나의 폴더 안에 모든 자료를 다 집어넣기를!

 

물론 아예 필요 없어보이는 자료들은 그냥 지워버리면 된다.

 

이렇게 하나의 폴더에 보관을 하면, 그 폴더만 외장하드나 담거나 웹상에 올리면 되므로 백업도 간편하다.

 

그리고 요즘은 조그만 이동저장장치 USB의 용량도 매우 크다. 그래서 USB에 담아 두면, 사용하는 컴퓨터가 달라져도 USB만 꽂아서 그 폴더를 탐색하면 자료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6. 소장한 책 정리하는 방식

 

구매한 후에, 계속 두고두고 봐야 하기에 소장하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간략한 색인을 만든다. 즉 그것이 담은 내용과 페이지수를 쓰는 것이다. 


이것은 책을 읽으면서 공책에 적었다가, 하루가 끝나기 전 타이핑을 하면 된다. 


이런 색인이 있으면, 어떤 책에 어떤 내용이 있는가를 굳이 다 기억하지 않아도, 책으로 돌아갈 수 있다. 

 

책이 많아지면(책장 1개를 넘어가게 되면), 책 이름 순으로 책을 정리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냥 맨 앞글자 초성만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된다. ㄱ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맨 앞에 오는 식이다. 그러면 책장에서 꽂은 책을 다시 집어넣을 때도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간단하다.

 

소장하고 있는 책이 많으면 책의 정확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인터넷에서 그 저자명을 검색해서, 정확한 책 이름을 파악한 다음, ㄱㄴㄷㄹ순으로 정리된 자신의 책장에서 찾으면 그만이다.


<끝>

Posted by 시민교육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BLOG main image
대안민주주의와 사회윤리학 담론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교육센터-배움의 연대망’ 홈페이지 입니다. 이곳에서는 열린 강의 형태의 시민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아이디: civiledulee, 이메일: civiledulee@gmail.com (이한) by 시민교육
전체 글 보기 (949)
공지사항 (19)
강의자료 (89)
학습자료 (344)
기고 (488)
  •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