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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발췌번역] 브루스 N. 왈러 "책임과 자기가 형성한 자아"

by 시민교육 2018. 4. 16.

도덕적 책임과 임무 책임의 구분을 명쾌하게 설명한 논문입니다.

 

실천적 인간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혼동하는(그래서 다니얼 데닛과 프랭크푸르터마저도 일부 혼동한) 두 범주를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즉, 어떤 것에 대하여 도덕적 응분의 판정과 그것에 대하여 결정할 관할권의 판정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브루스 왈러는 도덕적 응분을 도덕적 책임과 상당부분 동의어로 쓰는 오류를 범합니다.

 

그러나 통상 이야기되는 도덕적 책임은 두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구성요소는 책임은 행위자가 규범의 수신자이자, 그 규범을 어겼을 때 타인의 적합한 대응의 상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타인의 재산을 훔치지 말라는 규범의 수신자로서 A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A 자신이 이 규범을 대면했을 때 이 규범을 이행해야 하는 것은 바로 A 자신이며, 또한 이 규범을 위반했을 때 타인의 적합한 대응을 맞이할 주체도 행위자인 A 자신이라는 것이 바로 이 의미의 도덕적 책임입니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타인의 재산을 훔치지 말아야 하며, 타인의 재산을 훔쳤을 때 그것을 돌려주거나 배상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것도 나 자신이고, 또한 정해진 처벌을 받는 주체도 나 자신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런 의미에서의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이것을 행위 규범의 적합한 수신자로서의 도덕적 책임(moral responsibility as appropriate recipent of norms)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의 도덕적 책임은 브루스 왈러조차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왈러는 임무 책임에서 이 내용의 일부를 포함시키고 있지만, 임무 책임은 적합한 대응을 받을 존재가 행위자이다라는 점까지는 포함시키고 있지 않으므로, 임무 책임은 도덕적 책임을 완전히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도덕적 응분으로서의 도덕적 책임(moral responsibility as moral desert)입니다. 도덕적 응분이란, 사회질서에서 정한 어떤 기준을 충족하고 충족하지 못하였을 때 그에 상응하는 어떤 상벌의 절대적 수준이 그 행위에 본질적으로 부착되어 있어서, 딱 그만큼의 상벌을 받아야 마땅하고 아주 공정하다는 사상입니다. 예를 들어 타인의 재산을 어떤 행위태양으로 어떤 액수만큼 훔쳤을 때 그 사람이 징역 몇년을 받는 것이 도덕적으로 응당하며, 그 사람을 인간보다 못한 어떤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 마땅하며, 오히려 그 정해진 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사람을 도덕적으로 책임 있는 존재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념입니다. 또한 이는 반대로 어떤 사람이 뛰어난 성취를 했을 때 그 성취에 어떤 상의 수준이 정해져 있어서 그 상을 마땅히 받을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는 이념입니다. 왈러가 타격하는 것은 바로 이 구성요소에 관한 것이며, 그렇게 읽는 한, 왈러의 논변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왈러는 자유의지에 대한 자연주의적 이해에 따르면, 신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인 자기 행동의 원천을 인간이 갖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그렇게 볼 때 t2 시점의 인간 행위 a는 t1 시점에 그 사람의 심리와 상황을 결정한 요인이 원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규범을 위반하고 규범을 위반하지 않고의 원인은 결국 그 초기 상태의 차이로 소급될 수 있으며, 그 초기 상태의 차이에 대해서 행위자들은 누구도 통제력을 갖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응분 이념에 따른 상벌의 차이는, 사람들이 통제력을 갖지 않는 일에 대해서 신적 통제력을 갖는다는 전제 하에서 주어진 것이어서, 불공정하다는 것이 왈러의 주장의 요지입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형사정책에 관해서는 오히려 20세기 후반보다 퇴행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입니다. 그 흐름은 도덕적 응분의 신화를 가지고서, 완전한 안전이 실시될 때까지 계속해서 형량과 고통을 늘려 엄벌주의를 시행하는 것이, 범죄에 대한 타당하고 공정한 대응이라는 내용입니다. 왈러는 자신의 책에서 그러한 전제가 보증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논증합니다. 이 책은 다음 기회에 요약번역하여 정리하겠습니다.

 

결국 지금 저의 생각은, 인간의 책임은 '임무책임'과 함께 '행위규범의 적합한 수신자로서의 도덕적 책임' 두 가지로 구성되며, 여기에는 '도덕적 응분책임'은 빠진다는 것입니다.

 

BruceNWaller_ResponsibilityandSelfmadeSelf_브루스왈러책임과자기가형성한자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