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도그마틱에서 신분과 행위의 구별

 

범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 및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이를 범죄의 성립조건이라고 하며,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때에는 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이재상, <형법총론> 5, 박영사, 2004, 69)

 

신분과 행위는 모두 구성요건요소이다. 그리고 범죄구성사실들이 이 구성요건요소들에 빠짐없이 해당되었을 때, 구성요건해당성이 있게 된다. 구성요건해당성(Tatbestandsmäßigkeit)이란 구체적인 사실이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성질을 말한다.”(위의 책, 69)

 

신분이라는 것은 정범이 될 수 있는 행위자의 범위에 관한 사항이다. 누구나 행위자가 될 수 있는 범죄인 일반범과는 달리, “신분범(Sonderdelikte)이란 구성요건이 행위의 주체에 일정한 신분을 요하는 범죄를 말한다.”(위의 책, 73.) “여기서 신분이란 범인의 인적 관계인 특수한 지위나 상태를 말한다. (...) 진정신분범(echte Sonderdelikte)이란 일정한 신분 있는 자에 의하여만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를 말하며, 위증죄(152), 수뢰죄(129), 횡령죄(355)가 여기에 속한다. 이에 반하여 부진정신분범(unechte Sonderdelikte)이란 신분 없는 자에 의하여도 범죄가 성립할 수는 있지만 신분 있는 자가 죄를 범한 때에는 형이 가중되거나 감경되는 범죄를 말한다. 존속살해죄(250조 제2), 업무상횡령죄(356), 영아살해죄(251)가 여기에 해당한다.”(위의 책, 74)

 

반면에 행위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하고 유책한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범죄는 먼저 행위의 존재를 요건으로 한다. 그러므로 형법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은 행위이고, 형법이 적용되기 위해서 먼저 행위로서의 성질(Handlungsqualität)을 가져야 한다.”(위의 책, 74)

 

그런데 신분요소와 행위요소는 중첩되지 아니한다.

 

신분에는 성별연령친족관계와 같이 인간의 정신적육체적법적 본질요소가 되는 인적 성질, 공무원 도는 의사와 같이 사람의 사회에서의 지위를 뜻하는 인적 관계 및 영업성상습성과 같은 인적 상태가 포함된다. (....) 그러나 이러한 신분요소는 행위자와 관련된 요소임을 요하고, 행위에 관련된 요소는 신분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관적 불법요소인 고의목적 또는 동기는 여기의 신분에 포함되지 않는다.”(위의 책, 495)

 

, 신분 해당성은 행위자 관련 요소의 충족에 의해 보여지고, 구성요건적 행위 해당성은 구성요건에 추상적으로 규정된 행위 기술과 평가에 해당 사실이 포섭됨에 의해 보여진다.

행위를 전혀 포함하지 않고, 행위도 신분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신분 자체는 행위의 사실적평가적 양상인 행위태양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일반범, 즉 누구나 행위 주체가 될 수 있는 범죄에 관한 조문을 살펴보자.

[형법](이하 모두 형법 조문이다.)

 

253(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 등) 전조의 경우에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촉탁 또는 승낙하게 하거나 자살을 결의하게 한 때에는 제250조의 예에 의한다.

 

여기서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평가받는 행위를 하여라는 말이다. , 위계와 위력은 특정한 태양을 가진 행위 자체이다. 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위계를 행사하거나 위력을 행사하여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 표현양태가 어떠하든 간에, 그것은 모두 위계로 평가받는 행위를 하여또는 위력으로 평가받는 행위를 하여라는 의미이다.

 

, 위계와 위력이라는 구성요건 행위는 신분의 요소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은, 구성요건해당성이 있기 위해서 복수의 행위 평가가 결합되어야 하는 경우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제313, 314조에서도 드러난다.

 

313(신용훼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314(업무방해) 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13조를 보면, 신용을 훼손한다는 평가를 받는 행위 중에서도, 신용훼손 행위를 구성하거나 신용훼손 행위의 수단이 되는 행위가 허위의 사실 유포기타 위계일 것을 요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된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하여 신용훼손을 하더라도 제313조의 신용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 이 경우 구성요건해당성은 어떤 사실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것이 허위의 사실 유포기타 위계로 평가될 수 있음을 요한다.

마찬가지로 제314조도 허위의 사실 유포기타 위계로써또는 위력으로써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그러니 경쟁 기업의 통상적 활동의 결과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가 생긴다거나, 아니면 사실 적시를 함으로써 업무를 방해한다 할지라도 적시된 행위태양에 해당하는 행위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구성요건해당성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허위사실 유포’, ‘위계’ ‘위력은 행위자에 부착되어 존재하는 신분속성으로서 그것이 따로 행사되거나’ ‘행사되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i) 어떤 행위가 있다는 것 그리고 (ii) 그 행위가 그와 같은 행위태양에 해당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력은 그러므로 행위와 독립적으로 신분에 부착되어 존재하는 힘이 아니라, 그 기초가 되는 행위가 없으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행위태양이다. 이를 행위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힘으로 보는 것은 명사(noun)로 언급된 것이 어떤 개체(entity)로서 별도로 존재하고 행위는 그 개체를 불러들이는 것이라는, 표층문법에 의해 야기된 착각이다.

 

위력은 그 자체가 행위라는 점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드러난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벌인 이 사건 불매운동의 목적, 그 조직과정, 대상 기업의 선정경위, 불매운동의 규모 및 영향력, 불매운동의 실행 형태, 불매운동의 기간, 대상 기업인 광고주들이 입은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등에 관한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러한 사실관계에 터 잡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광고주들에게 지속적·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항의글을 게시하고 그 밖의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중단을 압박한 행위는 피해자인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관련된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행위는 (...) 위력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410 판결의 설시는 위력이 신분요소가 아니라 특정한 태양을 가진 행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법원 2009. 9. 10. 선고 20095732 판결도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여 위력이 특정한 태양을 가진 행위라고 보고 있다.

 

355조 제2항을 보자.

 

355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배임력(임무위배력)이 별도로 부착되어 존재하고 있고 그 임무위배력이 행사되었는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설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재산상 이득을 얻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임무를 위배하는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닌 한,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임무 위배 행위는 별도로 존재하고, 또한 그것이 임무 위배 행위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위계로써또는 위력으로써는 어떤 행위가 별도로 있고, 또한 그것이 위계나 위력이라는 행위태양을 갖춘 것이라 평가받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계력이나 위력이 신분에 부착된 것으로 보는 것은, 신분은 행위자관련적 요소이고 구성요건적 행위는 행위관련적 요소라는 형법 도그마틱의 대원칙을 완전히 어기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다음 조문을 살펴보자.

 

303(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012. 12. 18.>

법률에 의하여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자가 그 사람을 간음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여기서 제1항과 제2항의 조문구조의 차이를 알 수 있다.

2항은 신분요소와 간음 요소로 간단히 구성되어 있다. 어떤 사람이 제2항에 정한 감호자라는 신분이 있으면서 간음을 하면 곧바로 구성요건해당성이 있게 된다.

반면에 제1항은 신분요소와 간음행위 요소에 더해 위계로써또는 위력으로써라는 행위요소가 하나 더 있다. 즉 단순한 간음행위 그 자체와는 다른 어떤 행위가 더 존재하고, 더 나아가 그 행위의 행위태양이 위계 또는 위력으로 평가되어야 제303조 제1항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있게 된다.

 

만일 신분요소 자체를 위력으로 보고, 그러한 신분을 갖춘 사람이 간음을 하면 곧 위력간음죄가 성립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제303조 제1항을 제2항의 형식과 같은 다음 조문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303(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문은 제303조 제1항의 조문과 상이하다. 상이한 조문을 같게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

 

이는 다음 두 조문이 전혀 다른 조문이라는 데서도 드러난다.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업무계약 또는 고용계약을 변경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A)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과 업무계약 또는 고용계약을 변경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B)

 

(A)(B)는 같지 않다. (B)와 달리, (A)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신분 요소와 계약 변경 행위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행위 요소가 별도로 성립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력ㆍ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세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7124 판결 등의 설시로 인하여, 위력이 마치 지위 자체에 부착된 요소라고 잘못 생각하나, 이는 지위는 신분요소이고, 위력은 지위에 의한 압박이라는 행위임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는 위 설시를 잘못 읽은 것이다.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분명히 행위이고 지위 그 자체를 보유하고 있음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 ‘허위 사실 유포로써’, ‘위계로써’, ‘위력으로써와 같은 구성요건들은 그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고 그 행위가 바로 그와 같은 규범적 평가를 받는다는 점까지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위의 존재와 행위태양이 그와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을 보이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러한 행위의 포섭은 신고전적목적적 범죄체계론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신고전적목적적 범죄체계는 신고전적 범죄체계와 목적론적 범죄체계의 절충적합일태적 범죄체계이며, 따라서 합일태적 범죄체계라고 하기도 한다. 이 체계에서도 목적적 범죄체계에 있어서와 같이 고의와 과실은 불법을 기초지우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가 된다. 불법은 결과불법과 행위불법으로 구성되며, 행위불법은 다른 형태의 고의에 의하여 인적 불법이 된다. 위법성의 인식이 고의과실과 분리된 독립된 책임요소인 점도 같다. 그러나 이 체계의 중요한 특색은 고의과실의 이중기능을 인정한다는 점에 있다. 즉 고의와 과실은 구성요건요소로서 행위반가치의 판단대상이 되면서 책임요소로서 심정반가치의 판단대상이 된다.”(위의 책, 90)

 

즉 구성요건 중 행위 부분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와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모두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위력으로써부분의 구성요건해당성은 위력이라는 행위태양을 가진 행위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와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모두 갖추었을 때 성립한다.

 

먼저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살펴보자.

 

객관적 구성요건요소(objektive Tatbestandsmerkmale)란 행위의 외적 발생 형태를 결정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행위의 주체, 행위의 객체, 행위의 태양 및 결과의 발생 등이 속한다. 또 결과범에 있어서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도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한다. 고의범에 있어서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의 기본적인 의의는 모든 개별적 요소가 구성요건적 고의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있다.”(위의 책, 108)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기술적 구성요건요소와 규범적 구성요건요소로 나뉜다.

기술적 구성요건요소(deskriptive Tatbestandsmerkmale)란 사실세계에 속하는 사항을 사실적대상적으로 기술함으로써 개별적인 경우에 사실확정에 의하여 그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구성요건요소를 말한다. 이에 반하여 규범적 구성요건요소(normative Tatbestandsmerkmale)는 규범의 논리적 판단에 의하여 이해되고 보완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확정될 수 있는 구성요건요소를 말한다. 절도죄에 있어서 재물의 타인성불법영득의 의사문서공무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기술적 구성요건요소와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의 한계가 항상 명백한 것은 아니다. 기술적 구성요건요소도 어느 정도 규범적 성질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위의 책, 108) 그러나 기술적 구성요건요소로 집어낼 수 있는 행위사실은 있어야 하며, 이 행위사실은 규범적으로 그와 같은 구성요건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위력이나 위계 역시 기술적 구성요건요소로 불완전하게나마 서술할 수 있는 행위사실을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러한 기술적 구성요건요소로 지시할 수 있는 사실이 없다면, 위력간음죄에서 신분과 간음사실이 있을 뿐, ‘위력으로써의 구성요건해당성은 그 기초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 기술적 구성요건요소는, 규범적 구성요건요소 또한 갖추어야 한다. 이는 우리 형법 해석의 다수설인 주관적사회적 행위론의 당연한 결과이다.(위의 책, 88-89)

 

즉 어떤 세력의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고, 그 행위는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케 할 만한것이다.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은 규범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하는 그 행위의 속성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행위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의사를 주고 받는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관련 규범을 지켰을 때의 행위의 보상구조가, 관련 규범을 어김으로써 해당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 행위, 즉 자유의사의 행사 조건을 부당하게 훼손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내가 지금 채무초과상태로 매우 어려우니 나에게 돈을 빌려주시오라는 말을 들으면, 그런 말을 듣지 않았을 때보다 난처한 상태에 처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자유의사의 조건이 훼손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돈을 빌려주지 않아 그 사람과 친했던 관계가 소원해지게 되는 보상결과는, 관련 당사자들이 관련 규범을 모두 지켜도 통상 초래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원해지는 것을 아무리 싫어한다 해도 이것은 보상구조의 부당한 변경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채무초과상태로 매우 어려우니 나에게 돈을 빌려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좋지 않은 소문을 널리 퍼뜨리겠소라는 것은 통상의 금전소비대차 관련 규범들을 어김으로써 부당하게 보상구조를 변경하게 된다. ,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넘어서,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지는 결과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즉 행위가 있고, 그 행위로 인해 통상적 보상구조가 변경되었음까지 입증되어야 이같은 규범적 구성요건요소가 충족되었음을 보이는 것이다.

 

위력은 단순히 신분 그 자체도 아니고, 단순한 권한의 행사도 아니다. 그것은 권한의 남용을 의미한다. 권한의 남용이란, 남용행위로 평가할 대상이 기초사실이 되는 기술적 구성요건요소가 있음과 함께, 즉 이러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죄구성 사실, 즉 그에 해당하는 행위를 집어낼 수 있음과 동시에, 그것을 권한의 남용이자 자유의사 행사의 보상구조를 변경시킨 결과를 갖는 행위임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위력으로써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는 성립하지 아니한 것이다.

 

이 점은 파업이 업무방해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서도 드러난다.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법정의견은 쟁의행위로서 파업(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하여 쟁의행위가 실력행사 행위로서 위력의 기술적 구성요건요소에 상응하는 기초사실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 헌법 제33조 제1),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이와 달리,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2771 판결, 대법원 1991. 11. 8. 선고 91326 판결,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4689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23450 판결,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557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한다.”고 하여, 규범적 구성요건요소까지 충족이 되어야 비로소 구성요건해당성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만일 근로자의 노무제공 거부가 예측할 수 있는 시기에 행해진 것이라면, 사용자는 이를 이미 예측하여 시장가격에 따라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있으므로, 자유의사의 보상구조가 부당하게 변경된 바가 없다.

 

결국 위력으로 평가할 기술적 기초요소가 되는 행위 사실이 있어야 함과 아울러 그 행위 자체가 통상적 자유의사의 보상구조를 부당하게 권한을 남용하여 변경하였다는 규범적 평가가 함께 있어야 위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만일 그러한 점을 부인하게 되면, 2007482 판결은 폐기되고 집단적 노무제공이 있으면 곧바로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구성요건해당성이 성립한다는 과거의 판례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 ‘위력으로써에 관한 하나의 판결은, 다른 판결의 기초가 된 법리를 모두 바꾸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형법 도그마틱을 준수해야 한다.

 

한편, 이에 더하여 그러한 기술적 구성요건요소와 규범적 구성요건요소로 이루어진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이 고의는 신분 자체에 대한 인식이나 간음 자체에 대한 고의와 별개의 위력으로써에 대한 고의, 즉 자유의사 행사의 보상구조를 부당하게 변경시키는 행위에 대한 고의를 의미한다.

이러한 고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위력으로써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성립하지 아니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구성요건적 행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며 어떤 구성요건해당성 조각 효과를 갖는 추가적인 신분이 없었음을 지적하며 소극적으로 입증될 수 없다. 이를테면 그러한 소극적 입증의 시도로서, ‘연인 관계가 아닌 상태라는 것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위력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제시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303(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012. 12. 18.>

 

 

303(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연인 관계에 있지 않으면서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012. 12. 18.>

 

로 변경되게 된다. 조문이 변경되지 않았는데 변경되었다고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이외의 많은 소극적 시도도 마찬가지 형식으로 조문을 다른 것으로 변경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대의 형법 범죄체계론에서 구성요건에서 신분과 구성요건적 행위는 각각 행위자관련요소, 행위 관련 요소로 구분되며 서로를 포함하지 않는다. 신분과 간음만으로 처벌하는 제303조 제2항과 달리 제303조 제1항은 별개의 행위 관련 요소인 위력으로써를 요구한다. 위력이 신분이 아니라 행위태양이기 때문에 행위가 없으면 위력은 없다. 이를 신분에 부착된 힘으로 보는 것은, 신분과 행위태양을 분간하여 따지는 다른 신분범의 해석과 어긋난다. 그러므로 위력으로써부분은 간음과는 별개의 구성요건적 행위로서 간음 이외의 어떤 행위를 기술할 수 있고, 그 행위가 자유의사에 따른 보상구조를 부당하게 변경시키는 행위 또는 자유의사의 행사 자체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규범적으로 부정적인 권한 유월이라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에 더하여 그러한 행위를 하는 고의까지 입증되어야 한다.

 

이것은 특정 구체적 사건의 결론과는 무관한 구조적 분석으로서, 구체적 사건은 이러한 구조에 의한 구성요건해당성이 입증되었는가에 따라 결론이 나야 할 것이다.

 

 

Posted by 시민교육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BLOG main image
대안민주주의와 사회윤리학 담론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교육센터-배움의 연대망’ 홈페이지 입니다. 이곳에서는 열린 강의 형태의 시민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아이디: civiledulee, 이메일: civiledulee@gmail.com (이한) by 시민교육
전체 글 보기 (949)
공지사항 (19)
강의자료 (89)
학습자료 (344)
기고 (488)
  •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