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기, 중기, 단기의 계획

 

사람은 자신의 여건과 기질에 맞게 장기와 중기의 방향과 계획이 섰다 하더라도,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매일매일의 계획을 실천하지 아니하면 소용이 없다.

 

여기서 장기란 몇 개의 기획의 완성이 합해져서 그것을 디딤돌로 하나의 커다란 성취가 발생하는 1년 이상의 기간을 가리킨다.

중기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몇주 또는 몇개월의 기간을 가리킨다.

그리고 단기는 1주일 이하의 기간을 가리킨다.

 

2. 장기 계획이 매번 새롭게 우선 설정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는 것이 좋다.

 

인생의 시기에 따라 장기 계획이 명확히 설정된 상태가 없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현재 올라와 있는 궤도에서 계속 발전하는 것 자체가 장기 계획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제 막 어떤 직업에 진입한 사람은, 계속해서 그 직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배워나가면서 자신의 업무를 충실하게 처리하는 것 자체가 일단은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그 사람에게 '너의 장기 계획은 무엇이냐?'고 물을 때 무언가 새로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둘째는 인간이 끝없이 학습하는 존재이자, 자신의 기질과 여건이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장기의 계획으로 선출직 공무원(정치가)이 되기로, 직업적 학자가 되기로 예전에는 마음을 먹었는데, 최근에는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자기에게 맞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장기 계획이 일단 불명확한 상태가 되고, 이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 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느 시기에나 장기의 방향과 계획이 명확히 있어야 한다면, 사람은, 지금의 자아보다 경험과 지식과 통찰이 더 적었던 과거의 자아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새로운 장기 계획을 아무런 충분한 비판적 검토 없이 성급하게 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두 오류에 모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일상을 유지하는 일들을 하면서도, 장기의 방향이 명확히 서 있지 않은 상태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셋째는, 인생이 어떤 단계를 지나게 되면 과녁처럼 명확하게 설정되는 장기 계획이라는 것이 없는 상태가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장기 계획이 과녁처럼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문화적 관습에서 비롯되는 강박에 불과하다. 잘못된 문화적 관습이란, 인생에서 두드러지는, 화살을 쏘아 맞추듯이 맞춰야 되는 과녁을 늘 설정해야 한다고 전제해놓고서는, 누군가가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과녁으로 무언가를 답으로 내세우도록 촉구하는 관습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A 대학에 가는 것입니다', 'X라는 직업을 갖는 것입니다'라고 답하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만족한다. 대신에 그 고등학생이 '그저 필요하거나 흥미로운 것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규범학에 관하여 잘 알고 싶은데 지금은 규범양상 논리학에 관한 책들을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과녁 중심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관습은 네 가지 문제를 낳는다. 첫째로는, 깊은 반성 없이 어쨌든 간에 사회에서 그럴듯하다고 인정되는 과녁을 자신의 인생 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자신의 기질과 여건을 충분히 맞춰보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돌아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둘째로는, 인생을 과정이 아니라 어떤 목적 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현재 어떻게 사는 것이 충실한 것인가에 관한 사고를 지우고, 오로지 수단으로서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셋째는, 실제로 사람들이 삶을 사는 방식과 괴리되는 사고방식을 낳는 것이다. 실제로 첫 번째 고등학생의 답은 실제 삶에 밀착해 있지 않은 답이다.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수행에 대한 정보를 전혀 드러내주지 않는다. 오히려 두 번째 학생의 답이 지금 자신이 무엇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런데도 질문을 던진 사람은 허공에 붕 뜬 첫 번째 답을 만족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년 뒤의 장기적인 목적 상태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수행하고 있는 것에 의해 살고 있다. 넷째, 이 질문은 인생에서 운(luck)이 차지하는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그리하여 좌절감을 낳는 사고방식(mindset)를 부추긴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평가되는 답은, 수많은 운이 결합해서야 비로소 달성될 수 있는 결과(result)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 답으로 마치 결과를 이미 보증한 것처럼 답했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그 결과를 갖지 못한다면 자신의 인생은 매우 허망한 것으로 잘못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 조금이라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멀리 있는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 무엇을 수행하느냐이다.

물론 과녁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녁은 온전히 자신의 수행의 질과 충실성으로 달성할 수 있는 중기계획의 과녁이어야지, 각종 운이 결합하여 달리 나올 수도 있는 장기계획의 과녁이어서는 안 된다.

 

3. 중기계획의 중요성

 

장기계획은 방향일 뿐이고, 중기계획의 자연스러운 배열과 조합에 의해 그 방향은 구체화되고 하나의 두드러지는 성취를 낳을 수도 있다.

 

사실 과녁이 되는 장기계획을 먼저 세운 다음에야 중기 계획이 나온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히려 방향으로서 우리의 장기 계획은, 중기의 계획들을 충실하게 세우고 실행한 결과로 방향이 잡혀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삶을 사는 제대로 된 방식이다.

 

예를 들어 노벨상을 받은 그 어떠한 학자도, 노벨상을 받는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그 장기계획 하에 부분계획들을 세워 하루의 계획까지 닿는 그런 식으로 삶을 살지 않는다. 노벨상과 같은 것은 실제로는 과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중기의 프로젝트, 즉 논문과 같은 연구결과들을 충실히 수행해나가는 삶들이 반복된 결과로, 다른 학자들과 협업하여 새로운 프로젝트가 설정될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계속 살다보니 그 성과가 인정되어 노벨상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지평에서 자기효능감을 갖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기 이하의 방향과 계획은 꼭 필요하다.

 

중기 계획은 장기 계획에 당연히 영향을 받지만, 필연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어떤 장기 계획을 갖더라도, 인생의 일반적 복지(general welfare)에 도움이 되는 능력들이나 과업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균형 잡힌 몸을 가꾸는 것은 도움이 되며,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를 더 잘하게 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물론 장기 계획에 중기 계획이 긴밀하게 통합되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위와 같은 연유로,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이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 계획과 중기 계획은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구체화하고 형성한다고 봐야 한다.

 

4. 중기계획과 단기계획의 관계

 

중기계획은 과녁으로 설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논문을 한 편 완성하는 것, 몇 kg 체중을 감량하는 것, 외국어 교재 두 권을 마스터 하는 것, 논리학 교재를 마스터 하는 것, 책을 한 권 쓰는 것, 바라던 해외여행을 하는 것 등등.

 

중기계획은 자신의 기질과 여건에 맞는 가치의 방향에 맞는 것이고, 다른 중기계획들과 조화를 이루면 족하다.

 

1주일이나 하루의 단기계획들 중 상당수는 중기계획으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특별히 시간을 내어 반성하지 않더라도 체감하는 것은 단기의 시간이다.

 

우리는 지난 1주일에 무엇을 했는가, 지나간 하루에 무엇을 했는가를 특별한 반성을 하지 않더라도 쉽게 떠올린다.

 

무언가 충실히 했다는 판단은 뿌듯함을 안겨주고,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판단은 공허함과 실망감을 안겨준다. 계획이 없다 하여도 공허함과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래서 단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요령이야 말로 가치의 지평 속에서 살아가는 감각에 꼭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일하거나 공부할 때만 그런 것은 아니고 놀 때도 그렇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할 일을 정하지 않은 휴일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한다.  

 

물론 단기계획의 다른 부분들은 딱히 중기계획과 관련 없는 것들도 많다. 이런 것들은 자신의 삶을 기능하는 형태로 유지하기 위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가스비 납부, 은행에 볼일 보러 가기, 세무관련 업무 처리하기, 헬스 다니기, 청소하기, 재미로 책 읽기, 그냥 널리 알기 위해 책 읽기, 영화보기, 국내 여행가기 등등.

그러나 이런 것들 역시 충실감에 중요하다.

 

이제 이런 단기계획들을 하루하루 충실히 이행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삶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줌과 동시에, 시간이 흐르다보면 다소 예상보다 늦기는 하여도 중기계획을 결국에는 완수하게 될 것이다.  

 

중기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삶의 서사를 쓸 수가 없다. 장기계획으로 아무리 원대한 이야기를 써더라도, 매일매일 중기계획의 조금씩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저 허황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5. 압축된 문제: 중기계획을 녹여낸 매일의 할 일을 이행하기

 

그렇다면 중기계획과 자기 유지를 위한 매일매일의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이행할 것인가로 결국 문제는 압축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에 의지한다. 즉, 중기계획을 완수하게 할 일의 양을 가늠하고, 그 양을 기간으로 쪼개어 매일매일에 할당하는 것이다. 즉 매일 이만큼씩만 하면, 결국에는 시간이 흐르면 중기계획을 다 달성하리라는 아주 기계적인, 희망에 찬 포부를 갖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간단한 일이 있겠는가. 나는 4개의 중기 프로젝트를 완수하고자 한다. 이것을 앞으로 세 달 동안 할 터이니, 90일로 나누기로 하자. 그러면 하루에 이 4개 각각으로 이만큼씩만 하면 되겠구나! 그리고 매일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자! 이렇게 한다면, 90일 뒤에 나는 이것을 다 해놓을 것이다! 으하하하!" 

 

우리 모두는 이러한 포부의 운명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다.

 

이 결의에 찬 인간은 90일 뒤에 4개의 프로젝트는커녕, 단 하나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에라이 될 대로 되라, 이왕 버린 몸 아무렇게나 헤벌레 탐닉하고 살자꾸나, 하고 널부러진 자신을 응시하게 된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이유에서다. 그러한 단순 기계적인 방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은 의무로 주어진 것, 고정되어 융통성이 없는 것, 기계적인 것을 하기 싫어한다. 그러니 하루 이틀 지나지 않아, 매일 하기로 한 것들 중 몇 개가 빵구가 나기 시작하고, 빵구가 숭숭 뚫리면 그다음부터는 아예 손도 대기 싫어진다. 손도 대지 않은 것이 계속 쌓이게 되면 이제는 일의 크기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포부에 찬 인간은 자칭 쓰레기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와 대화를 나눈다.

 

"왜 계획한 것을 하지 않았는가?"

"나는 쓰레기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는 간단한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다.

내가 쓰레기라는 것이 참이라고 해보자. 여기서 쓰레기의 정의는 단기계획을 이행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하여보자.

그렇다면 나는 정의상, 그 어떠한 단기계획도 이행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어쩄거나 그날 하기로 한 것을 실제로 해낸 날이 있다.

예를 들어 병원에 가기로 하였는데 병원에 간 적도 있고, 은행에 가기로 했는데 은행에 간 적이 있고, 숙제를 하기로 했는데 숙제를 한 적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단기계획을 이행할 능력을 지닌 존재다.

따라서 내가 쓰레기라는 것은 참일 수 없다.

 

문제는 단기계획을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미 하루에 할 일을 해낸 능력을 보유하였음이 드러났으므로, 그 능력이 다음날이 된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단기계획을 지속적으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단기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방법에 무언가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실수가 있었던 것일까?

어떤 요령으로 이것을 돌파할 것인가?

 

이것은 바로 다음 글을 통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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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커버
    2018.06.13 19:0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생생한 묘사에 씩 웃고 갑니다~ 닌자 3편은 언제 올라오는지요.
  2. ddd
    2018.06.13 21:35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다음글은 언제 나오나요 ㅎㅎㅎ
    기대됩니다 궁금해요!! ㅎㅎ
  3. soo
    2018.06.15 01:5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다른글도 좋지만 생활이야기 코너가 제게 도움이 많이 돼요.
    실천적 지혜도 배우고 변호사님의 유머러스함까지 덤으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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