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변환
초기 제국에서의 교역과 시장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발견하다
전세계적 자본주의냐 지역적 계획경제냐

여기서 세번재 책은, 칼 폴라니에게 많은 영감을 받고 있는 홍기빈 선생께서 쓰신, 책세상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거기서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비싼 신발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도, 5조 켤레의 신발과 50만 가지의 맛있는 음식을 제공받는 것을 원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평생 쓸 신발 개수는 기껏해야 100 켤레 정도가 될 것입니다. 결국 100켤레 받나 5조 켤레 받나 상관이 없습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닌다. 왜 한계가 있냐? 그것은 인간의 욕망은 몸을 통해 표출되며, 몸 자체와 그것이 움직이는 시공간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신발과 음식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5조 켤레가 아니라 50조 켤레를 준다고 해도 좋다고 할 것입니다. 갑자기 한계가 없어졌습니다. 왜 돈이라는 교환가치 상품이 개입되었을 뿐인데, 한계가 없어집니까? 돈으로 살 수 있는 물품과 용역을 전부 계산해서 최고급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인간의 욕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악마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1. 5000000000000000000원을 준다.

2. 당신이 갖고 싶고 즐기고 싶은 물품과 용역 평생동안 계속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 그러면 스파게티가 나오는 겁니다. 또는 롯데월드 가고 싶으면 롯데월드 티켓이 나옵니다. 그랜저가 갖고 싶으면 그랜저가 나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들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답은 1번입니다.

왜?

만약 돈이 용역과 재화를 살 수 있는 교환가치에 불과하다면, 그렇다면 1과 2는 무차별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을 고를까요 하느님께 물어봅시다 딩동댕’으로 악마가 제안한 안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항상 1번인 것일까요?

결국,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의 독특한 측면이 인간의 욕망을 매우 특수하게 변형시켜 놓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즉, 돈이라는 놈은 단순히 교환가치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돈이라는 놈이 갖는 교환가치 이상의 이득입니다.

1. 돈있는 놈이라는 사회적 신분, 표상으로 부터 오는 명예

2. 돈으로 살 수 있는 권력

3. 미래에 대한 안전한 망

앞의 두가지의 특성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희소한 자원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식을 높은 수준으로 쌓는다’는 것은 매우 적은 사람만이 달성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희소한 일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민교육센터에서 모든 사람이 지식을 높은 수준으로 쌓는 것은 양립가능하고 보편화가능한 일입니다. 한 사람이 지식을 높게 쌓는것은 다른 사람의 지식추구를 전혀 방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명예는 어떻습니까? 유명한 소설가는 소수입니다. 유명한 소설가가 1000명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이미 유명한 소설가가 아닙니다. 또한 서울시민 모두가 시장의 권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평사원들 모두가 사장의 권력을 가질 수 없고, 한국사람 모두가 이건희의 권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권력은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능력이기 때문에, 권력자의 존재는 항상 피지배자나 권력이 없는 사람을 전제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안전한 망은 본질적으로 희소한 자원은 아니지만, 사회안전망이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구조적으로 희소한 자원입니다. 그러므로 그 구조 안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본질적으로 희소한 자원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자는 언제나 실업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본을 소유하는 것 뿐입니다. 위의 가상적 예에서 악마가 언젠가는 능력을 박탈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돈을 받아서 자본가가 되면,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욕망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자본가가 나머지 사회구성원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은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될 수 밖에 없으며, 그러한 권력이 명예와 같이 다른 선(good)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자본주의적 인간의 욕망이 무한한 것입니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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