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올라왔던 <법의 제국> 관련 질의 응답을 모아봤습니다.

2007/05/03 
Q) 소봉

  법의 제국 강의 교안읽고 질문드립니다

교안에서 "자유의 기준선 체계를 침해하는 특허권은 애초에 원리로서 배척"이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 책이 마침 집에 있던 터라 좀더 자세한 설명을 보려고 해당 부분을 찾아보니.. 이한 님께서 추가해서 설명해놓은 내용이더군요^^;.

지적재산권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퍼스트커머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도 후속기술 혁신을 촉진을 가능케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체계"를 매우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수업을 들으면서 '어떤 권리를 부여하고자 할 때 그 권리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공리주의의 기준에 의해 권리를 배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하는 어설픈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와 관련이 되는 것도 같아서 위의 이한님의 설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교안을 보면 자유주의적 평등에서 언급되는 내용인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위책은 흥미가 가는 부분만 그것도 대충 읽은 터라 제 이해 정도가 매우 낮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_-:


A) 이한

 제가 시간이 나면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좀 더 대중적으로 짧게 정리할 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만족스럽게 답변을 드리기 보다는 참조하실 강의를 알려드리는 수준에 그칠 것 같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문을 품으신대로, 어떤 재산권의 구체적 내용을 오직 부의 극대화 기준에 의해서만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인 정당화 논거가 빠져 있는 전략입니다. 부의 극대화로 공리가 극대화된다는 가정이 증명되지 않는 한 부의 극대화 논거가 꼭 공리주의적 논거와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약 일단 재산권의 내용 자체는 부의 극대화를 목표로 규정하고 그 뒤 세금 등으로 부의 분배를 통해서 공리주의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이 두 논거는 서로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의 극대화 논거의 전형적인 특징은 정책policy의 차원과 원리principle의 차원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논거는 자유나 인권조차도 부와 동일 차원의 가치value라고 보고 서로 맞교환되거나 대체가능한 것, 무차별곡선을 그리는 x, y축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와 자원은 같은 차원에서 교환되고 경매될 것이 아니라는 점은 <자유주의적 평등> 제3장 강의를 참조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즉, 자원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 교환이 이루어지려면 언제나 교환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확정짓기 위해서 기준선 체계가 필요하며, 기준선 체계는 경매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매의 전제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예술에 쓸 점토와 같은 차원에서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점토 그 자체의 가치를 결정하기 위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기준선 체계의 자유에는 추상의 원칙, 독립의 원칙, 교정의 원칙, 진정성의 원칙 등이 있는데, 이 중 교정의 원칙만이 시장모방적 규칙과 일관됩니다. 나머지는 설사 부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그런 원칙들을 위배할 것이 요구된다 할지라도, 정책 이전에 원리로서 확고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들입니다.
사전적 평등과 같은 경우에는, 법에 대한 부 극대화 관점에 빠져 있는 평등주의적 관념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재산권이라는 것은 일괴암적인 무정형의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가지 기능으로 분할될 수 있는 법적 권리의 복합체인데, 이 재산권의 구체적인 경계 확정은 사전적 평등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는 여기서 가능한가?>제4강 보충강의 서면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강의 내용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처음부터 들으신 분 이외에는 그 의미가 잘 안와닿을 수 있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여름 쯤에 시간을 내어 짧은 글들로 중요한 명제들 중심으로 글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이를 지적 재산권에 대해서 적용하자면, 약제조업 분야의 부를 극대화하는 특허권의 강도를 A라 하고, 자원의 평등 상황에서 사람들이 구입했을 치료의 보장범위 수준을 가장 잘 보장하는 특허권의 강도를 B라고 한다면, 부 극대화관념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한다면 특허권이라는 재산권이 무조건 A로 확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겠지만, 그러한 관념을 거부한다면 특허권의 여러 측면들을 분할하여 일부를 완화시키는 방안들을 택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복제약의 제조를 허용하는 것은 특허권의 구체적 의미를 정하기 나름인데, 복제약 금지는 제약분야의 부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런 약을 써서 치료를 하고자 하는 환자들의 건강권과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원리의 문제로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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