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전학파의 실업이론은 매우 단순하다. 노동시장만을 분석한 부분균형 모델을 가지고 그들은 수요와 공급을 다룬다. 노동시장에서 공급(노동자들)이 수요(자본가가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수)보다 많으면 실업이 발생한다. 이때 시장이 청산될려면 공급가격이 수요가격에 맞춰서 내려가야 한다.(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얼핏 보면 이 이론은 완벽하다. 그래서, 이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은 ‘실업자가 많은 까닭은 최저임금제와 노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시장만 따로 떼어내서 분석하지 않고, 노동의 수요자체가 투자심리에 연동되어 있다는 것을 모델에 포함시키면 결론이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것은 케인즈가 ‘고용, 화폐, 이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말한 바이다. 즉, 유동성 함정 때문에, 사람들이 화폐를 계속 보유하려고 하고 직접 투자로 연결되는 채권구입이나 기타의 산업자본 투자를 하지 않는 경우에, 지금 투자를 하더라도,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심리가 만연한다. 그렇다면 노동의 가격이 마구 내려간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장의 청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불황기에 어떤 기업이 노동가격이 5만원 내려갔다고 해서 몇명 더 고용하겠는가? 지금 당장 어음값을 댈 수 있을지 아닐지도 참 걱정인데 말이다.)

오히려, 노동의 가격이 내려감으로써 통상적으로 유지되던 수요가 아주 떨어지게 된다. 불황기에는 사람들이 보통 구입하는 소비까지도 아주 줄여버린다. 그렇게 되면 수요가 적어지기 때문에, 호황시보다 낮은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하더라도 더 팔리지 않게 된다. 팔리지 않으니, 노동의 가격을 더 내리고, 그러니 수요는 더 줄어든다. 불황기에는 그렇기 때문에 저축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전체 사회의 부 수준을 낮추어 버리는 저축의 역설을 가져온다. (다만 이것은 적어도 케인즈 모델에 의할 때에는 불황기에 국한된 현상이다. 자본주의가 일반적으로 과소소비 때문에 이윤율이 낮아진다는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다르다.)

즉, 유동성 시장과 노동시장을 연계시켜서 모델을 만들게 되면, 임금의 조정이 항상 시장을 청산하지 않게 됨을 알 수 있다. 특히 비실물경제가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분석 모델을, 노동시장을 잘 관찰해서 경험자료를 수집하고 난 뒤에 귀납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일반적인 상품분석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공급과 수요곡선 모델을 노동시장 분석에 적용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이 그 모델에 따라서 움직이지 않자, 노동자 계급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규범학으로부터 순수한 과학으로서 독립했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공언을 무색하게 하는 모습이다.

자기들이 모델을 만들어 놓고, 그 허구에 따라 실제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공격한다는 것은 그 모델이 규범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전제한다. 즉, 이는 시장이라는 자동조정체제가 윤리적인 결과를 낳는 윤리적인 과정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조정체제가 윤리적으로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여러 곳에서 논증되고 있다.

이러한 논증들을 무시하고 결함이 있는 신고전노동시장 모델을 적용시켜 노동정책을 짜는 것은, 계속해서 자본주의적 불안정성에 노동자계급을 노출시켜서 자본주의적 인간을 영속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노동의 교환을 다시 사회에 부분적으로 묻혀 들어가게 하는 정책은 여러가지가 있다.

(1) 한 사람이 기본적인 생필품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집급하는 최저임금제의 실행은 노동이 노동하는 사람에 붙박이로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인정하면 필연적인 것이다.
(2)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국가의 수혜적인 사업이 아니라 실업보장제도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실업수당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교육훈련을 받고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한,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지급되어야 한다.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업보장제도를 실업보험과 음의 소득세제라는 이원적 체계로 나누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음의 소득세제는 좌파와 우파 모두 채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좌파와 우파가 갈리게 되는 핵심기준선은 기준소득을 정하는 것인데, 우파는 이를 매우 낮게 설정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낮게 설정해버리면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버리게 된다. 기준선은 자본가들의 의견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대중의 충분한 합의에 의해서 인간의 존엄을 갖춘 생활을 기준으로 정해져야 한다.
(3) 화폐에 대한 장에서 밝혔듯이, 부문별로 지역별로 유동성이 제한된 화폐는 노동의 상품으로서의 성격을 탈각시킨다. 국가는 이러한 새로운 화폐의 보급과 그러한 화폐를 주고받는 활동에 대해서 면세는 기본이고 여러가지 보조정책을 써야 한다.
(4) 생산수단은 궁극적으로 모든 인민에게 분점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시장사회주의에 관한 학습자료나 강의에서 상세히 논하겠습니다)

by roemer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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