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로널드 드워킨은 존엄사를 하겠다는 형식적인 문서에 서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존평소에 존엄사 선택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이후 불의의 사고로 '영구적인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Nancy Cruzan의 존엄사 사건을 다루면서, 미연방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존엄사를 불허한 미주리 주의 판단이 합헌적이라고 했던 근거들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이를 검토하면서, 생명의 신성함(sanctity of life), 또는 삶의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 of life)에 대한 보다 정교한 이해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존엄사 문제를 다룰 때, 한편에서는 (1) "그 사람의 의사" (2) "그 사람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존엄사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른 한편에서는 (3) "생명은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생명 연장을 그만두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되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런데 (1), (2) vs (3)이라는 구도는 정말로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피할 수 없는 갈등일까요?

이 문제의 핵심은 주장 (3)의 의미, 즉 국가는 신성한 생명을 (그 생명의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서도) 유지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생명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정교한 가치 분석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 문제는 존엄사의 경우에 모든 개인이 따라야 하는 포괄적인 윤리상의 지침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존엄사와 관련된 결정의 '종교적' 성격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특정한 종교적 교리를 이유로 국가가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극도로 고통스럽거나 무감각한 삶을 연장하는 정책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세속적인(secular) 이해(understanding)를 추구해야 하는데, 이 문제는 존엄사 뿐만 아니라, 낙태, 생명공학 등과도 관련된 중요함 문제입니다. 방법론적으로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같은 말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여러 뜻을 은근슬쩍 하나로 취급하는 논리적 비약을 비판하는 중요한 화두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추상적인 말만 가지고, '그 교육적 직무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아예 인간 자체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다'라는 것으로 둔갑시키는 법원의 판결들이 있음을 볼 때, 이러한 방법론적 문제도 대단히 중요한 사항입니다.

로널드 드워킨이 이 논문에서 개진한 주장은 <생명의 지배영역 >로널드 드워킨 저, 박경신 역, 이화여자대학교생명의료법연구 , 2008에 훨씬 자세히 개진되어 있습니다. 평론가들은 위 책이 로널드 드워킨이 쓴 글들 중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는 앞 부분에서는 낙태 논쟁을, 뒷부분에서는 존엄사 논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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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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