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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논문번역] 로널드 드워킨 <맥키넌의 말>

by 시민교육 2010. 12. 23.

미국 제7순회항소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던 포르노금지법을 초안했던 캐서린 맥키넌의 책 <단지 말Only Words>에 대한 로널드 드워킨의 서평과, 그에 대한 맥키넌의 비판에 대한 대답이 부록으로 실려 있는 Freedom's Law 제10장입니다.

이 글에서 드워킨은
(1) 포르노는 여성을 '침묵시키기' 때문에 자유 자체에 대한 침해다 라는 9장에서 다룬 논변을,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받고 발언을 고무받을 환경을 보장하는 그런 권리란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반박하고
(2) 포르노는 현실이지 단지 말이나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은, 형사처벌의 기초가 되기에는 빈약한 은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3) 포르노가 표현의 자유 조항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평등 보호 조항에 위배되기 때문에 평등을 진작시키기 위해 검열은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평등 보호 조항의 의미가 '평등에 불리한 영향을 주는 행위나 발언을 금지시킬 권리'로 이해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위험천만하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이러한 주장을 개진하면서 맥키넌이 "직장이나 면전에서 포르노를 '들이대는 행동'"과 "집에서 혼자서 포르노 보는 행동"을 같이 묶은 것을 비판합니다.

이러한 드워킨의 서평에 대하여 맥키넌은 드워킨이 포르노작가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며 자신을 침묵시켰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하며 인신공격을 퍼붓습니다.

부록에서는 이러한 반박의 부당성을 다시 한 번 지적합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자유침해나 평등침해라는 맥키넌의 논지에 따르면 드워킨이 맥키넌을 비판하는 것 역시 맥키넌을 침묵시키게 되며(따라서 맥키넌을 비롯한 여성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평등이라는 대의에 큰 방해가 되는 것이므로(평등에 가장 큰 방해가 되는 포르노를 변호하는 영향력 있는 글이므로) 형사처벌해야 할 대상이 될 것입니다. 포르노는 현실이며 맥키넌 스스로가 단정한 바에 따르면 드워킨은 포르노 잡지에 계속해서 글을 쓰대는 작자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드워킨의 글을 번역하거나 소개하는 사람 역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00드라마를 보고 내 아들 동성애자 되면 책임질래!"라는 취지의 괴이한 광고가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적이 있습니다. 맥키넌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이러한 광고는 소수자인 동성애자의 평등에 불리한 영향을 주므로 하루빨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한국 사회 내에서는 소수 종교인 "이슬람은 폭력의 종교이며, 다른 종교들과는 달리 전근대에 머물러 있다"라는 의견 개진이라든지, 어떤 과학자가 "여성이 특출한 물리학자가 될 확률은 낮다"라는 사실판단에 관한 견해를 내놓는다든지, 또는 어떤 철학자가 한국사회의 소수집단인 "페미니스트들은 우물의 독뿌리기의 달인"이라고 캐리커쳐 하는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결론이 도덕적 환경과 정치적 결정에의 평등한 기여의 기회라는 심층적인 평등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유와 평등의 지켜지는 사회는, 자신과 견해를 달리 하거나 (권력자가 검열로 보호하는) 약자가 어떠한 상처도 받지 않는 멸균적 유토피아보다는 훨씬 더 상처와 고통이 존재하는 사회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인내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오직 자기자신 또는 자기와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이 표현내용을 검사하는 권좌에 올라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을 '미리 막기 위하여' 검열관을 고용하는 것을 상찬하는 일에 대해 볼테르만큼이나 오래된 자유주의자의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드워킨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