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롤즈의 사도 사무엘 프리먼Samuel Freeman의 <정의와 사회계약Justice and the Social Contract>의 제1장 "Reason and Agreement in Social Contract View"를 요약번역한 것입니다.

이 1장의 주된 타겟은 고티에 입니다. 물론 고티에를 먹이 삼아 논의를 진행하면서, 롤즈의 사회계약이론의 본질과 그 구성물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너의 의무를 묻는다> 제1장에서 힘에 의한 균형적 타협이라는 홉스주의적인 계약론적 사고는, 결국 '힘이 어디에 얼만큼 분포되어 있는가'라는 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소급해 들어가는 일에 불과한 것으로서 도덕적 추론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분포되어 있는 힘이 정당한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전혀 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애체오 협상bargain을 시작할 토대가 되는 힘의 분포 자체가 정의의 주제subject of justice인데, 고티에식의 사고는 그러한 정의의 주제는 아무런 논거 없이 간단하게 자기 편할 대로 전제로 삼아 버리고 나서 힘에 의한 협상의 결과 추론을 도덕추론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어이 없는 짓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미 힘과 재산권이 다 분포되어 있는 상태에서 "비협동적 자연상태"(A)와 "협동하는 자본주의 상태"(B)만을 비교하고는 B가 나으니까 B가 최고라는 식의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그러나 비협동적 자연상태는 타당한 구성적 추론에서 기준선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롤즈는 다른 계약론자들과는 달리 그러한 자연상태를 전혀 활용하지 않습니다.


참고삼아 본문 중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고티에의 당사자들이 그들의 재산권 주장을 논의를 받치는 밑기둥으로 쓰고(staked) 나서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이전인 지적 존재로서 되고 나서 곧바로 모여 원칙들에 합의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그들은 고티에가 규정한 제한된 원칙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에 대해 합의를 해야만 한다. 그들은 재산권이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규준에 대하여, 그리고 그 권리가 어느 정도인지, 최초 취득과 이전에 관한 주장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지, 교환 ․ 증여 그리고 상속의 요건 등 많은 것들에 대하여 합의를 보아야만 할 것이다. 그들이 그러한 합의를 이룬다면, 그것은 고티에의 견해에서, 재산, 시장 등등의 형태로 귀결하는 협동 제도를 낳을 것인가? 어떤 경우든, 그의 당사자들은, 비계약적인 근거에서 고티에가 주장한 것과 상당히 다른, 재산과 분배를 규정하는 원칙을 인정할 것이다. 더 이른 시점의 합의의 가능성이 보여주는 것은, 고티에 계약의 목적과 결과는 역사적 여건, 그 합의가 체결된 시점이 그 자연상태라는 점에, 의존하는 특이한 것임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이것은 그의 사회적 협동 개념이 이러한 우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나는 여기서 고티에의 당사자들이 그 이전 시점에 협상을 해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예를 들어 그들의 자연적 재능에 기초하여)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협약 체결 시점은 자의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비협동적 기준선의 시점으로 무엇을 고르건 협동은 항상 상호 이득이 될 것이며, 합의가 발생하는 시점은 협동의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연한(fortuiting) 여건과, 자연상태에서의 결정이 정의에 대한 고티에의 설명의 내용을 결정한다"

경제학자 존 로머(John E. Roemer) 역시 고티에의 합의도덕론은 협상을 시작하게 되는 초기 부존자원과 힘의 우열관계에 대한 정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이론이며, 그 정보는 자의적으로 주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은 도덕추론 방식이라고 그의 Egalitarian Perspectives에서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도덕적 추론은 공적 이성에 의하여 합당한 이유들로 파악될 수 있는 근거들에 기초하여 서로에 대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협동의 조건을 밝히는 것입니다.

한편, 이 글은 샌델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롤즈의 사회계약은 전혀 사회계약이 아니며 결국 텅빈 자아관을 가진 단일 추상적 합리적 주체가 개인적으로 선택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롤즈를 무책임하게 까는 부분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도 보여줍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발상은 당사자들이 대칭적으로 동일한 상황에 처해서 합의하게 된다고 해서 그 의미를 잃는 것이 아니며, 차이를 가진 개인들이 만장일치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은 개인을 수단으로 다루지 않게 되는 중대한 제약조건을 부과하게 됩니다.

Samuel Freeman의 글들이 늘상 그렇듯이 롤즈에 대한 정교한 해석과 오독 방지를 위해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글입니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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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2 08: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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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한
    2011.12.22 13: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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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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