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의 개념에 관한 이전 글에서, 모든 사람들의 부담을 공정하게 고려하지 아니하면서 은근슬쩍 힘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비용을 고려하고선, 곧바로 생산성이 늘어났다고 착각하는 오류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오류를 머리에 착 달라붙게 명명하자.

 

"사단장의 오류"라고.

 

사단장이 예하 대대에 시찰을 온다. 대대장과 함께 부대를 둘러보던 중, 사단장은 "왜 이 부대에는 축구장 밖에 없는가? 요즘 하사관과 장교들이 테니스를 즐기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그들을 위해 테니스 장이 하나 쯤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저기 저 언덕 있는 곳에 테니스 장이 있다면 모양이 좋을텐데"라고 말한다.

 

그 이후, 그 대대의 사병들은 휴식시간과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1달동안 완전 생고생을 하여 언덕을 완전히 평평한 평지로 바꾸고, 테니스 코트 벽을 만들고, 네트를 설치하여 테니스장을 완성하였다.

 

사단장의 입장에서 본다. "나는 입술을 움직였을 뿐인데, 테니스장이 생겼다"

그렇다면 "사단장의 생산성 = 테니스장의 가치 / 입술움직이는 데 든 비용" 이렇게 되지 않는가?

진짜 슈퍼맨이 아닐 수 없다.

 

사단장에게 누군가 저런 식의 생산성 측정은 말이 안된다고 이야기하자, 사단장은 어떠한 회계상의 비용도 실제로 추가로 지출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사단장의 생산성 = 테니스장의 가치 / 테니스 짓는데 든 추가 회계비용" 이건가?

 

이 모든 사단장의 변론에는 사병들이 휴식시간을 반납하고 고생을 한 데 들어간 부담의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위 가상적인 사단장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단장들이 득시글득시글 한다.


"임금을 억제시켜 물건을 싸게 만들면, 국가경쟁력이 늘어나서 생산성이 늘어난다"(수출하는 사단장)
"학생들이 연애를 하지 못하게 해서 성적을 높이면 학습생산성이 늘어난다."(가르치는 사단장)
"공무원들이 난방을 하지 못하게 하면 공무원들이 제공하는 공무 서비스는 그대로이고 들어가는 돈은 줄어들어 공적 부문 생산성이 늘어난다."(행정지휘하는 사단장)

 

우리 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이 사단장의 관점이 큰 비중을 부여받는다. 어떤 정책을 평가할 때 문제되는 것은 여러 사단장들의 관점의 충돌과 형량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이것은 어떠한 사태건 그 사태를 평가하는 관점 설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평가는 쓰레기라는 대전제를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단장의 오류가, '장기적인 이익'이라는 중립적인 명분의 탈을 쓰고 은연중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이익 역시 공정한 개인의 관점, 즉 자유롭고 평등한 의사소통 주체의 지위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런 지위와 별개로 상정되는 전체적 관점 같은 것은 없다. 그런 전체적 관점을 명시적으로 묵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사단장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때까지 모델은 닫힌 모델(하나의 생산단위) 내에서만 논의했다.
다음 글에서는 열린 모델(전체 시장 모델) 내에서의 생산성 개념에 대해 살펴보돌 가ㅎ겠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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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18 17:0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경제학 이론으로 등재해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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