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봉주는 무죄다>는 정봉주 사건을 계기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유포(이하 ‘명예훼손관련죄’라고 한다)의 성립 요건에 대하여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한국에서 명예훼손관련죄의 기본적인 성립요건은 1) 사실의 적시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연히 대상자의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처벌받고 2) 허위의 사실 적시의 경우에 그것이 진실임을 믿었다고 피고인이 입증하지 아니하면 처벌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상 공표된 사실이 피고인이 진실이라는 점을 입증할 것을 거의 요구하는 셈이다.

 

사실 이러한 명예훼손관련죄의 도그마틱은 그 자체가 합당한 법철학적 검토를 거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호의적으로 바라보지 아니한 한국 역사의 굴곡 속에 성립되어 온 판례들이 쌓여 하나의 우연한 도그마틱을 이룬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도그마틱에 대해 진지한 법철학적 논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학적으로 보면 판사들이 거의 어떠한 공개적인 견해나 사실의 표명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수도승 같은 존재라는 점과 큰 관련이 있다고 추측된다. 판사들은 오직 판결을 내리는 일만 하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큰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로 생각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견해를 밝히거나, 어떤 의혹을 파헤치거나 하는 일은 자신들의 삶에 거의 관련 없는 일이며, 민주주의가 타인이 부담하는 권력자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으로 그럭저럭 운영되어 나가는 사태에 대한 무임승차자로서 살아온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정봉주 사건의 2심인 박홍우 재판부의 판결 내용에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2심 판결은 “일반적으로 인적, 물적 규모나 전문성에 있어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공적 기관이나 개인이 수사기관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고,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주관적인 의혹에 기초하여 공적기관의 판단을 부정한다면 수사나 재판을 담당한 공적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증폭되어 범죄 수사 및 재판과 관련된 제도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관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로 인하여 실체적 진실이 왜곡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판결문 32쪽)라고 쓰며, “어떠한 단체나 개인이 수사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기관 등의조사 결과 이미 완결된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공적기관의 판단과 다른 견해를 표명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공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제기하는 의혹에 비하여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32-33쪽)고 하고 있다.

 

이것은 공적 기관이 어떤 사태에 관한 사실을 특정한 형태로 얼려 버리거나(freeze facts) 고정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태도의 발로다. 그러나 권력기관의 발표이기 때문에 한번 왜곡이 발생하면 이 의혹을 더 숨기기가 쉽다는 점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그런 점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일을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자기의 일로 전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예훼손관련죄의법리가 계속해서 왜곡되지 않도록 하려면 법관들 자신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제가 제대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

 

2. 이 책은 미국의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관련죄의 성립요건인 “현실적 악의” 요소를 자세히 논의하면서, 현실적 악의를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서 현실적 악의 요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의 정치적 세력 분포에 의하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것이며 설사 부작용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는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 질문 양자에 대해 나는 모두 부정적인 답을 한다.

 

1) 가장 간단한 문제인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살펴보면, 이러한 구성요건으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성적 취향(동성애자냐 아니냐), 전과, 그리고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종교나 단체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등등이다. 따라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이 책의 주장대로 그대로 제거해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문제는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포괄하는 범위가 너무나 넓다는 데 있다. 이것은 실제적으로 형사처벌의 비난가능성이 없는 행위를 처벌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따라서, 법으로 공표가 금지되는 범위의 피의사실, 전과, 성적 취향, 종교 등 프라이버시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열거 형식으로 사실적시를 금지하고 그 대상 인물이 그 사실적시되는 대상과 필연적으로 연루되는 어떤 행위나 발언을 하고 있어 공적 쟁점이 되었을 때에는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의 법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적 쟁점은 사실 적시를 당하는 사람이 먼저 스스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대중을 오도한 경우가 아니라면, 권력 범죄나 비위 행위의 집합이 패러다임적인 사례로 되어야 한다.

 

 권력 범죄와 비위행위라는 것은 통상적인 대등한 당사자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사건이 아니라 권력 간의 차등에 의해 고질적으로 나온 것이며, 일반적인 법적 해결절차 과정에서 권력이 큰 사람이 권력을 활용하여 그 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범죄이다. 절차를 구부린다 함은 절차 자체의 공정성에 영향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절차의 전제가 되는 당사자의 고소나 고발, 민사소송의 유지에 위협 등을 통한 협상으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 증거의 수집이나 증거의 지배에 있어 지배력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해당한다. 이러한 집합을 사실적시의 대표적인 경우로 두는 것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의 헌장으로서 헌법 아래에 있는 형법을 바라보는 계약론에 의해 논증가능하다.

 

2) 다음으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살펴보면, ‘현실적 악의’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경우 생기는 문제점들은 한국에서 감당하기가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제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론과 문제제기자들은 실제로 근거가 없는 의혹 자료들을 바탕으로 아주 단정적으로 박원순 시장 아들이 병역비리를 저질렀다고 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는 과거의 사실이 현재의 사실과 직접적으로 이어져 있어서 이를 직접 반증하는 형태로 반박이 가능했고 피해자의 명예는 복구가 되었지만, 이처럼 직접 반증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며, 또한 명예가 복구되는 범위는 명예가 훼손되는 범위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 공표 사실이 과거의 일일 때에는 그렇다. 그러므로 현실적 악의를 요건으로 했을 경우에 한국에서는 선거시에 흑색 선전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되고, 근거 있는 의혹 제기와 그렇지 않은 의혹 제기를 선거기간의 짧은 시기 동안 판별하기는 매우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의 문제가 심각하며, 형사처벌이 이루어지지지 않는 틈을 메우기 위하여 민사상 거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즉, 사회는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명예훼손에 대하여는 다른 제도적 기제를 작동시켜 이를 수복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이 커다란 언론 하나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제도의 작동이 법적 불안정성을 많이 제거한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그것이 진실임을, 또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라는 요구를 하는 지금의 법리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것은 사실상 명예훼손관련죄를 과실범화하는 것이며, 그 주의의무의 기준은 사건마다 매우 달라 법적 안정성과 예측성을 제거함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심각하게 위축하는 효과를 가져와(chilling effect), 결국에는 표현의 자유와 권력 비판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에서는 현실적 악의라는 외국의 법리의 추상적 요건을 그대로 들여오기보다는 권력 비판 기능을 제대로 하면서 법적 불안정성을 없애는 방향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세심한 해결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하나의 안으로 다음과 같은 법리를 구체화한 입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사실에 관하여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이 때 이를 공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사실조회 의무가 발생한다.

 

i) 이 사실조회 의무를 따로 하지 아니할 경우에도 사실을 공표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둔다. 정보원의 종류와 그 양을 밝히면서 “~와 같이 정보원은 말했다”, “~와 같이 기재된 자료가 있다”, “이러한 정보원의 진술과 자료가 사실이라면 이는 000가~했다는 결론이 나온다.(또는 그와 같이 타당하게 추론할 수 있다)”와 같은 확보된 근거, 근거에 기재 또는 담긴 내용을 전달하는 내용과 추론의 내용을 구분하여 이와 같이 공표하였을 경우 정보원과 자료가 그와 같은 내용대로 있음을 입증하면 이는 무죄가 된다.

 

ii) 사실조회 의무를 이행한 경우: 요구되는, ‘사실조회 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은 명확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의혹이 되는 사실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밝혀낼 수 없는 자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 사인이 그러한 자료에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이라도 더 접촉하여 이를 알아낼 것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조회할 사항은 더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만하면 충분히 조회했다”는 기준을 자의적으로 높게 잡으면 표현의 자유는 얼마든지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사실조회 의무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고 생각된다. 공표 대상 상대방과 접촉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해명의 기회를 주고, 이 해명의 기회에 그 상대방이 제시하거나 제출한 반박 자료와, 이미 확보된 정보원 또는 자료의 내용의 신빙성을 평가하고, 이러한 평가 내용이 과학적 방법에 비추어 비합리적이지 않으면 단정적인 표현도 인정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하였다. ~임이 드러났다와 같은 진술어는 만에 하나 그와 반대되는 사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는 어제 이발소에 갔어”와 같이 다른 증거에 의해 뒤집힐 수도 있는 사실 진술이므로 만일 100% 입증을 요구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은 타인의 명예가 관련된 사안에서 ~로 보인다.. ~인 것 같다.. ~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는 사족 문장만을 쓸 수 있는데 이러한 요구는 과도한 것이다.)

 

만약 이러한 신빙성 평가를 거쳐 어느 한 쪽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비합리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i)의 경우와 같은 표현을 쓰거나 아니면, 단순한 사실서술의 방식을 쓰면서 그 바로 아래에 상대방의 반론과 그 반론으로 제시된 근거도 함께 표기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명 상대방과 언론보도 전에 직접 접촉하는 것이 권력 의혹을 폭로하는 표현의 특성상 적절치 않은 경우가 있을 것이고(즉, 상대방이 언론보도를 미리 막거나 증인이 될 수 있는 진술자를 제거하거나 위협할 가능성) 해명의 주체인 상대방이 해명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확인하는 형태의 추론 뿐만 아니라 반증하는 형태의 추론을 하나 이상 해보았고(해명이 있을 경우에는 해명에 제시된 사실을 하나 이상 조사), 그 추론을 함께 표시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전체 자료에 비추어 사실조회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아야 한다. 즉 범위와 양에 있어서 그 조회의무가 불충분하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형식을 갖추었다면 과실이 없다고 하여야 한다.

 

한편,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에는 취재원이나 물리적 자료 등 근거가 하나 이상 있으면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제든지 상대방이 반대 자료를 통하여 반박할 수 있는 상태에 문제를 상정하는 것에 불과하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문제 상정은 언제든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소 복잡하긴 하나, 결국 표현의 방식에 주의만 기울인다면 대부분의 의혹 제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만들면서, 그 정보의 수용자들에게는 세밀화된 표현방식으로 그 신빙성을 가려서 들을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는 한국 사회에 필요한 법적 안정성을 크게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된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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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우맨
    2016.04.08 11: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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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8번째 단락 5번째 줄부터 "공적 쟁점은 사실 적시를 당하는 사람이 먼저 스스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대중을 오도한 경우가 아니라면, 권력 범죄나 비위 행위의 집합이 패러다임적인 사례로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패러다임적 사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혹시 더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 이한
      2016.04.20 18: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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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러다임적 사례'라는 것은, 공적으로 논의되어 사생활의 자유가 제약될 경우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례를 중심으로 삼아, 이 사례에서 우리가 사생활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언론의 자유의 범위를 넓히려는 일반적 이유들을 뽑아내려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바로 '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지배권력을 통해 적정절차를 부패시키고 더 큰 비위행위를 저지를 자의적 가능성을 제어하는 '방비책'으로서 언론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배권력의 자의적 남용 가능성에 방비해야 할 곳에는 그것을 공적 쟁점화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미치고, 그렇지 않은 일반적 사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게시판에 올린 답변도 함께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 성우맨
      2016.04.20 18: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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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2016.05.04 22: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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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는 경우에는 "그 대상 인물이 그 사실적시되는 대상과 필연적으로 연루되는 어떤 행위나 발언을 하고 있어 공적 쟁점이 되었을 때"에 해당이 되어서 그 피의사실의 공표가 허용될 수 있을까요?
    • 이한
      2016.05.05 22: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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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어떤 임상 심리학자가, 자신의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고 선전을 했는데, 실제로는 그 심리학자가 그 치료법을 시행해본 적도 없다는 것을 밝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어떤 여배우가 마약 복용자를 맹비난하면서 자신은 일생동안 한 번도 마약을 입에 대 본 적도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마약을 복용했고, 마약 중독 치료센터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는 경우도 유사합니다. 동성애를 맹비난한 근본주의 기독교 목사가, 동성애 매춘을 하다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경우, 개인들은 자신이 공적으로 수행하는 것과 직접 연관된 어떤 과오(이것은 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행위 이전에 했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함으로써 공공연한 사실적시의 대상이 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관관계가 충족될 때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자의적이지 않습니다. 다수의 관심사가 우연히 되었다는 사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신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 자체가 부패되었음을 지적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이익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의 신념 형성의 자료가 부패하게 되면, 구성원들은 잘못된 신념을 형성하면서도 그 기초를 검토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유의 조건을 침식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유는 어떤 행위나 신념의 채택에 관해서 기망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를 조사하고 검토해볼 수 있는 전제가 되는 자유가 있어야 실질적으로 가치 있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지 아니하면,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학자의 말을 토대로 자신의 행위를 조정하고, 승부 조작을 일삼는 스포츠 선수의 경기에 감탄하게 되고, 스스로 지키기 힘든 행위규범을 근거로 다른 사회구성원들을 배제하거나 격하시키는 말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도, 이 조건을 다시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는, 구성원들의 자유의 전 체계를 악화시키게 됩니다.
    • 성우맨
      2016.05.05 22: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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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구성원들의 신념의 왜곡을 방지하여 얻는 '공공의 이익'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 주체가 수사기관인 '피의사실공표죄' 성립 여부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입니다. 적정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권력자에 대한 피의 사실 공표만이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권력자가 아닌 사람의 쟁점이 되는 공적 행위와 배치되는 어떤 범죄 행위에 관한 정보는 유죄확정판결이 나기 전에는 언론이 원칙적으로 얻을 수 없는 것 아닌가요?
    • 2016.05.05 23: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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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지금은 법원의 잘못된 해석으로, 수사기관의 연예인에 대한 피의사실의 공표가 부당하게 위법성이 조각되고 있습니다.

      설사 공적 쟁점이 된 것이라 할지라도 유죄의 확정 판결이 나온 뒤에야, 공표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피의사실이 아닌 비위사실의 경우에는 통상적인 탐문 보도로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 성우맨
      2016.05.05 23: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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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보니까 제가 피의사실공표죄에 관한 다른 글을 읽고, 이 글 맥락과 다르고 자체로 애매한 처음 질문을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 성우맨
      2017.08.04 23: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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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댓글에서, "그 대상 인물이 그 사실적시되는 대상과 필연적으로 연루되는 어떤 행위나 발언을 하고 있어 공적 쟁점이 되었을 때"의 사례로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신 예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1. "어떤 여배우가 마약 복용자를 맹비난하면서 자신은 일생동안 한 번도 마약을 입에 대 본 적도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마약을 복용했고, 마약 중독 치료센터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는 경우"에서 마약 중독 치료센터의 의료관계자가 환자인 여배우의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에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의 예외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을까요?

      2. 객체가 민감한 의료 정보이며, 행위주체는 의료관계자일 경우 직무상 비밀유지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은 그와 동일한 의료 정보에 대한 일반인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의 요건보다 더 엄격할 것입니다.

      의사가 다른 일반일과 동일한 수준의 비밀유지 의무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 환자는 마음 놓고 자신의 질병과 관련된 여러가지 치부를 터놓고 공개하지 못해
      치료를 받는데 많은 어려움이 생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의 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의료관계자는 다른 일반인들보다 더 엄격한 비밀유지의무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 엄격함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판단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원초적입장으로 집약하여 물어보게 된다면,

      '공적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자신의 민감한 의료 정보와 관련이 있는 거짓된 사실을 퍼뜨려서 다른 구성원들의 신념형성의 자료를 부패시키는 유명인이 될 수 있는 확률도 모르고, 자신이 유명인의 민감한 의료 정보와 관련된 거짓된 정보에 기초해서 신념을 잘못 형성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사람이 될 확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러한 경우에 의사의 직무상비밀유지 의무의 내용을 어떻게 형성하는 것이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에게 합리적인가?'

      이러한 식으로 될 것인데, 어느 쪽이 더 자유의 전체계를 강화하게 되는 것인지는 이러한 과정만으로는 잘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3. "동성애를 맹비난한 근본주의 기독교 목사가, 동성애 매춘을 하다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사례에서, 언론은 그 목사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없을 뿐이지 다른 정보원을 통해서는 정보를 얻어서 공표를 할 수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 또한 부당한 불이익으로 보고 막아야 한다는 원칙이므로 (적정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자가 연루된 권력이 부패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유죄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피의사실에 대해 어떻게 정보를 얻었든지간에 공표가 안 된다는 것인가요?
    • 2017.08.15 18: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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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civiledu.org/1244
  3. 성우맨
    2017.07.28 19: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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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권력 범죄와 비위행위라는 것은 통상적인 대등한 당사자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사건이 아니라 권력 간의 차등에 의해 고질적으로 나온 것이며, 일반적인 법적 해결절차 과정에서 권력이 큰 사람이 권력을 활용하여 그 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범죄이다. 절차를 구부린다 함은 절차 자체의 공정성에 영향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절차의 전제가 되는 당사자의 고소나 고발, 민사소송의 유지에 위협 등을 통한 협상으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 증거의 수집이나 증거의 지배에 있어 지배력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해당한다.”

    이 부분에서,

    1. 판사가 지하철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권력 간의 차등에 의해 고질적으로 나온” 범죄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법적 해결절차 과정에서 권력이 큰 사람이 권력을 활용하여 그 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그 사실이 판사의 인적사항과 함께 공표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2. “적정 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라는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특정인의 그러한 권력 유무에 대한 판단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이 기준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예를 들어, 몇 급 이상 공무원, 상장기업 사장 이런 식으로 정해져서 입법이 되어야 할까요?
    • 2017.07.28 2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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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개 판사는 그러한 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공론화 자체만으로도 절차를 구부리는 것에 대한 억제책이 됩니다. 이러한 사안은 권력이 부패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인적 사항과 함께 공표될 사안이 아닙니다.

      2. 급수나 상장여부에 의해 따질 수는 없습니다. 일률적 입법은 지나치게 많은 범위를 허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한 조직을 책임지는 공무원, 많은 구성원들을 거느린 대기업 총수나 경영자, 위 사람들과 관련되어 구체적인 과정에서 적정절차를 구부린 행위가 드러난 관련자들을 일반적인 범위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 성우맨
      2017.07.29 10: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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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적정 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자가 저지른 (권력이 부패한 범죄 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공표가 허용되는 것이라고 저는 이해를 했었는데요.

      그게 아니라 적정 절차를 구부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자가 연루된 권력이 부패한 범죄에 관한 보도만이 사실적시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고, 다른 일반 범죄의 경우에는 적정절차를 구부리는 시도를 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경우에 한해서만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4. 재벌 일가 일원이 자기 회사 직원을 폭행한 경우는 권력 간의 차등에 의해 고질적으로 나온 권력이 부패한 범죄이기 때문에 공표가 허용되는데, 재벌이 술을 먹다가 옆자리 일반 시민을 폭행한 경우에는 권력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정절차를 구부리는 시도를 하였다는 정황이 없으면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 2017.07.29 11: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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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네.
      4. 일반적인 시민 사이의 다툼과 차이가 없다면 그렇습니다만 구체적 정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벌가의 일원이 경호원을 대동하고 위력을 사용하여 폭행하였다거나, 폭력배 등을 사주하여 폭행하였다거나 한다면, 폭행 이후 수사기관에서 수사절차 등이 통상과 다르게 진행되거나 한다면, 권력 간 차등에 의해 고질적으로 나온 권력 범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인적 공표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익명처리 후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입니다.
    • 성우맨
      2018.02.10 03: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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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재벌이 일반적인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범행 이후에 적정절차를 구부린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을 경우에 실명 보도가 허용되는 반면에 재벌이 경호원이나 폭력배를 동원한 형태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적정절차를 구부리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바로 실명 보도가 용인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5. ‘적정 절차를 구부리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에서, “절차 자체의 공정성에 영향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절차의 전제가 되는 당사자의 고소나 고발, 민사소송의 유지에 위협 등을 통한 협상으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 증거의 수집이나 증거의 지배에 있어 지배력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많은 구성원들을 거느린 대기업 총수나 경영자’의 지위가 아니더라도 피해자와의 업무, 고용 관계에서 지위가 높은 자이거나 또는 피해자가 속한 분야의 인맥 파벌의 유력한 인물이라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는 피해자에게 여러 형태의 사회적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다니는 회사의 고위직이고 회사에서 범죄가 일어났다면 증거 지배력에서도 다소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해자의 사회적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는 능력과 ‘적정 절차 자체의 공정성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그 절차의 전제가 되는 것에 위협 등을 통한 협상으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 2018.02.11 16: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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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적정절차(due process)는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가 있습니다. 좁은 의미는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절차가 적정할 것을 뜻합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사람들의 기본적 필요에 관하여 통상적으로 확립된 기관에서의 권리를 제한하는 절차가 적정할 것을 뜻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나, 요지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이나 대학과 같은 법률상으로는 사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조직상의 지위에도,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으며, 지위의 차등은 그러한 공적 기능을 지배와 예속 없이 수행한다는 면에서 정당화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립대학이라도 교수를 재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간만료되었다고 총장이 내치거나, 재임용절차를 불충분하게 이해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적정절차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또한 방송국 PD에게 압력을 넣거나 돈으로 매수하여 자신의 회사 소속의 가수의 곡을 더 많이 틀어달라고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적정절차를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분할 때 재벌 개인의 폭행 행위는 이러한 넓은 의미의 적정절차와도 무관합니다. 그런데 그 재벌의 사회적 지위 덕택에 다른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었고 이들이 자의로 다른 사람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었다면, 그들은 이미 조직의 지위 행사에 있어서 넓은 의미의 적정절차를 부패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좁은 것이든 넓은 것이든 적정절차를 넘어서는 지배권력에 대한 방비책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그 절차의 전제가 되는 당사자의 고소나 고발, 민사소송의 유지에 위협 등을 통한 협상으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 증거의 수집이나 증거의 지배에 있어 지배력의 차이가 있는 경우”라는 조건은, 성우맨께서 지적하신 대로, 모호한 부분이 있어 엄밀하고 온전하게 정식화된 것이라고 보기 힘들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자면, 조건의 쉼표(,)는 AND 요건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또한 그러한 차이가 공중의 개입을 요청할 정도로 현실화되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좁고 넓은 의미의 적정절차의 훼손'이라는 조건으로 환원된다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중기업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실명 보도의 요건이 되지 못하나, 기업주가 관리자를 통하여 산업재해에 관하여 공적 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말 것을 종업원에게 지시하였거나, 조직적으로 산업재해 현장을 깔끔하게 치워버리거나 한 경우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 성우맨
      2018.02.14 03: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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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정 절차(due process)의 의미를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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