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의 사소한 습관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생산적 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 '글쎄요'나 '글쎄', '아니', '그건 아니지'라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의견 교환에 가는 모래(fine sand)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 겉보기에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서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함으로써, 유효한 근거에 의한 합의의 산출이라는 발전적인 대화의 목적을 약간씩 틀어놓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적인 습관은 무엇인가?

그것은 상대방의 말의 요지를 요약하거나 되풀이하고, 그 근거를 요구하고, 더 파악해야 할 지점을 찾아나가는 말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대화를 보자.

 

대화1

"많은 이들이 빈부격차가 사교육 비용의 격차를 매개로 하여, 교육 성취도 격차를 낳고 있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주된 매개고리는'사교육 비용 격차'보다는 다른 격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쎄요, 사교육을 많이 하고 적게 하면 당연히 차이가 나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죠."

"사교육에 관한 많은 실증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다른 요인들을 통제했을 때 사교육 시간이나 비용 자체가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거나 오히려 부(-)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이 여러번 입증되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볼 수는 없죠. 그건 아니죠. 제 조카만 해도 사교육을 해서 성적이 많이 올랐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고 해보자.

대화1

"많은 이들이 빈부격차가 사교육 비용의 격차를 매개로 하여, 교육 성취도 격차를 낳고 있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주된 매개고리는'사교육 비용 격차'보다는 다른 격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된 매개고리가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이군요. 왜 그렇게 판단하시는지요?"

"사교육에 관한 많은 실증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다른 요인들을 통제했을 때 사교육 시간이나 비용 자체가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거나 오히려 부(-)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이 여러번 입증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결과로군요. 그러니까 동일한 학력수준이나 부의 수준을 가진 부모 밑에서는, 오히려 사교육에 비용이나 시간을 많이 투자할수록 학업성취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그것은 학습이라는 것이 타인이 보여주고 풀어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보는 시간에 잠식되면 안되고, 자기 스스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시간이 상당한 정도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과 연관이 있는가요?"

"네, 연구자들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 성취도 격차는 무엇을 매개고리로 하여 주로 벌어지는가요?"

"부모가 암묵적으로 전해주는 문화자본(집에 책이 많은가를 비롯, 부모가 쓰는 어휘의 양과 수준, 그리고 가족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문자를 가까이 하는 문화, 대화에서 배우게 되는 사유의 습관, 흥미와 특성에 맞는 발전도상을 연결해주는 부모의 관심 등등을 포함하여), 그리고 부모가 학생에게 자제력을 훈련시키고 생활습관을 체크할 수 있는 밀착도를 가지는가, 그리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의 학업습관 등이 더 주된 매개고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 조카는 사교육을 해서 성적이 많이 올랐는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요?"

"조카가 사교육을 통해 성적이 오른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개별 사례들은 일반적인 상관관계에서 많이 벗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교육을 지나치게 받음으로써 성적이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깨어진 사례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는 이들은 상쇄되게 됩니다."

"그러나 사교육과 학업성취도의 상관관계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입시제도가 바뀌기 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나요. 요즘은 수시 제도의 다변화 때문에 사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입시의 변화가 탐색비용과 맞춤준비비용을 높여 사교육을 어떤 필수재처럼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러한 변화들이 실제로 상관관계를 달리 바꾸어 놓았는지는 후속 연구를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대화2에서는 가는 모래와 같은 말이 들어가지 않고, 근거를 묻고, 상대의 주장을 요약하고, 되풀이하고, 내용의 의미를 더 정교하게 묻고, 더 정교화하고, 논증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습관으로 인해, 훨씬 많은 정보가 공유되었다.

 

누구하고나 대화2와 같은 대화를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공유할 근거가 없는데 의견부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가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글쎄', '글쎄요', '아니아니'와 같은 용어들은 습관에서 빼는 것이 생산적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끝>

 

 

 

 

Posted by 시민교육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소노
    2015.12.04 00:3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주 좋은 글입니다.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건 아닌데 막상 현실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더라고요.. 습관이 참 무섭습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대화를 나눌 상대인지 불확실할 때는 일단 먼저 실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 2018.04.19 03:13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ㅎㅎ
    정말 소통이 잘안되는 제 주변몇몇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글이네요..
    제 소통신념중 하나가 어떤 의견이든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거부하지말고 일말의 진실,근거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거기에 동의를 해주는 편이거든요. 정말 아니다 싶을땐 다른방법을 쓰거나요.

    근데 저화 대화하는 상대방중 몇몇분들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때
    이런식이아니라 무조건 반대라던가 말을 안해버린다던가 이래서 , 제안에서 반감이 쌓일때가 많았어요.. 이게 정확히 어떤의민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몰라서 저는 말을 안해버렸구요.
    너무 가까운 관계에서 항상 이러니 . 대화하기가 참 싫어졌었어요........ㅠㅠ

    상대의 방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마음 열고 수용하게 해보는것..
    제가 느꼈던 게 잘못된게 아니란것에 근거하나 얻어가는 느낌이예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BLOG main image
대안민주주의와 사회윤리학 담론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교육센터-배움의 연대망’ 홈페이지 입니다. 이곳에서는 열린 강의 형태의 시민교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아이디: civiledulee, 이메일: civiledulee@gmail.com (이한) by 시민교육
전체 글 보기 (973)
공지사항 (20)
강의자료 (88)
학습자료 (331)
기고 (528)
  •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