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에 새로이 착수할 때는 시간이 좀 걸린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이과제를 끝내고 곧바로 저 과제로 로케트 마냥 돌진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나의 과제를 끝냈으면 숨 좀 돌리고, 커피도 마시고, 세수도 하고, 옷매무세도 고치고, 잡담도 하고 할 법하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원기충전에 도움을 준다 .

 

그러나, 원기 충전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넘어서서 오히려 원기를 빼앗기면서 착수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질질 끌며 미루기Procrastination의 하나다.

 

이 경우, 지금 하여야 하는 일에 착수하는 요령은 무엇일까.

 

첫째로, 착수해야 하는 일은 착수 행위 그 자체로 본다. 예를 들어 대략 3-4시간 짜리의 과제에 착수한다고 할 때, 지금 착수해야 하는 것은, 그 덩어리 과제가 아니라, 그 과제를 열고, 막상 하기 시작하는 딱 그 순간 까지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필기구로 쓰는 노트를 잘 활용한다. 노트에 필기구로 적는 것은 세 가지다 .

이후에 생각해야 할 고민거리, 작게 쪼갠 할 일들. 할 일들의 순서가 그것이다.

 

보통 과제에 바로 착수하지 못하는 이유로, 크고 작은 고민거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의식의 표면에는 그 고민거리가 두드러져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고민거리가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크고 작은 고민거리가 없는 때는 인생에서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거리가 내 인생에 전혀 없는 상태'를 표준적인 상태로 전제하고, 일에 착수하려고 잠재적으로 생각하다보면, 제대로 일에 착수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머리속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을 때, 명확하게 정식화될 수 있는 고민이 없다면, 그것은 표준적인 상태다. 오히려 사실은 그 고민은 지금 착수할 일에 착수하지 않는다는데서 생기는 좋지 않은 기분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과제에 착수하는 것이 해답이다. 다음으로 자신이 정식화(formulation)할 수 있는 고민이 있다. 이 경우에 고민을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긴급한 것이 아니라면, 그 정식을 노트에 적어두면 된다. 그리고 그 정식은 얼마든지 세분화, 정교화할 수 있게 노트에 적혔다고 생각하고는 안심하면 된다. 고민 중에 해결책이 이론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부분은 잘라내고, 고민 중 해결책이나 추론 방법의 단초가 떠오르는 것은 그 단초를 적어두면 된다.

 

다음으로, 할 일들을 작게 쪼갠 리스트가 필요하다. 이 리스트는 잘 구성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대로 즉흥적으로 쓰고, 또 수정하면 된다. 일단은 착수할 과제의 맨 처음 단계의 일들을 적으면 된다. 즉 약 45분 정도 할 일 (3쿼터)을 적어두면 된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적은 것의 순서를 정하면 된다.

 

필기구에 노트로 적는 것이 마음을 정돈케 하는데 도움도 되고, 하루를 돌아봤을 때 자신이 한 일을 볼 수 있어 좋지만, 그럴 기분이 들지 않거나 노트가 옆에 없을 때에는 컴퓨터 등의 도구를 활용하여 적어도 괜찮다.

 

셋째, 과제하기 무드(moode)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눈과 손은 자유롭게 하고, 귀를 적정한 음악으로 채우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과제에 착수하기 전에 눈과 손을 혹사시키면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거나, SNS를 하거나 하는 일은 막간에 짬 날 때 하는 것이지, 과제 착수하기 전 워밍업을 할 때는 적정치 않다. 대신에 자신이 좋아하는, 과제와 어울리는 음악을 플레이하고, 그 동력으로 노트에 적은 할 일들을 실행시켜 나가면 된다 .

 

넷째, 시간 여유가 좀 있다면, 워밍업 과제를 먼저 해본다. 워밍업 과제는 외국어로 된 책 읽기, 외국어 공부하기, 기호 논리학 공부하기 등 사고를 정돈시키는 데 적합한 과제다. 일단 이런 과제를 20-30분 정도 하고 나면, 원래 하려고 했던 과제를 하기에 적합한 정신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요약하자면

(1) 지금 착수할 일은 과제 덩어리 전체가 아니라 ,과제에 착수하는 약 2-3분간에 할 수 있는 행위 그 자체다 .

(2) 고민거리를 정식화하고 적정한 시간으로 넘기고, 과제 실행의 단계를 쪼개고, 순서를 짓는다.

(3) 눈과 손을 자유롭게 하고, 귀를 즐겁게 한다.

(4) 정신이 부산스러울 때는 정신을 정돈하는 과제를 먼저 수행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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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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