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혼동이 내포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를 구별하지 않아서 생긴다.

 

프레게는 오래 전에 내포적 의미(Sinn)와 외연적 의미(Bedeutung)를 구별한 바 있다.

 

프레게에 따르면 다음 두 문장에서 샛별과 개밥바리기는 그 외연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A)와 (B)가 같은 의미의 문장이 아니라는 데 주목했다.

 

"(A) 샛별은 개밥바라기와 동일하다.
(B) 샛별은 샛별과 동일하다.

(…) (B)는 결코 (A)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A)는 하나의 천문학적 발견을 진술하는 데 반하여 (B)는 단순히 하나의 공허한 동어반복을 진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프레게는 두 가지 종류의 의미를 구별할 것을 제안했다. 그것은 내포적 의미(Sinn)와 외연적 의미(Bedeutung)의 구별이다. 두 표현이 동일한 대상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즉 행성인 금성을 가리키거나 나타낸다는 점에서 ‘샛별’은 ‘개밥바라기’가 의미하는 것과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두 표현은 서로 다른 내포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예를 들면 서로 다르게 바꿔 쓸(패러프레이즈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는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한다. ‘A=B’는 A와 B가 동일한 내포적 의미를 가질 때는 동어반복이지만, 그것들이 동일한 외연적 의미를 가질 때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프레게는 모든 표현이 내포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를 모두 가질 것이라고 믿었던 듯하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유명사는 보통명사 ‘행성’처럼 일반적으로 합의된 바꿔 쓰기(패러프레이즈)가 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내포적 의미들은 가질 것이다(예를 들어,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플라톤의 가장 명민한 제자’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알렉산더의 스승’을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Anthony Kenny, 『Wittgenstien』. 김보현 옮김, 『비트겐슈타인』, 철학과현실사, 2001, 48-49면 )

내포적 의미는, 어떤 지시체를 파악해가는 우리의 접근 경로를 드러내는 반면에, 외연적 의미는 그러한 여러 접근 경로를 통해 파악된 그 개념에 속하는 대상들을 지시하게 된다.

 

법 해석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법에 쓰인 문언이 내포적 의미를 말하는가 아니면 외연적 의미를 말하는가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실증주의자의 오류는 법에 쓰인 문언에 사용된 개념들이 모두 외연적 의미를 가짐을 의도하고 쓰였다는 데 부분적으로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개념의 핵심부에서 지시될 대상은 명백한 의미에 의해 결정되고 주변부는 그렇지 않다는 단순한 의미론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러나 헌법을 보면, 이 두 가지 모두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에는 만 40세를 넘은 사람만 출마할 수 있다는 조항은 외연적 의미를 염두에 둔 조항이다. 만 40세를 넘은 사람을 어떤 경로로 파악하던 간에 그 지적 접근의 끝에서 지시되는 대상들, 그러한 사람들만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예를 들어 '평등'이나 '자유'와 같은 개념이 애초에 법해석자에게 그 사안을 어떻게 접근하고 파악할 것인가의 총체적 지침을 준 내포적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무엇이 평등인지 자유인지의 외연을 곧바로 분명하게 결정할 수 없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평등과 자유의 실체적 대상들을 결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실재 세계와의 간단한 대응을 통해 그 개념들의 핵을 파악하려는 법실증주의자의 안이한 인식은 실패하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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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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