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면서 제시되는 상투어들에 대하여

 

1. 그것을 해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많은 이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청년층의 실업 문제에 대해서 언급은 하지만, 그 공공 사안의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빌헬름 라이히가 '생산적 비판'이 아니라 '비합리적 트집잡기'라고 부른 인상비평식 논평만을 쏟아낸다.

 

그들이 하는 대표적인 논평은 다음과 같다.

 

"정규직 노동자는 약자가 아니라 기득권이다. 이 기득권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들을 차별 구조 속에 몰아넣는다. 그래서 비정규직들이 못사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가 해소되려면 정규직이 자신의 이익을 내어놓아야 한다. 내어놓는 방식은 정규직에게 갈 몫을 비정규직에게 갈 몫으로 돌리는 것이다. 즉 그들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자신의 소득을 반납, 감축하고 그것을 떼어서 비정규직과 아직 고용되지 못한 상태에 있는 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뭉뚱그려진 현실 진단과 안이아한 해법을 찬찬히 뜯어 보면 그들이 그런 글을 쓰는 이유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진지한 동기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어떤 집단을 표적으로 삼아 마구 때림으로써 진정한 약자를 위한 정의를 추구하는 제3자라는 입지를 표방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 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우선, 정규직이라는 것 자체로 기득권이라고 보는 것은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정상상태로 보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정규직이라는 것은, 단지 비정규적 형식의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한 회사에 근로자로서 소속되어, 그 회사의 사업장에서, 전일제로, 그리고 기간의 정함이 없이 일한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직접 고용과 전일 고용 그리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은 원래 근로기준법이 예정하고 있는 정상형태의 고용으로, 그 자체를 기득권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고용형태 자체로는 다른 종류의 고용형태에 비해 급여 등의 근로조건의 우월성이 내재해 있지 않다. 정규직 노동자도 노동자에 불과하며, 회사는 계약과 취업규칙, 단체협약으로서 회사의 의사가 한편에서 반영된 임금 등의 수준에서 그 노동자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고용형태에 터잡아 노동3권을 행사해서 쟁취한 근로조건을 문제삼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당하다 할 것이다. 노동3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여 적정한 근로조건을 보장받지 못한 이들의 문제는, 그 노동3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줌으로써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다른 이들의 노동3권 행사를 방해하여 그 다른 이들의 근로조건을 깎아내림으로써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 동종유사 업무의 차별 문제 해결의 결정적 지점

 

고용형태 이외의 근로조건의 차이를 해소하려면 정규직이 자기 몫을 떼어주어 비정규직에게 주는 결단을 하는 것이 선결문제라고 보는 이들은 실상 법과 현장의 실무가 얽혀 있는 난맥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기간제 노동제는 근속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숙련을 획득할 수 없는 직무군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이유 때문에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아예 같은 회사 소속으로 인정 받지 않기 때문에 동등한 근로조건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법에 의해서 고착화되고 있다.

 

이를 보지 못하니 정말로 짚어야 하는 부분들을 놓친다. 

 

(1) 같은 회사 소속인 경우

 

먼저 비정규직 중 직접 고용되어 있으나 기간제나 단시간 노동자인 경우를 살펴보자.

 

현행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 법률 제8조는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①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법은 이미 차별처우 금지를 정하고 있다. 이렇게 금지된 차별을 시행하면 위법이다. 그런데 왜 실제로는 차별이 일어나고 있을까?

 

법적으로 보자면 차별 중에는 합리적 차별과 합리적이지 않은 차별이 있다. 합리적 차별은 법에서 금지되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이 구분이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이 번성하는 토대를 제공해준다.

 

반면에 이 조항이 엉성하게 적용되어서, 각종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을 '합리적' 차별이라고 본다면,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집단은 근로조건이 이원화된다. 이렇게 근로조건이 이원화되면 통일된 근로조건을 달성하는 하나의 단위로 뭉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성과상여금이 정규직에게만 적용된다면, 정규직은 단체교섭에서 성과상여금의 증가를 놓고 교섭하고 또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지만, 비정규직은 아예 그럴 이유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이 고용형태는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통일될 때에야, 이 두 집단은 하나의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함께 통일된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활동할 공통된 물질적 토대를 갖게 된다. 법원에 의해 해석되는 법의 내용이 이 두 집단을 이원화시켜 다루는 것을 부추긴다면, 이 두 집단이 하나의 단체를 구성하지 않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바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에게, 성과상여금이나 연공에 따른 봉급인상율을 높여달라는 파업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또한 많은 근로조건에 있어서 어차피 다른 대우를 받게 되는 이들을 형식적으로 노동조합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이다.

 

그렇다면 선결문제는 지금 부당하게 넓혀진 '합리적' 차별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최근 "기간제 교원들을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교육과학부의 지침은 위법하고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낸 사건을 살펴보자.

 

이 사건 1심인 서울중앙지법 2011가단170494 판결은 공립학교 기간제 교사 김모씨 등 4명이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1인당 470만~830만원씩 2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법정에 규정된 수당은 법정 조건이 충족되면 지급해야 한다. 이 판결은 "기간제 교원이 기간의 제한이 있지만 교육공무원법에 따라서 임용되는 교육공무원이 명백하다"며 "기간제 교원도 공무원인 이상 법정의 보수청구권을 가지는 것이 명백하고, 기간제 교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이 정한 성과상여금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설시했다.
둘째, 법정된 조건 외에 기간제냐 아니냐와 같은 신분 사항을 따져 주지 않는 것은 신분상 차별이다.
즉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의 성과상여금은 근무성적·업무실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예산의 범위내에서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성과상여금의 지급기준은 근무성적이나 업무실적과 같은 업무평가 결과일 뿐이고, 경력이나 신분에 따라서 지급돼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성과상여금의 지급기준인 실적이나 업무와는 무관하게 기간제 교원이라는 신분에 따라서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신분에 따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셋째, 법률에 따른 금원을 주지 않기 위해 차별하는 내부규칙은 무효다.
판결은 기간제 교원들을 성과상여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정부 지침에 대해 "헌법 제11조1항 규정한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금지를 위반한 것이고, 기간제법 제8조1항에서 금지한 차별적인 처우에 해당한다"고 한 것이다. )

2심 판결도 결론이 같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자신들이 줄곧 해오던 엉터리 판결을 또 내렸다. 3심 재판부는 "성과상여금은 원칙적으로 전년도의 근무성과를 평가해 그 평가 결과에 따라 다음 연도에 차등해 지급하는 급여로, 공무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시켜 업무수행 능력의 지속적 향상을 유도하려는데 지급 취지가 있다"며 "기간제 교원은 1년 이내의 단기간 채용돼 임용기간이 만료하면 당연퇴직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기간제교원에게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 같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한 것이다. (2013다205778) 

 

대법원이 한 말은 결국 '비정규직은 금방 그만두니까, 금방 그만두지 않을 사람에게 더 주는 것은 합리적이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이니까 적게 받고 정규직은 정규직이니까 더 많이 받아도 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근무의욕의 고취"나 "업무수행능력의 지속적 향상"이라는 번드르르한 말은 근로조건에서의 지위의 빈익빈 부익부를 합법화해주는 텅 빈 개념에 불과하다. 기간제 노동자라 할지라도, 일정 기간에 제공된 노동의 성과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고지되어 있으면 당연히 근무의욕이 고취된다. 그리고 업무수행능력은 일을 오래 하다보면 당연히 올라가는 것이다. 기간이 끝났다고 기간제를 당연히 사실상 더 근무 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일을 잘하면 계약 갱신을 하고 일을 더 하면 된다.

 

그러니까 열쇠는 법원과 입법부가 쥐고 있다. 법원은 이런 식의 텅빈 개념을 사용해서 '합리적 차별'을 지렛대로 차별을 합법화하는 엉터리 해석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리고 입법부는 법원이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으면 그런 짓거리를 할 여지를 주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한 법은 '근무의욕 고취나 업무수행능력의 지속적 향상 등'을 변명으로 삼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즉,

 

"고용형태에 따라 예상되는 계속고용기간의 장단이나 전일근무 여부에 관한 이유는 차별의 합리적 이유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법조문, 그리고

 

"고용형태 자체를 제외한 승진 등 인사처분, 교육 등 직무개발 기회, 여하한 복리후생에 있어서의 차별도 이 법에서 말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법조문을

 

제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개혁이 도입되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같은 회사에서 동종 유사 업무를 하면서 단지 고용형태 때문에 다른 임금이나 복리후생을 지급받게 되는 경우는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근로조건 이원화가 사라지게 되면, 노동3권의 행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할 수 있는 토대가 견실하게 마련된다. 노동3권의 행사는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내는 법이고, 인위적으로 설정된 이원화의 장애가 없는 이상 노동조합 측에도 노동조합 자격을 확대하려는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현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신분에 따른 차별'에, 이전의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 그래서 소위 '중규직'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중규직 문제란 무엇인가? 지금 a와 b는 동종유사의 업무를 하고 있다. 둘 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이다. 그런데 a는 1년 전만 하여도 기간제 노동자(비정규직)였다. b는 처음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정규직)였다. 그런데 a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전환하면서, 새로이 직군을 창설하여 이 직군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적은 임금만 받고 직군 사다리도 아예 막혀서 승진도 못하게 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직군에 들어가는 정규직 전환을 할래 아니면 계약 갱신되면 나갈래 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하여 이것은 기간제법상 차별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차별에도 해당한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대법원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중규직'의 경우에는 법률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사이의 차별은 기간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근로기준법상 신분에 의한 차별은 아니라고 하는데, 고용형태는 신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 엉터리 판결들을 분석할 지면은 모자라므로, 구구히 논하지는 않겠다. 어쨌거나 동일한 회사에서 동종유사업무를 뻔히 하는데도 그것을 입직구의 신분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법원이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차별을 막으려면 가장 급선무는 지금 적용되는 법의 내용이(그것이 법원의 해석을 통해서건 아니면 입법을 통해서건), 그 입직구가 비정규직이었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도 선결문제는 다음과 같다. 비정규직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차별의 시적 범위를, 비정규직이었음을 이유로 한 차별까지로 확장하거나, 아니면 근로기준법상 신분에 의한 차별을 과거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까지로 확장하거나.

 

이런 문제를 놓아두고, 정규직에게 뜬금없이 '너의 임금을 떼어서 직군이 달리 분류된 노동자들에게 주는 협상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엉뚱한가.

 

이런 엉뚱한 제안은, 원리에 기반한 사회적 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차별적인 법 현실은 그대로 두고, 개별적으로 노동자들이 '영구적으로 미래적으로 계속 임금 기부를 하는 것이 해법이다'라고 외치는 셈이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임금 기부보다 못한 것을 주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해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정규직 스스로 임금을 자제하거나 감축하는 일을 먼저 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렇게 해서 남게 된 이윤을 회사가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에게 분배할 것이라는 보증되지 않은 예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이윤이 생기면 그것을 노동자에게 배분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그러므로 한 노동자 집단에게 배분하는 몫이 줄어들면, 그것을 기업이 가져가지 다른 노동자 집단에 분배할 이유가 없다.

 

(2) 다른 회사 소속인 경우

 

같은 장소에서 동종 유사 업무를 하는 이들이 다른 회사 소속인 경우가 있다. 오늘날 가장 흔한 것이 사내 하도급이다.

 

A 회사에서 A 회사 설비와 기술을 가지고 일하면서도 소속만 B회사인 것이다. 그리고 B회사에서도 계속 고용하지 않고, C, D, E, F회사로 돌려가며 토스를 계속한다. 이 B, C, D, E, F는 중간착취를 일삼는 기생충 회사들이다.

 

이러한 법률적 상태에서는 A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다른 회사 소속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하여 협상할 지위에 있지 않다. 만일 A회사의 정규직 노동조합이 B회사 소속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위해 파업을 하게 되면 불법 파업이 된다. 그러니 이 상태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사내하도급 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위해 노동3권을 활용해라고 하는 것은 불법을 저질러 감옥에 가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또한 생산물량이 늘어나거나 할 때 그 회사의 노동조합이, 늘어난 생산물량을 노동자들을 더 직접 고용하여 처리해야지, 외주를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여 파업을 실시할 권한도 주고 있지도 않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7790 판결을 비롯한 대법원 판례는 '경영권 사항'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정리해고를 비롯한 구조조정, 생산의 외주화에 대한 파업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해오고 있다. 

 

파업을 할 수 없는 사항은 의무적 교섭사항이 되지 못한다. 의무적 교섭사항이 아닌 것에 대하여는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거부할 자유를 갖는다. 단체교섭에 올리지도 못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단결권을 행사해봤자 소용 없다. 즉 노동3권의 힘은 단체행동권에서 나오는 것이며, 단체행동을 불법화할 때 사실상 이 사회의 법질서는 그 사항에 대해 노조가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법현실에서 선결문제는, 구조조정과 외주화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법원의 '경영권 개념'을 활용한 엉터리 법해석을 바꾸거나, 아니면 그 엉터리 법해석이 가능하지 못하도록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도 정규직 노동조합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노력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것은, 결국 타인에게 실정법상 법적 권한이 없는 일을 하여 형사처벌을 받으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이 점을 모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결국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대해 헛소리를 하는 것이고, 이 점을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악의적인 비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규직 노동자가 어떤 직접적인 양보를 하여 회사의 소속이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자기 몫을 나누어준다는 발상은, 현실의 메커니즘과 무관한 공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적게 벌고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임금을 그냥 떼어내서 주도록 하는 정책 같은 것을 생각하지도, 지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스로가 생각하지도 않고 지지하지도 않는 정책을 다른 직종의 사람들에게만 적용하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인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소득 격차가 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한 집단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소득을 떼어서 다른 집단에게 넘겨주는 협약을 맺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너무나 나이브하다. 그 사람은 아무런 진지한 고민도 하지 않으면서, 트집을 잡거나, 어느 한 집단을 강도 높게 비난한다는 감정적 목적에 사로잡힌 것이다.

 

(3) 청년 실업 등에 관하여

 

인상비평식의 비난을 하는 이들은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까지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풀어야 할 선결과제라고 한다. 실제로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한 번도 고용되어 보지 못하고 조직 내에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은 점점 더 고용 기회로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청년 실업 문제는 사회적 일반성을 가진 문제이다. 즉 그것은 사회의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일부 사람들은 청년을 고용할 돈을 정규직의 임금을 깎아서 마련해야 한다고 하며, 개별 기업의 노조들은 자기 구성원의 임금을 깎아서 추가 고용에 나서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교섭사항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다.

더군다나, 왜 사회적 일반성을 가지는 문제의 해결을 개별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집중시키는가? 청년을 고용할 투자금이 부족하다면 공정성을 가지는 사회적 해결책에 의해서 이를 충당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즉 소득에 따른 과세를 통해 국가재정을 조성하고, 그 국가재정을 운용함으로써 청년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 말이다.

또는, 시민사회의 해결책을 촉구한다면, 당연히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 예를 들어 그런 주문을 하면서 도덕적 우월감을 내비치는 대학의 교수 같은 사람의 임금을 떼어서 임금기금을 만들어서 청년 고용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왜 그런 글을 쓰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임금기금의 조성에서 쏙 빠지고 꼭 다른 사람이 그 임금기금을 조성해야 한단 말인가?

결국,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서서 자신의 재산과 미래 임금을 증여 약속을 통해서 사회적 재단에 이전하고 그 재단이 투자금을 출자하여 기업에 전달하면 되지 않겠는가. 스스로 하지 않는 일을 다른 이들에게만 떠넘기려는 자들은 도덕적으로 무도한 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4. 사회적 수준의 선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노동조합에는 노동조합의 할 일이 있다. 그 할 일을 따질 때 당연히 우리는 구성원으로서 준수해야 하는 규범과, 지향해야 하는 가치를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사회적 수준에서 일반성을 갖는 쟁점들을 해결하지 않고, 주장자 본인에게 적용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않을 주장을 할 수는 없다. 

 

사회적 수준의 선결 문제가 해결될 때,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문제에 보다 폭넓은 여지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차별의 법적 규제나 노동조합의 교섭과 파업권의 문제가 바로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인상비평식의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해결책을 제쳐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진지하게 고찰해보면, 우리는 그 격차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줄어들어야 함을 알 수 있게 된다. 

 

첫째, 비정규직 함정을 없애야 한다.

기업으로 하여금 상시/지속적 업무에 기간제 비정규직을 쓸 유인을 적게 주는 정책을 펼쳐, 비정규직 일자리와 실업 상태를 전전하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 이로써 비정규직들은 숙련을 쌓아 정규직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비정규직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기업이 부담케 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에게 그러한 고용불안정만큼 추가 수당으로 보상을 하는 제도를 통해 가능하다.

 

둘째, 외주업체나 파견업체의 자본과 기술, 지식의 고유한 투여가 일어나지 않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종 유사의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의 소속으로 법적으로 취급되는 일을 줄여야 한다. 중간착취를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회사 소속으로 보게 될 경우에는 차별을 시정할 기반이 더 넓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합법도급으로 보는 범위를 줄이고, 같은 사업장에 소속될 기반을 넓히는 경우, 차별 시정의 기초가 생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 금지 규정("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에 따라, 차별시정을 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KTX 여승무원들이 (대법원 판결에서는 불법파견으로 판정되지 않고 합법 도급으로 최종 판단되었지만) 철도공사 소속으로 인정되었다면, 그들에 대한 차별을 다툴 법적 기초가 더 늘어났을 것이다.


(2) 사용자가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도급 대신 자신이 직접 고용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를 활용하도록 제도가 바뀐다면,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 법률 제8조에 의하여 차별 시정의 기초를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이후에 입직구가 비정규직이었음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법적으로 확실하게 금지한다면, 입직구에 따라 영구적인 차별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3) 사내하도급을 쓰는 사업장은 보통 큰 사업장으로 노동조건에 관한 통일적 내부규칙인 '취업규칙'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업규칙은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근로형태, 직종 등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는 것이지만(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누15698 판결 참조), 특수성의 차이가 없는 경우에는 하나의 취업규칙을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고, 하나의 취업규칙이 있는 경우에는, 개별 근로계약이 다르더라도,근로기준법 제97조("(위반의 효력)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에 의하여 취업규칙의 기준에 따라 통일적으로 규율되게 됩니다. 따라서 개별 근로계약상의 내용이 달라도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기초를 구성하게 된다.
 한편.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는 경우에 하나의 사업에서 급여 및 부담금 산정방법의 적용 등에 관하여 차등을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하나의 사업장에서 급여율에 있어서 차등적인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서 퇴직급여 관련 차별이 있는 경우,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게 되면 차별시정의 기초가 생긴다. (대법원 2002.6.28, 선고, 2001다77970, 판결은 근로자의 입사시기에 따라 퇴직금 지급률을 달리하는 경우에도, 퇴직금 차등제도의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4) 사내하도급이 많이 문제되는 대공장의 경우에는 단체협약이 작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면 같은 단체협약을 적용받게 된다. (단체협약이 취업규칙이나 개별근로계약에 우선함) 중간착취와 노동3권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사내하도급에 의한 제3자고용을 직접 고용으로 법적으로 전환하게끔 한다면, 당연히 같은 단체협약 조건을 위해 함께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된다.


(5)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하여도 동종 유사의 근로를 하는 노동자의 반수 이상이 어떤 단체협약이 체결된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다면, 나머지 노동자들 역시 같은 단체협약을 적용받게 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에 따른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


(6) 사내하도급을 별개 독립된 사업체가 하는 합법적 도급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준이 엄격할 수록, 불법파견으로 인정받게 되고, 이렇게 되면 현행 파견법에 따라 2년이 경과하면 직접고용의무를 지게 되며 이 직접고용의무에 따라 고용하는 조건은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의 근로조건으로 통상 인정되며, 2년 경과시점부터 그 차액에 대한 배상도 받을 수 있다.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등 참조) 2년이 지나기 전에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 ①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에 의하여 차별시정을 구할 수 있다.

 

반면에, 사내하도급과 같이 아예 사용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게 되면 옆의 원청 회사의 정직원과 나란히 동일한 일을 해도 전혀 다른 근로조건으로 대우받고, 그것이 차별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게 된다. 왜냐하면 단지 다른 회사의 직원으로서 다른 임금 등을 받고 있을 뿐이니까.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갑은 A회사 소속이고 을은 B회사 소속이며, 갑이 500만원을 받고 을은 150만원을 받아도 애초에 차별 시정을 이야기할 아무런 기초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십여년 간 정치권에서 논의된 관련법 개정안들은 불법파견 형식의 대부분의 사내하도급을 합법적인 도급으로 보게 하는 역제안을 담고 있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회사 소속으로 억지로 분류되어서, 중간착취자들에게 삥뜯기는 것을 멈춰야 차별이 해소될 기반이 조금이라도 생긴다.

 

이를테면 과거 새누리당이 제안한 개정안은 원청이 작업 배치 결정과 업무상 지휘ㆍ명령을 직접하는 경우, '근로시간ㆍ휴가 등의 관리 및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만 불법파견으로 본다. 그런데 이건 불법파견업체 관리자 거쳐서 얼마든지 안한다고 꾸밀 수 있는 것이다. 즉. 조금만 노력하면 100% 꾸밀 수 있는 외관인 것이다. 계약서 형식 좀 다듬고, 지휘명령이나 배치결정, 징계 결정을 불법파견업체에게 은밀하게 전달하고, 불법파견업체가 다 공식적으로 문서로 하면 언제나 합법도급(전적으로 다른 사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특정 정당에만 한정되는 일은 아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간접고용의 범위를 넓히는 식의 법안들이 계속 통과되었고 그래서 파견과 도급이 오늘날 고용형태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사회적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간접고용과 관련된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줄이려면 (1) 파견업종을 축소하고, 파견은 독자적인 전문설비와 기술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고 (2) 인력만 대는 사내하도급은 모두 불법파견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B회사가 A회사에 인력만 대어주고 독자적인 경영실체, 설비나 기술이 없으면 불법파견업체로 보고, B회사의 직원은 A회사에 직접 고용간주되는 것으로 보도록 현재의 법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A회사 직원으로서 동일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결론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려는 진지한 의도가 있다면, 인상비평에 기초한 도덕적 우월감을 내비치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멈추어야 한다. 그러한 상투어들은 진지한 문제해결, 즉 사회적 선결문제를 해결하여 노동조합이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기초의 마련을 막고 있다.  

 

'노동조합은 약자가 아니라 강자다'라는 식의 주장은 이상한 자유연상으로 연결된다. 노동조합이 강자이므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것은 사회정의라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더 이상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을 뽑아서 노동조건을 이원화하는 것, 아니면 아예 사내하도급을 줘서 그 노동조건에 관하여 정규직 노동조합이 다툴 수 있는 법적 기초를 박탈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문제를 '비정규직 자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문제로 본 다음, 정규직을 때림으로써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입장은, 사실상 정반대의 결과에 이르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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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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