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번역] 돈 로크 vs 해리 프랭크푸르트, "자유 행위의 세 가지 개념"
논의에 대한 요약:
돈 로크는 「자유 행위의 세 가지 개념」에서 자유의지 논쟁이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이유를, 논쟁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자유 개념들을 혼동하여 사용해 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자유 행위에 관한 주요한 개념은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Locke적 개념으로서 자유 행위를 의욕적 행위(willing action)와 동일시하는 관점이다. 둘째는 Hobbes적 개념으로서 자유 행위를 강제, 강박, 제약, 압박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위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셋째는 Moore적 개념으로서 자유 행위를 행위자가 실제로 다른 방식으로 행위할 수 있었던 경우의 행위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로크는 먼저 자유 행위를 의욕적 행위로 동일시하는 견해를 비판한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위한다는 것이 자유 행위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그는 프랭크푸르트의 일차 욕구, 이차 욕구, 이차 의지의 구분을 원용한다. 예컨대 의욕적인 마약중독자는 자신의 중독 욕구를 승인하며 그 욕구에 의해 동기부여되기를 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자신이 수행하는 행위를 기꺼워하지 않거나 원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유롭게 행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의욕성은 자유 행위의 충분조건도 아니고 필요조건도 아니다.
다음으로 로크는 자유 행위를 강제나 강박으로부터의 자유와 동일시하는 견해를 검토한다. 그는 강제, 강박, 제약 등의 개념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들을 검토하지만,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강제의 부재를 자유의 본질로 파악하는 견해는 도덕적 의무감에 의하여 강하게 동기부여되는 사람의 사례나, 외부의 조작에 의하여 욕구와 의지가 형성된 사람의 사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로크는 이 두 번째 개념 역시 자유 행위의 핵심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본다.
이에 비하여 로크가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은 세 번째 개념이다. 그는 자유 행위의 핵심이 행위자가 실제로 다른 방식으로 행위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자유롭게 행위하였다는 것은 단순히 특정한 욕구에 따라 행위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상황에서 실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특정한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크는 이러한 의미의 자유가 인과적 결정론과 긴장관계에 놓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야말로 자유의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해리 프랭크푸르트는 이러한 로크의 논의 가운데 특히 첫 번째 자유 개념에 대한 비판이 충분히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본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로크는 서로 다른 종류의 비의욕성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프랭크푸르트는 비의욕적 행위로 보이는 사례들을 세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 유형은 행위자가 자신의 상황을 원하지는 않지만, 그 상황에서 자신을 움직이는 욕구 자체는 승인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마지못해 도덕적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그러한 상황에 처한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으나, 자신을 움직이는 도덕적 이유 자체는 승인한다. 둘째 유형은 자신을 움직이는 욕구와 자신이 승인하는 욕구가 충돌하는 경우이다. 비의욕적 마약중독자가 대표적 사례이다. 셋째 유형은 행위자가 저항불가능한 욕구에 따라 행위하지만, 그 욕구에 대하여 어떠한 이차 의지도 형성하지 않는 경우이다.
프랭크푸르트는 로크가 자유 행위의 반례로 제시한 마지못한 도덕주의자의 사례가 사실은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그 사람은 자신을 움직이는 욕구를 승인하고 있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비의욕적 행위자가 아니다. 따라서 로크의 반례는 의욕성이 자유의 필요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 오히려 프랭크푸르트에 따르면 자유의 핵심은 행위자가 어떤 욕구에 의해 움직이는가가 아니라, 자신을 움직이는 욕구를 자신의 것으로 승인하는가에 있다. 자유와 책임의 중심에는 대안 가능성이 아니라 자기 동일화된 의지가 존재한다.
역자의 평가:
역자의 평가로는, 로크와 프랭크푸르트의 논의는 공통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다.
첫째, 양자는 모두 자유 행위의 개념 분석에 집중하지만, 왜 그렇게 타당한 것으로 골라낸 자유가 책임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법체계가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자유가 무엇인가라는 문제 자체가 아니라, 왜 어떤 자유를 갖는 것이 특정인에게 비난과 제재를 가하는 것을 정당하게 만드는가의 문제이다. ‘X라는 개념 이해에 따른 자유가 있으면 비난과 제재가 정당화된다’가 이미 참인 전제로 있고, 추가적 전제로 ‘X가 바로 분석적으로 타당한 자유 개념 이해다’라는 것만 투입하면 되는 상태에서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로크는 자유를 실제적 대안 가능성에 의존시키고, 프랭크푸르트는 자유를 이차 의지와의 동일시에 의존시키면서도, 왜 바로 그러한 자유가 왜 책임을 정당화하는지는 별도로 논증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의 논의는 제시하는 자유 개념과 책임 정당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연결고리는 이미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빈 칸으로 남겨진 자유 개념을 채워넣는 것에 집중하는 식으로 단절된 논의 순서를 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자유와 책임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는, 자유는 책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이런 식으로 순서대로 따로 다룰 수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로크의 견해는 결정론이 참인 경우 또는 무작위론이 참인 경우 의무론적 책임 개념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만약 모든 행위가 이미 결정되어 있고 행위자가 실제로 다른 방식으로 행위할 수 없었다면, 그의 기준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자유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처벌과 포상은 오직 사회적 효용, 범죄 억제, 교정, 예방과 같은 목적론적 근거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프랭크푸르트의 이론은 숙고된 확신에 속하는 실제 법적 책임의 구조와 상당히 괴리되어 있다. 형법은 일반적으로 고의, 인식, 예견가능성, 통제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책임을 판단한다. 반면 프랭크푸르트는 행위자가 자신의 욕구를 승인하는지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의욕적 살인범과 비의욕적 살인범은 모두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이상 살인죄의 책임을 진다. 의욕적 중독자와 비의욕적 중독자 역시 일반적으로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그런데 프랭크푸르트에 따르면 전자는 자유라는 필요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행위하였으므로 그 제재와 비난이 정당화되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이 적어도 시사된다. 따라서 프랭크푸르트의 이차 의지 이론은 도덕심리학적 통찰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실제 법적 책임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으로서는 설득력이 제한적이다.
넷째, 양자의 자유 개념 자체가 충분히 독립적인 근거 위에 세워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로크는 자유의 본질이 실제적 대안 가능성에 있다고 주장하고, 프랭크푸르트는 자유의 본질이 이차 의지에 의한 승인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자 모두 그 결론을 독립적 규범 원리로부터 도출하기보다는 특정 사례들에 대한 언어적 직관에 의존하여 정당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그들은 자유의 개념을 발견한다기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직관들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양자의 논의는 자유의 본질에 관한 논증이라기보다는 서로 경쟁하는 개념적 재구성의 제안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논문 읽기는, 따라서 이미 상당 부분 문제를 해결한 과거 학자의 답과 논증을 이해하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루고자 하는 그 주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답을 제공하지 못했던 논의의 지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의의를 갖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