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요약의 필요성
어떤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고 해보자. 아직 글쓰기에 구체적으로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냈다고 싶으면 글을 쓸 예정이라고 해보자. 그럴 경우 그 주제에 관련된 책의 내용들의 핵심 명제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어야 창의적이면서도 엄밀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그때가서 다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볼 수는 없다. 그 때는 요약한 것을 먼저 보고 더 구체적인 자료를 찾기 위해, 더 구체적인 논리를 다시 상기하기 위해 책을 볼 뿐이다. 따라서 책 요약을 한 자기만의 노트가 없이는 글을 쓰더라도 빈약한 내용을 퉁퉁 불린 것에 불과한 작업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아직 어떤 주제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고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도 읽은 책의 내용을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서 머리 속에 집어 넣으려면 요약은 필수적이다. 마무리를 짓지 않은 지식, 그 뼈대와 윤곽을 자기 손으로 그려보지 않은 지식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모래와 같으며 책상위에 엎지른 알코올과도 같다.
(주의: 요약본은 책을 읽고 난 후 두 번째 읽으면서 작성하는 것이다. 처음 읽을 때는 쓰지 않는다. 책을 읽는 방식에 대해서는 기고 게시판의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참조)
2. 발췌본과의 차이
요약은 발췌본과는 다르다. 발췌본은 다음 세가지 경우에 유의미하다.
첫째, <법의 제국> 같은 것을 교안으로 작성할 때. 강의를 위한 교안은 사실 책을 읽으면서 하는 것과 다름 없다. 교안은 강의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보기 위해서 작성되는 것 뿐이다.
둘째, 외국어로 된 논문을 요약번역할 때. 완전 번역이야말로 제일 바람직하겠지만, 시장에서 책으로 출간되지 않을 문헌-특히 논문들-을 소개할 때마다 일일이 처음부터 끝가지 번역할 수는 없다. 요약번역은 그 개략성과 신속성에서 나름의 이점이 있다. 따라서 이 때 그 책의 내용을 되도록 그대로 옮기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다.
셋째, 새로운 논증이 거의 없는 증거자료(data) 위주의 책을 정리할 때. 이런 발췌본은 순수히 본인의 문제의식을 탐구해나가면서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고 간략하게 모으기 위해 작성된다. 그 분량도 문헌 하나당 그리 많지도 않다. 특히 사실자료를 수집할 때 필요한 문헌을 모두 돈 주고 살 수 없다. 이 때 도서관에 며칠 눌러앉아서 필요한 책과 자료를 넘겨 보면서 빠르게 옮겨 적고 난 후 정리한 발췌본은 큰 도움이 된다.
그 이외의 경우에서는 발췌본보다는 요약이 낫다.
먼저 본인의 입장에서는, 발췌본이 너무 간략하면 나중에 읽어도 그 의미 파악이 힘들다. 발췌본이 너무 길면 책 내용을 상당 부분 베낀 것에 불과하여 그냥 책에 옆줄 친 것을 읽는 것이 더 낫게 된다. 또한 요약은 글의 핵심 주장, 논거 형태로 윤곽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작업임에 비해 발췌는 자칫 잘못하면 기계적인 작업에 그칠 우려가 있다. 결국 본인에게 제대로 된 요약작업은 (1) 공부에 매듭을 짓고 마무리를 짓기 (2) 편리한 복습의 도구 (3) 핵심 명제들을 한 눈에 정리하고 머리에 담아두어 여러 명제들을 연결짓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요약>은 책을 안읽은 사람도, 읽은 본인도 그 내용의 핵심 주장+핵심 근거를 쉬뤼릭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1) 핵심 지식 파악 (2) 직접 책을 사서 보게끔 흥미를 유발 (3) 요약자 본인은 알고 있지 못하는 다른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적시에 유용한 지식을 접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는 세 가지 목적이 보다 쉽게 달성된다.
3. 요약본의 종류
요약본은 그 대상에 따라 (1) 전체 요약본과 (2) 일부 요약본 (3) 주제 요약본으로 나뉜다. 전체 요약본은 말 그대로 그 책의 핵심 주장+논거를 거의 빠짐없이 요약하는 것이다. 이 요약은 책의 내용이 풍부하고 버릴 것이 없을 때 쓰인다. 일부 요약본은 책이 너무 두꺼워서 일단 일부만 요약작업을 그친 것을 말한다. 일부 요약본은 전체 요약본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시민교육센터 회원 중 누군가가 A라는 책의 3장의 일부 요약본을 올리면, 같은 책에 관심을 가진 B라는 사람이 7장의 요약본을 올릴 수 있다. 이와 같은 협력을 통해 시간이 흐르면 그 책의 흥미로운 부분이 다 요약될 수 있다.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다. 주제 요약본은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기초하여 책의 단면을 잘라 본 사람이 쓰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노동계급은 왜 보수정당에게 투표하는가?"라는 주제를 칼로 삼아 책의 단면을 자르는 것이다. 그러면 '임노동자기금 논쟁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국가와 헤게모니' 같은 책을 읽어도 저자의 중심 주제와 상관없이 그 단면을 중심으로 읽어간 내용과 고민거리를 요약하게 된다. 주제 요약본은 서두에 요약의 주제를 밝히고 관련된 페이지나 장chapter을 적시하는 것이 좋다.
4. 요약본을 쓰는 공식
요약본을 쓸 때는 요약대상 책의 분량에 구애받을 필요 없다. 어떨 때는 10p가 한 줄로 요약될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은 1p가 세줄로 요약될 수도 있다. 상대적인 요약분량을 결정하는 것은 그 책의 특정 부분에 들어 있는 정보량이다.
그러므로 (1) 일단 주장을 찾는다. 단락이나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핵심 주장이 나온다. 그 핵심 주장을 문장으로 만든다. (2) 그 핵심 주장의 근거를 나열한다. 근거에는 논리적 논거와 사실자료의 논거 두가지가 있다. 논리적 논거도 간략하고 쉽게 표현하고, 부수적인 논거는 버린다. 사실자료 논거는 원문헌에 풍부하게 제시되었다 하다라도 한 두 가지 정도만 부기하고 나머지는 인용페이지를 표시로 대체한다.
5. 요약본을 자기 말로 쓰는 요령 및 공식
요약본을 처음 쓸 때는 계속 발췌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즉, 핵심 문장을 군데 군데 뽑아서 발췌만 하는 것이다. 물론 원문헌의 문장이 요약본에 들어가기 딱 맞는 경우라면 그대로 옮겨도 무방하다. 그러나 문장은 항상 그 맥락에 맞는 크기를 갖고 있으므로 그렇게 딱 맞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러므로 자기 문장으로 다시 만들어서 옮기는 것이 60% 이상은 될 것이다. 이 때 잘 안될 때는 다음과 같은 사고과정을 가상적으로 거친다.
옆에 친구나 학생이 있다. 이 옆에 있는 사람의 지적 수준은 평균적인 19세 내지 21세 정도 된다. 이 사람에게 자신이 요약본의 분량으로 미리 상정한 것과 상응하는 시간 동안 (예를 들어 A4 6p로 요약하기로 했으면 1시간 30분 정도) 재미있게 책 내용을 설명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때 책 내용을 흥미위주로 그 사실정보를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뼈대' 중심으로, 이 대화를 통해 청자가 마치 그 책을 분석하며 읽은 것과 최대한 가까운 상태를 유도한다고 생각해 보자. 시간 제약도 있고 지적 수준 제약도 있다. 그러므로 다짜고짜 발췌식 건너뛰기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다음과 유사한 기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이 기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의식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과정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1) 핵심주장과 논리적 논거(A)로부터 구체적인 예(a)를 생각한다. 구체적인 예를 다시 추상화(A')한다.
(2) 위 A'에 원문헌의 사실자료 논거 중 취사선택한 것을 덧붙인다.
요약본은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다음 지적 작업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므로 그 문장의 완성도에 신경 쓸 필요가 별로 없다. ex, cf, but, O X 및 화살표 등 기호나 도구를 활용하여 간략화 해도 좋다. 노트필기처럼 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단순화 간략화 하면 된다. 예가 많을 때는 첫째, 둘째 하며 이어서 쓰기 보다는 동그라미 번호를 붙여서 세로로 나열하는 것이 오히려 보기 좋다. 요약본의 기능은 다음에 쉽게 휘리릭 보아 핵심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
6. 의문점이나 반대주장 정리
의문점이나 반대주장은 괄호()안에 표시할 수도 있다. 예를 위해 사용된 괄호 이외의 괄호는 요약자의 생각이나 의문점, 반대주장을 표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는 요약글 맨 말미에 자신의 주장과 논거를 전개할 수 있다. 의문점이나 반대주장의 부기는 요약본을 읽는 제3자가 요약본이 어떤 단면으로 작성된 것인가를 알기 쉽게 하고, 새로운 생각을 자극한다. 요약자 본인도 나중에 자신이 했던 고민을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7. 이제 실례를 살펴보자. 시민교육센터의 홍인표 회원님이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7장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 발췌본을 기초로 요약 문장을 만들어 보았다.
(1)
발췌본:
생물들은 다른 생물을 해치거나 돕는 능력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것들은 더 강하거나 더 사납거나 더 유독하고, 어떤 것들은 더 좋은 유전자나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다. 그 강력한 생물들은 자신의 강력함을 모두가 알아주기를 원하고, 그들과 마주치는 생물들 역시 누가 강력한지 알기를 원한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다른 모든 생물의 DNA, 근육의 양, 생화학적 구성, 사나움 등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잘난 생물들은 자신의 가치를 저마다 특정한 신호로 광고한다. 애석하게도, 잘나지 못한 생물들은 그 신호를 위조하고 이득을 수확하여 그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면 잘난 생물들은 위조하기 어려운 광고물을 만들어 내고, 잘나지 못한 생물들은 더 정교한 위조물을 만들어 내고, 제 3자들은 분별 능력을 강화하는 경쟁이 벌어진다. 지폐의 경우처럼 그 표시들은 비길 데 없이 번드르르하고 본질적으로 무가치하지만, 마치 가치가 있는 것처럼 취급되고 또 그렇게 취급되기 때문에 가치를 갖게 된다.
그런 광고물들 뒤에 숨겨진 귀중한 내용물은 우위(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와 신분(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으로 나뉠 수 있다.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그 능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두 능력은 종종 결합한다.
모든 다툼에서 비참한 결말에 이를 때까지 싸우는 것은 서투른 전략이다. 상대방도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진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싸움은 패자에게 타격이 크다. 싸움을 하다가 다치거나 죽으면 애초에 상금을 포기했을 때보다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싸움은 또한 승자에게도 타격이 클 수 있다. 승자도 싸움의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당사자가 사전에 누가 이길 확률이 높은지를 사정하고 약자가 깨끗하게 물러난다면,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누가 더 큰지를 보기 위해 서로 크기를 재거나, 누구의 무기가 더 센지를 보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거나, 누가 더 강한지를 확인할 때까지 씨름을 한다. 승자는 한 쪽이지만 둘 다 살아서 돌아간다. 패자가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면 다른 곳에서 승리의 길을 찾거나 상황이 더 좋아질 때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것을 위와 같은 요령에 따라 요약하면
요약본: "생물은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싸움할지 말지 결정할 때, 다른 개체의 자질을 파악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유전적 자질이라는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특정한 신호로 그 정보를 주고 받는다. (ex 숫사슴의 큰 뿔, 공작의 꼬리) 그런데 때때로 실질적인 자질은 없으면서 그 광고물만 모방해서 경쟁에서 이기려는 개체가 나타나고, 그리하여 번드르르한 놈과 진짜를 구별하는 능력도 진화하여 광고 능력과 함께 나선형 상승작용을 한다."로 줄일 수 있다.
(2)
발췌본:
인간에겐 엄격한 서열이 없지만, 모든 사회에서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 사이에 일종의 서열관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서열이 높은 사람은 의견의 우선권이 있고, 공동의 결정에서 발언권이 크고, 대개 공동의 자원을 더 많이 분배받고, 아내와 애인을 더 많이 거느리고, 다른 남자들의 아내와 더 많이 성관계를 맺는다. 남자들은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동물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들과 인간에게 고유한 방법들을 이용해 지위를 획득한다. 싸움을 잘하는 남자들은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외모가 더 매력적인 남자들도 높은 서열을 얻는다. 자칭 이성적 동물이라는 종 사이에서도 큰 키는 의외로 강력하다. 대부분의 식량수집 사회에서 ‘지도자’라는 단어는 ‘큰 사람’을 의미하고, 실제로 지도자들은 대개 큰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키가 큰 사람들은 고용이 더 잘 되고, 승진이 더 잘 되고, 더 많이 벌고(1인치당 연복 600달러), 대통령으로 더 많이 선출된다. 1904년부터 1996년 사이의 대통령 선거에서 키가 큰 후보가 스물네 번 중 스무 번이나 당선되었다. 신문의 개인 광고란에서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원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는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남성이 여성보다 크고, 낮은 목소리나 턱수염처럼 실제보다 더 커보이게 만드는 방식들을 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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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본: "인간 특히 남자들 사이에는 서열이 존재한다. 서열이 높으면 성관계 횟수 등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한다. 서열 표지로 사용되는 직접적인 광고물의 예에는 큰 키와 잘생긴 외모가 있다. (ex키가 크면 고용도 잘되고 대통령 선출 가능성, 여성에게 선택될 가능성도 더 높다)"
(3) 발췌본:
그러나 인간은 언어와 함께, 우위에 대한 정보를 전파하는 새로운 방법을 진화시켰다. 바로 평판이다. 사회학자들이 오래전부터 당혹스럽게 생각해 온 사실은, 미국 도시에서 발생하는 살인의 동기들을 분류했을 때 가장 큰 범주는 강도, 불량한 마약의 거래, 또는 그 밖의 명백한 동기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모욕, 욕설, 부딪힘 같은 비교적 사소한 원인에서 시작된 언쟁”이다.
남자들은 같은 남자들은 두 부류로 나눠, ‘함부로 해도 되는 부류’, ‘함부로 하면 큰코다치는 부류,’ 말이 곧 행동을 의미하는 사람들과 허풍이 전부인 사람들, 여자친구와 농담을 해도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녀석과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녀석으로 인식한다.
대부분의 사회적 환경에서 남자의 평판은 부분적으로, 언제든 확실하게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해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며, 한 사람의 이익은 경쟁자들을 미리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든 침해당할 수 있다. 효과적인 억제책은,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이득을 보려 한다면 반드시 가혹하게 응징할 것이고 그래서 장기판의 졸 따위를 희생하더라도 도전자에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확신을 경쟁자에게 심어 주는 것이다.
왜 우리는 치과 의사들이나 교수들이 주차장에서 결투하는 것을 보지 못할까? 첫째, 그들은 폭력의 합법적인 사용권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를테면 도시의 암흑가나 머나먼 국경 지대처럼 국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확실한 폭력의 위협이 유일한 방어 수단이다. 둘째, 치과 의사나 교수들의 재산인 집이나 은행 계좌 같은 것들은 훔치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내 재산을 어깨에 짊어지고 갈 수 있기 때문에 위협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수적일 때 ‘명예의 문화’가 출현한다. 그런 문화는 고정된 토지에 농사를 짓는 농경민보다는 가축을 쉽게 도난당할 수 있는 유목민 사이에서 더 많이 발달한다. 유목민 외에도 부가 현금이나 마약처럼 유동적 형태로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발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치과 의사들과 교수들이 남성적이고 가난하고 젊은 계층이 아니라는 데 있을 것이다.
또한 당구장의 살인자들과 그 희생자들은 무지하고, 가난하고, 미혼이고, 종종 직업이 없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인간들처럼 일부다처로 사는 포유동물 사이에서 번식 성공률은 수컷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가장 치열한 경쟁은 성공 가능치가 0명에서 1명 사이를 오가는 수컷들이 몰려 있는 밑바닥에서 벌어진다. 남자들은 부와 지위로 여자를 유혹하기 때문에, 부와 지위가 없어서 여자를 얻을 방도가 없는 남자는 유전적 낭떠러지로 내몰리게 된다. 굶주림이 극에 달하면 위험한 영토로 뛰어 들어가는 새들이나, 1점 차로 지고 있고 1분 후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골키퍼를 빼고 공격 선수를 집어넣는 아이스하키 감독처럼, 미래가 없는 미혼 남자는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할 것이다, 밥 딜런이 노래했듯이, ‘가진 게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
학회가 열린 자리에서 잭나이프를 휘두른다는 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톡 쏘는 질문, 통렬한 되찌르기, 도덕적 모욕, 위압적인 독설, 분노의 항변, 원고 검토 및 연구비 심사들이 난무한다. 원칙상 강제력은 이론 자체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옹호자들은 그 이론을 지지하기 위해 협박(“명백히...”), 위협(“...라고 한다면 비과학적일 것이다”), 권위(“포퍼가 입증한 바에 따르면...”), 모욕(“이 연구는 ...을 위한 엄밀함이 부족하다”), 비하(“오늘날 진지하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등의 언어적 우위 전술을 동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위는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이다. 그런 자산에는 아름다움, 독보적인 재능이나 전문성, 유력자들의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부가 포함된다.
배블런은 위신의 심리에는 세 가지 ‘취미의 금전적 표준’이 작용한다고 제안했다. 뚜렷한 여가, 뚜렷한 소비, 뚜렷한 낭비가 그것이다. 사람들이 지위 상징물들을 과시하거나 탐내는 것은 그것들이 반드시 유용하거나 매력적이라서가 아니라(자갈, 데이지 꽃, 비둘기는 확실히 아름답다. 그것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종종 그것들이 너무 희귀하거나 사치스럽거나 무의미해서 부유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는 자연에서 광고물들이 진화한 이유는 그것이 장애물이기 때문이라고 제안했다. 건강한 동물들만이 그런 것을 가질 여유가 있고, 암컷은 건강한 수컷을 골라 짝짓기를 한다. 이론 생물학자들은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들 중 한 명인 앨런 그라펜이 후에 그 이론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쿠엔틴 벨은 유행을 분석한 권위 있는 저서에서 단지 하나의 설명만이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다음과 같은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당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라. 만일 정상에 있다면 아래에 있는 사람과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라.”
벨은 배블런의 목록에 네 번째 표준을 추가했다. 뚜렷한 위반이 그것이다. 적극적인 거부는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로 자기 자신의 지위나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광고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나는 대단히 재능이 있고, 부유하고, 인기가 있고, 인맥이 좋아서 당신을 성나게 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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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본: "인간은 단순히 신체로 광고하거나, 타인의 신체를 쳐다봄으로써 힘과 건강함의 서열 표지를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 다른 개체에 대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을 진화시켰다. 그것은 바로 '평판'이다. 인류 진화 대부분을 차지한 부족사회에서는 그 집단에서 누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가 가장 확실한 정보 원천이다. (ex사냥도 잘 못하고 기력도 없는 놈으로 낙인 찍히면 아내를 얻기는 글렀다) 비싼 차, 좋은 옷, 넓은 집, 하인과 같은 과시적 소비물은 효과적인 평판 획득의 수단이다. 그 외에도 자신감있고 거만한 태도 등도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런 신호가 별반 없어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지위가 '만만한 놈인지 무서운 놈인지'로 판가름 나는 가난한 남자들은 '평판'이라는 광고물을 얻기 위해 폭력도 불사한다."
8. 맺음말 (회원들께 드리는 말씀)
위 예 및 제가 이때까지 올린 요약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요약은 원문헌의 기계적인 순서를 파괴할 수도 있고 그다지 완성도 높은 문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요약을 하실 때 부담은 안가지셔도 좋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요약한 뒤에 시민교육센터 자유게시판에 올린 다음, 다듬을 부분이 없다면 센터 운영진이 곧바로 시민교육센터 학습자료실에 게시하면 됩니다. 시민교육센터에서 보다 많은 문헌들을 함께 공유해 보도록 합시다. 위와 같이 자유로운 형식의'요약글'을 통한 문헌 공유는 세태에 대한 넋두리와 초점없는 토론보다 훨씬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각 분야 책의 요약본이 충분히 쌓이게 되면 적어도 인터넷 서점에 있는 무수히 널려 있는 서평보다는 훨씬 믿을만한 교육자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