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자유에 관한 논의를 하게 되면, 앵무새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형식적 자유에 불과해. 실질적 자유까지 보장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이념이다. 그러므로 이 사안의 결론은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도록 형식적 자유는 양보해야 한다."

 

이들은 "형식적"(formal)과 대비되는 "실질적"(substantial)이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그 개념을 언급하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결론으로 곧바로 달려가는 다리라도 놓는 양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말로 자신의 논적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 즉 자유방임 자유주의자들과 같이 자유의 아주 작은 부분만 보는 이로 쉽게 낙인 찍고 치부해버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정도는 그저 진영(camp)을 나누는 도구로서 캐리커쳐를 그리는 데 그칠 수도 있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형식적인 것과 실질적인 것을 같은 평면에 놓고 저울질 함으로써 때로 실질적인 자유를 위해 형식적인 자유를 불평등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다.

 

이러한 식의 지적 나태는 대부분 삼류 인텔리들이 미친 영향의 결과이다.

 

삼류 인텔리란, 실상은 아무런 진지한 탐구의 자세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단지 일시적으로 갇힌 청중(captive audience)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속적인 기회를 잡았다거나 아니면 우연히 대중의 인기를 얻어 자신의 말을 노출시킬 폭넓은 기회를 잡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밈(meme)을 바이러스처럼 퍼뜨리는 이들이다.

 

이들이 퍼뜨린 밈은 오히려 그 경구나 개념들을 받아들이기 전에 건강했던 사람들의 오성을 오염시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개념을 거친 왜곡된 상에 의하지 않고서는 사유할 수 없는 불능의 상태가 된다.

 

사실 대중이 갇고 있는 신념들의 많은 부분들은, 삼류 인텔리들이 부지불식간에 넣어버린 밈에 불과하며, 대중들 중 일부가 우연히 삼류 인텔리의 지위를 얻게 되었을 때, 그들은 다시금 그 밈을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하여 고민하지 아니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된 이들도, 실제로 이런 밈들을 뜯어보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것을 엉터리로 생각하면서 여기에 무슨 대단한 학적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밈들을 보라.

이 밈들 중 어떤 것들을 낡아서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어떤 것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계속 유통되고 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이러한 자유 제한을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주의는 방종에 이르게 되므로 공동체 지향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인간은 20%의 뇌 용량만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어릴 때에는 무궁무진하게 창조적인데 어른들의 교육으로 인하여 천편일률적으로 사고가 닫힌 비창조적 인간이 된다."

"미국인들은 자기 나라 땅에 어마어마한 석유가 묻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기 나라의 후손들을 위해 그 석유를 전혀 시추하지 않고 아끼면서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과학 자체가 필연적으로 가치편향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을 발견하는 신뢰할 만한 과학추론 방법이란 없다."

"삶의 의미는 자기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며, 자기주도적인 삶이란 나름의 의미를 자신이 자기 행동에 부여해서 그에 따르는 삶이다."

"소크라테스는 4대 성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모든 법률에 복종해야 한다.."

"권리는 절대적이지 않다. 공동체는 공익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리는 공익과 나란히 저울에 올려지는 것이며, 국민 다수가 그 저울을 자기 마음 속으로 가늠 해보고, 권리가 무겁다고 느끼면 권리가 이기는 것이며, 공익이 무겁다고 느끼면 공익이 이기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는 진정한 표현의 자유와 부진정한 표현의 자유가 있다. 이런저런 악영향을 가져오는 자유는 진정한 표현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밈 중 일부에는 과거의 진지한 사상가들도 책임을 진다. 사상가들이 말했던 것 중에 직관적으로 호소력이 있지만, 실제로는 엄밀히 검토되지 못했던 것들 중 많은 것이 변형되고 리듬감 있게 다듬어 져서, 대중에게 공유된 밈으로 전화한다. 그리고 이 밈들의 목록에 "형식적 자유는 소용이 없으며 실질적 자유를 기준으로 자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경구도 들어간다.

 

그런데 과거의 진지한 사상가들이 말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규범적 명제들은 그 동안 많은 학문적 성과로 인하여 그럴법한 것과 그럴법하지 않은 것이 점점 가려져 왔다. 그렇다면 널리 시민들, 적어도 시민들에게 정치사상의 요체를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인은, 그 성과를 먼저 제대로 익힌 뒤에, 무어라도 말할 지적 의무가 있다.

 

이언 카터의 논의는 이와 같은 오도하는 개념들을 쓰지 않으면서도, 원래 그 오도하는 개념을 쓰면서 포착하려고 했던 쟁점들일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중요한 두 구분을 제시한다.

 

IanCarter_TheMythofMerelyFormalFreedom_이언카터_단지형식적자유라는신화.hwp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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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베스
    2018.04.10 23:4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이런 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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