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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김신애] <다큐멘터리> "The Take" 소개 및 감상문

by 시민교육 2009. 7. 20.
다큐멘터리 영화 <The Take>는 2001년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다국적 기업이 버리고 간 공장을 노동자들이 ‘인수’ 하여 노동자 운영(worker-run)체제로 소유권 구조자체를 전환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캐나다 방송국(CBC) PD 출신인 아비 루이스가 감독하고, <쇼크 독트린: 자본주의 재앙의 도래(2007)>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이 각본을 썼습니다. 영화는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했다가 ‘당신이 세계화에 반대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라고 자꾸 말을 끊고 추궁하는 사회자 앞에서 할 말을 제대로 못한 나오미 클라인이, 말을 끊고 할 말을 못하도록 한 사회자는 원망스럽지만, ‘그들이 일리는 있다. 적들은 대안을 원한다. 우리도 그렇다.’ 라고 성찰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는 제작진들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들리는 ‘소문’ 을 추적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1990년대 카를로스 메넴 정권 하에서 심하게 탈규제화된 아르헨티나 경제구조를 배경으로 다국적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을 요구하거나 공장운영이 이익이 안된다고 파악했을 때는 무책임하게 공장을 버리고 가버렸고(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어떤 규정도 남아있지 않았었다고 하죠), 수백개의 공장이 수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상태에 빠뜨린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놀랍게도 어떤 공장의 노동자들은 소유주가 버리고 떠나버린 공장을 계속 가동하면서 아예 모든 노동자가 공장을 소유하는 체제로 전환해 버렸습니다(소위 ‘공장복구운동’ 이라고 불리는 운동의 시초가 의복제조공장의 여성들이었습니다. 사장이 훌쩍 떠난 것을 걍 무시하고 공장을 돌려버린 것이죠!). 운동이 전파됨에 따라 소유권을 전환하는 과정이나 소유권 공유하는 방식도 다양화된 것 같습니다. 어떤 공장은 모든 노동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으로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공장도 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첫째. 노동자들이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배우면서 하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특정한 정치이론 엘리트들의 도움이 없이도 소유권 체제전환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것. 둘째. 우리가 늘상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것-회사에는 사장이 있어야 하고, 회사의 회계 등 운영방식은 전문적이고 복잡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것-들이 없이도 공장이 무리 없이 잘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물론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환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자도망간 소유주가 돌아와서 재산권을 주장합니다. 이들은 정치권과 결탁하여 끊임없이 이미 공장을 돌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쫓아내려고 합니다(어느 날 전경이 들이닥치죠). 노동자들은 24시간 보초를 서거나 모든 조합원들이 새총을 구비하여 전경과 투석전을 하면서 공장을 지켜내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은 지역사회와 끈끈한 연대를 결성하고(공장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지역사회에 기증하거나 값싸게 공급한다던지), 시민들은 ‘언제든지 몸을 대 주겠다’ 며 싸움을 지지합니다. 이러한 싸움은 몇 년에 걸쳐 도산공장 몰수법(expropriation law)을 둘러싼 법적공방과 병행됩니다. 대통령 선거 또한 크나큰 변수가 됩니다.
영화는 어쨌든 이러한 싸움이 노동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결국 주인공들의 공장은 ‘노동자 운영’ 이라는 팻말을 걸고 재가동이 되지요. 제게 이 다큐멘터리는 소유권구조의 전환이 어떤 정치경제적 배경과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가의 상상력을 자극해 준 좋은 사례입니다. 또한 이 다큐멘터리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스페인의 몬드라곤 마을의 사례라던지 한국의 키친아트의 사례도 저에게는 기존의 무식에서 좀 더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동영상 탑재에 관해서는 원래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DVD로 판매되는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는 작품이지만, 작품제작의 목적과 유튜브에 올린 사람의 의도를 감안할 때 시민교육의 목적에서 저희 싸이트에 올려도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국어 번역을 시도한 것은 인터넷에서 여기 저기 뒤져 보았을 때 한국어 자막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영화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언급이 없어서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해버렸습니다. 자막은 불편하시겠지만, 제가 시간을 표시해 두었으니 유튜브 화면 오른쪽에 메모장 파일을 열어두고 끌어내리면서 보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겠습니다. 더 좋은 번역이나 시청 방법이 있으시면 알려주십시오.


아래에는 링크별로 그 자막 텍스트(김신애 역)을 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