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의 문제 11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다룹니다.
 그 질문이란 "자유주의 국가가 예술을 지원하는 것이 정당화되느냐?"입니다.
 자유주의 국가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선관(conception of good)에 대하여 어느 한 쪽을 편애해서는 안됩니다. 좋은 삶에 고상한 예술을 음미하며 사는 것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민(A)과 그런 것 없어도 된다, 오페라 따위보다야 스타크래프트가 훨씬 훌륭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민(B) 사이에서, 국가는 시민B를 시민A의 선관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불평등하게 대우하지 않으면서도 고급 예술이나 인문학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일까요?
 드워킨은 먼저 "국가 지원은 정당화된다"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논변으로 제시된 두 가지 접근 방법을 살펴봅니다. 하나는 경제적 접근법이고 다른 하나는 고상한 접근법입니다.
 드워킨은 이 둘 모두 큰 약점이 있음을 밝힙니다.
 그 다음으로 문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격을 규명합니다. 이로부터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도출해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논의의 논리상, 국가 지원의 목적은 문화의 특정한 내용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적 기회의 구조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데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냅니다.
 이와 같은 논제는 한국 헌법의 "문화국가 원리"의 해석과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현재는 문화부에서 자금줄을 쥐고 흔들며 내용에 따라 지원을 선별적으로 하고, 그에 따라 완장을 둘러찬 자들에 의해 정치적 입김이 문화적 활동에 크게 개입하게 됩니다.
  드워킨의 논리에 따르면, 국가가 자금줄을 쥐고 내용에 따라 선별 지원하는 그런 방식은 자유주의 국가로서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다고 할 것입니다. 드워킨은 문화 기관에 기부할 경우 면세혜택을 언급하고 있으나, 사실 면세혜택은 부자들이 문화에 영향을 크게 끼칠 수 있는 영향 불평등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문화국가 원리는 모든 국민들에게 문화쿠폰을 제공하여 그것을 (i) 투표하는 형태 (ii) 문화 상품권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형태를 기본으로 하고, 다른 다양한 전략들을 강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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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우맨
    2018.01.24 20: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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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께서 번역해주신 <원리의 문제 11장> pdf파일의 문단번호 26, 28-29, 31에서,

    “26 이제까지의 논의는 고상한 접근방법의 유용성도 훼손시키는 듯 하다. 예술은 i) 구체적인 예술 결과물도 가져오나 ii) 구조적인 틀(structual frame)도 산출한다. 구조적 틀이란 구체적인 예술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다.

    28 공동체의 문화의 핵심에는 언어가 있는데 언어는 기술적인 의미에서 공공재도 아니고 사적 재화도 아닌 사회적 재화다. 그러나 혼합적 공공재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단을 통해서 어떤 이가 말하고 쓴 것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배제시킬 수 있다. (책은 사야 본다) 그러나 전체로서 언어 자체로부터 배제될 수는 없다. 언어를 쓰는 사람으로서도 무임승차자가 많은 것이 아무 승차자가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 (내가 하는 말을 알아먹는 사람이 많을수록 생산할 맛이 난다). 언어에서 사적인 상호작용은 집합적으로 공유된 언어를 결정한다. 우리가 쓰고 읽는 책, 우리가 제공하고 받는 교육, 그리고 수백만의 다양한 언어적 상호작용이 우리가 어떤 언어를 가지느냐를 결정한다. 우리는 우리가 공유하는 언어에 가해진 것의 수혜자이자 희생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9 언어는 쇠퇴할 수 있다 어떤 언어는 다른 언어보다 더 풍요롭거나 더 낫다. 후세대의 사람들이 특정한 구조적 기회를 잃어버림으로 인해 생긴 언어의 쇠퇴를 싫어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상실을 후회할 어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익스피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세익스피어가 만들어낸 그 많은 어휘들을 가지지 못했음을 후회할 수는 없다) 이는 또한 사람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풍부한 언어적 기회 구조를 가지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가상의 작가가 가상의 어휘를 만들어낸 경우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일반 문화의 구조일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대의 언어가 현재 우리의 언어가 제공하는 기회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면 그들의 처지가 나빠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닿는다. 물론 그렇게 말함에 있어 우리는 우리는 그들의 이익이 무엇인지 그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주장을 전제해야 한다.

    31 이때까지 고찰해온 언어의 구조적 기회에 대한 문제는 예술, 인문학과 밀접히 관련되어 다. 왜냐하면 예술과 문화의 구조는 공유된 언어의 특별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사적 화법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소설과 거짓말을 구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아무도 소설을 쓸 수 없었을 것이고 허구 서사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드워킨이 말하는 “문화의 핵심인 ‘언어’와 ‘어휘’가 풍요로워진다”는 것이 명확하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사전에 등재되는 단어 수가 많아진다거나 셰익스피어가 없었다면 그가 창조한 ‘신조어’가 없어져서 애석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말하는 ‘언어와 어휘의 풍요’를 ‘언어공동체의 가치 승인의 기준이 다양해지는 것’으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보호해야 하는 ‘언어적 기회 구조’라는 것은 ‘더 다양한 가치의 승인 기준을 갖고 있는 언어 공동체 속에서 살 수 있는 기회’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것'과 같이 예술 작품은 그 작품을 향유함으로써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예술 작품은 그 출현 자체로 언어공동체의 가치 승인의 기준을 새로 만들 수 있다. (소설이 출현하게 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소설 장르의 가치를 승인하는 평가 기준을 갖게 된다) 반면에 스타크래프트 게임은 이러한 충격을 가하지 못하고 단지 언어공동체의 기존의 기준에 의해서 가치를 승인받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가 폭넓은 가치 승인의 지평을 갖게 되는 것은 특정한 선관을 가진 구성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구성원 모두가 가치관을 형성하고 가치 있는 활동을 함에 있어서 보다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 가운데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 2018.01.25 23:3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가치 승인의 기준이라기보다는, 스스로 가치를 깊이 있게 구성하고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수단들이라고 할 것입니다. 즉 삶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넓이를 음미할 수 있는 길들을 터준다는 의미로 새겨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삶은 화석화된 몇 가지 코드로 이해하자면 아주 형식화해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불륜을 저지르다 음독 자살을 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는 짧은 문장으로 단죄하고 말 이야기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라는 서사로 풀어내어졌을 때 사람들은 평소에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접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지식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바보 같이 분쟁 해결을 하고 살았다'라고 그냥 막연히 추정하는 것과 '옛날 사람들도 나름의 소송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들을 소상히 아는 것은 현재와 이어지는 과거에 대한 이해를 훨신 깊이 있게 해줍니다. 그러한 이해를 가지지 않으면, 그런 이해가 결핍되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게 됩니다. 이러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문화의 구조를 드워킨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단순히 사전적 어휘의 갯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골라잡을 수 있는 기준의 갯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 성우맨
      2018.01.26 15: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문화쿠폰이 분배된다고 할 때, 이 쿠폰을 오케스트라의 교향곡 연주를 감상하는 데에는 쓸 수 있겠지만,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관람하거나 게임을 사거나 게임을 할 때에는 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원리의문제11장 문단 32에서,

      "32. (...) 우리는 현재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연속성에서 미학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개념적 장치들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존재하는 우리의 문화의 역사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인용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전 시대의 작품들을 넌지시 빗대는 주제나 스타일로 이루어진 현대 예술에서 가치를 발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복합적인 관념은 허구적 서사만큼이나 공유된 실천에 의존한다. 즉 이와 같이 과거의 작업과 실천을 현재에 다시 재고하여 활용하는 이와 같은 실천은 오직 그 실천이 계속해서 활기 있게 살아 있는 형태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고 과거의 작업들이 계속 오늘날의 작업 속에서 살아 숨쉬어야만 가능하다. 문화의 연속성에서 발견되는 미학적 가치의 가능성 그 자체가 바로 우리가 그 연속성을 성공적으로 성취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단지 직접적으로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연속성과 참조성의 구조적 가능성을 공유하고 활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공공재 논변과 유사한 것이 그런 문화적 제도의 국가 지원에 대한 논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여기에서, 18세기에 작곡된 교향곡을 감상하는 것은 과거의 "그 실천이 계속해서 활기 있게 살아 있는 형태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과거의 작업들이 계속 오늘날의 작업 속에서 살아 숨쉬"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활동으로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연속성에서 미학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개념적 장치들"을 우리 공동체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라고 할 때,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의 서사와 미술과 음악도 또한 그러한 문화적 연속성 속에 있는 것이고 따라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것은 18세기 교향곡을 감상하는 것보다 그러한 문화의 전반적인 구조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문화쿠폰을 게임을 하는 데에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반박을 할 수 있을까요?
    • 2018.01.29 17: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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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하신 질문은 '연속성'과 '전달, 혁신'이라는 개념에만 집중하여 생긴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개념들은 모든 문화에 적용됩니다. 그러나 문화는 예술보다 훨씬 범위가 넓은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음식점에서 직원을 기다리지 않고 손을 들어 직원을 부를 수 있는 것도 문화입니다. 또한 독일의 소도시에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모두 눈인사를 하는 것도 문화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인종간 결혼을 강하게 비난하던 것 또한 문화이며, 동성동본불혼 제도를 유지하던 1990년대까지의 한국의 풍경도 문화입니다. 이러한 넓은 범위의 문화 자체에 대해서는 드워킨이 전개한 지원 정당화 논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드워킨의 문제설정이 '왜 국가는 문화에 지원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왜 국가는 예술에 지원해야 하는가?'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설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정의질문을 다시 답해야 하지만, 예술을 '그 고유한 장르의 형식과 구조를 통해서 인간과 세계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그려냄으로써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활동'이라고 잠정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정의는 드워킨의 논의 전개에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문화에는 속하지만 예술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스타크래프는 게임이자 스포츠이지, 인간의 세계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고유한 장르를 가진 활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둘러싼 역사와 우여곡절'들에 대한 문학이나 회화, 또는 영화는 예술이 될 것입니다. 즉 의미와 아름다움은 예술 장르의 형식에 따른 활동 의해 부여되는 것이지, 그 예술의 소재 자체가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경기 자체는 예술이 아닌 문화에 불과하지만, 가난한 거리의 어떤 아이가 천부적 재능을 발견해준 어느 초등학교 감독의 도움으로 전무후무한 4번 타자로 되는 우여곡절을 그린 여러 활동들은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소위 말하는 고급예술이 아니니까 지원을 하지 않고 교향곡은 고급예술이니까 지원한다는 원칙이 아닙니다.
      드워킨은 원칙적으로 대중예술과 고급예술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상에서 시장에서 곧 사멸되기 쉬운 장르에 우선점을 둘 필요성은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 성우맨
      2018.01.29 20:5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적확한 지적이십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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