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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번역] 갈렌 스트로슨 "도덕적 책임의 불가능성"

by 시민교육 2020. 4. 15.

갈렌스트로슨_도덕적책임의불가능성.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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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논문은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한 논의를 고민할 때 출발점이 되는 "기본 논증"을 다시 강조하고 재신술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점에서 중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첫째로, 저는 (비록 확장 논지인 도덕적 책임 전반에의 함의 논지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이 논문의 핵심 논지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란 없다는 논지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의미에서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 없다는 논지는 중대한 도덕적 통찰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이 도덕적 통찰의 기반 위에서 다른 의미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한 적극적 해명을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점을 명확히 밝힌 데 이 논문의 의의가 우선 있습니다.

 

둘째로, 이 논문은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 일상적으로 생각되는 의미에서 없다는 논지는 비단 말 그대로의 결정론이 참일 때뿐만 아니라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의미에서의 비결정론이 참일 때에도 성립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규범학에 대해서 문외한인 미치오 카쿠 같은 물리학자는, 양자물리학이 미시적 수준에서의 비결정론이 옳음을 보여주었으므로, 결정론이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하여 제기하는 우려는 이제 아무런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대중에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무지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일상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미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 있으려면 단지 결정론이 거짓이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비결정론의 세계 중에서도 인간 정신이 자기원인이 되는 세계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시세계의 무작위적 우연에 의해 후속 사건들이 야기되는 세계는 그런 자기원인을 완전히 배제합니다. 따라서 이런 엉터리 세간의 논의가 틀렸다는 점을 밝히는데도 이 논문은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도덕적으로 유의미한 차원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이 전적으로 없어지는가의 문제는 이 논문이 짚은 기본 논증의 논지만으로는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철학에서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집중하는 본격적 전장입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본격적 전장을, 이미 기본 논증이 패퇴시킨 엉뚱한 곳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으므로, 그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