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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1

[인간학] 인간 단면 이론 이 글에서는 스토아적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 중 하나로, 알 수 없는 것과 변하는 것에 대한 태도의 한 분야로서 사람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하겠다. 그 태도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것처럼 기대를 갖지 않고 변하는 것에 대해 변하지 않는 것처럼 기대를 갖지 않으며, 지금 드러나는 것에 대응하여 적합하게 행위하는 태도(가치 있는 것은 소중하게 향유하고 가치 없는 것과는 연루되지 않는 태도)’이다. 이 태도의 전제가 되는 이론을 ‘단면 이론’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이론을 토대로 삼아 사람에 대한 태도를 ‘단면의 연쇄 이론’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겠다. 먼저 ‘단면’이라는 용어에 관해 다소의 설명이 필요하겠다. 사람은 시공간 내의 연속체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행.. 2024. 7. 4.
[기고] 입헌민주적 사고란 무엇인가? 연세대학교 교양교육연구소의 시민 대상 교양강좌에서 강의했던 강의록입니다.  입헌민주적 사고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입헌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치와 관련하여 사고할 때 준수해야 하는 지침을 규명하겠다.  1. 정치적 정당성의 질문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답인 정치적 정당성의 가능조건이 모든 국가권력 행사의 필요조건임을 유념한다.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은 형태의 사고를 따른다고 하자. ‘내가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는 S상태의 사회이다. S상태의 사회로 가기 위해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세력을 이루어 그러한 상태를 실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또는 ‘나는 X라는 목적이 대단히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X라는 목적을 추구하는 데는 p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2024. 6. 14.
[글쓰기] 글쓰기에서 수사적 강조와 정확성의 긴장 글쓰기에서는 수사적 강조와 정확성 간에 긴장이 있다. 요즘 시대에는 수사적 강조와 정확성 사이의 긴장을 알아챌 수 있는 한, 정확성을 택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앎 없는 확신이나 이해 없는 비판을 위해 수사를 따려고 책을 펼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철학사에서 유명한 오독 중 하나는, 롤즈가 재능의 분포를 사회질서가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가에 관하여 한 논급에 대한 오독이다. 롤즈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본질적으로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차이나는 재능을 갖춘 사람들이 그 재능을 활용하여 기여하는 분업체계의 산물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제도 이전의 직관적인 응분 개념을 활용하여 도출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독을 하는 사람들이 읽어낸 내용은, 롤즈의 차등 원칙의 근.. 2024. 2. 11.
[생활이야기] 외국어 학습의 기본적 방법 배우고자 하는 외국어를 쓰는 나라에서 장기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의 외국어 학습에 관해서 왕도는 없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길은 있는 것 같다. (1) 공부의 시작은 잘 만들어진 형태의, 교재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나 앱, 드라마 같은 것만 가지고 또는 그것에서 시작하여 공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다른 자료들은 일단 교재로 중심을 세운 다음에 어휘력과 듣는 기량을 늘리기 위해 추가할 수는 있지만, 중심을 세워줄 수는 없다. 또한 다른 자료들로 중구난방 공부하게 되면 학습 진도를 나가는 데 체계성을 잃게 된다. 잘 만들어진 교재는 다음 요건을 갖춰야 한다. (i) 학습자가 언어 학습 자체와 무관한 내용을 정리하는 수고(e.g. 사전 찾기)를 최소화해두어야 .. 2023. 2. 23.
[생활이야기] 주의집중시간에 대한 관찰 이 글에서는 과업과 여건에 따라 주의집중시간이 달라지는 것을 스스로 뚜렷하게 관찰하고, 그 관찰을 토대로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는 대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이야기하겠다. 주의집중시간(attention span)은 보통 주어진 과업 수행을 계속 따라갈 수 있는 정도로 과업과 무관한 자극을 배제하고 과업과 관련된 정보는 계속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어떤 과업이냐에 따라 달리 측정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신문기사에서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몇 분, 몇십 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주의집중시간을 가리키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연구결과에서 제시된 시간을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과업에 적용되는 주의집중시간으로 간주하거나, 아니면 과업.. 2022. 11. 25.
[생활이야기] 휴식과 활동의 예리한 이분법 예찬 이 글에서는 휴식과 활동의 예리한 이분법을 예찬하겠다. 휴식과 활동의 예리한 이분법이란, 그 중간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휴식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삶에서 줄이는 지침을 말한다. 휴식이란 원기를 충전한다는 도구적 가치에 철저히 복무하는 소극적 상태에 돌입하여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잠, 눈 감고 누워 있거나 편안하게 앉아 있기, 명상하기 등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활동이란 내재적 가치 또는 도구적 가치를 갖는 능동적인 행위를 말한다. 일, 연구, 레포츠, 산책, 등산, 콘서트와 영화 관람, 절친과 만나 대화하기, 헬스 가기,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흥미진진한 게임을 PC방에 가서 하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둘의 중간영역이란 원기를 충전할 의도가 주된 것이지만 내재적 가치 또.. 2022. 11. 19.
[생활이야기] 헬스 예찬 탐구하는 사람은 '작독운향', 즉 글쓰기, 독서, 운동과 충분한 잠자기, 그리고 향후 탐구를 위한 기술과 이론 익히기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이 중 '운' 부분에 관해서 논하겠다. 즉 운동으로는, 가까운 곳에 헬스클럽이 있는 사람은 헬스를 다니는 것이 탐구하는 생활을 습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며, 그래서 이 효과를 누리기 위한 편의성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겠다. 그리고 이 글은 필자처럼 운동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멋진 몸을 만드는 것에도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런 기호와 관심이 있는 사람은 탐구습관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한 운동방법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작독운향이란 매일의 일상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편리함이 무엇보다 최우선적 고려사항이다... 2022. 11. 9.
[생활이야기] 유도하기 신공(神功) 1. 서론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끈기와 집중력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보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의미 있게 하고 싶은 과제들보다 약하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끈기와 집중력만으로 과제를 해내려고 하는 것은 실수다. 어느 누구도 하고 싶은 만큼만 과업을 하고 하기 싫은 때는 언제든 과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는 과업을 다 해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업을 밀리지 않고 해내려면 신체와 정신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방법과 아울러 완전히 기꺼운 마음으로 과업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과업을 계속 하게끔 정신과 육체를 유도하는 레일을 까는 요령이 중요하다. (이하의 논의는 평소에 신체와 정신의 컨디션을 적정수준 이상으로 잘 관리하는 방법을 실행한다는 전제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과업을 진득하게 할 시간이 없을 .. 2022. 10. 25.
[생활이야기] 행정적인 일, 잡무 처리 요령 행정적인 일과 잡무는 절차에 따라 실행하면 되는 일로, 창조성 발휘를 요구하지 않는 일이다. 예를 들어 신청이나 보고 서류의 작성, 회비와 관리비 납부, 시험 문제 출제 등이 이러한 일에 속한다. 이러한 일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한을 넘기면 불리한 제재를 받거나 원하던 승인을 받지 못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우선 원칙. 행정/잡무가 도달했을 때 가능하면 당일, 늦더라도 다음날까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직업상의 일을 처리하면서도 이 원칙을 세우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한까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2022. 7. 26.
[인간학] 탐구하는 사람의 생활전략: 작독운향 [일러두기: 이 글은 을 읽은 독자들을 위한 보충글이다.] 탐구는 복합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장거리 경주다. 왜냐하면 탐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려면 기본을 탄탄히 보충해 가면서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포착해서 충분한 자료 조사와 독창적인 사고를 더한 풀이 이후에 이 해법을 어떤 형식으로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 장거리 경주는 잠깐 길을 잃으면 아차 하는 사이에 세월이 지나치게 빨리 지나가버린다. 사실 탐구가 특히 그렇게 길을 잃기 쉬운 종류의 활동이다. 그러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소년이 아차 하는 사이에 노인이 되어버리고 학문적 성취는 별반 하지도 못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탐구에 몸 담고 있는 생활을 해야지 마음 먹더라도 빠지기 쉬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 2022. 4. 3.
[조립물] 공리(utility)는 공리(public interest)가 아니다. 1. 번역어의 기술적 문제? 몇몇 국내 학자들과 번역가들은 Utilitarianism을 공리주의(功利主義)가 아니라 공리주의(公利主義)라고 번역한다. 물론 분명히 차이 나는 두 한자 중 하나를 고른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이다. 그 이유로 제시되는 것은 공리주의의 취지와 정신, 즉 모든 사람들을 오직 하나로만 계산하고 둘 이상으로 계산하지 않는, 그리하여 모든 이들의 이익을 두루 보살피고자 하는 이론의 정신을 번역어에서 드러내고자 한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공리주의를 어느 한자로 표기하는가는, 이런 의도가 주된 근거로 제시한, 어떤 용어를 사용한 이론의 취지와 정신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가의 질문에 한정된 번역어의 기술적(technical) 문제를 넘어선다. 2. 일관성과 개념 체계상의 문제 먼저 '공.. 2022. 3. 28.
[조립물] 자연주의 오류는 오류가 아니라고 하는 존 설의 논증과 실패 설은 ‘존스가 …하기로 약속했다’는 제도적 사실로부터 ‘존스가 …해야 한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도출된다고 한다. 그리고 약속한다는 제도적 행위는 이미 그 자체로 약속한 바를 하기로 하는 의무를 약속자가 지게 만든다고 한다.(Searle, John R. (1964). "How to Derive 'Ought' From 'Is'". Philosophical Review. 73 (1): 43–58) 그러나 첫째로, 정말로 약속에 관한 사실로부터 약속이 있던 경우 약속자의 행위에 대한 당위가 모두 도출된다고 본다면, ‘약속을 어겨야지만 낯선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존스가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약속을 어겨야지만 낯선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존스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 2022. 3. 21.
[생활이야기] 인생지사 새옹지마 인생을 수십년 살다보면, "인생의 일은 '새옹지마'다"라는 말이 어떤 위력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 이 고사성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새옹은 변방의 늙은이라는 뜻이다. 이 늙은이에게 말이 있었는데, 말이 가출해버렸다. 사람들이 위로하자, 늙은이는 이 일이 어찌 될지 모른다 하였다. 몇달 후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축하하자, 늙은이는 다시 일이 어찌 풀린지 모른다 하였다. 그 준마를 타다 아들의 다리가 부러져 절름발이가 되었다. 사람들이 위로하자, 늙은이는 모른다 하였다. 전쟁이 나서 젊은 장정들이 징집되고 열에 아홉은 죽어나갔으나, 늙은이의 아들은 절름발이여서 징집되지 않고 무사했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야기의 교훈이 참으로 웃기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 2022. 1. 1.
[인간학] 실천적 지혜의 효과와 그 한계 1. 글의 주된 요지 이 글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그리고 다른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잘 행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의 집합과,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존재케 하는 문제에서 잘 행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의 집합이 같지 않다는 것을 논하겠다. 2. 실천적 지혜의 정의 일반적으로 실천적 지혜는 실천적 여건에서 선택지들을 정확히 파악하여 분별 있게 택하고 택한 것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밝혀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실천적 지혜가 필요한 이유는 분별 없이 선택지를 취하는 어리석음과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지 자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삶에서 피할 수 있는 나쁨을 겪기 때문이다. 이 나쁨에는 불필요한 괴로움뿐만 아니라 좋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 2021. 11. 25.
[생활이야기] 일의 기대 및 실제 속도에 대한 감각 1. 두 가지 종류의 일 : 루틴성 일과 비루틴성 일 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육체와 정신의 동작을 요하며 시스템이나 관리자에 의하여 그 동작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단기적인 작업 수행 단위가 정해져 있는 종류의 일이다. 물론 여기서 단순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단적으로 단순한다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받아 일단 그 일에 익숙하게 되면 추가로 창의적으로 해법을 짜내거나 계획을 스스로 구성해서 일정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상대적인 의미이다. 이것을 정규적인 틀로 관행화된 노동, 루틴 노동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다른 하나는 그 계획과 실행에 상대적으로 복잡한 육체와 정신의 작동을 요하며 시스템이나 관리자에 의하여 그 동작의 충분한 패턴화와 실행 점검이 단기 단위로 강제되는 것이 아니어.. 2021.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