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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0

[기고] 학술번역의 중요성과 이에 관한 사회정책의 바람직한 형태 1. 학술번역의 중요성 (1) 효율성 한국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이는, 무엇인가 새로 배울 때 한국어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르다. 특히 이런 사정은 매우 복잡하고 깊은 사고를 요하는 학술적인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것은 학문의 초심자에게는 당연히 그렇다. 예를 들어 다른 문헌들을 전혀 한국어로 읽어보지 아니한 법철학 초심자가 로널드 드워킨의 을 영어로 읽는다면, 또는 정치철학 초심자가 존 롤즈의 을 영어로 읽는다면, 내용의 어려움에 외국어의 어려움까지 가중되어 그 습득이 매우 느려질 것이다. 특히 자연의 질서에 관한 논의와 달리, 인간이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질서에 관한 논의들은 복잡한 언어로 이루어진 여러 노선들의 논증들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는 상당한 많은 시간과 노고가 투여된다.. 2019. 2. 18.
[조립물] 외모에 관한 사회적 담론에 관하여 (1부) 1부: 외모지상주의 개념이 함의하는 문제설정의 오도하는 성질 1. 개념의 정의와 문제의 제기 외모지상주의란 외모를 인생을 잘 살아가는데 사고방식 내지는 믿음체계를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의 외모지상주의자들이 가끔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외모지상주의는 실제로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사소하다. 실제로 그 잘못 이름붙은 개념이 지칭하는 것은 사람들의 외모에 관한 속성과 그들이 받아야 할 응분을 연결짓는 믿음이다. 이것을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부당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낼 수 있다. 2. 문자 그대로의 외모지상주의가 틀린 믿음 체계인 이유 (1) 잘 살기의 지침으로서 자멸적 문자 그대로의 외모지상주의는 이 외모지상주의는 틀린 믿음체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형태의 '--지상주의'라면 어느 것이든 인생을 잘.. 2019. 2. 17.
[조립물] 무죄추정원칙에 대한 의무론적 이해 1. 무죄추정원칙에 대한 사소한 의미 내지는 목적론적 의미로의 이해와 의무론적 제약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동어반복적인 의미로만 이해되고 있다. 즉, 유죄를 선고받고 징역 몇년형을 받기 전에는 징역형을 집행받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로만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무죄추정을, 어떤 절차의 집행은 그 절차의 전 단계가 완료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로 사소화하는 것이다. 유죄 선고를 아직 확정 받지 않은 사람은 유죄 선고를 확정 받지 않은 사람임은 당연하다. 이런 동어반복이 헌법상 원칙이라고 여기는 것은 오늘날 기.. 2019. 1. 10.
[인간학] 행동 전환의 기술 행동 전환의 기술(Art of Behavior Switch) 1. 행동 전환의 기술이란 무엇인가 행동 전환은 해리 프랭크푸르트가 말하는 고차적 자아(higher order self)가 저차적 자아(lower order self)의 무게를 이기고 통제하는 사건이다. 고차적 자아는 자신이 장기에 걸쳐 동일시하는 심층적 가치와 기획을 추구하는 자아다. 저차적 자아는 그때그때의 지나가는 욕구에 반응하는 자아다. 해리 프랭크푸르트의 독특한 용어법에 따르면, 자유의지 논의 평면에서 우리가 바라는 자유의지란, 저차적 자아를 만족할 만큼 충분히 통제하는 고차적 자아의 능력이다. 자유의지에 관한 프랭크푸르트의 논의가 타당한지는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그러나 어쩄든 고차적 자아가 저차적 자아의 무게를 이기고 통제하는.. 2018. 12. 20.
[조립물] 공론장에 참여하는 언론의 형식적 책무 중 한 가지 민주주의 공론장에서는 사실의 문제와 규범의 문제가 함께 논의된다. 어떤 언어적 상호작용의 장이 민주주의 공론장이라 불릴 수 있으려면, 이 두 유형의 문제들을 처리하는 과정이 어떤 주장을 지지하는 그럴듯한 외양을 갖춘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세의 결집을 보여주는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주장에 이의가 제기되었때 그 이의에 응답할 수 있는 최선의 논거들을 교환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언론은 여전히 공론장의 중요한 일부이다. 완전히 독자적인 원천으로부터 현안에 관한 정보를 모두 얻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정보의 수집과 정리, 해석 과정에는 상당한 노고가 투여되기 때문에, 이는 정보통신망 시대에도 여전히 참인 사정으로 남아 있다. 언론이 공론장의 일부인 이상, 언론 역시 공론장의 요건, 즉 주장은 논거로 뒷.. 2018. 9. 4.
[조립물] 애매함과 모호함 1. 애매모호한 것은 명석판명하지 않은 것 한국어에서는 애매모호하다는 말을 많이 쓰지만, 영어에서는 이게 복합어로 되어 있지는 않다. 무언가 명석판명(明晳判明)하지 않은 것을 애매모호하다고 한다. 관념의 성질에 관한 데카르트의 진술을 따라, Charles Sanders Peirce, Peirce on Signs. 김동식·이유선 옮김, 『퍼스의 기호학』, 나남, 2008, 278-279면은 “명석한 관념(ideas)이란 너무 잘 이해되어서 대면할 때마다 알아차려지고, 그래서 다른 어떤 것이 그것으로 오해되지 않을 그러한 관념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판명한 관념은 ‘명석하지 않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포함하지 않은 관념’이라고 정의된다.” 애매모호함의 판단 단위는 진술(statements)이다. 진술이 의미론적.. 2018. 4. 4.
[조립물] 헌법은 소수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상투적인 말에 관하여 많은 권리에 관한 논의가 사실적인 묘사 개념을 혼입함으로써 흐트려진다. 또한 규범적 개념들도 다른 개념으로 전환해서 이해하는 인상 연접을 이어감으로써 전체 논증 체계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혼동을 가져오는 대표적인 도식이 민주주의는 다수의 이익 보호, 입헌주의는 소수의 이익 보호라는 상투적인 도식이다. 이러한 상투적인 도식에 의하면, 무엇이 기본권에 대한 합헌적인 제한이냐 위헌적인 침해냐의 논증이 갑자기, 무엇이 다수 이익과 관련된 규율이고 소수의 이익과 관련된 규율이냐의 구분 문제로 둔갑한다. 그 도식은 다음과 같은 식의 논의 차원 점프를 실행한다. (1) 헌법소원 청구인A가 X라는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주장한다. (2) X라는 기본권에 대한 합헌적 제한이냐 위헌적인 침해냐? (3) 입법자.. 2016. 6. 27.
[조립물] 법의 경제적 분석의 한계 -"사상의 자유시장"은 태도의 은유일 뿐,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타당한 논증이 아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5. 10. 16.
[조립물] 표현의 자유 개념의 게리맨더링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표현의 자유' 개념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표현을 하도록 국가에 의하여 허락받은 상태'이다. 이러한 개념 이해에 따르면, 문제를 일으키는 표현은,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은 정의상(on definition)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이해는 좌우와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정치적 토론에서는 애초에 '표현의 자유'라는 말은 오직 수사적인 값만을 갖는다. 왜냐하면 결국 핵심은 "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표현될 수 없고, 그렇지 않은 것은 표현될 수 있다"에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에 대한 의견 차이가 되기 때문이다. '자유' 개념은 논증 끝에서야 등장하며, 결론을 수사적으로 강조.. 2015. 5. 9.
[조립물] 결혼을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 자발성과 후견주의 "넌 결혼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지~" 30대 후반의 한 남성과 술을 함께 먹던 친구가 놀려댄다. 이 친구의 진술은 참인가 거짓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보기보다 간단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안하는 것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기로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못하는 것은,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도록 장애가 되는 외부의 이유가 있어 비자발적으로 미혼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 얼핏 간단해 보이는 진술에는 몇 가지 복잡한 쟁점을 발생시키는 지점들이 있다. 우선 '결혼'이라는 매우 광범위한 상황을 포괄하는 단어로 지칭되는 활동과 결부된, '할 수 있.. 2013.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