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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요약번역] 프랭클린 밀러, "임상연구에 대한 동의"

by 시민교육 2022. 11. 8.

프랭클린밀러_임상연구에대한동의.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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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임상연구에서의 동의 윤리에 따른 지침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윤리학을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구체적인 분야에서 분명한 지침을 깔끔하게 도출하고 이를 논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모범이 되는 글이므로, 꼭 이 분야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논문의 중요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동의를 받는 당사자가 동의를 주는 상대방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는 보통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임상연구에 대한 동의가 유효한 동의가 되려면 연구자-의사들이 환자-피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고지하여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연구자와 인간 피험자의 관계에서, 연구자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불공정하게 되는 지식, 권위, 개입조치에 대한 접근권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연구자는 그들의 연구 참여에 개인이 동의로써 유효한 권위를 부여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적극적 의무를 진다."(381면)

 

그런데 이러이러한 임상연구를 한다고 그 내용을 알려주며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 의사를 밝히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환자-피험자가 '치료적 오관념'에 빠져 있다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치료적 오관념이란 임상시험 참여가 의료의 치료적 지향으로부터 어떻게 이탈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의료실무를 하는 의사들은 “개인적 치료”(personal care)의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환자에 대한 개별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은 구체적 환자의 임상적 특성 및 개인적 상황에 치료방법을 밀착재단하는 일을 포함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의사-연구자는 환자-피험자 집단으로부터 타당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미래 환자들을 위한 치료를 개선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이 과학적 방법은 무작위 배정, 치료의 이중맹검 시행, 치료 유연성에 부과되는 프로토콜에 의해 규정된 제약을 포함하는데, 개인적 치료의 원칙에서 필연적으로 이탈하게 된다. (...) 고전이 된 1987년 논문에서 아펠바움 등은 “치료적 오관념이 있는데도 계속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연구 과정 그 자체의 성격으로부터 나오는 임상연구 참여에 중대한 불리함이 있을 수 있을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383면) 

 

저자는 치료적 오관념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치료적 오관념이 모든 임상연구에서 같은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히, 해당 개념을 사용한 고전적 논문에서 언급한 '중대한 불리함'의 의미가 애매하며, 이는 모든 임상연구에서 공통으로 처하는 잠재적 불리함과, 일부 임상연구에서 실제 설계 때문에 생기는 예측가능한 불리함을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짚는다.

"'중대한 불리함'이란 무엇인가? 치료적 오관념에 윤리적으로 걸려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규명하려고 할 때는, 모든 임상시험에서 활용되는 과학적 방법 때문에 피험자에게 가는 잠재적 불리함―표준적인 치료를 받았더라면 처했을 처지보다 더 나쁘게 될 가능성―과 구체적인 임상시험의 실제 설계 때문에 생기는 예측가능한 불리함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384면) 

 

이를 구별하지 않으면, 일부 임상시험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오히려 사소화하게 된다. 

 

한편으로, (잠재적 불리함의 경우) "피험자들은 확실히, 임상시험 참여가 그 지향에서 치료와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향에서의 이 차이 자체만으로는, 참여자의 위험-이득 비율이 표준적인 치료보다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관해 아무것도 필함하지 않는다."(385면) 유리와 불리는 관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객관적 근거에 의해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증거는 그 가정, 즉 집단으로서 무작위 통제 임상시험 참여자들이 표준적인 임상 실무를 받는 환자들과 비교하여 열등한 결과를 겪었다는 가정을 지지하지 않는다."(386면)

 

다른 한편으로 (예측가능한 불리함의 경우) "임상시험 중 일부는 예측가능한 불리함을 피험자들에게 준다. 여기에는 증명된 효과적 치료를 하지 않도록 설계된 위약 대조구 집단을 활용하는 임상시험, 그리고 연구에 꼭 필요하지만 참여자에게 직접적인 이득을 줄 전망은 없는 부담이 되거나 위험한 조치를 실시하는 임상시험이 포함된다."(384면) "확실히, 특정한 무작위 임상시험은 적어도 일부 참여자에게는 예측가능하게, 표준적인 치료와 비교하여 불리한 위험-이득 비율이 있게 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예를 들어 증명된 효과적 치료가 존재할 때 위약 통제 집단을 포함하는 무작위 임상시험은, 적어도 위약을 받는 참여자들에게는, 표준적인 의료가 지시하는 치료보다 불리한 위험-이득 비율에 직면한다."(385면)

 

즉 "일반적 규칙으로서 불리함 논제가 활용가능한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지만, 이 임상시험의 부분집합에 관해서는 그 논제가 참이다. 특히, 증명된 효과적인 치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약을 투여받는 통제집단을 포함하는 임상시험의 경우에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불안증, 알러지, 두통, 요통증(腰痛症),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등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시행하는 위약 통제집단을 포함하는 임상시험의 경우에는 말이다. y, allergies, headaches, low back pain, irritable bowel syndrome, and so forth.33) 연구 참여자들은 또한 이를테면 연구 결과를 측정하기 위한 요추 천자(lumbar punctures: 역자-척추 아랫부분에 바늘을 꽂아 골수를 뽑아내는 것)나 생체검사를 포함하는, 위험하거나 부담이 되는 절차를 포함하는 임상시험에 의해서는 불리해진다. 그러한 연구 절차는 피험자들에게 아무런 직접적인 보상의 전망을 제시하지 않는다."(386면)


(그렇다면 예측가능한 불리함이 없는 임상연구에 관하여) "해당 임상시험이 연구에 적합한 환자에게, 표준적인 치료보다 불리하지 않은 개인적 위험-이득 비율을 제시한다면, 치료적 오관념을 조금이라도 윤리적으로 우려할 이유가 무엇인가?"

 

저자는, "치료적 오관념은, 참여자들이 표준적인 치료와 비교하여 예측가능한 불리함을 겪지 않는 경우에도 주의와 우려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다."(387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 결론을 뒷받침하는 논증을 위해 "임상시험에 대한 숙지된 동의의 저변에 깔린 원리 또는 가치에 대한 분석에 비추어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숙지된 동의 요건은 개인적 주권에 대한 규범적 헌신 그리고 연구자와 연구 피험자 사이의 지식과 권력의 불균형에 대한 인식이 결합되어 나오는 것이다."(387면)

"뉘른베르크 강령은, 인간 실험에 대한 '자발적 동의'의 필수성을 규정하는 첫 번째 원칙에서, 피험자가 될 사람은 '이해하고 계몽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관련된 주제의 요소들에 대해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갖추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상연구에 대한 숙지된 동의 규범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권유 받는 활동의 목적과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념을 포함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개인적 치료의 한 형태라는 오해 하에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관하여 혼동에 빠진 것이다. 그것은 온전한 이해도 계몽된 결정도 아니다. 그러므로 환자-피험자가 임상시험 참여가 치료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지 못하는 한, 특히 임상시험이라는 활동의 목적이 참여자 개인에게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환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의료 개선을 이룰 지식을 낳는 것이기 때문에, 숙지된 동의의 적절성에 관하여 우려할 이유가 있다. 치료적 오관념을 갖고 있는 환자가 연구에 참여할 경우, 그들이 자원하였는지 임상시험의 목적과 설계에 관하여 분명히 알고 있는지에 관하여 정당한 의문이 남게 된다."(387면)

"치료적 오관념의 영향하에 있는 환자들은 임상시험 참여를 본질적으로 치료의 한 형태라고 여기기 때문에, 임상시험 참여에 동의하면서 그들이 내리고 있는 선택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실패한다. 그들은 임상시험의 목적과 설계가 과학적 지식을 낳기 위한 것이지, 그들을 위한 개별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임상시험 참여에 동의함으로써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그들의 이해는, 설사 그들이 표준적인 치료와 비교하여 예측가능한 임상적 불리함에 전혀 노출되지 않더라도, 결함 있는 것이다."(388면)

따라서 "숙지된 동의의 일부로, 피험자가 될 사람들은, 그들이 더 침습적이거나 더 독성이지만 잠재적으로 더 이로운 치료를 받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하여, 그리고 그 치료가 그들을 위하여 최선이라고 하는 전문가의 판단이 아니라 무작위 배정의 결과로 주어지게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더해 그들은 참여 시점에, 실험적 치료법의 이득이 증명되지 않은 것이며, 그 점진적인 위험 또는 부담을 궁극적으로 정당화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389면) 또한 "임상시험 참여를 고려하는 합당한 사람은,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사회에 가는 이득이 임상시험의 적어도 어떤 위험과 부담을 더 큰 정도 또는 더 작은 정도로 정당화하는 데 근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치료적 오관념을 피하기를 원할 것이다.예를 들어 연구에 특수화된 절차를 포함하는 임상시험 참여를 검토하는 피험자가 될 사람은 연구절차가, 설사 제한된 위험과 부담만을 포함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들 자신의 직접적 이득과는 연관되지 않은 이유로 취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피험자가 될 사람은 그들이 부분적으로는 그들 자신에게 직접 가지 않는 이득에 의해 정당화되는 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하는지 아닌지 검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389면)

"요약하자면, 치료적 오관념의 윤리적 중요성을 평가할 때 우리는 두 오류 모두 피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무작위 임상시험이 임상 결과에 있어서  “중대한 불리함”을 필연적으로 포함한다는 추정이나 암시는, 치료적 오관념의 함의를 과장한다. 다른 한편으로, 환자-피험자에게 표준적 치료보다 불리하지 않은 위험-이득 비율을 제시하는 무작위 임상시험의 경우 치료적 오관념을 우려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이 현상의 함의를 과소평가한다,"(389-390면)

 

이제 치료적 오관념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원칙이 도출되었다고 하면, "연구자와 연구윤리위원회는 치료적 오관념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 이것은 임상시험의 과학적 목적이 임상시험 참여를 의학적 치료의 치료적 지향과 어떻게 달라지게 만드는지에 관하여 피험자가 될 사람에게 고지하는 적극적 노력과, 숙지된 동의 문서 및 대화에서 사용된 언어에 신중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치료적 오관념의 강화를 피하려는 노력 둘 다 포함한다. 후자의 예로, 위약을 참여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의 하나로 기술하거나 연구자를 “당신의 의사”로 기술하는 동의 문서는 연구와 의학적 치료 사이의 유관한 차이를 희미하게 만든다. 그들의 초기 연구에서 Appelbaum et al은, 연구팀과 연관되지 않은 중립적인 전문가가 주도하는 의학적 치료의 치료적 지향에서 이탈하는 연구에 특징적인 방법론과 관련된 “동의 이전의 논의”가 임상시험 설계의 핵심 요소들에 대한 피험자가 될 사람의 이해를 상당히 개선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390면)

 

치료적 오관념과 관련한 원칙에 따라 고지 의무를 다 이행했음에도 피험자가 될 사람들이 여전히 치료적 오관념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저자는 이를 연구의 성격에 따라 나누어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연구자들은 피험자가 될 사람들이 치료적 오관념을 드러내는지 감지하고 교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결함 있는 이해를 하는 사람들을 연구에서 제외할 의무도 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임의의 주어진 여건에서 치료적 오관념의 윤리적 의의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런 요건을 부과하는 것을 피할 타당한 이유들―특히 참여자 중심적 이유들―이 있는지에도 달려 있다. 이 이유들은, 그런 명령이 피험자가 될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시간과 부담, 다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기를 선호하는 개인들에게 이상화된 이성적 의사결정과정을 후견주의적으로 부과할 위험, 그리고 개인들을 부적절한 이해를 이유로 임상시험 참여에서 제외하여 생길 해악과 모욕의 잠재성을 포함한다. (...) 임상시험 참여가 갖는 개인적 결과에 따라, 연구자들이 치료적 오관념이 없는 적절한 이해를 확보할 의무가 있는 정도에 관한 차이를 두는 규준은, 숙지된 동의라는 윤리적 목적에 비추어 합당하다."(391면)

 

발견적 심사기준은 "연구자들이 숙지된 동의와 관련된 더 엄격한 의무 집합을 적용받는지 결정함에 있어 유용한 발견적 방법은, 개인이 그런 오관념을 갖지 않았다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 치료적 오관념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391면)

 

따라서 (Case1)  "숙지된 동의 과정이 임상시험 참여와 통상적인 의학적 치료의 관련 있는 차이를 명확하게 밝힌다고 전제할 때, 표준적인 의학적 치료와 비견할 만한 위험-이득의 프로필을 연구에 적합한 환자에게 제시할 경우에는, 이해를 평가하는 비형식적인 관행이 원칙적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391면) 

 

반면에 (Case2) "연구에서 시행될 치료법이 표준적 치료법과 비교하여 상당히 더 침습적이거나 유독하거나 부담이 될 경우에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  증명된 효과적 치료를 하지 않는 위약 통제 임상시험(...) 피험자에게 이를 상쇄하는 보상이 될 만한 직접적 이득의 전망 없이 상당한 위험 또는 부담을 부과하는 연구 관련 조치를 포함하는 연구(...)에 속하는 임상시험의 경우, 이해에 대한 형식적 심사는 무작위 배정과 같은 요소에 대한 이해, 위약 통제 방법의 의미와 사용, 그리고 부담이 되는 또한 위험한 연구상의 조치의 치료적 목적이라기보다는 과학적 목적이라는 점, 그리고 표준적인 의료 실무에서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의 대안 등에 대한 이해를 알아보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392면)

 

논문의 후반부는 동의 없이 의료기록을 활용하는 연구의 윤리적 정당성과 그 요건을 살펴본다. 

 

"상당한 범위의 연구가 피험자로부터건 아니면 동의 능력 없는 피험자를 위한 대리인으로부터건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를 전혀 받지 않고 정규적으로 수행된다. 이것은 의료기록을 사용하는 감염병 및 보건 서비스 연구, 의료 환경 질 개선 연구, 무작위 단위가 개인 피험자가 아니라 전체 개별 병원 또는 지역 보건 프로그램인 무작위 군집 임상연구, 그리고 피험자가 능력이 없는데 대리인의 동의는 얻을 수 없는 조건에 있는 응급 의료 연구를 포함한다.(...) 의료기록에 담긴 자료를 활용하는 연구는 흔하며, 감염병 및 보건 서비스 연구의 엄청나게 중요한 과학적 조사방법이다. 그것은 질병의 위험 요인, 의약품 및 의료 조치의 안전성, 의료의 질과 관련하여 가치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393면) 

 

그런데 "기존의 의료기록에 대한 사후적 검토, 특히 대규모 샘플을 가지고서 하는 검토는, 그들의 숙지된 동의를 연구대상이 되는 인간에게 얻도록 하는 것에 극복불가능한 장벽을 세운다. 연구에 활용될 질병과 치료 기록을 남긴 사람들에게 숙지된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을 하면 상당한 선별 편향이 자료에 생기게 된다는 아주 많은 증거가 있다. 왜냐하면 동의하는 사람들이 관련된 환자 인구의 대표 샘플이 꼭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394면)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그러나 수렴하는 윤리 규범이 숙지된 동의 없이 의료기록 연구를 하는 흔한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의사결정능력 있는 성인에 관한 임상 연구는 그들의 숙지된 권위 부여를 윤리적 요건으로 한다는 원칙이 있다. 둘째, 개인은 자신에 관한 개인정보, 특히 표준적인 의학적 치료의 과정에서 생성된 민감한 의료 정보에 대한 접근을 통제할 권리를 갖는다. 관찰연구의 목적을 위해 연구 대상인 인간의 동의 없이 의료 정보를 얻는 연구자들은 이 두 규범 모두 위반하는 것 같다. 연구 윤리가 연구 대상의 권리에 대한 존중을 요구한다는 점을 전제할 때, 이 관행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런데 흔히 제시되는 방법인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많은 중요한 관찰연구, 특히 상이한 의료기록 집합과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거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보건상의 결과를 좇는 연구는, 연구자들이 식별가능한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면 시행이 아예 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기록에 대한 동의 없는 접근을 배제하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규범을 더 면밀하게 검토하여, 그 두 규범의 범위에 대한 합당한 해석이 정말로 숙지된 동의 없이는 식별가능한 개인정보에의 접근을 배제할 것인지 살펴보는 일이 꼭 필요하다."(395면)

 

이 검토를 위해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포함하는 임상연구와, 의료기록을 활용하는 연구의 차이를 우선 유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록에서 끌어낸 관찰연구는 인간 피험자에 대한 실험을 포함하지도 않고 연구자와 인간 피험자 사이의 그 어떤 상호작용조차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숙지된 동의 없는 실험에 대한 윤리적 금지는 이런 유형의 연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의료기록이 접근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행해지지 아니하므로, 단순한 관찰연구가 동의 없이 비윤리적인지는 분명치 않다. 개인들에 관한 정보가 그들의 동의 없이 접근될 때 개인들이 과학적 조사와 사회 이익을 위한 한낱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반론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개인적 정보가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그들의 자유나 삶의 경로에 대한 간섭은 없다. 특히 자료의 비밀성이 보호되는 경우에는 말이다. 이 고려사항은 동의 없이 의사결정능력 있는 성인을 포함시키는 연구라면 그 연구의 성격과 상관없이 모조리 정언적으로 금지하는 그 어떤 주장도 의문시하게 만든다. 공적 장소에서 순수 관찰연구―예를 들어 공공공원에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사회과학자의 현장연구―를 하려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아무런 윤리적 요구도 없다. 의료기록 연구에 대하여 동의가 요구된다면, 이는 의료기록과 연관된 사생활에 대한 기대 및 권리 때문이지, 연구가 연구대상으로 인간을 포함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는 단지 그 사실 때문이 아니다."(395면) 

 

따라서 의료기록을 활용하는 연구의 정당성과 그 요건을 살펴보려면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Privacy)의 제한 정당화에 의거하여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들의 의료 정보의 사생활의 비밀성(privacy),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그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접근을 통제하는 것에 관하여 강한 이해관심을 갖는다.(395) (...) 의료기록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에 대한 통제의 영역에서 개인의 주권의 경계는 무엇인가?"(397) 

 

저자는 재산권과의 유비, 그리고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위한 조치가 이미 개인의료기록의 활용을 공적으로 정당화한다는 점을 하나의 논거로 삼는다. "물리적 재산과 소득의 소유권에 대한 합당한 제한은, 개인정보의 개인적 통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공보건을 위한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제한은 보편적으로 인정된다. 의사들은 공공보건 당국에 그들의 환자들의 감염병 상태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아동학대 및 방치를 감지할 경우 이를 보고할 의무를 진다. 두 경우 모두, 개인정보의 비밀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해악을 막기 위하여 제한된다. 의료기록을 자료로 삼는 연구는 의학적 치료법의 안전성에 관한 연구가 그렇듯이 환자들에게 미칠 해악을 막는 데 이를 수 있다. 또 다른 연구들은 의료와 질병예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의료기록 연구가 달성하는 공적 목적과 이 연구 수행을 개인 사생활의 비밀에 최소한의 침범만으로 수행할 잠재성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권리의 범위를 이런 연구에 동의가 필요조건은 아니게 되도록 제한하는 것이 합당하다.  (...) 전체 인구의 건강을 개선할 목적으로 수행되는 연구를 위한 의료기록에의 접근은, 대부분의 경우 의료기록이 보험과 국가보건 서비스를 통하여 건강보험의 혜택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 공동체는 건강보험의 보험금을 지불함에 있어 증거 기반 규준으로 개입하여, 건강보건을 개선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과 관련된 증거를 생성하기 위하여 의료기록을 공적 자원으로 만든다. 이 기록들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사생활의 비밀 보호가, 연구 수행에 있어서 윤리적으로 필수적이다. 그러나 연구를 위하여 의료기록에 접근하기 위해 동의가 있어야 하도록 만드는 것은, 동의가 요건이 된다면 얻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건강과 관련한 중요한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대하여 갖는 공중의 정당성 있는 이익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398)

 

둘째, 공정한 경기의 원리가 이를 정당화한다. "동의 없는 의료기록 연구를 허용하는 논거는, 소득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과세와 제한과의 유비를 확장하여 더 강화된다. 우리는 강제적 과세가 개인의 소득의 사용을 통제할 권리를 정당성 있게 제한한다고 볼 뿐만 아니라, 개인이 납세의 도덕적 의무를 진다고도 본다. 과세에 의해 재원이 마련된 많은 공공재, 재산과 소득의 개인적 향유를 가능케 한 치안과 법치를 비롯한 공공재로부터 이득을 얻었으므로, 개별 시민은 그들이 내야 할 세금을 내는 것을 통해 공동선을 지지하는 데 자신의 공정한 몫을 다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 롤즈는 여기서 걸려 있는 “공정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또렷하게 표현하였다. (인용문 시작) 다수의 사람들이 규칙에 따라 상호 이득이 되는 협동적 과업에 참여하여 그들의 자유를 모두를 위해 더 유리한 이득을 산출하는 데 꼭 필요한 방식으로 제한하는 경우, 이 제한을 받기로 한 사람들 그들이 그렇게 제한됨으로써 이득을 얻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를 승인하도록 할 권리를 갖는다. 우리는 우리의 공정한 몫을 하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들의 협동적 노동으로부터 이득을 얻어서는 안 된다.(주석 51)(인용문 끝) 의료의 질은 과학적 증거의 축적과 전파에 달려 있다. 증거 기반 의료를 받는 환자들은 과거에 수행된 의료기록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부터 이득을 얻는다. 그들은 그들의 개인적 자료가 연구를 위해 활용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런 종류의 연구의 이득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그들의 공정한 몫을 이행한다.  (....) 연구를 위한 의료기록에의 접근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적절한 권한 행사라고 여긴다면, 동의 없는 의료기록 연구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399-400면) 

 

결론적으로 저자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자료에의 접근을 포함하는 의료기록 연구가 다음 조건이 성립할 경우 동의 없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

"(1) 제안된 연구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 (2) 동의를 얻는 데 심각한 실제적 장애가 있거나 동의 요건은 과학적 타당성 그리고 결과적으로 연구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다; (3) 사생활의 비밀의 침범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연구자에 의한 접근의 적절한 방비책이 시행된다."(40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