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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번역] 사법통치를 향하여

by 시민교육 2011. 9. 20.

이 글은 Ran Hirschl이 쓴 <Towards Juristocracy: The Origins and Consequences of the New Constitutionalism>의 서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로널드 드워킨 같은 이들은 민주주의가 '복합적 정치적 가치를 구현하는 제도'이지, '다수결 지배'와 동의어가 아니라고 늘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사법심사제도는 이러한 '복합적 가치 구현 제도'로서 민주주의와 양립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소극적 자유라고 불리는 국가의 간섭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권과 같은 제2세대 기본권 역시 잘 보장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Ran Hirschl의 이 책은 실제로 사법심사제의 강화를 통한 사법 통치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권리 담론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탐구합니다. 서문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권리의 헌정화가 사적 영역의 경계를 확장하고 그 경계를 보호하는 일에는 효과적이었음을 입증했지만, 그것은 의미있는 방식으로 분배 정의에 대한 진보적이거나 평등주의적인 관념을 고취(promote)하는 데는 전적으로 실패하였다. 사회경제적 신자유주의의 시대에, 헌법적 권리는 더 광범위한 국가 개입과 더 많은 공공 지출을 요청하는, 고용, 소득, 분배, 의료, 주택, 교육과 같은 영역으로, 사회 정의의 진보적 관념을 진전시키는 데에는 제한된 능력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모두가 국가가 단지 절차적 공정성을 유지하거나 사적 영역에서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을 삼갈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 자유의 경우를 살펴보면, 권리의 헌정화는 변화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Ran Hirshcl은 사법심사제의 정치적 기원은 헤게모니적 엘리트가 민주주의의 우여곡절에 위험스럽게 자신들의 권력을 맡기지 않고 안전하게 자신들의 권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사법 권한 강화를 택했다고 지적합니다.

민주주의가 복합적 가치라는 규범 판단과, 과연 그 복합적 가치를 사법심사제를 통하여 잘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사실 판단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책은 그 사실 판단에 대한 비교 연구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