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파일은 롤즈의 제자, 윌 킴리카의 <자유주의, 공동체, 그리고 문화>의 제2장인 "자유주의 Liberalism"을 요약번역한 것입니다. 윌 킴리카의 이 책은 세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1) 자유주의의 정수란 무엇인가
2) 공동체주의자들의 주장은 왜 헛소리인가
3) 캐나다의 인디언들이 누리는 헌법적 지위 같은 소수 문화 권리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체계 내에서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가 그 내용입니다.
앞서 4장과5장을 올려, '공동체주의자들의 자유주의 비판과 그들의 당위 분석은 왜 헛소리인가'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2장은 (서문Introduction이 1장이라서 사실상 본문의 첫 장) '자유주의'라는 간명하면서도 야심찬 제목에 어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바, 그것은 "자유주의의 정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유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자유주의가 두 개의 요소 1) 추상적 개인주의 2) 도덕적 회의주의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인간은 고립된 개인이며 공동체고 남이고 상관없이 각자의 고립된 선호를 충족하는 것이 정치공동체의 목적이다'라는 것이 추상적 개인주의(abstract individualism)입니다.
둘째로, '어떤 것이 좋은 삶이냐는 전혀 기준이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 해악만 끼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취향과 선호의 문제이지, 누구 삶이 더 낫고 나쁘고 이런 거 없다'가 바로 도덕적 회의주의(moral skepticism)입니다.
그런데 공동체주의자들은 롤즈, 밀, 드워킨을 들먹이면서 실제로는 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주의'를 비판합니다. 즉, 뭐가 좋은 것인지 전혀 차별이 없고 모래알처럼 고립된 개인들이 모여서 정치공동체를 구성하니까 소극적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려고 하는 국가가 자유주의의 결론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모르고 자아관이 글러먹었어라고 비판합니다. 텍스트적 근거는 전혀 들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허수아비 논증이며, 마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진화는 비약적으로 무작위적으로 발생한다"라는 이론이라고 설정해놓거나, 아니면 '불가사리와 인간이 공통의 조상을 가졌으므로 불가사리인간의 화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라고 설정해놓고 그렇게 설정된 이론을 마구 공격하는 것에 전 생애의 학문적 커리어를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샌델은 박사학위 논문부터 이런 허수아비 공격에 인생을 바쳐왔으며, 그의 지도교수는 역시 허수아비 공격에 일생을 바친 테일러 교수였습니다. 정치철학이 아무리 잘난 척 해도 학문의 변방인 것은, 이런 사람들이 서로 동종교배하면서 겉만 번드르르한 학위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학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공화주의republicanism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egalitrian liberalism에서 뭔가 심각하게 빠트린 것을 대단하게 다루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그러나 롤즈가 말했듯이 가장 정교한 형태에서 살펴보면 둘은 사실 같은 것을 다른 측면과 용어로 조망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 합니다) 학문을 하고 있는 Jaggar나 Sullivan 같은 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킴리카는 위 두 가정은 자유주의가 가정하는 바가 전혀 아니며, 특히 두번째 가정은 오히려 자유주의가 반대하는 바라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합니다. 인간의 최고차적 관심은 '좋은 삶'을 사는 데 있으며, 그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부로부터 그 가치를 받아들여서 그러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며, 또한 어떤 삶이 추구할 만한 것이라는 판단이 틀릴 수도 있고 불완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을 수정하고 교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condition)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자유주의의 정수임을 힘주어 말합니다.
킴리카의 이 글은 자유주의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를 교정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문헌이며, 널리널리 읽힐 필요가 있는 글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