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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요약번역] 윌 킴리카 <자유쥬의, 공동체 그리고 문화> 7, 8, 9장

by 시민교육 2011. 11. 3.



7, 8, 9장은 이 책의 가장 핵심이자 백미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킴리카는 기존의 자유주의가 문화적 멤버십을 중요하게 다루지 못하였다고 지적합니다. (본 번역글에서는 문화적 멤버십cultural membership의 기본 번역은 문화적 성원권이라고 하였으나, 문화적 소속감, 문화집단에 소속되어 있음 등등의 다른 뜻을 가지고 있어 문화적 멤버십이라고 그대료 표기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에 대해 공동체주의자들은 자유주의는 원래 추상적 개인주의를 주장하고, 문화와 동떨어진 주체를 허구적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자유주의는 원래 글러먹은 이론이기 때문에 그런 절름발이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자유주의자들 중 일부는 자유주의 원칙의 일관된 적용은 소수 문화 집단 권리(minority right)는 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인정될 수 없는 것이고, 그 문화 구성원에게 재산권이나 이동권, 투표권 등 특별한 헌법적 지위를 주는 것은 피부색 무차별적(colour blinde)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유주의는 소수 집단 권리와는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고, 두 가지 선택지가 남겨지게 됩니다.

(1) 자유주의를 채택하면서 소수 집단 권리를 부정한다.
(2) 자유주의는 글러먹은 이론이라거나 한계가 있어서 이 쟁점에는 적용될 수 없는 이론이라고 하면서 공동체주의로 가거나 아니면 특별한 예외를 만들어서 대충 이대로 가자고 하는 것입니다.

킴리카는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자유주의는 추상적 개인주의, 문화로부터 완전히 단절된(insulated) 홀로 선(solitary) 개인을 상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문화의 구조(cultural structure)가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선택지들의 의미를 진지하게 음미하고 자신의 인생 기획을 수정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이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자유주의 평등 이론을 제대로 검토하게 되면, 자유주의는 소수 집단 권리의 상당 부분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기획을 형성, 수정, 추구해 나감에 있어 문화가 제공하는 선택 맥락에 크게 의존하는데, 이 선택 맥락이 궁핍하게 되거나 빈곤하거나 또는 급격히 변화하게 되면 큰 불이익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택 맥락으로서의 문화는 롤즈의 이론에서는 일종의 기본적 가치 내지 기초재(primary goods)이며, 드워킨의 이론에서는 선택하지 않은 환경(unchosen circumstances)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택 맥락으로서의 문화 구조는 특정한 시점의 주어진 문화의 특성 자체와는 구분되는 것이며(charateristics of culutre in any given time), 이 특정한 시점의 문화 특성에 고정된 우선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문화는 1960년대에서 2010년대로 오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한국 문화의 1960년대의 특징들 중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문화가 선택 맥락으로서 종결되었거나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본문에서는 프랑스계 캐나다인들-가부장주의, 카톨릭, 보수주의-의 문화를 사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특정한 시점의 문화적 특성과는 구별되는 '선택 맥락으로서의 문화'가 기초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소수 집단들이 급격한 동화(assimilation) 때문에 자신이 자라나온 문화가 상실되어버리는 것은, 기초재의 박탈이며 선택하지 아니한 환경에서의 불평등이라고 합니다. 이 불평등에 대하여 정의의 문제로서 교정(rectification)이 필요한데, 그것은 개인들에게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것이며, 집단 행동의 문제(problem of collective action)의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직 집단적인 정치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만 교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실질은 로널드 드워킨의 자원평등론에서 제시하는 가설적 보험과 구조가 같으며, 따라서 소수 집단 권리의 보장은 자원 평등 이론에 따라 진정한 평등을 보장하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주의 이론과 소수 집단 권리의 화해는, 킴리카에 따르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의의를 가지는데, 첫째로는 자유주의자들이 공동체주의자들의 엉터리 해석에 맞서 자신의 풍부한 전통을 더 정교하게 해명하고 이해하며 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자유주의의 한계를 무식하게 그어버리고 자유주의 바깥의 가치와 자유주의를 충돌하는 것으로 바라봄으로써 핵심적인 '법 앞의 평등'에 대한 실질적인 해석을 잠식하는 캐나다 연방 대법원의 태도 같은 것을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킴리카는 10장과 11장에서는 공동체주의적 해석이 스스로 막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소수 집단 권리에 정합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데 후속해서 요약번역하도록 하겠습니다.

롤즈와 드워킨의 이론을 받아 안아서 특정한 영역의 문제에 적용하면서 이론을 정교화시키는 모범을 보이는 것으로 읽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한편,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주 노동자들과, 귀화자들에 의해서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바, 타 문화 이주자들의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는 단초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책보다는 국내에 번역된 <다문화주의와 시민권>이라는 윌 킴리카의 책을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할 것입니다. 이 책의 그 쟁점에 관련된 부분도 기회가 되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 요약번역 글들을 일별하신 분은 위 책은 술술 그냥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