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즈가 정치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한 강의의 서두에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번역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룹니다.
"왜 우리는 정치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가 정치철학에 대해 사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우리가 그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세부 질문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을 다룹니다. (그 이외에도 계약론의 의미와, 계약론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 무지의 베일의 직관적 의미를 설명해줍니다)
Q1) 정치철학의 청중은 누구인가? 정치철학은 누구를 상대로 이야기하는 것인가?
A) 시민들 일반 모두.
Q1-2) 진리를 혼자만 알 수 있는 정치철학 전문가는 있는가?
A) 없다. 다만 민주 체제의 제도와 정책에 관한 우리의 판단을 명료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본적인 정치적 이념(idea)에 대해 더 심층적이고 교훈적인 관념을 정교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있다.
Q2-1) 이 청중들에게 이야기함에 있어 정치철학이 갖는 자격(credential)이란 무엇인가? 그 권위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A) 민주주의에서는 정치철학의 저술자들은 나머지 시민들보다 더 많은 권위를 가지는 것이 아니며 그 이상을 요구할 권리도 없다.
Q2-2) 어떤 지점에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정치철학은 민주 정치에 참여하여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정치철학은 이 측면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A) 이에 관하여 적어도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견해1- 플라톤적 견해는, 정치철학이 정의와 공동선에 관한 진리를 알아낸다고 본다. 그리고는 그 견해는 그 진리가 자유롭게 수용되는지 심지어 이해되는지와는 무관하게 그 진리를 제도에 실현할 정치적 주체를 찾는다. 이 견해에 따르면, 진리에 대한 정치철학의 앎(konwledge)이 설득을 통하여 그리고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력도 써서 정치의 결과를 형성하고 심지어 통제할 권위를 부여해준다.
견해2 - 또다른 견해인 민주주의적 견해는, 이를테면, 정치철학을 민주적 사회의 일반적인 배경문화의 일부로 이해한다. 비록 특정한 고전적 텍스트가 공적인 정치문화의 일부로 된 것은 몇몇 경우이긴 하지만 말이다. 종종 인용되고 언급되어 그것들은 공적인 전승 지식(lore)의 일부이자, 기본적인 정치적 관념(political ideas)의 원천이 된다. 그 자체로 정치철학은 그 기본적 관념과 역사가 논의되고 연구되며 특정한 경우에는 공적 정치토론에도 참여하면서 시민사회의 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
견해2가 맞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위에서 규정된 의미에서) 플라톤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확실히 틀린 말이다. 자유주의는 민주적 정부라는 관념을 지지하기(endorse) 때문에, 그것은 일상의 민주 정치의 결과를 뒤집으려고(overrule) 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한, 자유주의적 철학이 그러한 일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일련의 정당성 있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정치 기구(political agent)에 영향을 미치고, 이 기구가 민주적 다수의 의지를 뒤집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법심사는 민주주의 바깥의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내의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Q3) 어떤 지점에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정치철학은 민주 정치의 결과에 진입하며 영향을 미치는가? 사법심사 체제에서 정치철학은 적어도 헌법 사건에서 더 폭넓은 공적 역할을 가진다. 그리고 종종 논의되는 정치적 쟁점은, 민주적 시민의 기본권과 기본적 자유에 관계된 헌법적인 쟁점이다. 이것 이외의 부분에서는 정치철학은 배경 문화의 일부로서 교육적 역할을 수행한다.
Q4) 인간과 정치 사회에 대한 어떠한 기본관이 그리고 자유와 평등, 정의와 시민의식(civility)에 관한 어떠한 이상을, 시민들이 민주정치에 애초에(initially) 가져오는가? 시민들은 어떻게 하여 그러한 관념과 이상에 애착을 형성하게 되며, 어떠한 사고 방식이 이러한 애착을 유지하게끔 해주는가? 어떤 방식으로 그들은 정부에 관하여 배우며, 그들은 그것에 관하여 어떤 견해를 형성하게 되는가?
A) 시민 사회로부터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게끔 하는 배경문화를 형성하는 정치적 가치를 배워서 갖고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헌법 전문(Preamble to Constitution)이 언급하는 다음과 같은 가치, 더 완벽한 연합, 정의, 국내 평안(domestic tranquility), 공동방위(common defense), 국민 복지 그리고 자유의 축복(blessing of liberty). 평등 등. 이것들을 정치적 가치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정치철학은, 핵심적인 정치적 원칙과 이상의 원척을 제공하는 일에서 일반적인 배경 문화의 일부로 사소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철학은 민주적 사고와 태도의 뿌리(roots)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것이 수행하는 이 역할은, 일상의 정치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기 이전에 그리고 삶 전반에 걸친 성찰적인 순간에 인간관과 정치사회관에 대한 특정한 이상을 시민들에 교육하는 것이다.
Q6) 정치적 사회적 제도의 어떤 특성이 정의와 공공선 또는 정치적 협동의 공정한 원칙에 대한 진지한 호소를 막는가? 여기서 나는 우리가 입헌 민주주의 체제를 이루는 데 실패한 독일의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추측한다.
비스마르크 시대 빌헬름(Wihelmine) 독일의, 정당의 상황을 고려해보라. 그곳에는 정치체제의 여섯 가지 주목할 만한 특성이 있었다.
(1) 비록 절대권력은 아닐지라도 매우 강대한 권력을 가진 세습 군주제(hereditary monarchy)였다.
(2) 그 군주제는 (프러시안의 귀족이 장교계급을 채웠던) 군대가 그 군주제에 반대하는 대중의 의지에 반하여 그것을 보장(guaranteed)했기 때문에 그 성격에 있어 군사적(military)이었다.
(3) 수상과 내각은 왕의 봉사자였지 입헌체제에서처럼 제국의회(Reichstag)의 봉사자가 아니었다.
(4) 정당들은 그들의 지지를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주어 압력집단으로 변모시켰던 비스마르크에 의해 분열되어 있었다.
(5) 압력 집단 이상의 성격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들은 통치하려는 열망을 결코 가지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집단과 타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던 배타적인 이데올로기를 견지하고 있었다.
(6) 공직자들은 심지어, 특정한 집단-카톨릭, 사회민주주의자들, 프랑스인(알자스-로레인Alsace-Lorrane), 덴마크인(Dane), 폴란드인, 유대인 같은 소수 민족-을 제국의 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구조를 지닌 정치 사회는 사회계급과 경제적 집단 사이에 막대한 내적 적대감(internal hostility)을 증대시키게 된다. 그들은 결코 협력하여 적정하게 민주적인 체제 하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Q7) 정치철학의 네 역할은 무엇인가?
(a) 첫째는 분열적인 정치 갈등 상황에서 정치철학의 과업이 심층적으로 논쟁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관에도 불구하고, 전제된 모종의 철학적 기반과 도덕적 합의가 발견될 수 있는지 또는 적어도 차이가 좁혀져 시민들 사이의 상호 존중에 기반한 사회적 협동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일 때 하게 되는 실천적인 역할이다.
(b) 두 번째 역할은 내가 지향(orientation)이라고 칭하는 것인데, 추론(reason)과 반성(reflection)에서 하는 역할이다. 정치철학은 사람들이 그들의 정치적 사회적 제도 전반, 그리고 개인이나 가족, 결사체의 구성원으로서의 목적과 목표에 대비되는 의미에서 시민으로서 그들 자신, 그리고 역사를 가진 사회로서 기본적 목적과 목표에 대해 생각하는 바에 기여할 수 있다.
(c) 세 번째 역할은 헤겔이 『법철학(Philosophy of Right)』(1821)에서 강조한 것으로서 화해(reconciliation)의 역할이다. 정치철학은 사회와 역사에 대해 철학적 관점에서 적절하게 이해했을 때 그 제도가 합리적이며 시간을 거쳐 발전되어 현재의 합리적인 형태를 취하게 되었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느끼는 좌절과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정치철학이 역할을 수행할 때, 그것은 단순히 부정의하고 무가치한 현 상태의 옹호가 되어버릴 위험을 경계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정치철학은 마르크스가 말한 의미에서 이데올로기(사고의 거짓된 도식)이 된다.
(d) 네 번째 역할은 실행가능한 정치적 가능성의 한계를 면밀히 살피(probing)는 것이다. 이 역할에서 우리는 정치철학을 현실주의적으로 유토피아(realistically utopian)적인 것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사회 세계(social world)가 적어도 적정 수준(decent)의 정치질서를 허용하여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합당하게 정의로운 민주주의 체제가 가능하다는 믿음에 근거해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묻게 된다. 정의로운 민주주의 사회는 합당하게 우호적이면서도(reasonably favorable) 가능한 정치적 조건(법과 사회세계의 경향이 허용하는 조건) 하에서 어떤 것이 될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바대로의 민주적 문화에서 정의의 여건을 감안할 때 그런 사회는 어떤 이상과 원칙을 실현하려고 할 것인가?
Q8) 자유주의를 초래한 세 가지 주요 역사적 기원은 무엇인가?
A) 1. 관용의 원칙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주저하는 수용을 낳았던 16세기와 17세기의 개혁과 종교 전쟁.
2. 부흥하는 중간계급과 제한된 군주제의 입헌체제의 설립에 의한 왕권을 점진적으로 길들인 것.
3. 그리고 노동계급이 민주주의와 다수결을 성취한 승리(주석9).
Q9) 자유주의의 정치적 정의관의 내용이 포함하는 세 요소는 무엇인가?
1. 평등한 기본권과 기본적 자유의 목록
2. 이 자유의 우선성
3. 그리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 권리와 자유를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전목적적 수단(all purpose means)을 가질 것.
[설명 : 1) 평등한 기본적 자유는 평등한 정치적 자유-투표권, 공무담임권, 모든 종류의 자유로운 정치적 표현의 권리-를 포함한다. 거기에는 시민적 자유-비정치적 표현에 대한 권리, 결사의 자유와 또한 물론 양심의 자유-도 포함된다. 이 자유에 기회의 평등, 거주 이전의 자유, 자신의 정신과 신체(인격의 통합성)에 대한 권리, 사유 재산권, 그리고 마지막으로 법의 지배로 보호되는 자유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추가된다.
2) 자유는 특정한 우선성을 부여받아 특정한 힘과 비중을 갖게 된다는 점으로 넘어가 보자. 이는, 사실상, 그 자유들은 더 큰 사회복지, 완전주의적 가치를 얻기 위해서 통상 희생될 수 없으며, 실제로는 그 제한은 절대적이다. (practically speaking)
3) 세 번째 요소는 위에서 지칭되었듯이 자유주의 원칙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그들의 자유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적정한 범용 물질적 수단-그 세부내용과 우선성이 앞서의 요소에 의해 정해진다는 전제에서-에 대한 권리를 할당한다는 것이다. 이 전목적적 수단들은 내가 기본적 가치라고 부르는 범주에 속한다. 여기에는 기본적 자유와 평등한 기회에 더하여 소득과 부, 그리고 교육과 의료 같은 종류의 재화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다]
세 번째 요소를 구현하지 않는 견해임에도 예를 들어 자유지상주의적 견해처럼 자유주의로 종종 기술되는 견해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것들과 함게, 자유지상주의 견해를 자유주의적 견해가 아니게끔 하는 것이다. 자유지상주의는 세 번째 요소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자유 지상주의에 반대하는 논변이 아니라 그 내용에 관한 언급에 불과하다. 어쨌든 자유지상주의는 자유주의가 아니다!!
Q10) 자유주의의 중심 논제(central thesis of liberalism)는 무엇인가?
A) 하나의 중심적인 요소는 확실히 다음과 같다. 정당성 있는 체제는 그 이론적 실천적 추론을 이야기함으로써 그 정치사회적 제도가 모든 시민들 각자에게 정당화가능한 체제이다. 다시금 사회세계 제도의 정당화는 원칙적으로 모든 이에게 활용가능(available)해야 하고, 따라서 그 체제 하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정당화가능해야 한다. 자유주의 체제의 정당성은 그러한 정당화에 달려 있다. 정치적 자유주의는 법에 의해 부과되는 정치적 요구와 의무가 시민의 이성(reason)과 판단(judgment)에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