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존 롤즈가 정치철학 역사 수업 시간에 맑스를 강의한 것을 요약번역한 것입니다. 물론 맑스의 모든 사상을 다룬 것은 아니고, 정치철학자의 입장에서, "자유주의 비판자로서 맑스"를 분석한 것입니다.
이 강의는 매우 흥미진진하며, 아주 탁월합니다. 시민교육센터에서는 이미 칼 멩거의 전노동수익권에 대한 책을 번역하여 게시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사상가들이 자본이득과 임금에 대해서 어떻게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
이 강의는 이제 당시의 사상가들을 한 방에 정리한 맑스의 정의관에 대해 아주 분석적으로 접근합니다. (비슷한 태도로 접근한 책으로는 국내에 출간되어 있는 스티븐 룩스의 <마르크스주의와 도덕>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이 강의에서 특히 주목해서 살펴보아야 할 질문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맑스는 정말로 정의관이 없었나? 있었다면 그의 정의관은 무엇이었나? (좌파 자유지상주의와의 유사성 언급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2) 정의관이 필요 없는 사회는 가능한가?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바람직한가? (롤즈의 답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3) 맑스의 노동가치론에서 "노동만이 가치를 생산한다"라는 발상에 담긴 규범적 함의는 무엇인가? (이 발상은 언뜻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연자원과 실물 자본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이라는 규범적 전제를 깔고 바라보면 매우 정합적이고 체계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평등한 접근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일단 깨닫고 보면 롤즈가 말한 재산소유 민주주의라거나 필립 반 파리스가 말하는 기본소득제도가 다시 보이게 될 것입니다)
4) 허위의식이란 무엇인가? 허위의식, 즉 이데올로기가 없는 사회란 무엇인가?
(이에 대하여 롤즈는 이데올로기라는 용어가, 맑스가 의미했던 바와는 동떨어진, 매우 사소한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면서-예를 들어 좌파 이데올로기, 우파 이데올로기-, 정의의 두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질서정연한 사회에서는 이데올로기가 없을 것이라 합니다)
마르크스의 규범적 통찰을 탁월하게 짚어내면서도 체계적으로 그 문제에 다시 한번 접근하게 해주는 정말 인스퍼레이셔널한 강의입니다. 롤즈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