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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주의는 사실 롤즈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독립된 분류로 묶일 만한 사상의 조류가 아니다. 결과주의라는 말 자체가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규범 이론이든,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적절하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분류의 기준선은 오히려, 결과들을 어떤 기준에 의해 평가하느냐 여부일 뿐이다. 결과들을 어떤 독립적인 선goods에 의해, 그리고 모종의 방식으로 집계된 선의 총합에 의해 평가한다면, 그 이론은 목적론이 된다. 목적론은 인간을 선을 담는 용기, 그릇으로 다루는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반면에 결과들을, 인간의 존엄과 같은 형식에 의해 평가한다면, 그 이론은 의무론이 된다. 따라서 의무론은 비결과주의가 아니다. 의무론은 인간의 존엄과, 그것을 떠받치는 두 기둥인 자유와 평등이 제대로 구현된 결과를 추구하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인간을 용기로 보고 그 인간들에게 담기는 어떤 독립적으로 실체화할 수 있는 선을 최대화하는 식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느냐에 관한 ‘관계중심적 결과’이다.
페팃의 이 논문은 결과주의/ 반결과주의라는 유지될 수 없는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진정한 구분이 목적론과 의무론에 있다는, 즉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용기나 그릇에 담기는 선이냐 아니면 인간 존엄성 그 자체이냐의 구분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다른 경로의 논증으로 훌륭한 교사가 되는 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