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충돌 사안과 관련하여 권리 개념을 어떻게 정돈할 것인지를 논한 형식적 분석 논문입니다.
저는 이 저자의 견해가 적확하다고 생각하며, 호펠드의 분석의 가치를 그대로 받아 안아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헌법이론에서는 잠정적 권리 이론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저자의 논의에 상응하게 번역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분석은 권리 개념의 형식적 사용에 관한 분석이기 때문입닏.)
이 논문이 실제로 중요한 점은 단지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표현의 자유권을 제한한다고 했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과 형량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하나의 구체적인 권리로서 사안에서 확정되고 확인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이유들이 제시되고 이유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기초 개념들은 이유들이 되게 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저자가 비중의 은유를 쓰고 있다는 것인데, 저자가 지지하고 수정확장한 구체화주의자의 견해는 예외조항의 '관문-열쇠'의 은유가 더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즉,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은, 자유 제한 찬성과 반대 이유들의 비중을 심리적으로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과 관련된 자유의 확정적 경계를 긋는 논증대화의 논증구조에 알맞는 형식의 논거들이 각 단계에서 적절하게 제시되고 그 유효성을 상쇄하는 다른 논거에 의해서 논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유들을 아무렇게나 열거되고 총 망라되어 가늠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문 앞에서 맞는 열쇠로 작용하게 됩니다.
ConflictBetweenRights_Wellman.hwp
칸트 역시 구체화 권리론을 지지하였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물론 권리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의무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이지만, 권리와 의무의 상관성이 성립하는 그러한 권리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성립하게 됩니다.
"의무들의 상충은 의무들의 하나가 다른 하나를 (전체로 또는 부분적으로) 폐기하는 그런 관계이겠다.―그러나 의무와 책무 일반은 일정한 행위들의 객관적인 실천적 필연성을 표현하는 개념들이고, 서로 대립되는 두 규칙들이 동시에 필연적일 수는 없으며, 오히려, 그 하나의 규칙에 따라 행위하는 것이 의무라면, 그에 대립되는 규칙에 따라 행위하는 것은 의무가 아닐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의무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의무들과 책무들의 충돌은 전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들의 하나가 또는 다른 하나가 의무 지움[책임]을 위해 충분하지 않은 두 개의 책무 근거들은 하나의 주체 안에 그리고 그 주체가 지시규정받는 규칙 안에 결합되어 있을 수 있다. 그때 [그 가운데] 하나는 의무가 아니다.―만약 그러한 두 개의 근거들이 서로 상충한다면, 실천철학은 더 강한 책무가 우세를 점한다고 말하지 않고, 더 강한 의무 지움의 근거[책임근거]가 우위(142)를 점한다라고 말한다."(Immanuel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백종현 옮김,『윤리형이상학』, 아카넷, 2005, 141-14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