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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립물] 평등원칙의 합리적 심사기준과 엄격한 심사기준 구별에 대한 의문

by 시민교육 2021. 8. 8.

1. 이중화된 평등원칙 심사

평등원칙 심사는 합리적 심사기준과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이중화되어 있다.

 

합리적 심사기준은 합리성 심사기준 또는 자의금지원칙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으로, 국민을 국가가 어떤 사안에서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보는 기준이라고 설명된다. 그래서 합리적 이유만 있으면 자의적이지 않다고 보아 합헌으로 본다고 한다. 즉 합리적 이유 유무만 본다고 한다.

 

엄격한 심사기준은 헌법재판소의 다음과 같은 설명되어 있다. "헌법이 스스로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되는 기준을 제시하거나 차별을 특히 금지하고 있는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면 그러한 기준을 근거로 한 차별이나 그러한 영역에서의 차별에 대하여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다음으로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관련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게 된다면 입법형성권은 축소되어 엄격한 심사척도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 엄격한 심사를 한다는 것은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심사, 즉 차별취급의 목적과 수단 간에 엄격한 비례관계가 성립하는지를 기준으로 한 심사를 행함을 의미한다."(헌재 1999. 12. 23. 98헌마363 결정 등)

 

결국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i) 헌법이 스스로 차별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 되는 기준 제시 (ii) 차별을 특히 금지한 영역에서의 차별 (iii) 차별로 인하여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 초래의 경우에는 엄격한 비례성 심사를,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합리적 이유 유무만을 따지는 합리성 심사를 한다고 본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종래에는 크게 다르지 아니하여 다중심사기준을 적용하였으나, 현재에는 비례성 원칙에 입각한 단계없는 심사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의 판례는 여전히 삼중심사 기준을 제시하여 평등원칙 심사를 계단식으로 다중화하고 있다. 이러한 다중심사 기준은 기준 채택에서 합헌과 위헌의 결론이 아주 큰 부분 결정되어버리고 만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개별 분석을 필요로 하지만, 아래의 비판 내용은 여하한 다중심사 기준을 채택하는 헌법 법리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2. '자의성'에 대한 분석과 엄격한 비례원칙의 내용

 

(1) 자의성 의미 분석

이러한 이중 심사 기준을 살펴보면, 자의금지원칙과 엄격한 비례원칙이 논증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지 커다란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의문은 다음과 같이 '자의성'의 의미 분석에 의해 그 타당성이 뒷받침된다.

 

일단 어떤 구별취급이 자의적(arbitrary)이라는 것은 그러한 구별취급을 정당화하는 객관적인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즉 구별취급이 자의적이지 않으려면 구별취급의 면면이, 평등원칙에 따라 국가가 지게 되는 구별취급을 정당화해야 할 헌법적 석명책임(accountability)을 다 해 정당화되어야만 한다. 그냥 아무 이유나 거론해서는 안 되고 그 구별취급에 적합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야 한다.

 

여기서 우선 이유의 속성으로 합리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비합리적인 이유가 허용된다는 것은, 이성적인 논증으로 석명책임을 이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과 동치이며, 이는 결국 수사적으로 "이 구별취급은 - 때문이다"라는 어미만 붙이면 다 통한다는 뜻이 되어, 아예 정당화할 책임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구별취급을 정당화하는 이유의 속성으로 객관성이 요구되는 것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석명책임을 지는 어떠한 주체도 그 주체 자신에게만 관여되는 행위를 설명하는 입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이 맺고 있는 관계에 맞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행위를 석명해는 입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왜 오늘은 저녁으로 짬뽕을 먹지 않고 짜장면을 먹었는가?"라는 질문에, "오늘 짜장면이 땡겼기 때문이다"라는 주관적 욕구를 언급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설사 국민절대다수가 그 사람이 짜장면을 먹은 날은 날씨가 무척 우중충하여 짬뽕의 뜨끈하고 든든한 풍미를 잘 즐기기에 더 적합한 날이라고 생각하고, 생리학자까지 나와서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에는 짬뽕이 미각적 경험으로 인해 생성되는 쾌락 산출에 짜장면보다 일반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할지라도, 그 사람 본인이 짜장면이 땡겼다는 이유만으로 짜장면을 먹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에게 어떤 구별취급을 정당화할 석명책임은 것은, 그 구별취급에 대한 국가 공직자나 국민 다수의 주관적 선호나 충동을 거론함으로써는 전혀 이행되지 않는다. 그것은 주관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주관적 이유만으로 석명책임이 완료된다면 역시 이 경우에 석명책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이 구별취급은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라는 문장만 넣어주면 석명책임이 완료된 셈이 된다는 기이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의금지원칙에서 요구되는 이유의 속성으로 합리성과 객관성은 모두 요구된다.

 

(2) 엄밀한 의미의 절차와 느슨한 의미의 절차

 

구별취급은 일종의 평등원칙 적용 절차(application process)다. 원칙 적용 절차는 실질적(material) 절차다. 엄밀한 의미의 절차는 (i) 투입변수가 들어가면, (ii) 일관된 규칙 및 원리에 따라 (iii) 값을 산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형식적(merely foraml) 절차와 구분된다. 단지 형식적 절차는 (i) 투입변수가 들어가면 (ii) 결정자 권위 구성의 원리에 따라 (iii) 값을 산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형식적 절차는 결정 내용 자체의 흠결을 결정 절차의 흠결로 언제나 추적할 수 있지는 않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어 "(i) 회사의 미래 사업에 관한 결정은 기획팀에서 기안하고 사장이 결정하는 원리에 따라 (iii) 결정한다"는 절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떤 회사에서 논의된 안이 A, B, C가 있었는데, 기획팀이 B, C를 기안하고, 사장이 이 중 C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몇 년 지나고 보니 이 회사는 시장의 추세를 크게 헛짚었으며, 실제로는 기획팀도 사장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D를 추진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시장에 재빨리 진입해야 하는 D안을 채택해야 하는데 폴더폰 사양 중 A, B, C 유형을 두고 논의를 했던 휴대폰 제조기업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단지 형식적 절차에서 산출된 'C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값은 시장 추세를 완전히 헛짚었다는 결함이 있다. 그러나 이 결함은 결정자 권위 구성의 원리의 흠결로 추적할 수 없다. 기획팀에서 기안하고 사장이 최종 결정하는, 결정자 구성 원리 자체에는 흠결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국회의 구성과정, 그리고 소위원회, 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는 등의 법률의 제정과정에서 아무런 형식적 흠결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상 위헌인 법률이 산출될 수 있다. 그리고 법률의 위헌이라는 결함은 법제정자 권위 구성 원리에 있는 흠결로 추적될 수 없다. 

 

반면에 실질적 절차는 산출값을 실질적 내용을 정확하게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엄밀한 의미의 절차 중 하나로 덧셈 계산기를 들 수 있다. 계산기의 투입값은 인간이 더한 값을 내고자 하는 각각의 자료이며, 계산기의 동작 메커니즘에 따라, 덧셈 결과값으로 표기되는 수가 산출된다. 만일 부정확한 수가 산출된다면 그 결함은 계산기의 동작 메커니즘의 흠결이나, 입력 과정에서의 실수 등으로 추적될 수 있다. 즉 다른 외부의 결함이 없다면, 산출값의 결함과 절차 안에 있는 흠결이 대응한다. 

 

위 구분에 따르면, 위헌법률심사에서 평등원칙의 심사기준은 실질적 절차다. 투입값은 법적인 분류 내지 구별취급이다. 산출값은 합헌 또는 위헌이다. 일관된 규칙과 원리가 적용되어 투입값에 대응하는 산출값을 낳는다. 이것은 결정자 권위 구성의 원리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절차, 헌법재판소의 합의체 및 심판 운영 절차와는 다르다. 그 절차 외부의 다른 결함이 없다면(예를 들어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은밀하게 아예 평등원칙의 심사기준을 부정확하게 적용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는 등 결정자 권위 구성 절차의 흠결이 있는 등이 아니라면) 산출값의 결함은 절차의 흠결로 추적된다.

 

이는 평등원칙이 법적용에만 한정되는 원칙이 아니라 법내용에도 미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우리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법 앞의 평등’은 행정부나 사법부에 의한 법적용상의 평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입법권자에게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합당하게 합헌적으로 법률을 제정하도록 하는 것을 명하는 법내용상의 평등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입법내용이 정의와 형평에 반하거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평등권 등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입법권의 행사로서 위헌성을 면하기 어렵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라고 설시한 바 있다.

 

 즉 여러 속성들을 가진 국민들이 그 절차에 투입되면, 그 절차에 따라 각 국민들에게 할당된 권리와 의무, 이득과 부담의 할당과 분배가 산출로나오게 된다. 그런데 절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부분에 결함이 있게 되면 그 절차는 그릇된 결과를 산출하곤 하는 결함 있는 절차가 된다. 구성부분에 결함이 있는 절차 전체는 결함이 없는 것이 되지 않는다.

 

만일 구별취급이 여러 구성부분을 가지는데, 그 중 한 구성부분은 이에 상응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에 반해, 다른 구성부분들은 이에 상응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구별취급은 자의적인 부분을 포함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구별취급으로부터 위헌적인 결과가 때때로 초래된다면, 그 결과는 바로 그 자의적인 부분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구별취급은 결국 위헌적인 부분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 자체가 위헌적인 것으로 된다. 왜냐하면 위헌적인 부분을 제거한 다른 구별취급을 채택하지 아니하고 그 부분을 내포한 구별취급을 고집하는 것은 위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별취급은 목적, 수단, 대안의 채택, 구별취급으로 인해 달성되는 법익과 구별취급으로 인해 제한되는 법익 사이의 관계에서 모두 자의성이 개입될 수 있다.

 

첫째, 어떤 차별취급도 그것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그리고 목적이 있는 이상 그 목적의 정당성은 평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 목적이 정당성이 없다면 애초에 조금의 차별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다. 따라서 합리성 심사에 목적 정당성도 당연히 포함된다. 
둘째로 국가는 구별취급을 위해서 어떤 표지(mark)를 골라냈을 것이다. 어떤 표지를 골라내지 않는 이상 구별취급은 불가능하다. 성별, 인종, 학력, 학점, 지역, 연령, 소득수준, 재산보유액, 사회적 신분, 고용관계유무 등등 그 어떠한 표지는 있어야만 한다. 표지 없는 취급은 구별취급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평등한 취급이기 때문이다. 무작위적 차별취급이라도 무작위로 선정한 표지(이를테면 당첨번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별취급의 기준이 되는 그 표지가 구별취급의 목적에의 기여 여부, 즉 적합성 역시 평가가능한 상태로 놓인다. 그리고 정당한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여 적합성이 없다면 그런 차별취급이 합리적일 수는 없다. 즉 적합성 없는 구별표지의 선정은 자의적이다. 
셋째로, 모든 국가의 구별취급은 구별 표지에 따른 차별취급의 범위와 포괄 정를 포함하게 된다. 그래서 법규범적으로 차별적이지 않거나 덜 차별적인 수단으로 동등한 목적을 달성가능한지 여부도 평가가능하다. 평등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한다면, 더 제한하는 부분은 자의적이라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넷째로, 잠정적인 ‘동등한 대우로부터의 이탈’이 자유롭고 동등한 구성원에게 서로의 근본적인 지위 관계를 왜곡한다면 그 목적이 그 자체로 떼어놓고 보았을 때에는 추구할 만한 정당성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목적 추구로 인하여 그 정도의 평등 정형으로부터의 이탈을 수인하는 것은 자유롭고 동등한 구성원에게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수인의 기대불가능성이 초래되는 차별은 자의적이다. 

 

즉 어떤 차별이 합리적이다, 즉 자의적이지 않다고 하려면 이 네 측면 모두에 대한 평가에서 자의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며, 그 중 어느 한 측면에서라도 자의적이라면 결과적으로 해당 조치가 자의적이게 된다. 

 

따라서 자의성 심사는 반드시 비례심사의 네 부분원칙에 의한 심사 모두를 포함하게 된다. 이를 전혀 종류가 다른 심사라고 보는 것은 엄밀하게 사고하지 아니하고 대충 말의 심상에 의해 인상의 연접을 이어감에 따라 생긴 심대한 착각일 뿐이다. 

 

자의금지원칙과 비례의 원칙이 따로 있는 것이 결코 아니며, 모든 평등권 침해 주장은 비례원칙에 의해 심사되어야 한다. 목적이 정당하고 정말로 중요한 공익이라면 그것은 법익 균형성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그리고 차별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면 그리고 그러한 차별은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라면 그 또한 법익균형성과 필요성 단계에서 심사될 것이다. 

 

또한 차별로 인한 기본권 제한 정도의 중대성이나 공익의 필요불가결성 등은 수단의 적합성과 필요성 단계에서 사실적 인과관계 등을 평가할 때 명백성 통제인가, 납득가능성 통제인가, 엄격한 내용 통제인가를 가려줄 통제강도의 문제로 전화될 뿐이다. 

 

이렇게 심사하면 평등권 침해 주장에 대한 심사 누락은 전혀 없게 되며, 또한 관련된 법익의 경중에 따른 통제강도의 변화와도 연결되게 되므로 불합리한 점은 전혀 없고 오롯이 처음부터 끝까지 심사가 합리적으로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