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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활이야기] 행정적인 일, 잡무 처리 요령

by 시민교육 2022. 7. 26.

행정적인 일과 잡무는 절차에 따라 실행하면 되는 일로, 창조성 발휘를 요구하지 않는 일이다. 예를 들어 신청이나 보고 서류의 작성, 회비와 관리비 납부, 시험 문제 출제 등이 이러한 일에 속한다.  

이러한 일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한을 넘기면 불리한 제재를 받거나 원하던 승인을 받지 못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우선 원칙. 행정/잡무가 도달했을 때 가능하면 당일, 늦더라도 다음날까지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직업상의 일을 처리하면서도 이 원칙을 세우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한까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1시간 정도 하면 완료할 행정잡무의 기한이 이를테면 2주 뒤라고 해서 2주 뒤까지 일을 미뤄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원고마감의 기한이 2주 뒤이면 2주 뒤까지 글을 잘 다듬으면 글이 좋아진다는 이득이 생기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반면에 당일이나 다음날 처리하지 않아서 생기는 단점은 많다. 첫째, 인지적 부담이 생긴다. 기한이 정해진 해야 할 일의 목록에 하나의 항목이 추가된다. 이 목록은 늘 점검하고 처리하여 지워가야 하는 것인데, 이런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집중력이 흐려진다. 둘째, 인지적 부담 때문에 잊고 있다가 기한 내에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셋째, 미리 검토해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 넷째, 내가 해서 넘겨준 행정잡무를 결과로 받아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의 업무가 그만큼 지연되고 그 사람의 자유재량이 줄어든다. 

이런 행정적인 일과 잡무를 2-3주 정도 미루는 것이 일상화된 사람의 삶을 생각해보자. 그 사람의 삶은 행정잡무를 늦어도 다음날까지 처리하는 사람의 삶보다 조금도 더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유가 좀 더 줄어들 것이다. 마감이 코 앞인 행정적인 일과 잡무가 매일매일 칼을 들이대고 있을테니 말이다. 사실 전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이런 식의 제도운영은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일을 많이 처리한다. 그런 나라에서는 공공기관에서 행정적인 일을 처리하려면 먼저 예약을 하고, 신청 서류를 내고, 여러번 방문 끝에야 일이 끝난다. 그런데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하는 시간에 가서 나의 사무를 처리하려고 하는 데 왜 예약을 해야 하는가? 그런 나라에서는 이미 공무원들의 하루 일정이 그 이전에 예약된 사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훨씬 뒤로 예약할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도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즉 내가 아프면 바로 그날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고 3주를 기다려 방문하는 예약 시스템으로 의료제도가 굴러가게 할 수 있다. 이 모두는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기간의 평균 업무라는 것은 예약을 받든 받지 않든 비슷한 것이고, 그래서 예약 시스템을 두어 뒤로 미루어보았자 추가로 얻는 효율적인 점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시스템을 개인의 삶에서도, 사회 전반적인 제도에서도 도입하여서는 안 된다. 

 

둘째, 행정잡무를 하고 나서 작성한 서류들은 잘 분류해서 관리한다. 특히, 파일 이름을 잘 정해서 저장해둔다. 그러면 다음에 비슷한 서류를 작성할 때 훨씬 빨리 작성할 수 있다. 

셋째, 어떤 행정잡무를 할 때 누락해서 놓치기 쉬운 절차나 추가적인 정보를 검색해서야 완료한 부분이 있다면, 생활의 요령 파일(일기 파일)에 그 절차를 상세히 적어둔다. 그래서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 그 일을  할 때, 다시 똑같이 찾아보고 물어보고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넷째, 당일/다음날까지의 여유만 두면 되기 때문에, 관련된 사람이 곧바로 처리할 것을 요청하지 않는 한, 행정적인 일과 잡무가 도달했을 때 곧바로 처리할 필요가 없다. 이것 또한 극단적인 방식이다. 그런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또 하나의 함정에 빠진다. 그것은 창의적이고 집중해야 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시시각각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방해받는는 함정이다. 지금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연히 1-2주 미룰 필요는 없다. 당일 또는 다음날까지만 처리하면 된다. 처리 방식은 다음 두 가지가 권고할 만하다. 하나, 당일 또는 다음날까지, 창조적인 일이나 고도로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기분전환형으로 다소 기계적인 일을 처리하고 싶은 시간이 분명히 온다. 그 때 기분전환겸 해서 한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일과를 관찰하여 다소 집중력이 없는 시간대, 또는 분절된 시간대를 대략적으로 파악 후, 그 때 몰아서 하는 것이다.

다섯째, 매우 간단한 일인데도 왠지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좋아하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을 두 세개 틀어놓고, 그 음악이 완료될 때까지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는 방법이 괜찮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