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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책소개] <기본권의 기초이론>

by 시민교육 2021. 9. 21.

제가 헌법재판연구원 최규환 박사님과 함께 쓴 <기본권의 기초이론>이 출간되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인터넷 서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서문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기본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국민의 헌법상 권리이다.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과 구성원리의 토대는 헌법을 제정함으로써 비로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천부의 권리인 기본적 인권에 있다.

역사상 존재했던 거의 모든 국가는 주요 구성원들의 복리(福利)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들의 복리를 소홀히 하면 언제든 상당한 세력을 규합해 국가를 무너뜨리거나 지배자를 교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치자가 구성원의 복리를 오로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돌볼 때, 구성원의 지위는 그저 지나치게 비탄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기만 하면 되는 대상으로 전락하기 쉽다. 게다가 지배자를 교체할 정도의 세력을 형성할 수 없는 소외된 구성원들의 복리는 함부로 훼손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질 위험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도, 전체 복리를 모종의 방식으로 산정하여 아무런 제약 없이 추구하는 것은 개인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동등한 존엄과 가치를 무시하는 일을 그릇되게 정당화할 수 있다.

단순한 복리를 넘어서 각 개인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보유하는 권리(權利)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정당성의 기초이다. 입헌민주주의 국가는 이를 필수불가결한 임무의 하나로 삼음으로써, 국민이 설사 경우에 따라 개개의 구체적인 국가작용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규범 자체를 준수할 진지한 의무를 부담할 토대를 근거 지우게 된다. 반면에 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국가라면, 개인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한낱 날것 그대로의 힘을 관철받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기본권 규범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은 국가권력이 정당성의 토대와 단절되거나 멀어지지 않도록 하고 구성원이 서로를 근본적으로 평등하고 자유로운 지위에 있는 존재로 이해하는 데 극히 중요하다. 그 일은 입법·행정·사법의 영역에서 법규범을 제정하고 집행하고 해석하는 일을 직접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통치권력 행사의 방향에 관하여 발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한 명의 평범한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기본권 규정의 추상성에 기대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전의 목적을 그저 수사적으로 강조하는 장식으로 기본권을 언급하거나, 이렇게 해석해도 저렇게 해석해도 무방하므로 어떤 결론이든 이끌어낼 수 있는 자의적 판단의 원천으로 보거나, 아니면 기계적으로 다른 사람―권위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의 판단을 경전을 암송하듯 답습해 반복하는 것은 모두 기본권 규범을 그릇되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릇된 이해에 빠져 있다면, 헌법 전문부터 마지막 조문까지 달달 외우고 관련된 헌법 판례의 결론을 즉답할 수 있으며 이런저런 학설의 명칭을 막힘없이 나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권 규범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모든 겉치레를 벗겨내고 나면 날것 그대로의 직관, 더 이상 정당화하지 못하는 심리적 태도, 적나라한 이해관계에 대한 현학적 포장만이 남는다.

기본권 규범에 대한 앎은 기본권 이론에 대한 학습과 숙달을 경유해서만 올바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본권 이론은 기본권 규정에 대한 해석이 학문적 접근의 대상이라는 점을 전제한다. 단순한 취향이나 호오(好惡)의 문제와는 달리, 학문적 접근의 대상은 명제의 참·거짓이나 당·부당을 유관한 근거를 적합하게 결합하는 논증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안을 헌법적 쟁점으로 분석하여 구조화하고, 그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논증이 필요하며, 그 논증에 제공될 수 있는 근거들이 무엇이고 그 근거들은 어떤 순서와 어떤 관계로 결합되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틀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본권 이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