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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요약번역] 스티븐 월 "정의로운 저축원칙과 차등원칙"

by 시민교육 2022. 4. 24.

스티븐월_롤즈_정의로운저축원칙과차등원칙.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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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논문은 존 롤즈의 정의로운 저축원칙을 살펴봄으로써, 롤즈가 헌신하고 있는 평등관이 무엇인지 탐색해나가는 논문입니다. 상당히 명확하고 정교하며, 설득력이 있습니다. 

 

통상 롤즈의 원칙을 미시경제학 과목에서 배울 때, 두 가지 왜곡이 이루어지곤 합니다. 첫째는 롤즈의 정의원칙 분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후생(welfare)이라고 왜곡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생 그 자체를 분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1원칙인 평등한 자유 원칙에 어긋납니다.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인생기획을 동등한 자유 및 권리와 동등한 수준의 전목적적 수단(재화와 용역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서 자신의 자율성을 온전히 발휘하면서 살았을 때 한 사람은 후생 수준이 높고 다른 한 사람은 후생 수준이 낮은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평등주의적 분배는 두 사람의 후생을 평준화하라는 독자적인 압력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롤즈의 이론은 그런 압력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이것은 크나큰 차이이며 헌법의 '행복추구권'을 '행복보장권'으로 읽는 것만큼이나 커다란 왜곡입니다. 헌법의 행복추구권은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인생의 활동에 있어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할 권리임에 반해, 만일 헌법에 행복보장권이라는 것이 있다면 국가가 행복의 특정한 내용 또는 수준을 보장해줄 것을 요하는 내용의 권리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롤즈의 차등원칙이 대단히 복합적이고 조건적인 것인데, 이를 단순히 최소극대화(maximin) 규칙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실 롤즈의 차등원칙은 두 가지를 내포합니다. 하나는 그것이 불평등의 허용 제한 원칙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밀접한 연동성'을 전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은 둘째 부분에 관하여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롤즈 자신이 아주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던 함의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논문에서 제시한 독법에 의하면, 롤즈의 평등 원칙은 스캔론의 평등 원칙과 거의 그 내용에서 수렴한다고 하겠습니다.

 

저자의 핵심 논지의 배경이 되는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롤즈는 <정의론>에서는 정의로운 저축의 원칙을 도출하는 조건으로서, 여전히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은 현 세대에 속하는 사람으로만 구성되지만, 같은 세대의 상호 무사심한 구성원으로서, 그들은 그들의 후손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를 막기 위해, 롤즈는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이 “가계의 가장”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논하였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한 이 해법은 두 가지 이유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첫째, 앞서 지적되었듯이, 그것은 이론의 나머지 부분 전체에 걸쳐 상호 무사심한 동기가 귀속된 것과 일관되지 않은 타인관여적 동기를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에게 귀속시킨다. 둘째, 그리고 아마도 더 중요한 점으로, 그 해법은, 정의로운 저축원칙에 그른 종류의 토대를 제공한다. 그 이름이 드러내듯이 이것은 정의의 원칙이다. 그 내용은 세대가 그 후손들에게 마음을 쓰기를 기대될 수 있는 정도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롤즈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여(<공정으로서의 정의> 각주에서 롤즈는 <정의의 원칙>에서 정의로운 저축원칙에 대한 그의 해명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는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이 미래 세대들의 복지에 관하여 마음을 쓴다는 규정은 버릴 것을 제안한다. 대신에 그는 당사자들이 상호 무사심하다는 가정을 유지하여, “모든 이전 세대들이 준수했었기를 바라야 한다는 조건의 적용을 받는” 저축원칙을 합의하는 것이라고 보자고 제안한다.
정의로운 저축원칙에 대한 이 새로운 도출은, ‘공정으로서의 정의’ 뒤에 있는 중심적인 조직화 이념과 조화된다. 그것은 바로 사회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시간이 흘러도 공정한 협동 체계”(a fair system of cooperation over time from one generation to the netx)(주석 8)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1)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등장하는 차등원칙의 새로운 도출이 <정의론>에서 제시된 논증보다 우월하다.
(2) 이 새로운 도출을 전제하면,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은 미래 세대들을 위한 저축을 규율하는 우선주의 정의의 원칙에 합의할 것이다.
(3) 이 원칙은, 동시대인들 사이에 소득과 부의 분배를 규율하는 차등원칙과 긴장관계에 있다.
(4) 롤즈는 구획화 논제를 긍정함으로써 그 긴장을 극복할 수 없다.
(5) 그 긴장은, 우리가 차등원칙을 우선주의 정의의 우연적인 근사치로 해석하면 제거된다. 그리고 (1)-(4)를 고려하면 우리는 차등원칙을 그렇게 해석할 좋은 이유가 있다.

 

특히 저자는 뒷부분에 가서 다음과 같이 롤즈가 지지한 것으로 보이는 양립불가능한 두 원칙(A), (B) 중 어느 원칙이 진정으로 롤즈이론이 지지하게끔 되어 있는 원칙인가를 살펴봅니다. 

(A) 불평등이 최소수혜자의 전망을 최대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정의하다. 
(B) 불평등이 최소수혜자의 전망을 악화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당하다. 

 

이 두 주장은 양립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둘은 최소수혜자의 전망을 개선하지도 악화하지도 않는 불평등이 정의로운가에 대하여 모순된 판단을 산출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롤즈의 이론은 (B)를 지지하게끔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를 축차적 차등원칙에 관한 롤즈의 논의에서 찾습니다. 축차적 차등원칙이란 최소수혜자 집단의 전망을 최대하고, 이 제약 하에서, 다음 최소수혜자 집단의 전망을 최대화하고, 그런 식으로 최대수혜자의 전망이 최대화할 때까지 진행해나아갈 것을 지시하는 원칙입니다. 축차적 차등원칙을 받아들인다면 (B)를 받아들이고 (A)를 거부해야만 합니다. 

롤즈는 축차적 차등원칙을 “밀접한 연동성”(close-knitness)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받아들여야 하는 차등원칙의 정식화라고 주장합니다. “밀접한 연동성”은 한 집단의 전망이 변할 때 그 사회의 다른 집단의 전망도 틀림없이 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일련의 사실들을 일컫습니다. 만일 “밀접한 연동성”이 성립한다면, 최소수혜자의 전망을 개선하지도 악화시키지도 않는 불평등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밀접한 연동성”을 전제로 하면, 더 잘 사는 집단의 전망에 일어나는 어떤 변화도 최소수혜자 집단의 전망에 영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밀접한 연동성이 성립하는 사회에서는 차등원칙이, 성립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축차적 차등원칙이 적용됩니다. 밀접한 연동성은 경험적 조건입니다. 이 경험적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는, 최소수혜자의 전망을 개선하지도 악화하지도 않는 불평등이 증가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는(즉 자존감의 사회적 기반의 훼손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그것은 정당하다는 것이 롤즈의 이론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롤즈의 차등원칙은 우선주의라고 칭할 수 있는 더 포괄적인 평등에 관한 이념이 어떤 경험적 조건이 성립한 경우에 적용된 구체화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선주의란, "더 못 사는 사람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 것이 더 잘 사는 사람들에게 그와 동등한 또는 그보다 더 큰 이득을 주는 것보다 도덕적 중요성이 더 크다"는 견해입니다. 그리고 이 견해가 스캔론이나 네이글이 주장하는 견해와 유사합니다. 또한 보다 뚜렷한 형태로는 해리 프랭크푸르트가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선주의는 엄밀히 말해 평등주의적 견해가 아니다. 그것의 초점은 다른 사람들에 상대적으로 비교한 사람들의 조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절대적 조건에 가 있다. 중요한 점으로서, 우선주의가 못 사는 사람들의 이익에 우선성을 부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잘 사는 사람들의 큰 이익이 설사 못사는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희생을 부과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정당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의 논증에 의하면 "롤즈 자신은, 우선주의 저축원칙을 확언하기는커녕 언급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원칙이야말로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이 선택할 저축원칙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러한 생각에 따르면, 정의가 기본 수준을 넘어서 저축할 것을 결코 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확실히 거짓이다. 우선주의 저축원칙을 준수하는 저축 스케줄은 때때로는, 기본 수준에 의해 정해지는 수준 이상의 희생을 할 것을 앞선 세대에 명할 것이다."

 

이러한 우선주의가 그럼직하다는 것은 정의로운 저축원칙으로 롤즈의 원초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채택할 원칙이 무엇인가에 관한 다음 논지가 타당하다는 점에서 보여질 수 있다고 합니다. 

  
(1)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은 낮은 진보 수준에서는 높은 진보 수준에서보다 저축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안다.(The parties in the original position know that at lower levels of advance saving is more difficult than at higher levels of advance.)
(2)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은 인접한 세대에 큰 이득을 산출한다면 한 세대에 작은 비용을 부과하는 저축 계획에 합의할 것이다.(The parties in the original position would agree to a savings schedule that imposed small costs on one genera- tion if it yielded large benefits to an adjacent generation.)

 

이렇게 합의될 정의로운 저축 원칙이, 기본수준을 넘어선 이후에 0의 순저축이 아니라 약간의 저축을 명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그럼직하다면, 이는 우선주의의 구현 형태이고, 그렇다면 롤즈의 분배에 관한 정의원칙은 우선주의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우선주의는 차등원칙을 해석할 때에도 적용되는 것이고, 차등원칙은 결국 밀접한 연동성이 성립하는 경험적 조건에서 우선주의가 구체화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의로운 저축 원칙이 우선주의이고, 우선주의가 롤즈 이론이니, 차등원칙도 우선주의의 한 구현 형태라는 흐름의 저자 논지에 반대하는 구획화 논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구획화 논제(compartmentalization thesis)란, 세대내 정의와 세대간 정의의 맥락에서 상당한 차이를 감안할 때, 통일된 해명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롤즈 이론 내에서 세대간 정의의 문제는 우선주의로, 세대내 정의의 문제는 엄격한 최소극대화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논제를 지지하는 첫 번째 대응은 세대간 분배에 관한 결정은 미래 세대의 이득 수준뿐만 아니라 이 세대들의 구성원들의 정체성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세대내 분배에 관한 결정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롤즈의 이론에서는 사람들의 정체성은 정의의 원칙 수립에 고려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런 근거로 롤즈의 이론 내에 구획화 논제를 도입할 수 없습니다. 

 

구획화 논제를 지지하는 두 번째 대응은, 롤즈주의적인 연대애의 이상을 거론합니다. 이 이상이 사회에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힘을 갖고 있지만, 서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전혀 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는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합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롤즈의 차등원칙은 “연대애의 원리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제공”해 주는 것이지, 차등원칙은 연대애의 원리를 준거로 하여 정당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은 그들이 정의의 원칙들에 합의할 때 연대애의 사회적 이득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득을 고려하는 것은 완전주의적인 논의로서, 그 이득에 호소하는 것은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이 차등원칙에 합의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할 것입니다. 

 

구획화 논제를 지지하며 저자의 논지를 반박하는 세 번째의 마지막 대응은, 비이상적 여건과 이상적 여건을 구별하는 대응입니다. 즉 사회의 물질적 부가 정의로운 제도를 지탱하기에 충분히 많지 않아서 정의가 가능하지 않을 때는, 미래에 정의로운 제도들을 지탱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적 기반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저축을 규율하는 데 어떤 원칙이 필요하니 이 비이상 맥락에서 적합한 원칙은 우선주의 저축원칙인 반면에, 일단 정의로운 제도들을 지탱하기에 충분한 물질적 기초가 다져지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비이상 맥락에 있지 않게 되어 이 지점에서는 차등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면, 차등원칙은 미래 세대를 위한 아무런 양의 순저축도 명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차등원칙은 기본수준을 넘어서는 저축을 명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수준을 넘어서는 저축은 덜 잘 사는 이들(앞선 세대) 측의 희생을 더 잘 사는 이들(이후 세대)의 이득을 위해 명하는 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대응은 왜 저축 원칙이 앞선 세대에게 작은 비용만 부과하고 이후 세대들에게는 상당한 이득을 줄 것임에도 저축을 명하지 않을 것인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이에 대해 롤즈의 지나가는 듯한 언급은, 일단 사회가 정의로운 제도들을 확립할 정도의 부의 수준에 이르고 나면, 추가적인 부는 그 사회구성원들에게 중요하지 않거나 아니면 오히려 “적극적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완전주의적 입장을 함부로 도입하지 않는다면 부당한 가정입니다. 롤즈 이론 내에서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은 소득과 부를 기초재로 여기므로 그들은 그들이 대표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선들을 덜 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원한다고 가정해야 하고, 함부로 어떤 초연한 스토아적 현인이나 도가 사상가의 관점을 도입해서 더 이상의 기초재가 전혀 중요치 않거나 방해가 된다고 여겨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