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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료/외국문헌소개

[요약번역] 엘리자베스 피네론 번스 "계약주의와 비동일성 문제"

by 시민교육 2022. 6. 16.

계약주의와비동일성문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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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저자가, 스캔론의 계약주의 틀을 활용하면 비동일성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논증하는 글입니다. 

이 논증의 많은 부분은 존재는 그 자체로 이득이 아니며, 존재하지 못한 가능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박탈이 아니므로 손실이 아니라는 당연한 이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이치에다, 계약주의가 어떤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에 대한 정당화가 아니라 어떤 관점이나 지위에 대한 정당화임을 밝히면서, 세대간 정의 문제에서 타당한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논하고 있습니다. 

반출생주의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비동일성 문제를 푸는 유망한 접근 중 하나로 생각됩니다. (반출생주의를 받아들이면 비동일성 문제는 한결 더 간단하게 풀립니다. 즉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키는 것은 해악이며, 또한 더욱 더 나쁜 처지에서 살도록 하면서 탄생시키는 것은 한층 더 심각한 해악이므로 불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은 비동일성 문제를 푸는 하나의 접근을 보였다는 것을 넘어서는 매우 큰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규범논증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 비개인적 이유(impersonal reasons)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데렉 파핏은 비개인적 이유와 개인적 이유를 둘 다 고려하는 도덕 이론을 제시하는데, 이는 비개인적 이유를 도입하지 않으면 비동일성 문제를 혐오스러운 결론을 내지 않고서는 풀 수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혐오스러운 결론이란, 가까스로 살 가치가 있는 열악한 환경에 사람들을 탄생시킨다는 이유로 현재의 행위가 정당화된다는 결론, 더 나아가 가까스로 살 가치가 있는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탄생시키는 것이 당위라는 결론입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데렉 파핏은 각각의 특정한 개인들에게 미치는 해악과는 관련이 없는, 비개인적인 관점에서 탄생될 수도 있는 사람들 A 집단과 B 집단 중 B 집단이 더 잘 살 것이라면 B 집단이 탄생되도록 해야 한다는, 비개인적 이유를 도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을 읽으면 스캔론식 계약주의 틀 내에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소개한 존 롤즈의 원초적 입장 모델이 세대간 정의 문제를 풀기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한 바로 그 저자가 이 논문을 쓴 것이니, 연계해서 읽으셔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자의 결론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시된 논증들을 함께 모으면, 계약주의가 비동일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더 명확해진다. 계약주의에 따르면, 우리는 원리들의 합당하게 거부될 수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원리들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유들의 비중을 가늠하며, 또한 허용의 부담과 금지의 부담의 비중을 가늠한다. 어떤 원리가 가까스로 살 가치가 있는 삶을 지닌 개인의 탄생을 허용한다면, 탄생된 사람은 그 원리를 거부할 근거를 갖는다. 다른 한편으로, 가까스로 살 가치가 있는 삶을 지닌 개인의 탄생을 금지할 원리를 거부할 이유란 누구에게도 없다. 왜냐하면 금지의 유일한 부담이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들즉 도덕적으로 호용되지 않았다면 탄생되었을, 가까스로 살 가치 있는 삶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느껴질부담뿐이기 때문이다.(주석 9) 그러나 우리가 II절에서 본 바와 같이, 가능한 사람들은 정당화를 빚지고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원리를 거부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게다가, 가까스로 살 가치 있는 삶을 지니고 실제로 존재하게 될 사람들이 겪는 부담을 능가할 아무런 상쇄하는 이유들도 없다. 왜냐하면 그런 원리를 찬성하는 이유(특정한 사람들을 그 원리가 탄생시킨다는 이유)는 계약주의에서는 인정되는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계약주의와 비동일성 문제의 관계를 탐구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계약주의가 유형 및 관점에 대한 호소를 통해 비동일성 문제를 피한다고 논하는 쿠머의 견해를 제시하면서 논의를 시작하였다. 나는 이것이 (1163) 논의의 좋은 출발점이라는 점에 동의하였지만, 특정한 사람의 존재가 우리의 행위를 우리가 정당화해야 하는 관점의 일부를 구성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검토하고자 했다. 그 결과 나온 분석은, 존재가 그런 관점의 일부를 구성하는 데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결론은 계약주의가 비동일성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그것은 가능한 사람들이 우리가 정당화를 빚지고 있는 사람들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며, 그 결과 현재의 사람들은 어떤 원리가 그 사람들의 존재를 야기한다는 사실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미래 사람들에게 그 원리를 정당화할 수 없다. 그것은 또한 반대의 다른 근거들이 있다면 어떤 원리가 어떤 개인의 존재를 야기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개인이 그 원리를 합당하게 거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어떤 원리가 개인의 존재를 야기하였다는 사실은, 그 개인이 그 원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거나,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 원리를 거부할 아무런 이유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