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과업과 여건에 따라 주의집중시간이 달라지는 것을 스스로 뚜렷하게 관찰하고, 그 관찰을 토대로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는 대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이야기하겠다.
주의집중시간(attention span)은 보통 주어진 과업 수행을 계속 따라갈 수 있는 정도로 과업과 무관한 자극을 배제하고 과업과 관련된 정보는 계속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어떤 과업이냐에 따라 달리 측정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신문기사에서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몇 분, 몇십 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주의집중시간을 가리키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그런 연구결과에서 제시된 시간을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과업에 적용되는 주의집중시간으로 간주하거나, 아니면 과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자신이 갖고 있는 주의집중력에 따른 시간이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또 주의집중시간은 기질과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기질이 변화고 생활환경이 변한다면 주의집중시간도 변한다.
실제로 자신이 수행하는 여러가지 과업에 대한 주의집중시간은 평범하게 우호적인 조건들 하에서 측정해보아야 한다. 평범하게 우호적인 조건이라는 것은, 그 과업을 하려는 의도로 자신의 생활환경에서 통상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조건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회사 업무를 하는 평범하게 우호적인 조건은, 업무상 전화 등이 평범하게 오는 경우를 상정한 그 사무실 책상에서의 업무에 대한 주의집중 시간일 것이다. 또 학생이라면 학교 도서관, 독서실, 스터디카페, 집에서의 주의집중시간을 측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하게 우호적인 조건들 가운데, 자신이 실제로 과제를 수행하기도 하는 곳에서는 모두 측정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과제도 자신이 수행하는 과제들의 종류를 크게 나누어 과제별로 측정해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학생이라면, 과제물 작성, 교양서 읽기, 전공서적 읽기 등으로 과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눈 다음, 학교도서관, 독서실, 스터디 카페, 집에서의 주의집중시간을 측정해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주의집중시간은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얻기 위한 실천적 목적에 비추어 설정되므로, 하나의 과제를 정신적인 피로감이 들지 않을 때까지 연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시간으로 측정한다. 그러니까 (일부 심리학 실험에서는 그렇게 설정할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한다거나, 다른 데 주의가 잠시 팔린다고 해서 주의집중시간의 단절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의 과업 자체를 중단하지 않은 채(과업 전환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전략(눈 감기, 공책 활용하기, 스트레칭 하기, 물 먹기 등등)은 모두 활용한 상태에서 측정한다. 그러다가 그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어떤 형태든 정신적 피로가 뚜렷하게 생겨서 이제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이 드는 때까지 실행해본다. 이렇게 측정해보면 특정 과제의 특정 조건 하에서의 주의 집중 시간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과제-조건의 쌍마다 주의집중시간을 측정하면 두 가지 대응 전략이 나온다.
첫째, 특정 종류의 과제에 대하여 주의집중시간이 가장 잘 나오는 조건을 설정하여 그 과제를 하기로 계획할 수 있다.
둘째, 주의집중시간을 정확하게 알게 됨으로써 자신의 주의집중력에 대한 과도한 낙관 때문에 생기는 오류들을 방지하고, 적절한 기분 전환이나 과업 전환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분 전환은 해당 과업 수행을 멈추고, 산책을 한다거나 물을 마신다거나 청소를 한다거나 하여 잠시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다. 과업 전환은 해당 과업 수행을 멈추고, 정신적으로 상이한 경험의 질을 갖는 다른 과제의 수행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해당 과업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실제로 측정해보면 하나의 과업에 대한 주의집중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과업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짧은 경우에는 20분~30분, 긴 경우에는 1시간 정도가 보통이다.
이런 시간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면 과도한 낙관을 피하게 된다. 과도한 낙관은 자신의 주의집중시간이 3시간, 4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하나의 과제를 하다가 3시간, 4시간 연속으로 해내지 못하면 그 날은 자신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과업이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3시간, 4시간을 연속으로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컨디션이나 과업에 어떤 이례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분 전환을 넘어서 그날은 완전히 과업을 멈추고 다른 활동(휴식, 오락에 빠져들기, 다른 과업만을 수행)만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하고자 하는 과업을 계속 미루고 허투루 보내는 날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니면 억지로 주의집중시간을 넘어서까지 과업에 인위적으로 집중하고자 하기 때문에 아직 하루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신이 녹초가 되거나 가라앉게 되고, 과제를 싫어하는 기분이 불필요하게 생기게 된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주의집중시간의 리듬에 맞는 계획적인 기분 전환이나 과업 전환이다. 필요한 기분 전환과 과업 전환 후 다시 원래의 주의집중시간 만큼 해당 과업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불연속적 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해당 과업을 그 날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분 전환과 과업 전환은 대체로 20분 이내 정도로 두면 적절하다. 기분 전환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완전한 휴식이다. 어쨌든 이완된 자세를 취하고 눈을 쉬게 해주는 것이 제일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바깥을 잠시 걷고 오거나 물을 마시러 갔다 오는 것 등도 도움이 된다. 과업 전환은 주된 과제보다 쉽고 또 그 성격상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을 대상으로 삼아 하여야 한다.
자신의 주의집중시간, 해당 과제에 적합한 조건, 그리고 기분전환과 과업전환의 요령을 알게 되면, 과도한 낙관주의 때문에 옹히려 스스로에게 난폭해지지 않으면서도 과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리듬을 얻게 된다. 즉 과업의 종류에 따라서는 20분 정도 집중하고 나서 5-10분 정도 쉬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1시간 연속으로, 심지어 3시간 연속으로 그 과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날이 컨디션이 안좋은 날인 것이 결코 아니다. 이러한 착각은 결국 자신의 주의집중시간을 제대로 측정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특히 까다로운 과업은 오히려 자주 자주 휴식하고 기분을 전환하면서 전체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원래 과업을 하는 모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