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자 하는 외국어를 쓰는 나라에서 장기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의 외국어 학습에 관해서 왕도는 없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길은 있는 것 같다.
(1) 공부의 시작은 잘 만들어진 형태의, 교재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나 앱, 드라마 같은 것만 가지고 또는 그것에서 시작하여 공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다른 자료들은 일단 교재로 중심을 세운 다음에 어휘력과 듣는 기량을 늘리기 위해 추가할 수는 있지만, 중심을 세워줄 수는 없다. 또한 다른 자료들로 중구난방 공부하게 되면 학습 진도를 나가는 데 체계성을 잃게 된다.
잘 만들어진 교재는 다음 요건을 갖춰야 한다.
(i) 학습자가 언어 학습 자체와 무관한 내용을 정리하는 수고(e.g. 사전 찾기)를 최소화해두어야 한다.
(ii) 같은 구조의 구문을 여러 예로 반복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iii) mp3가 제공되어야 하며, mp3는 되도록 교재에 실린 모든 문장을 포괄하여 제공되어야 한다.
(iv) 등급별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어, 등급이 올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시간과 금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집 근처의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또는 정규적으로 하는 온라인 수업을 들어도 좋다. 이러한 수업을 듣기만 해서는 언어를 잘 배울 수는 없지만, 이러한 수업은 교재를 지정해주며 그 교재와 관련하여 부과되는 정기성은 규칙적으로 진도를 나가게 해주며, 아래에서 살펴볼 쉐도우잉을 할 거리를 체계적으로 던져주기 때문에 권고할 만하다. 다만 강의 역시 해설 시간이 긴 것보다는, 구문을 반복 연습하게 해주는 형태가 좋다.
(2) 공부의 주된 형태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i) 교재를 따라가며 기본적인 어휘 접하기, 구문과 문법 학습
교재의 순서를 따라 매일 정해진 분량 만큼은 책상 앞에 앉아서 그 교재의 내용을 익혀야 한다. 이 때 목표량은 매우 간소하게 하루 1과 정도로 잡는 것이 좋다. 보통 외국어 교재들은 20분 정도면 한 과를 다 마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매일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복습은 쉐도우잉으로 하는 것이고, 무조건 일단 매일 1과씩은 진도를 나가야 한다.
(i) 쉐도우잉과 유사 쉐도우이잉
쉐도우잉이란 해당 언어로 말하는 성우의 소리를 듣고 그 의미를 새기면서 억양과 발음을 그대로 반복해서 따라하는 것이다. 마치 그림자처럼 성우의 말을 곧바로 뒤에 따라가기 때문에 쉐도우잉이라고 한다. 쉐도우잉은 소리내어서 하는 것이 좋다. 다만 큰 소리로 하면 목이 아프므로, 자연스러운 대화의 음량이나 그보다 적은 음량으로 한다. 쉐도우잉을 하기에 가장 좋은 상황은 한적한 곳에서 산책하는 상황이다. 하루에 40분 정도 집중해서 쉐도우잉을 하면서 산책을 하는 것은 좋은 생활 습관이다. 이것은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형태이다. 또한 자신의 집에서 청소나 옷 갈아입기, 샤워 등 일반적인 유지관리 활동을 할 때에도 쉐도우잉이 좋다.
유사 쉐도우잉은 머릿속으로나 입만 달싹거리는 쉐도우잉이다. 지하철이나 사람이 있는 길거리를 걸을 때는 머릿속이나 입으로만 정확한 음운을 그려본다.
가만히 듣기만 하면 그 음운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말할 때 발음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책상 앞에서 하는 어휘, 구문, 문법 학습은 이해를 위한 것이고, 그 이해의 바탕 위에서 거의 반사적으로 문장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쉐도우잉을 반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쉐도우잉은 진도에 맞춰서 해야 한다. 즉 당일 진도를 나간 것을 우선적으로 쉐도우잉하고, 시간이 더 남으면 앞의 내용을 복습하는 쉐도우잉을 한다.
위 두 가지로 먼저 중심을 세우고 다음 방법을 따른다.
(3) 그냥 틀어놓기
쉐도우잉을 하지 않을 때에도 그냥 틀어놓는 때가 많으면 좋다. 그래서 하루에 최소 4시간 정도는 그 언어가 배경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 때 그냥 틀어놓는 mp3의 내용은 이미 학습과 쉐도우잉이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많이 반복해서 들어서 다 아는 내용을 듣는 것은 기분을 좋게 해준다. 어느 정도 학습이 이루어졌다는 실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4) 수준별 동화 읽기
교재에 나와 있는 문장들만 읽는 것은 재미 없다. 그래서 그 언어로 된 동화책과 mp3가 함께 제공되는 보조교재를 사서 여러번 보는 것이 좋다. 동화의 내용 자체는 이미 한국어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고른다. 이 동화책의 수준을 서서히 높여 나가면 문장 읽기와 듣기가 함께 향상될 수 있고, 또 어휘도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이 때 동화책의 수준은 매우 낮아야 한다. 만일 수준이 조금이라도 버거우면 하기 싫어진다. 그리고 동화책에는 단어나 발음 등이 보기 편하게 수록되어 있어야 한다.
(5) 주제를 갖고 하는 회화 또는 가상회화 연습
기본 교재 2개 정도를 2번 반복해서 진도를 나가고, 쉐도우잉도 그에 따라 반복했다면, 이제 회화 연습을 할 만하다. 회화 연습 상대로 가장 좋은 것은 온라인 상이든 오프라인 상이든 초보자와 인내심 있게 대화해줄 사람, 즉 유료회화연습상대가 되어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돈을 내고 정기적으로 회화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만일 서로 언어교환을 해줄 상대를 구한다면, 서로의 언어로 10분씩 매일 대화하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지만, 그런 경우를 구하기는 힘들다. 처음에는 유료 레슨으로 자신의 더듬거리는 말을 인내심 있게 들어줄 사람을 통해서 실력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려 놓을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는 언어교환 앱 등을 이용하여 실력을 높일 수 있다.
회화 연습을 할 때에는, 그날의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묻고 상대방에게 이야기할 법한 모든 문장들을 한글로 먼저 써보고, 그렇게 한글로 쓴 것을 그 나라의 언어로 말해보고 써본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말한 것을 쓰지 못하는 경우에는 발음이라도 적는다. 또한 다른 나라 언어로 말하거나 쓰는 것은 완전한 문장을 써야 한다. 만일 적절한 단어가 생각하지 않을 때에는 문장을 미완성으로 끝내지 말고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방식을 궁리한다. 시도해보고 자신이 스스로 작성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문장은 번역기 등의 도움을 얻어서 작성을 완료한다. 그래서 회화 연습 시간이 오기 전에 3번 정도 읽어보고, 특히 스스로 작성하지 못한 문장에 집중해서 어휘나 구문을 익히도록 한다. 회하 연습에서는 준비했던 문장들을 말해보고, 상대의 수준에 맞춘 관련된 대화도 들으면서 어휘를 익히고, 구문 중 일부를 교정한다.
만일 실제로 회화연습을 할 상대가 없다면 가상 회화 연습을 한다. 위 준비 작업까지 완료하는 것을 말한다. 가상 회화 연습이 재미가 없는 사람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이나 생각했던 일, 또는 자기 인생이나 일 그밖에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을 소개하는 내용을 한국어로 생각해보고, 그 다음 외국어로 말해보고 써보는 것으로 대체한다.
위 다섯 가지 방법을 1년 정도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 언어를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된다. 즉 비형식적인 자료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6) 사전 또는 번역 앱을 자주 활용하기
어떤 문장이 생각났을 때 그 나라 말로는 무엇이라고 할지를 계속 생각해본다. 그리고 궁금할 때 그 때 즉시 확인해본다.
(7) 연상기법 활용하여 단어 외우기
저절로 잘 외워지는 단어는 그냥 두면 되지만, 그렇지 않고 두 번 이상 외웠는데도 잊어버리는 단어는 연상기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외운다. 연상기법 단어장을 따로 정리해서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8) 관심 있는 논문 조금씩 읽기
어느 정도 궤도로 올라가면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의 논문을 조금씩 읽는다. 하루에 한 문단 정도가 적절한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대표적인 논문을 보고 나서 그 분야의 단어나 표현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에는 점점 쉬워지는 현상이 생긴다.
관심 있는 언어라면 위와 같이 공부하는 것이 생활에 상당히 유쾌한 틀을 부여한다. 이동하기 위해 걸어가거나 청소를 할 때도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니까 하는 시간이라는 느낌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