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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로또(survival lottery)는 존 해리스가 제안한 사고실험입니다.
논문의 내용은 생존 로또 제도를 제안하는 죽어가는 환자 Y와 Z의 제안에 도덕적으로 어떤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답변들을 해리스는 조목조목 뜯어봄으로써, 그것들이 겉보기보다 그리 설득력이 있지 않음을 밝혀냅니다.
어떤 이들은 '이중효과의 원리'를 '답'으로 제시하겠지만, 이중효과의 원리(다른 목적을 추구하다가 그 수반된 결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보다 죽음을 목적으로 죽이는 것이 더 나쁘다)는 사실 그런 종류의 사안의 결론에 '원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어떤 이들은 '인간을 오직 수단으로서만 대우해서는 안된다'는 칸트의 정식을 제시하겠지만, 이 생존 로또 제도를 제안하는 환자 Y와 Z는 '부작위'와 '작위'의 도덕적 중요성 동등성 논증을 매개고리하여, 자신들이 수단으로 대우되고 있다는 논증을 펼치므로, 이것만으로도 답이 되지 않습니다. 또는 왜 특수하게 이해된 수단 대우가 금지되는가라고 되물을 수가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환자 Y와 Z가 제안하는 도덕적 원리와, 그들의 제안을 거부하는 도덕적 원리 중 어느 것이, 인간 존중에 대한 해석으로서 적합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로널드 드워킨의 <정의론>(원제 Justice for Hedgehogs)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로널드 드워킨은 인간 존중 원리의 두 원칙으로 1) 각 인의 동등한 객관적 중요성의 원칙 2) 개인적 책임의 원칙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생존 로또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방울뱀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경쟁 해악과 찬탈 해악을 구분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침범하는 것은 찬탈 해악으로서, 인간 존엄의 원칙 2)를 위배하게 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즉, 각자의 인생이 스스로의 신체를 활용하여 통합성 있게 진행되어 나갈 때에만, 우리는 그것을 그 자신의 삶이라고 볼 수 있으며, 타인의 목적을 위하여 언제든 침탈될 수 있을 때에는, 인간은 목숨의 숫자나 효용 같은 것을 담는 그릇으로만 여겨지고, 삶을 각자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변이, 어떤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최종 토대로 특정 개념을 언급하는 것이 아님을 주의해야 합니다. 즉, '인간존엄'이라는 개념을 언급함으로써 대답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우리가 합당한 것으로 수용하는 원리들의 전체 그물망이 과연 Y와 Z의 제안을 수긍하는 쪽으로 정합적으로 짜여 있는가, 아니면 Y와 Z의 제안을 부인하는 쪽으로 정합적으로 짜여 있는가를 살펴보는 해석적인 논변인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논변의 경로들이 있을 수 있으며, 그리하여 해리스의 이 논문은 "왜 서바이벌 로또는 시행되어서는 안되는가"에 대한 많은 양의 문헌을 생산해냈습니다.
따라서 이 논문은 우리가 쉽사리 이중효과의 원리나 수단정식이라는 개념을 '언급'함으로써 설명과 논증이 다 이행되었다고 착각하며 치워버리는 문제의 핵심 구조와 쟁점을 다시 선명하게 자각하고 그에 대한 적합한 해명을 보다 심층적으로 생각해보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