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데렉 파핏의 기념비적인 책 <On What Matters> Vol.2 에 실려 있는 것이지만 토머스 스캔론의 이론적 입장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중요한 논문입니다.
즉 토머스 스캔론의 계약주의 이론과 원래의 칸트 이론의 차이, 그리고 파핏이 제시하는 비개인적 이유를 인정하는 형태의 계약주의 이론과의 차이도 알 수 있습니다.
파핏은 <On What Matters>에서 자신이 해석한 바의 칸트주의, 계약주의, 그리고 결과주의가 하나로 수렴한다는 수렴 이론을 주장합니다. 즉 파핏은 이 세 이론은 모두 결국 '모든 각인이 그 원리의 보편적 수용을 합리적으로 의욕할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식으로 작업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토머스 스캔론은 파핏의 이러한 이론은 자신이 주장하는 판본의 계약주의와는 차이가 있음을 논증하면서, 파핏이 칸트도 계약주의도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논증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핏의 이론은, 각 개인이 원리를 선택할 이유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이유가 있으며 개인적 이유(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와 비개인적 이유(불편부당한 관점에서 세계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있으며, 이 두 이유의 종합에 의하여 원리가 채택된다는 것입니다. 두 이유의 종합은 모종의 형량 과정을 거쳐 결과를 산출하게 되는데, 그 모종의 형량 과정은 실제로는 결과주의적인 성격을 강하게 띱니다.
반면에 스캔론의 이론은 오로지 개인적 이유만을 인정하며, 비개인적 이유는 적어도 우리가 서로 빚지고 있는 것을 따지는 도덕상의 이유로는 고려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려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개인적 이유를 따지는 방식(무엇을 합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가)에 의거하여 나오는 결론이 결과적으로 일치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파핏의 이론이 실제로 흔히 사람들이 많이 취하는 관념에 더 잘 부합합니다. 즉 많은 이들이 계약 이론(contract theory)을 활용하여 이런저런 보편적 원리들을 도출하는 형태의 논증을 하지만, 실제로는 결과주의에 가까운 형태로 계약 장치만을 활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계약 장치를 활용했을 때 궁극적인 차원의 종합적 관점에서의 결과 파악이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면서, 스캔론의 입장이 그런 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아는 데 이 소론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